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93
“성음……!”
순식간에 주위를 살핀 시로네의 눈에 성음은 보이지 않았고 시커먼 관이 서 있었다.
“제길!”
아직 늦지 않았을 것이다.
광천성으로 돌진한 시로네가 기둥에 손을 대고 힘을 주려는 그때.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진강이 버럭 소리쳤다.
동시에 성음이 빠진 진천의 대장군, 오룡장이 각자의 병기를 들고 시로네를 포위했다.
“물러서시오. 아무리 당신이라도 죽일 수밖에 없소.”
시로네는 진강을 노려보았다.
“그만두세요. 제발. 평생을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요.”
시간이 촉박했기에 말은 짧았으나, 담겨 있는 감정은 너무나 거대했다.
“후회할 것이다.”
진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성음도, 죽기 직전까지 후회하겠지. 아니, 성음은 죽을 수도 없다.”
“그러니까……!”
“그래서 뭐?”
진강의 눈이 비정상적인 광기를 내뿜었다.
“후회 따위가 어쨌다는 거냐?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내가, 내 딸이 감당하고 가는 거야!”
“미쳤어.”
“그것 또한 상관없지.”
진강이 손을 내밀었다.
“저자를 끌어내라.”
오룡장의 대장 여달이 자신의 무기인 굉장곤을 휘두르며 시로네에게 돌진했다.
‘쳇! 시간도 없는데.’
타임 바이브레이션을 이용해 최단거리로 여달을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쾅!
그 순간 천장이 무너지며 리안이 시로네의 옆에 착지해 허리를 틀었다.
“흐읍!”
대직도가 가로로 그어지고, 진천 최고의 고수들인 4명이 동시에 물러섰다.
쿠르르르릉!
높이 3미터 지점에서 사방의 벽에 일자의 선이 새겨지며 먼지가 피어올랐다.
대전을 통째로 베어 버린 것이었으나, 완벽한 수평을 이룬 탓에 무너지지는 않았다.
천장이 얹혀 있는 형태였고, 그 위력과 정밀함에 오룡장의 전의가 급속히 꺾였다.
‘마하의 기사.’
시로네가 소리쳤다.
“리안!”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해. 내가 맡을 테니.”
자초지종은 모르지만 시로네가 선택한 일이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모탈 펑션 개방이 완료됩니다!”
진천우주국의 직원이 소리치는 순간, 시로네가 광천성에 다가가 소리쳤다.
“성음! 기다려! 안 돼!”
웅 소리를 내며 광천성의 굉음이 줄어들었다.
관리들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진강의 얼굴에도 일순 이성이 깃들었다.
“성, 성음…….”
시로네가 말을 건네는 그때, 완전히 밀폐된 광천성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안 돼!”
진천우주국의 관리가 소리쳤다.
“광천성 가동 개시! 심령권을 봉인하고 구스타프와 진천의 영역을 연결시키겠습니다!”
“아가씨…….”
뒤늦게 달려온 안찰이 무릎을 꿇고, 오룡장도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황녀님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리안이 소리쳤다.
“시로네! 끝난 거야?”
당연히 아니다.
“갔다 올게!”
이모탈 펑션을 완전히 개방하면 다시는 현실로 돌아올 수 없지만…….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
시로네는 무한의 마법사였다.
야훼의 빛이 괄하게 퍼지면서 시로네의 정신이 무한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정보가 얽히는 느낌이 가히 거대했으나, 시로네는 성음을 놓치지 않았다.
‘저기다!’
정신체의 상태이기에 피아를 특정할 기준은 없다.
다만 시로네의 느낌으로 표현하자면 이면 세계로 향하는 성음의 손을 붙잡은 게 확실했다.
“가지 마.”
지옥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입구에서 성음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와 주었구나, 시로네. 너답다.”
“이럴 필요 없어. 아무리 세상이 지옥 같아도 누군가가 이렇게 되는 건 틀린 거야.”
성음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늦었다. 나는 무한의 마법사가 아니야. 그리고…… 돌아갈 생각도 없어.”
“내가 놓지 않아.”
시로네는 성음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반드시 너를 데려갈 거야.”
정신 레벨에서 일어나는 느낌에 불과하지만, 성음은 미소를 지은 듯했다.
“너와 나네, 그리고 나.”
가장 높은 카르를 가졌던 3명의 경쟁자.
“저마다 존경할 만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지. 하지만 시로네, 관철만이 전부는 아닐 거라고 믿어.”
시로네의 정신이 떨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지 마. 일단 돌아가자. 돌아가서 얘기하면 되잖아.”
성음의 손을 잡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잡은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나네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도 그도, 누구보다 세상을 잘 이해하고 있잖니.”
“알았어. 네가 돌아오면 그럴게. 너를 이렇게 보내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살 수가 없게 돼.”
“그렇지 않아.”
지옥을 없애지 못하는 한, 부처와 야훼는 영원히 대립하게 될 것이기에.
“우리 3명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면…….”
성음의 정신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시로네는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기다려. 제발.”
더 이상 해체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분해된 그녀가 시로네의 정신에서 벗어났다.
“안 돼에에에!”
성음의 마지막 말이 들렸다.
-존경한다, 시로네.
끝까지 자신의 진심을 전하지 못한 그녀의 순수함이 더욱 화가 났다.
“으…….”
지옥으로 떨어진 성음을 느낀 시로네가 모든 이성을 한 점에 집중시켰다.
“으아아아아!”
무한의 영역에서 정신을 차린 시로네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허리를 숙였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
분노.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폭발하면서 시로네를 둘러싸고 있던 야훼의 빛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저, 저건…….”
안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야훼의 화신이 사라지고 있다.’
명백히 인간적인 감정, 그중에서도 엄청난 분노만이 시로네를 이루고 있는 전부.
“……심령권은?”
낮게 깔린 목소리였으나, 진천우주국의 관리는 눈앞이 아찔할 정도로 겁에 질렸다.
“닫, 닫혀 가고 있습니다.”
“가자, 리안.”
리안이 대직도를 어깨에 걸치고 물었다.
“어디로?”
“구스타프.”
시로네의 눈이 전방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전부 죽여 버리겠어.”
박애를 잃어버린 냉혹한 마법사의 말에 장내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 차가운 기운을 접한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하나였다.
‘괴물.’
예상과 달리 난폭하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저 감옥의 문이 열린 게 기꺼운 듯, 세상을 향해 서늘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추녀 (3)
***
진천의 정예 20만의 군대는 거대한 경계선을 사이에 둔 구스타프 제국을 노려보았다.
‘정말로 이게 가능하다니.’
광천성의 공간 왜곡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2개의 제국은 마법의 극치라고 할 수 있었다.
‘황녀님…….’
진천 군대에 퍼진 소문.
성음이 자신을 희생하여 지금의 기회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죽음도 두렵지 않다.’
마족이 몸을 아끼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이유는 지옥 불에서 또다시 태어나기 때문.
하지만 이제는 성음에 의해 차단당했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넘어선 희생은 진천 군대의 사기를 마족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리안은 어느 부대에도 소속되지 않고 시로네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전투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 죽이는 모든 마족의 숫자가 객관적인 전력으로 고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로네…….’
리안은 살기등등한 눈으로 구스타프를 노려보는 시로네를 살폈다.
‘정말로 괜찮겠냐?’
지금 리안이 바라보는 사람은 세상을 구원하는 야훼가 아닌, 복수심에 불타는 1명의 마법사.
분노는 마법사답게 차가웠지만, 100퍼센트 이성적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었다.
“가자.”
진천의 대장군 오룡장이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시로네는 단신으로 경계선을 넘었다.
거대한 바다를 통째로 뛰어넘는 한 걸음.
순간 이동을 시전하며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시로네를 리안이 뒤따랐다.
“후우! 후우!”
마하의 율법으로 돌진하는 모습은 가히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은 속도였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두 사람을 지켜보던 오룡장이 부대에 지시를 내렸다.
“전군 출격!”
거대한 함성 소리를 내며 20만의 군대가 구스타프 제국으로 쳐들어갔다.
“시로네! 너무 빨라!”
순간 이동의 연계와 맞먹는 속도로 따라잡은 리안이 시로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제길!”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시로네의 표정을 본 순간 리안은 확신했다.
‘시로네가 아니야.’
정확히 말하자면 두 가지의 성질을 가진 2명의 시로네가 겹쳐 있는 듯했다.
만물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야훼.
그 불가능한 경지를 한 인간이 담기 위해 받아들여야 했던 것은, 한계를 모르는 분노.
‘정신분열.’
병적인 증상은 아닐 테지만, 하나의 정신이 둘로 분리되지 않고서는 야훼를 잃어버릴 수 없다.
‘보인다.’
구스타프의 황성 마르사크를 100킬로미터 남겨 둔 지점에서부터 마족들의 군대가 펼쳐져 있었다.
시로네와 리안을 발견한 마족 정찰병이 포물선을 그리며 부대로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치 거대한 얼음이 1초 만에 끓어 버리는 것처럼 마족의 군대가 산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적들을 눈에 담은 시로네의 머릿속에 또 다른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
‘좋아하는 일이었고, 행복했으니까.’
물론 마법사로 성공해서 돈도 벌고, 가족들도 더 이상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지.
‘나도 인간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게 뭔지는 알고 있었어.
‘순수성.’
마법 그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