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62
평범한 검이었다면 적을 베기도 전에 이미 열에 의해 증발해 버렸을 터.
하지만 .
‘어떤 사람이었을까?’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검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 낼 수 있는 파괴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
“파괴되지 않는 것이 가장 강하다.”
오젠트의 분노가, 그가 품었던 거대한 용광로가 리안의 마음속에도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 도달했구나.”
반경 400미터의 천장이 전부 날아간 지하에서 파우스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
오젠트의 기억을 모두 읽은 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파우스트를 돌아보았다.
“리, 리안…….”
일검에 모든 것이 쓸려 나간 상황이지만 제니아와 헌터들이 갇힌 일화의 술의 장치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막았다고?’
개념의 경지에서 검을 휘두르는 일 검은 그 어떤 생물도 막아 낼 수 없는 위력.
결국 파우스트의 경지가 자신과 맞먹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우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파우스트가 다가왔다.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 얼마나 빠를 수 있는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가? 그걸 알기 위해 1년을 더 살고, 1초를 더 앞당기고, 1그램이라도 더 들어 올리려고 하고…….”
그의 검지가 리안을 가리켰다.
“네가 끝이다. 정신과 육체가 정확히 맞닿은 지점. 그게 바로 생물의 한계야.”
리안이 재생된 팔로 대직도를 붙잡았다.
“한계.”
파우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스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너도 봤다는 얘기겠지. 그래, 나도 봤다. 내 두 눈으로 똑똑히. 그래서 우리가 추구하는 건 똑같지.”
파우스트의 몸에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여기서 이긴 자가 계를 초월한다.”
파계.
인간의 몸으로 생물의 계를 뛰어넘은 자.
“오젠트.”
두 사람의 시간이 영겁의 세월을 뛰어넘어 고대의 천국으로 흘러들었다.
분노 (4)
***
천국 제6천 제불.
카리엘이 머무는 대세계전에는 스밀레를 포함한 8명의 대상자가 갇혀 있었다.
특별한 기준으로 선별된 인간들.
최초의 거인은 가이아인의 결합이었고 일화의 술을 시행하는 데에 거부반응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개체의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합적 정신 체계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거인이 생물의 궁극이라 불리는 거인의 왕 이미르.
하지만 울티마 시스템이 약화되면서 일화의 술도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개성을 구별할 의미가 없다면 통합의 강함은 오직 양에서 나온다.’
반대로 말하자면, 하나의 개체라도 남아 있을 경우 울티마 시스템의 완전 해체는 불가능하다.
현재는 6단계 거인조차 만들기 어려웠고 앙케 라는 카리엘에게 특명을 내렸다.
울티마 시스템을 분석해라.
가이아인을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진 정신 체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스밀레라고 했던가?’
카리엘은 퓨직스 머신의 유리구에 갇혀 있는 푸른 머리의 여성을 돌아보았다.
‘그저 평범한 인간인데.’
담담한 표정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에서는 두려움을 찾을 수 없었다.
‘정신이 강한 것도, 내구력이 좋은 것도, 그렇다고 공포를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울티마 시스템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 중에는 자신의 특질을 극한으로 관철시킨 강자들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통합은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로 평범한 인간? 아니, 그런 정의조차 울티마 시스템을 방해하는 개념일 뿐이다.’
무언가를 정의하는 순간 전체를 통합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해진다.
‘그래, 이것은 정의 이전의 무언가다.’
그렇기에 스밀레를 정의할 방법은 없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
카리엘이 유리구로 다가갔다.
“두렵지 않나?”
블랙 엘릭서를 통해 원질을 획득하면 스밀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겠지만, 어쩌면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일화의 술이 뭔지 알고 있겠지. 10명, 100명, 1천 명. 그 안에서 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나?”
스밀레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마치 대하에 휩쓸리듯 이내 평온한 기운을 되찾았다.
“산짐승에게 잡아먹히는 것도, 죽어서 땅에 묻히는 것도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그런가?”
이 세상의 어떤 것을 지정해도 끝없이 거슬러 올라가 보면 모든 것은 하나다.
‘뭔가 알 것 같기도 한데.’
피아의 구별이 없다.
삼라만상을 오직 하나로 관조할 수 있는 위치는 아마도 우주의 바깥일 터였다.
‘그래서 광자계를 이탈하려는 건가?’
카리엘이 퓨직스 머신을 가동시키자 현자의 돌이라 부르는 불랙 엘릭서의 액체가 유리구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카리엘 님.”
그때 천사가 대세계전에 날아들었다.
“현재 천국을 어지럽히는 침입자가 제3천을 넘어 제4천으로 진입했습니다.”
“뭐?”
침입자의 동선을 보건대 제1천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벽을 파괴하며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아직도 처리하지 못했단 말인가?”
분명 첫 번째 보고에서는 충분히 제2천에서 막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들었다.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너무 빠른데?’
보고를 받은 것이 고작 20분 전이었으니 이 상태라면 30분 안에 도착할 터였다.
검은 액체가 발목을 적시자 스밀레는 유리구에서 일어나 시간을 벌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은 아니었다.
‘오빠.’
천국의 성벽을 파괴하고 들어온 침입자라면 오젠트밖에 없을 터였다.
‘오면 안 돼.’
오빠의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많이 힘들었잖아.’
오젠트는 소심한 사람이다.
반드시 옆에 두고 물고 빨아야만 사랑을 이루었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생각이 너무 많으니까.’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는 채로 그렇게 평생을 살아 보면 안 되었던 것일까?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떤 계기로 인해 뜨거운 사랑을 나눌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인간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이제 그만 오빠의 행복을 찾아. 더 이상 불행으로 자신을 몰아넣으면 안 돼.’
번뇌.
온 인류가 하나로 통합될 수 없는 이유였다.
카리엘이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질책하는 말투에 천사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 오판입니다.”
일개 인간을 평가하는 일에 실수를 했다는 것이 천사의 수치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결국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기에 입술을 짓깨물며 고개를 들었다.
“20분 전에 보고드린 침입자와 지금의 침입자는 전혀 다른 인간입니다.”
카리엘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이 바뀌었단 말인가?”
“그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천사가 결국 포기하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제는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
제5천 마테이.
“나약한 것들! 최강의 거인 부대가 고작 인간 하나를 막지 못한단 말인가!”
거인 군단장의 지휘 아래 수백 명에 달하는 거인들이 오젠트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쿵! 쿵! 쿵!
칼날이 연속으로 땅에 떨어지는 광경은 오젠트의 입장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대한 칼날이 오젠트를 뭉개려는 순간 검을 휘두른 거인의 눈이 크게 뜨였다.
“무슨 힘이……!”
태산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강도인데도 오젠트가 칼날을 붙잡은 채로 버티고 있었다.
“크으으으!”
강하게 깨문 오젠트의 이빨 사이로 뜨거운 연기가 직사로 뻗어 나갔다.
우드득. 우드득.
뼈가 뒤틀리고 근육이 꽈배기처럼 꼬이면서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하고 있었다.
‘벤다!’
거인의 무기를 튕겨 내고 오젠트가 전진하자 주위에 있던 거인들의 얼굴이 깔끔하게 떨어져 나갔다.
“도대체 저게 뭐야?”
집착이다.
“막아! 짓밟으란 말이야!”
거인들이 땅을 울리며 달려오는 풍경을 바라보며 오젠트는 생각에 잠겼다.
‘난 이미 끝났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한순간도 행복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거겠지.’
지금도 분노는 끝을 모르고 커져 가고 있었고, 결국에는 모든 걸 삼켜 버릴 터였다.
‘죽는 건 상관없어.’
억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으로 태어나 이십몇 년을 살았고, 세상에는 그보다 짧은 인생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스밀레.’
그녀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너처럼 멋있게 살아가는 방법 따위는 난 몰라.’
계산하고 분석하고, 이러면 어떻게 되고, 저러면 어떻게 된다는 둥.
‘정답조차 없어서.’
어딘지도 모르는 삶의 중간 지점을 울며불며 떠돌아다니는 비루한 생명.
‘그게 나다.’
삶이 아름답다고?
‘좋겠다, 행복해서.’
세상의 누구 하나 축하해 줄 수도 없는 옹졸한 마음은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으아아아!”
용광로처럼 뜨거운 분노가 정신을 태우다 못해 육체마저 뒤틀기 시작했다.
“꾸엑! 꾸엑! 꾸엑!”
속에서 밀려 올라오는 생물 찌꺼기를 토해 내며 정신병자처럼 검을 휘둘렀다.
‘도달했다!’
내가 나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분노의 정점에서 깨달은 것은 또 하나의 경지.
“꾸에에엑! 꾸에에엑!”
사람 살려.
‘봤냐? 이게 바로 인류 최강의 검술이다!’
어떤 거인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게 아름다워 보이냐? 이게 멋있어 보여?’
가마솥의 펄펄 끓는 물에 던져진 문어처럼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것이 생의 숙명.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똥오줌을 쏟아 내며 발버둥 쳐 보지만 결코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이 생의 진실.
“화가 나서 미쳐 버리겠단 말이야!”
오젠트의 검이 휘둘리는 순간 제6천 제불의 장벽이 펑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멀리서부터 날아들던 천사들이 갑자기 비행을 멈추더니 저마다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천사의 영역에 도착한 오젠트의 육체는 이미 인간의 형태가 붕괴되어 있었다.
“흐엑! 흐엑! 흐엑!”
분노가 피부를 태우고 근육을 뒤틀고 뼈를 녹이는 과정은 실로 참혹했다.
‘괜찮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입에서는 계속해서 생물 찌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검을 휘둘러야지.’
할 줄 아는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두르다 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거야.
“나 같은 놈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사지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오젠트는 덤벼드는 마라에게 검을 휘둘렀다.
형태를 초월해 베겠다는 일념만이 남은 동작은 인간의 기준으로 끔찍했지만…….
“인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