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835
퍼어어어엉!
‘자폭 마법.’
베리크는 쉽게 편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아마도 에이미가 되돌아올 확률마저 계산하고 남겨 둔 마지막 재주.
‘감사합니다.’
멋진 마법사였다.
“깜짝이야. 하여튼 인간은 재수가 없다니까.”
폭발에 밀려난 파크마의 몸에서 뜨거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재수가 없다고?”
에이미는 더 이상 분노하지 않았다.
“웃기지 마. 마법사에게는 죽음조차 계산하에 있는 일이야. 그리고 이것으로…….”
에이미의 몸에서 화인의 불길이 치솟았다.
“네가 살 수 있는 확률도 없어졌다.”
신장 10미터가 넘어가는 불의 거인을 보고도 파크마는 조롱의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무서워라. 하지만 어쩌지? 네 실력은 이미 알고 있는데. 그런 것으로는…….”
화인, 이프리트가 2배 이상 커졌다.
‘관貫.’
그녀의 일도一到는 집중한 상태에서 다시 집중하여 정신력을 증폭시킨다.
‘관!’
그리고 지금, 에이미는 자기상 기억을 끝없이 백업시켜 정신을 공겁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관!’
정신이 열 번째로 관통되는 순간 그녀에게 남아 있던 일말의 이성마저 사라졌다.
‘그러네, 베리크.’
삶의 끝에서 그녀는 웃었다.
‘별것도 아니었어.’
집중이 죽음에 닿는 순간,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이프리트가 불의 파편으로 흩날렸다.
“뭐, 뭐야?”
내심 경계하던 파크마가 다시 찾아온 어둠을 돌아보더니 씩 하고 웃었다.
“크크, 그렇지. 이게 인간의 한계지.”
깨달은 시점은 에이미에게 걸음을 옮길 때였다.
“응?”
대형 도끼의 손잡이를 붙잡고 있는 손에서 자연발화처럼 불이 치솟았다.
“크으으으!”
불은 순식간에 파크마의 전신으로 퍼졌고, 이어서 도끼마저 열에 뚝뚝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너, 너…….”
에이미를 중심으로 온도가 상승하고, 그녀의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타들어 갔다.
화계.
풍경 전체가 불에 타들어 가고 있음을 깨달은 파크마가 땅을 박찼다.
“죽여 버리겠다!”
간절한 목소리였으나, 일격을 채 날리기도 전에 도끼와 함께 육체가 녹아내렸다.
“크아아아아!”
온도 차에 대류가 일어나고, 산소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불의 크기가 더욱 커졌다.
쿠우우우우우우!
그리고 마침내 직경 1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불의 회오리바람이 구름을 뚫고 치솟았다.
“군단장님! 저기!”
10킬로미터 밖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불기둥에, 잠시 고원의 전투가 중단되었다.
가르시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에이미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녀를 가르친 스승으로서 홍안의 가능성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금 당장 병력을 보내!”
이미 비행 마족들이 불기둥이 치솟은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시체라도 회수해야 돼.’
살아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
인간보다 마족들이 더 빨랐으나, 불기둥이 치솟고 있는 한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네가 먼저 들어가!”
“미쳤어? 100미터만 더 접근해도 날개가 불에 타 버릴 거라고! 일단 기다려!”
열기에 익숙한 이면 세계의 주민에게도 지금의 화력은 징벌에 가까웠다.
“약해진다!”
광포한 탄생만큼이나 빠르게 불길이 줄어들자 마족들이 가까이 접근했다.
빠르게 식은 땅이 출렁이는 파도의 형태로 굳어 있고, 에이미가 쓰러져 있었다.
“저기다! 빨리 처리해!”
나신의 육체에 화상의 얼룩이 보였고, 머리카락은 짧게 타들어 가 있었다.
“이미 죽은 거 아냐?”
“몰라! 군단장님이 가서 확인하고 무조건 죽이라고 그랬어. 일단 창부터 찌르자고.”
에이미의 주위를 둘러싼 마족들이 창을 수직으로 세우는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두어라.”
고개를 돌린 마족들의 눈에 충격이 담겼다.
“부, 부처…….”
용암 지형의 굴곡 위에서, 나네가 슈라와 함께 에이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여자인가?”
마족들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어째서 부처가 이곳에?”
깨달음의 마지막 장벽을 깨기 위해 전장을 살피던 나네는 불기둥을 보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부처는 어디에나 있다.”
나네가 마족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자를 창으로 찌르려는가? 생의 의지를 불태운 자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다. 자비를 베푼다면 멸하지는 않으마.”
마족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어떡하지?’
부처는 두렵지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기다리는 것은 군단장의 칼질이었다.
결정을 내린 마족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겁먹을 것 없어. 부처는 사라졌다고. 저건 부처가 아닌 껍데기일 뿐이야.”
나네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렇지.”
“죽여!”
마족들의 절반이 날개를 펄럭이며 쇄도하자, 나네가 검지를 세우며 입을 열었다.
“설법, 파.”
붉은 검 수십 자루가 배후에 부채처럼 펼쳐지더니 마족들을 꿰뚫었다.
“크악!”
단 한 자루도 빗나가지 않았다.
에이미를 등지고 있었던 덕분에 즉사의 각도를 피한 마족이 피를 흘리며 물었다.
“어, 어떻게……?”
언덕에서 내려온 나네가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가끔은 부처가 되기도 한단다.”
경지란 그런 것이다.
“…….”
마족이 원통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슈라가 에이미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미약하게 숨이 붙어 있어요. 하지만 화상보다 심각한 건 정신이에요. 얼마 남지 않았어요.”
나네도 동의했다.
“무릇 불이란 자기 소멸의 의지이니라. 화계를 열었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했다는 것이겠지.”
저 멀리서 발키리 군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빨리! 더 빨리 달려!”
슈라가 나네를 돌아보았다.
“어찌하시겠어요? 이대로 인간에게 맡길까요?”
“그들이 살릴 수 있을까?”
“아뇨. 화상은 몰라도 정신은 복구 불능이에요. 차라리 저들에게 시신이라도 수습하게 해 주는 게…….”
“나는 할 수 있다.”
부처의 경지에 오른 자라면 에이미의 망가진 정신도 되돌릴 수 있을 터였다.
슈라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 여자는…….”
“그래.”
박애의 상징인 야훼, 그 시로네가 마음속에 가장 크게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적이잖아요, 어떤 의미로는? 깨어난다고 해서 우리에게 호의적일 것 같지는 않아요.”
“죽음 앞에 인간은 평등한 법.”
나네가 두 손을 내밀자 에이미의 몸이 둥실 떠올라 그에게 날아왔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운 그녀가 마지막에 떠올렸던 것은 공일까, 애일까? 나는 듣고 싶구나.”
슈라도 궁금했다.
“대장님! 저기에 있습니다!”
마법부대가 순간 이동을 연거푸 시전하며 빠르게 날아드는 게 보였다.
“그만 떠나자.”
나네가 몸을 돌리자, 슈라가 손을 휘둘러 게슈탈트 마법을 시전했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10초가 되지 않아 부대가 자리에 도착했다.
“없잖아? 분명 사람이 있는 것 같았는데…….”
최초 보고자는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착각한 거 아냐? 그러고 보니 땅의 왜곡이 엄청나군. 얼마나 큰 불이면 이렇게 되지?”
“하지만 마족들이 죽어 있잖아요. 그렇다면 대체 누가 이들을 죽였죠?”
“생각은 나중에 해. 일단 찾는다. 모두 흩어져서 일대를 샅샅이 수색해라!”
“네!”
마법사들이 10분 정도 탐색 작업을 하는 그때, 지평선 쪽에서 공간 이동의 굉음이 들렸다.
“제길! 저곳인가?”
“대장님! 마족이 오고 있습니다!”
결국 발키리 대원들은 에이미의 시체를 수습하지 못하고 부대로 복귀했다.
다가오는 재앙 (3)
***
베크로스 왕국은 열도 10왕국 중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국가였다.
섬에 사는 인구는 대략 200만으로, 어업이 발달했고 남부의 여유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섬의 남동쪽 아르아르 마을에서, 시로네는 기분 좋게 잠에서 깨어났다.
“으음.”
따듯한 햇볕과 시원한 파도 소리가 지친 육신에 활기를 불어넣는 듯했다.
“정말 잘 잤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또다시 깨달은 시로네가 상체를 벌떡 세웠다.
“뭐야!”
모르겠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침대에서 벗어나 문을 열자, 구릿빛 피부의 아이들이 공놀이를 멈추고 손을 흔들었다.
“시로네 형, 일어났어?”
포말을 일으키는 바다는 보는 것만으로 속이 확 트였지만, 머릿속은 점점 꼬여 갔다.
‘또 여기야.’
남부 대륙에서 페르미를 만나고, 상아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도 10왕국으로 건너왔다.
‘코로나 왕국으로 점프하려면 베크로스 터미널을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르기 때문이지.’
여기까지는 확실했다.
‘그런데…….’
시로네가 센 것만 해도 벌써 10일이 지났다.
“어째서 빠져나갈 수 없지?”
마을에 갇혀 버린 것이다.
“오늘도 역시네. 시로네 형이 떠나지 않으니까 그렇지. 이번에도 꿈꾼 거지?”
시로네는 10살 남짓의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마이콘.”
기억이 난다.
처음 아르아르 마을에 도착했을 때 점심을 챙겨 준 부부의 아들이었다.
“내가?”
“응. 날마다 시간이 없다느니 하면서 결국 하루 더 쉬었다 간다고 말하잖아.”
그랬던가?
“아…….”
시로네는 어젯밤에 자정이 넘도록 주민들과 파티를 벌인 기억을 떠올렸다.
‘그랬었지.’
밤을 밝히는 횃불, 생선이 지글거리는 냄새, 술과 만찬, 웃고 떠드는 사람들.
모든 것이 생생했다.
“푸하하하! 자네 정말 유쾌하구먼. 마법사는 차갑고 무뚝뚝한 줄 알았더니.”
촌장 베그파가 맥주잔을 들이밀었다.
“에이, 아니에요. 놀 때는 놀아야죠.”
이미 술에 취해 콧잔등이 빨개진 시로네가 맥주잔이 깨지도록 건배했다.
“그래, 맞아. 세계대전 중에도 이 마을은 안전하지. 예전부터 침략을 당한 적이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