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78
‘이런 거였구나.’
세계 미인 대회의 테러리스트, 모르타싱어가 눈앞에서 사라진 일이 떠올랐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모든 마가 참회하는 거야.”
“가능합니다.”
“아니.”
이런 식의 달콤한 속삭임으로 모르타싱어를 지옥으로 끌고 간 것이었다.
“너희들은 벌을 좀 받아야 돼.”
“…….”
시옥이 전과 달리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력하지 마라, 야훼. 세상은 이미 악의 것이다.”
검은 책자를 펼친 12명의 사제가 흉흉한 장송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
12명이 미끄러지듯 밀려나면서 스톱 마법의 반경 바깥으로 멀어졌다.
허공에 붙잡혀 있던 적들의 굉음이 다시 터지고, 스톱 마법에도 불구하고 공격이 퍼부어졌다.
“이런!”
회피를 위해서는 마법을 해제할 수밖에 없었고, 공간 이동의 섬광이 하늘로 치솟았다.
“저기다! 잡아라!”
아가노스까지 최단거리로 이동하던 궤적을 처음으로 이탈하자 마족들이 뒤를 쫓았다.
‘일단 막는다!’
야훼의 광채가 육체를 따라 흐르고, 시로네를 중심으로 땅이 소용돌이 형태로 구겨졌다.
“크에에에에!”
다리가 으스러진 마족들이 상체만 밖으로 나온 채 두 손을 허우적거렸다.
불은 물로 껐고, 번개는 철로, 얼음의 가시는 화염으로 녹여 냈다.
‘갈라져라.’
야훼의 이름으로 명하자 땅이 둘로 갈라지면서 수천 마리의 마족들이 떨어졌다.
‘닫혀라.’
쿠구구구구구!
점차 좁혀지는 땅의 틈새를 뚫고 소름이 돋는 비명 소리가 뛰쳐나왔다.
“키에에에에!”
설법으로 불리는 나네의 공攻을 유일하게 막아 냈던 것이 야훼의 수守.
가해지는 공격의 종류는 이백 가지가 넘었으나 어느 하나 시로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버틸 수 있다.’
야훼의 능력으로 수비하는 시로네가 사방을 유린하고 있는 을 수거했다.
역시나 날의 길이가 반으로 줄어 있다.
‘이 상태로 갑옷을 뚫으면 깨진다.’
그것이야말로 볼카이노가 노리는 바였고, 소기의 성과를 이룬 그가 돌진했다.
“야훼여! 고작 이정도인가?”
시로네가 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마테리얼!’
검은 물질이 합성되면서 에 뭉치더니 거대한 괴수의 형상으로 변했다.
이름하여 살수.
‘이러면 되는 거야.’
설령 칼날이 닳아 없어진다고 해도 시로네의 분노는 무뎌지지 않는다.
“크아아아아아!”
을 엔진으로 장착한 살수가 괴성을 내지르며 볼카이노에게 튀어나갔다.
“사탄의 힘으로!”
4개의 팔로 살수의 머리를 붙잡는 순간, 볼카이노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 이건……!”
마魔의 본질마저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충격이 전신의 뼈를 으스러뜨렸다.
“으, 으아아아!”
볼카이노의 육체가 폭발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쉬며 정신을 회복하는 시로네의 주위로 다시 1만의 병력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는 검은 괴수 앞에서,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다.
‘역시 쉽지 않구나.’
살수의 등에 올라탄 시로네가 아가노스를 바라보았다.
야훼의 노여움을 빨아들인 살수의 얼굴이 칼날처럼 길게 늘어났다.
“가자.”
살수가 땅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포위망에 뻥 하고 구멍이 뚫렸다.
“제길! 쫓아라!”
마족들이 뒤늦게 따라갈 채비를 했으나 이미 시로네는 수도의 외성 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기다려라, 하비츠!’
***
“이쪽으로!”
우오린을 등에 업은 키도는 풍장이 안내하는 곳을 향해 복잡한 길을 내달렸다.
‘조금만 더 가면 벗어날 수 있다.’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그때, 무지막지한 살기가 두 사람을 장악했다.
“크윽!”
우오린이 다치는 것을 무릅쓰고 바닥을 구르는 것과 동시에 검은 잔상이 허공을 갈랐다.
‘살기만으로 죽겠어.’
키도는 우오린을 돌아보았다.
“괜찮아?”
“……어.”
그래도 우오린이라 목숨은 건졌지만, 목소리를 들어 보니 위험한 상황이었다.
키도가 고개를 쳐든 곳에 검은 갑옷을 입은 마족 검사가 서 있었다.
“너는 또 뭐야?”
여태까지 싸운 마족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존재감에 두 다리가 저절로 떨렸다.
“제7군단장 아몬.”
우오린의 눈에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드디어 움직이는구나.’
“여황님을 지켜라!”
그들을 인솔하던 20명의 풍장들이 하늘에서 응집하여 아몬에게 쇄도했다.
폭풍처럼 움직이며 육체의 장막을 만든 그들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공기가 진동하고, 잔상이 겹쳐서 만든 어둠이 점차 투명해지면서 아몬의 모습이 드러났다.
“제길…….”
20명의 풍장이 토막으로 변해 바닥에 떨어졌다.
“내 단점은 말이야.”
아몬이 검을 갈무리하며 다가왔다.
“굳이 살기를 감추려고 하지 않는 거지.”
그렇기에 키도는 살았지만, 아몬에게 접근한 풍장의 말로는 비참했다.
“네가 여황인가?”
우오린이 아몬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나를 찾았지?”
대답은 아몬의 뒤편에서 들렸다.
“왜 카샨에 제타로가 아닌 내가 따라왔는지 아나?”
비웃음을 지으며 걸어온 스모도가 자신의 두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망치는 쥐새끼를 찾으려면 내 눈이 필요하거든.”
결벽시의 능력이었다.
“안타깝게 됐어. 제국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우리에게 잡히는 건 싫었을 텐데 말이야. 이제 어떡할 거지? 여기서 자결이라도 할 건가?”
“난 안 죽어.”
고작 몸이 망가지는 걸로 죽을 거였다면 10억의 국민을 버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로네, 제발…….’
그저 한 번만이라도 더 그를 볼 수 있다면.
“오랜만이군, 여황.”
아몬과 스모도가 동시에 길을 열어 주자,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하비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비츠!’
우오린의 이가 뿌드득 갈렸다.
참전 (3)
***
지옥의 군대 제7군단의 정예병들이 황성 아가노스의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죽여라.”
이미 심각한 부상을 당한 간도가 성벽에 쓰러진 채 적들을 노려보았다.
“죽여?”
발칸이 마족들을 헤치고 걸어왔다.
“너에게 그런 영광이 있다고 보나?”
황위는 계승되었지만 간도를 황제로 여기는 자는 카샨에 아무도 없을 터였다.
‘우오린을 잡을 때까지는 살려 두어야 한다.’
“빌어먹을…….”
비참한 현실을 깨달은 간도가 성벽에 등을 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머니.’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그녀가 원망스럽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것이 황제다.’
똑같은 생명으로 태어나 남들이 가질 수 없는 모든 걸 누리면서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인물.
‘나는 절대로 그렇게 되지 못하겠지.’
우오린은 무사히 도망쳤을까?
‘스모도가 갔다. 추격하는 건 시간문제야.’
풍장과 키도가 따라갔지만 아몬이란 마족은 다른 군단장과 기질이 달랐다.
‘단지 강한 게 아니야. 뭔가 이상한…….’
간도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수도의 외성 문 쪽에서 괴음이 밀려들었다.
크아아앙!
천공을 울리는 메아리에 마족 정예병들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지?”
발칸이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급격하게 변하는 군중기만으로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염병할. 대체 이게 뭐야?”
군중기는 전장에 있는 각각의 의지를 통합적으로 읽어 내는 거대한 흐름이다.
그리고 지금 발칸이 보고 있는 흐름은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에나 볼 수 있는 형태였다.
‘화산이라도 폭발했나?’
설령 그렇더라도 마족들의 군중기가 이토록 겁에 질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재앙이 아니야. 감정이다.’
분노.
거대한 감정이 마족들의 투기를 해일처럼 집어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호위병만 남겨 두고 전부 투입해. 저게 뭐든, 절대로 여기까지 오게 하지 마라.”
탁월한 판단.
전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이토록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잠시 후, 발칸은 착각을 깨달았다.
‘감정의 영역을 초월했어.’
군중기의 느낌을 이미지로 구현하자 발칸의 고개가 점점 하늘로 올라갔다.
‘이 정도인가? 아니, 더 크다.’
괴물의 형태는 하늘을 배경으로 해도 다 담을 수 없고.
‘더욱 투철하다.’
어떤 것으로도 부술 수 없을 만큼 확고한 의지로 무장하고 있었다.
부관이 소리쳤다.
“군사님! 저기!”
발칸이 황급히 고개를 내리자 비로소 거대한 환영의 실체가 눈에 들어왔다.
을 엔진으로 장착한 살수가 시로네를 등에 태운 채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시커먼 가시들을 창처럼 뻗은 상태였고, 충돌과 동시에 마족들이 터져 나갔다.
‘막을 수 있나?’
훗날 돌이켜 보면 얼굴을 붉힐 정도로 한심한 의문이 발칸의 머리에 떠올랐다.
“제기랄!”
애초에 막을 수 있었다면 이런 비정상적인 군중기가 읽히지도 않았을 터.
시로네가 성을 향해 소리쳤다.
“하비츠-!”
엘리시온의 정신으로 다중 광폭이 시전되자 사방에서 빛의 장막이 중첩되었다.
“크에엑! 크에엑!”
마족들의 뼈가 아무렇게나 뒤틀리더니 종잇장 구겨지듯 고깃덩어리로 변했다.
‘저건 못 막아.’
발칸이 마수의 등에 올라타며 외쳤다.
“폐하에게 가겠다! 안내해!”
날개가 달린 마족이 하비츠를 찾아 나서고, 발칸이 마수의 옆구리를 발로 후렸다.
“달려! 시간이 없어!”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침착하자. 하비츠는 죽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