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61
“흐흐.”
삶이란 그런 게 아니다.
“사람을 죽였다.”
오젠트의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흐으으. 흐으으으.”
돌이킬 수 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조차 없게 되었다.
그것이 선이든 악이든.
“으아아아아!”
아무 상관도 없다.
“아들의 원수!”
레아드의 아버지가 달려오는 순간 오젠트의 육체가 연기처럼 증발했다.
산의 일족이 무기를 채 휘두르기도 전에 동시다발적으로 목이 떨어져 나가며 피 분수가 솟구쳤다.
“이, 이런……!”
겁에 질린 강의 일족이 차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오젠트가 숨을 헐떡였다.
“하아. 하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참을 수 없었냐고 묻는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됐었냐고 묻는다면.
“참을 수 있어.”
핑계 따위는 대고 싶지 않았다.
“참을 수 있다고. 참을 수 있는데!”
오젠트가 깨달은 사실은.
“왜? 왜 내가 참아야 되지?”
스밀레를 위해 아무도 싸워 주지 않았다.
“그냥 살 수 있었어. 스밀레만 행복하면, 가장 비참한 삶이어도 상관없었어.”
오젠트의 분노가 육체 바깥으로 발현되면서 숲의 나무들이 모조리 말라붙기 시작했다.
“오, 오젠트……!”
지독한 살기에 하나둘씩 무릎을 꿇고, 다미안이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모두를 죽일 생각이냐?”
“아니.”
세상 전부를 죽인대도 분이 풀릴 리가 없다.
“스밀레를 되찾을 거야.”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다.
그냥 어떤 것들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지만, 이제는 고리타분한 고찰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천국이 있는 곳을 향해 방향을 돌린 오젠트가 멀어지자 다미안이 소리쳤다.
“안 돼! 천국에 가면 죽어!”
‘죽는 거, 무섭지.’
진실로 그렇다.
‘죽고 싶어서 죽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다 살고 싶지. 살고 싶어서 미치겠지.’
하지만 오젠트에게는 더 이상 ‘왜?’가 없다.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고.”
사실은 강해지고 싶지도, 최고의 검사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마치 거기에 행복이 있는 것 같아서.
“기다려, 스밀레.”
하지만 막상 도착한 곳에는 어디를 뒤져 봐도 행복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신기루.
사람을 움직이는 건 있지도 않은 행복 같은 것이 아니다.
“반드시 구해 줄게.”
생물의 동력은 분노.
태어난 순간부터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장착한 용광로.
“크으으으!”
마하의 율법이 작용하면서 오젠트가 밟고 서 있던 땅이 쩍 하고 갈라졌다.
“으아아아아!”
오젠트는 악을 지르며 천국을 향해 내달렸다.
사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모른 채, 지금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를 이루는 모든 것이 분노에 녹아들고.
‘스밀레. 스밀레.’
짐승도 사람도 아닌 것이 뛰어다니는 모습은 실로 추악하기 그지없지만.
‘스밀레. 스밀레.’
가장 순수에 가까웠다.
“하악! 하악!”
6시간 정도를 달렸을 무렵 오젠트의 몰골은 인간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흑! 흑!”
괴로워서 눈물이 났다.
‘왜 내가 살아야 하지?’
더 이상 뛸 수 없는데도 뛰어야 하고, 포기하고 싶은데도 포기할 수 없어서.
‘화가 난다.’
누가 삶이 아름답다 했는가.
‘어떤 미친놈이.’
2킬로미터 너머에 천국의 거대한 장벽을 앞에 두고, 오젠트는 무릎을 꿇었다.
전신의 뼈가 부러진 상태로 어떻게 여기까지 달려왔는지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다만 조금 멀어졌다는 느낌.
‘인간에서…… 벗어나고 있다.’
검을 쥐고 있는 손가락이 전부 바깥으로 꺾여 있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원래 그랬던 생물이었던 것처럼.
“형태 따위 뭐가 중요해?”
굳이 사람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흐흐흐. 흐흐흐흐.”
최소한의 상식마저 분노의 용광로에 녹아들면서, 오젠트는 미쳐 가고 있었다.
“괜찮아.”
스밀레를 구할 수 있는 어떤 것이기만 하면 된다.
“간다.”
또다시 오젠트의 몸이 전진하면서 먼 풍경으로부터 마하의 율법이 밀려들었다.
동력은 분노.
‘벤다.’
그 분노의 기류를 따라 오젠트의 근육이 기이한 형태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은 일말의 잡념도 끼어들 틈이 없는 순수한 상태로 나아가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이데아.
“스밀레!”
검이 수직으로 내리그어지는 것과 동시에 천국의 철벽이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
니케의 기억과 오젠트의 기억이 뒤섞인 리안은 미겔이라는 뱀파이어의 저택에 도착했다.
‘지하에 있다.’
자신의 것이 아닌 정보를 받아들이는 순간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저택의 문을 박살 내고 들어간 리안이 허리를 크게 뒤틀며 땅을 향해 대직도를 내리쳤다.
충격파가 주위의 건물을 밀어내고, 그가 서 있는 자리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크으으으!”
스스로 위력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서 리안이 대직도를 역수로 붙잡고 땅을 찔렀다.
검살의 일종인 지폭.
대직도가 칼날의 끝까지 파묻히자 땅이 부르르 떨려 오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릉!
지진파가 물결처럼 퍼지면서 지반이 쪼개지고, 지하 공간을 지탱하던 기둥이 무너지면서 리안의 몸이 깊은 땅속으로 끝없이 추락했다.
“뭐지?”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엄브렐라 맨이 뒤를 돌아보았다.
아지트를 지키고 있던 베시카와 알마스 계급의 비명 소리가 통로를 통해 들어왔다.
“제가 가 보겠습니다.”
“아니.”
파우스트가 말렸다.
“전부 가라. 놈을 내 앞에 데려와.”
파우스트의 예상대로 리안이 오젠트의 핏줄이라면 엄브렐라 맨으로는 승산이 없었다.
“전부라 하심은?”
2명의 로드, 아그네스와 베네딕트가 나란히 걸음을 옮겨 출구로 향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인젝션의 원리에 따라 진마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쳇, 고작 인간 따위에게.”
베네딕트가 먼저 검은 연기로 풀어지고 아그네스가 그 뒤를 따랐다.
이동한 지 1분도 채 되기 전에 뱀파이어들을 쓸어 내며 달려오는 리안이 보였다.
‘엄청난 속도.’
분명 사람의 키만 한 대검이지만 휘두르는 동작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진마께서 우리를 보낸 이유가 있었군.’
십로회의 서열 3위 파우스트는 생물이 가능한 활동력의 궁극에 도달한 자.
그리고 리안은 분명 파우스트가 도달한 궁극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협공한다!”
로드들이 두 줄기의 시커먼 그림자로 갈라지는 것을 엄브렐라 맨은 눈치채지도 못했다.
“컥!”
비로소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리안의 대검이 자신의 몸을 수직으로 쪼갠 뒤였다.
반신반혼의 육체를 활용할 틈조차 없었다.
엄브렐라 맨이 사망한 순간 베네딕트와 아그네스가 리안의 등 뒤로 돌아들어 왔다.
“죽어라!”
사방에 깔린 붉은 핏물이 수천 개의 가시로 일어서면서 리안을 공격했다.
몸통에 박힌 수십 개의 가시가 톱날처럼 변하면서 그의 육체를 잔혹하게 부수었다.
“끄으으으…….”
의외로 싱겁다는 생각을 하는 그때, 리안이 엉망진창이 된 몸으로 일어섰다.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가?’
육체를 파괴하고, 그 육체를 받아들이는 정신마저 파괴된다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치고는 질기구나!”
로드의 공격이 가해질 때마다 리안의 살점이 튀고 뼈가 기괴하게 부러졌다.
‘어째서 나는 죽지 않는가?’
인간을 이루기 전에 존재했던 수많은 생물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형태는 허상에 불과하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물질이 아니다.
‘개념. 스키마. 정보.’
스밀레의 환청을 들으며 리안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렇구나, 오젠트.’
무언가를 베기 위해, 굳이 사람일 필요는 없다.
‘진정으로 베고자 하면.’
벤다.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리안의 두 팔이 불타오르며 공기 중에 소멸했다.
오직 대직도 만이, 엄청난 마찰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을 가로로 양분할 따름이었다.
“크아아아아!”
검에 베이는 순간부터 급격히 높아진 공기의 온도에 로드의 몸이 타들어 갔다.
지하에 설치된 통로의 벽이 기름처럼 끓어오르며 수많은 거품을 일으키고.
“으아아아아!”
더 이상 압축되지 못한 가스가 바깥으로 퍼져 나가면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퍼어어어어엉!
지하에서 일어난 폭발이 대지를 바깥으로 밀어내며 주변의 풍경을 평정했다.
“하아아아아!”
두 팔이 어깨부터 사라진 리안이었으나 멀리서 보면 그 사실조차 모를 터였다.
는 여전히 리안이 두 손으로 쥐고 있는 것처럼 그의 앞에 오롯이 기립하고 있었다.
‘여기가 종착지다.’
생물이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이다.
베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원인이 베인 상태로 끝나는 결과에 정확히 맞물리기 위해서는.
‘율법의 전체를 뒤틀어야 한다.’
마하의 율법이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오젠트가 깨달은 것은.’
생물계를 탄생시킨 최초의 개념.
‘우리는 무한히 자유로웠다.’
본래 하나였다.
두 팔이 재생되는 것을 느끼며 리안은 이미 날아가 버린 천장 바깥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알겠군.”
이미르와의 마지막 일전에서 그가 를 안드레의 미궁 바깥으로 날린 이유를 깨달았다.
-어설프게 따라 한다고 휘두를 수 있는 검이 아니다.
순수한 개념의 경지에서 무언가를 휘둘렀을 때, 물질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