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48
혈액 팩을 가방에 담은 그가 몸을 돌렸다.
“얘기는 들었지. 헌터처럼 싸운다고 하더군. 하지만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나?”
“혈액은행.”
“바로 그거야.”
템페스트의 동공이 세로로 수축했다.
“어떻게 나를 잡을 건데?”
상자에 남아 있던 혈액 팩을 리안에게 던진 그가 순간 이동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리안의 검이 팩을 가르자 핏물이 검의 궤적을 따라 가로로 흩뿌려졌다.
‘놓치지 않아.’
방해꾼이 없는 상황이라면 알마스 계급이라고 해도 리안보다 한 수 아래였다.
대직도가 섬광처럼 그어지고 템페스트의 왼팔이 철썩 소리를 내며 분리되었다.
“크으으!”
순간 템페스트는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상한 검이군.’
물리적인 공격에 50퍼센트의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게 반신반혼의 뱀파이어.
하지만 마스커의 말대로 리안이 휘두르는 검은 화신술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혈액 팩을 깨물자 왈칵 피가 쏟아지면서 템페스트의 입술이 붉게 물들었다.
‘강력 재생!’
팔의 절단면에서 점액질의 피가 꿀렁거리더니 순식간에 신체를 재생시켰다.
“이곳에서 나는 무적이다!”
템페스트가 용맹하게 전진하면서 냉장실의 내부가 엉망진창으로 뒤집어졌다.
‘짜증 나는데.’
리안이 몇 번이고 템페스트를 절단했으나 피를 빨아들인 육체는 망가질 줄을 몰랐다.
‘제길! 정말 인간인가?’
반면에 템페스트도 리안이 인간 같지 않다던 마스커의 말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일단은 후퇴해야겠어.’
검은 연기로 풀어진 템페스트의 몸이 빨려 들듯 문밖으로 향하는 그때.
‘지금이다!’
액싱의 힘으로 돌진한 리안이 유일하게 남은 상체의 중심에 대직도를 찔렀다.
“크아아아!”
템페스트의 연기가 육신의 형태를 되찾으면서 심장을 관통한 상태로 벽에 꽂혔다.
“혈액순환을 막으면 재생은 불가능하지.”
“크크크.”
템페스트가 대직도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래 봤자 나를 죽일 수는 없어. 피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밤새도록 그러고 있어 보든가.”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러면 어떨까?”
픽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템페스트의 목에 꽂혔다.
“큭! 이건……!”
소형 주사기였다.
“뭐야?”
리안이 고개를 돌리자 콧수염을 가늘게 기른 중년의 신사가 의료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움직이지 마시오. 검을 뽑으면 심장이 다시 뛸 테니.”
그렇게 경고한 중년의 신사는 테이블의 혈액 팩을 치우고 가방을 열었다.
세 가지 약물을 즉석에서 혼합한 그가 주사기로 빨아들이는 동안 2명의 인물이 창고로 들어왔다.
거구의 남자와 은발의 여자였다.
리안은 여자의 머리가 은발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완성됐군. 이제 주입만 하면…….”
중년의 신사가 주사기에서 산소를 빼내며 다가오자 템페스트가 깨달은 듯 소리쳤다.
“헌터?”
그러고는 거칠게 발버둥을 쳤다.
“안 돼! 그것만은 안 돼!”
심장이 멈춘 상태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뱀파이어 특제 혈액응고제. 해독까지 5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이런 상태라면 충분하지.”
“이 자식들아! 날 풀어 줘! 죽여 버릴 테다! 너희들의 피를 모조리 빨아 버릴 거야!”
“자, 자! 얌전히 있어. 고통이 엄청 심하거든.”
중년의 신사가 난폭한 손길로 쇄골 쪽에 주사기를 박자 템페스트가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아!”
주사액을 주입하자 눈에 띄게 변화가 일어났다.
‘소멸하고 있다.’
템페스트의 창백한 피부에 보랏빛 혈관이 그물처럼 일어나더니 피부가 푸석해지면서 각질처럼 떨어졌다.
“크아아아…….”
그러다가 열에 익어 버린 것처럼 전신이 바싹하게 타들어 가며 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중년의 신사를 따라 들어온 거구의 남자가 거대한 건을 어깨에 걸친 채 리안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너는 뭐야? 여기는 어떻게 알고 들어왔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은발의 여자가 세검을 치켜세우더니 돌진했다.
“비켜. 죽여야 해.”
액싱을 발동한 리안이 황급히 뒤로 물러서자 동료들도 눈을 가늘게 뜨며 지켜보았다.
“뭐야? 움직임이 왜 저래?”
은발의 여자가 검을 겨누었다.
“뱀파이어야. 죽여.”
리안은 대충 정황을 파악했다.
‘일이 꼬이는데.’
확실히 액싱은 뱀파이어의 움직임을 닮았고, 무엇보다 그녀는 리안의 사망을 확인한 사람이었다.
“오해야. 나는 인간이다.”
“헛소리!”
은발의 여자가 벽을 타고 달려오자 거구의 남자가 건을 앞으로 겨누었다.
“그렇다 이거지?”
굉음을 내면서 탄이 쏘아지는 것과 동시에 리안이 팔을 들어 막았다.
퍽퍽 소리를 내며 구슬이 근육에 박혔다.
“크윽!”
“몸으로 막았어?”
그 광경에 거구의 남자가 건을 내리고, 벽을 달리던 여자 또한 중간 지점에 착지했다.
“흐으으으!”
스밀레의 환청을 들으며 팔에 힘을 주자 구술이 톡톡, 바닥에 떨어졌다.
은으로 만든 것이었다.
“뭐야? 너 설마 참는 거냐?”
은탄환에 맞으면 알마스급의 강력 재생으로도 몇 분 동안은 회복이 불가능했다.
“나에게는 통하지 않아. 인간이니까.”
거구의 남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인간이면 이미 죽었지.”
바깥을 살피고 돌아온 중년의 신사가 동료들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일단 빠져나가자. ‘신장’이 오고 있어.”
리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신장? 왕성 근위대?”
기동대가 편성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군.’
거구가 리안을 엄지로 가리켰다.
“이 녀석은 어쩌고?”
은발의 여자가 리안에게 바짝 다가왔다.
“뱀파이어가 아니라고?”
“보다시피…… 아니, 증명할 수는 없지만, 피를 마시는 건 질색이라서 말이야.”
그녀가 보기에도 리안의 얼굴은 심장이 멈춘 어제와 달리 혈색이 살아 있었다.
“제니아, 네가 오해한 거 아냐? 뱀파이어라면 파장을 느끼면 되잖아.”
은발의 여자, 제니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안 느껴지니까 문제지.”
중년의 신사가 결론을 내렸다.
“그럼 인간이군. 데리고 갈 거야, 말 거야? 왕성 쪽하고 얽히면 일이 복잡해져.”
뱀파이어 헌터라고는 하나 그들 또한 합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건 아니었다.
제니아가 몸을 돌리며 리안에게 말했다.
“정말로 결백하다면 따라와. 본부에서 조사를 해 보면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러지.”
리안도 이곳에 있을 생각은 없었다.
“단, 만약 뱀파이어라는 게 밝혀지면…….”
문턱을 넘어서며, 제니아가 싸늘하게 말했다.
“너는 내가 직접 죽인다.”
왕성 근위대가 혈액은행을 포위했다.
“문이 부서져 있습니다!”
“들어가! 뱀파이어를 일망타진하라!”
그로부터 10분 후, 내부를 살핀 일단의 병력이 신장 제3부대장에게 다가왔다.
“뱀파이어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재가 되어 소멸한 상태였습니다.”
“빌어먹을! 또 헌터인가?”
“대체 어떻게 알고 먼저 찾아오는 걸까요? 이번 작전은 완벽한 기밀이었는데요.”
“알 수 없지. 또 다른 뱀파이어라는 소문도 있고. 아무튼 철수한다. 혈액은행은 당분간 폐쇄해.”
“네!”
그로부터 100미터 밖에 있는 건물의 옥상에서, 리안은 혈액은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밀 작전이었나 보군.’
내일 아침 베노프가 노발대발 성질을 내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중년의 신사가 물었다.
“왕성 쪽의 인사도 아닌 것 같은데, 혈액은행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들었지?”
“그냥, 여기저기서.”
굳이 연유를 밝힐 필요는 없을 듯했다.
“우리들은 헌터야. 제노사이드 팀으로 불리지. 로데닌에 남은 마지막 뱀파이어 헌터라고 할까?”
‘제노사이드라.’
팀 이름이 의미심장했다.
“나는 약물 전문가 카테인. 이쪽 덩치는 거너 파우러. 그리고 제노사이드의 리더인 검사 제니아.”
은발을 단발로 자른 제니아는 턱이 뾰족하고 눈썹이 가는 새침한 인상이었다.
“흥, 아직 정체도 모르는데 통성명은…….”
카테인이 말을 끊었다.
“자네의 이름은?”
“리안. 오젠트 리안.”
제니아가 놀란 표정으로 리안을 돌아보았다.
“마하의 기사?”
이런 경우는 이름이 알려진 게 편했다.
“그렇게도 부르는 것 같더군.”
마족이 세상에 등장한 이후로 검사라면 한 번쯤은 들은 소문이 있다.
1명의 검사가 홀로 사막을 종단하며 마족들을 베고 있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
‘이 남자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었다.
“하지만!”
제니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충파에 당했잖아! 심장이 버틸 수 없었을 텐데. 아니, 분명 숨을 쉬지 않았고…….”
“말하자면 길어.”
적어도 동이 틀 무렵에 할 얘기는 아니었다.
“일단 돌아가지. 닥터 그레인에게 맡기자고.”
생물의 이상 현상을 연구하는 그라면 답을 내놓을 수 있을 터였다.
제니아가 끙 소리를 내며 돌아섰다.
“따라와. 아지트를 소개해 줄게.”
어둠의 일족 (4)
***
제노사이드의 아지트는 성벽 너머 숲속의 작은 오두막이었다.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고 있는 아늑한 장소였지만 지하로 내려가자 정교한 기계장치로 꾸려진 요새가 나왔다.
무기 창고로 향하는 통로가 있었고 반대편에는 기계실이 보였다.
“어서 와. 일은 잘 해결됐어?”
얼굴에 기름때가 묻은 여자가 기계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붉은 머리를 남자처럼 짧게 깎고 목에 더러운 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어머, 이 사람은 누구야?”
제니아는 확실하지 않은 것은 믿지 않았다.
“아직 몰라. 오다가 만났어. 그레인 씨는 어디 있어?”
“의료실에. 새로운 약물을 개발한 것 같던데.”
복도의 끝에 들어가자 오두막보다 넓은 공간에 의료 시설이 즐비했다.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흰 수염이 덥수룩한 의사가 의자를 돌렸다.
“왔군, 우리의 돌격대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