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52
“첩자는 찾았나?”
리안이 제니아 쪽을 살폈으나 이미 수많은 헌터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제기랄!’
방향을 꺾은 그가 베노프를 데리고 관리들이 있는 장소로 달려가며 말했다.
“뱀파이어는 2명. 그늘에 있는 보좌관과 VIP석에 앉아 있는 노인입니다.”
“쇼벨.”
자이브 정보 부처의 과장이 뱀파이어라면 무슨 전략을 꾸며도 손바닥 안이었을 터였다.
“내가 체포하겠다. 자네는 동료를 구해.”
그렇게 약속된 일이었다.
“혼자서는 무리예요. 놈들도 알마스입니다.”
리안의 말이 사실이었기에 베노프는 무력하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뱀파이어다! 죽여!”
콜로세움 쪽은 니케를 중심으로 헌터들이 둥그렇게 포진해 있는 상태였다.
‘어전이다. 여기서 실력을 뽐내면…….’
왕의 인정을 받을 수 있으리라.
‘틀렸어, 멍청이들.’
니케에게 세례를 당하고 이성을 되찾은 제니아가 이를 악물었다.
공명심에 사로잡혔다는 것부터 뱀파이어 헌터로서 자격이 없다는 뜻이었다.
‘어떤 것도 우리를 위로할 수 없어.’
뱀파이어에 대한 분노밖에 남지 않은 자들은 오히려 냉정하게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니케인가?”
블러드 큐로 안구를 회복하는 제니아의 옆으로 염소수염을 기른 노인이 다가왔다.
“쌍철편을 다루는 사제. 최강의 알마스라고 하던데, 우리가 전부 덤벼도 승산이 없을 거야.”
“그래서…… 도망치려고?”
“내가 일곱 살 때 뱀파이어가 엄마를 죽였지.”
노인의 나이는 예순 살이 넘어 보였다.
“어린 나이에도 이런 생각이 들었어. 사람 하나 죽이는 데 30분이 넘게 걸리지는 않을 거라고.”
제니아를 돌아본 노인의 눈이 붉게 충혈된 채로 피눈물을 떨어뜨렸다.
“도망칠 곳 따위가 있을 리 없잖아?”
이 끔찍한 마음의 지옥에서.
“지루하군.”
니케가 두 자루의 채찍을 동시에 휘두르자 웅 하고 공기가 울면서 헌터들의 몸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지금이다!”
선발대를 희생양으로 삼은 헌터들이 하나같이 분노를 담은 채 니케에게 쇄도했다.
“안 돼!”
니케는 강하다.
“자네, 실버 본이지?”
제니아의 옆에 있던 노인이 약물기를 꺼내 들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살아 주게. 부탁이네.”
비록 자신은 분노에 몸을 던지지만, 누군가는 살아서 뱀파이어를 끝장내야 한다.
“엄마아아아아아!”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노인이 눈알이 빠질 듯 눈꺼풀을 치켜뜨며 돌진했다.
“고통 없이 자비를 바라지 마라.”
3.8미터 길이의 채찍 두 자루가 살아 있는 듯 움직이며 헌터들을 할퀴었다.
“컥!”
마치 수십 번의 톱질이 한 번에 가해진 듯 뼈가 찢어지고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럴 수는 없어.”
제니아의 어깨가 부들거렸다.
“이렇게 차이가 난다고?”
약물기, 화력기, 금속기가 총동원된 상황에서도 니케에게 상처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햇빛 아래에서 싸우는데…….’
실제로 후드가 벗겨진 제니아는 숨을 쉴 때마다 불을 들이마시는 기분이었다.
“하아아.”
몸을 돌리며 채찍을 휘두르는 니케의 입에서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신이시여.”
이 뜨거운 기운이 폐부에 스며들 때마다 그는 살아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나를 용서하지 마시오.”
물론 할 수 있다면.
“죽여! 뱀파이어를 죽여!”
어느새 땅바닥에는 수백 조각으로 찢어진 살점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전하, 자리를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자이브의 근위대 ‘신장’이 지키는 가운데 국왕 메이어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
고작 뱀파이어 한 마리 때문에 도망치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고위 관리들도 자리를 지키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그만 좀 들어가자. 헌터들이 싸우게 내버려 두면 되잖아?’
먼저 움직이는 쪽이 겁쟁이가 되고, 사후에 정적들이 이것을 빌미로 공격할 터였다.
국왕의 표정이 창백해진 것을 발견한 관리들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흥, 당신은 그래도 신장이 지키지.’
풍장만큼은 아니어도 칠왕성의 근위대 정도라면 죽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민간인의 피해가 심하군. 3군을 보내 제압하게.”
관리들의 눈치를 깨달은 것인지, 메이어가 콜로세움을 가리키며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전하, 병력을 분산시키면…….”
“왕국을 돕기 위해 온 자들일세. 이대로 몰살당하게 두는 것도 내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야.”
왕의 명을 거역할 수 없는 근위대장이 3군을 돌아보며 지시를 내렸다.
“뱀파이어를 잡아 와.”
철갑을 걸친 자들 20명이 동시에 콜로세움에 착지하자 쿵 하고 땅이 울렸다.
“준비!”
두 다리를 모은 채로 허리를 살짝 뒤틀고 손은 검의 손잡이를 쥐고 있는 자세.
“포착!”
발도의 기술을 갈고닦은 자들이 전장을 분석하는 가운데 3군대장이 소리쳤다.
“돌진!”
똑같은 각도로 몸을 앞으로 기울인 그들이 어느 순간 자리에서 사라졌다.
“공격!”
어떤 적이든 일격에 끝내는 4단계 체인이 완성되자 20개의 섬광이 수직의 그물로 니케를 덮쳤다.
“크으으으!”
채찍의 형태가 사라지면서 바지직 하는 정전기의 굉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저, 저런……!”
콜로세움에서 지켜보던 관리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국왕 메이어마저 꺽 소리를 냈다.
“신장으로도 안 되는 건가?”
갑옷이 종잇장처럼 찢긴 20명의 근위대가 피와 살로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하아아아.”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니케가 고개를 쳐들며 하얀 연기를 뿜어냈다.
그의 손이 1센티미터만 움직여도 채찍의 끄트머리가 장어처럼 펄떡거렸다.
“전하! 피하셔야 합니다!”
근위대장은 수치심을 느꼈으나 왕의 안전을 도모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으음.”
메이어가 못 이기는 채 자리에서 일어서고, 관리들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출구 쪽으로 향했다.
베노프가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뱀파이어가 있습니다!”
모두가 동작을 멈춘 가운데 정보부 과장 쇼벨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막아!”
그늘에서 튀어나온 보좌관이 베노프의 앞을 가로막았으나 리안의 일격에 목이 떨어졌다.
‘확실히 낮에는 힘을 못 쓰는군.’
니케라는 뱀파이어가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꺅!”
아이린의 비명에 고개를 틀자 바르크 가문의 가주가 쇼벨의 손에 붙잡혀 있었다.
“아빠! 아빠를 놓아줘!”
“닥쳐! 인간 따위가……!”
시커먼 연기로 풀어진 쇼벨이 가주를 붙잡은 채로 아이린에게 날아들었다.
“죽어라.”
충파가 찍히기 직전, 대직도가 쇼벨의 심장을 관통한 상태로 밀고 나갔다.
“커억!”
검을 중심으로 빨려 들듯 연기가 모이면서 쇼벨이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흐읍!”
태양이 내리쬐는 곳으로 달린 리안이 쇼벨의 몸을 꿴 상태로 대직도를 땅에 박았다.
“크아아아!”
강력 재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양지에 노출되자 피부가 급격히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놔! 나를 놓아줘!”
강철 같은 손톱으로 벅벅 긁어 보지만 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오빠! 이쪽으로 와요!”
2명의 알마스를 순식간에 처리한 리안에게 관리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아이린이 빠르게 대화를 선점했다.
리안은 콜로세움 쪽을 돌아보았다.
“제니아.”
피눈물을 흘리는 수많은 헌터들 사이로 블러드 큐를 흡입하며 싸우는 그녀가 보였다.
오른쪽 발목이 끊어진 상태에서도 뼈로 땅을 찍으며 달리는 모습이 위태로웠다.
“따님을 데리고 피하십시오.”
바르크의 가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자네도 우리와 같이 가게. 내 딸을 지켜 줘. 사례라면 얼마든지 하겠네.”
리안을 데려가는 자가 권력자였다.
“오빠, 우리 가족을 지켜 줄 거죠? 그렇죠?”
리안은 저마다 기대에 찬 눈으로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관리들을 돌아보았다.
“무엇으로부터?”
“네?”
이제 알았다.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강한 것은.
‘지금 싸우는 저들이다.’
분노.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오직 하나.”
내 마음속의 분노.
“아직 누군가를 잃지는 않았지만…….”
신으로 태어나지 않았기에.
“언제나 분노해 있다.”
그 분노만이 공포를 마비시키고, 인간으로 하여금 더 높은 것과 싸우게 한다.
“크으으으!”
어금니를 깨문 리안의 마음속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울분이 끝을 모르고 커져 갔다.
‘그래, 이거였어.’
사막을 종단하며 찾아 헤맸던 것은 이미르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감정의 원천.
‘이제는 뭐가 되어도 상관없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자, 자네.”
리안의 머리털이 몇 가닥씩 일어서더니 상의가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사람의 몸이 아니야.’
완벽하다고 여겼던 리안의 근육이 꽈배기처럼 꼬이더니 기이한 형태로 맞물려 갔다.
“하아아악……!”
분노의 화신, 야차의 몸으로 환골탈태한 리안이 땅을 짓이기며 상체를 뒤틀었다.
‘권의 율법.’
니케를 향해 정권이 뻗어 나갔다.
신적초월-심권마하.
에 박혀 있는 쇼벨이 율법의 요동을 느끼고 단말마를 내질렀다.
“피해!”
니케가 고개를 돌렸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뭐야, 이게?’
세계의 풍경이 한 점을 향해 구겨지면서 밀려들고 있는 광경이었다.
‘피할 수…… 있을까?’
권의 율법은 가장 비관적인 예측보다 더 빠르게 다가왔고, 니케의 몸통을 원형으로 폭발시켰다.
“크아아아!”
둥그렇게 끊어진 몸통에서 수백 마리의 박쥐 떼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쾅! 쾅! 쾅! 쾅! 쾅!
마하의 기운이 콜로세움의 벽을 터뜨리고 멀어져 가며 무형의 터널을 만들었다.
그들이 사는 세계 (4)
“……마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