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854
“네가 원하는 건 전부 다 해 줄 테니까!”
울지 마라.
“피해!”
프리드는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온 힘을 다해 반대편으로 땅을 박찼다.
“빌어먹을……!”
그러나 가올드의 에어 프레스가 작렬하는 순간, 헛수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깨 위에 얹혀 있는 공기의 무게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는 느낌은 끔찍함의 극치.
‘전부 죽는다.’
쿠우우우우우웅!
낮은 굉음이 지면을 두들기고, 4명의 오대성은 주저앉은 채로 주위를 살폈다.
“뭐, 뭐야?”
아무것도 파괴되지 않았다.
‘대기가 급속도로 퍼졌어.’
아마도 임팩트 지점이었을 자리에는 태성이 창백한 얼굴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그녀의 치마를 펄럭였다.
“살려 주지. 대신에…….”
턱을 치켜세운 가올드가 말라붙은 입술로 건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를 전장으로 데리고 가라.”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가올드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됐냐?”
미로의 환영이 혀를 삐죽 내밀며 웃고 있었다.
결국 인간 (3)
***
심연의 절벽.
규모 12.4의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더 이상 골짜기가 아니었다.
파동에 휩쓸린 대지가 찢어지면서 끝을 알 수 없는 절벽들이 형성되어 있었다.
“크으으으!”
그 깊은 절벽의 밑바닥에서 유정이 크게 허공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검은 흙먼지를 뒤집어쓴 그녀의 눈에서 금안이 무섭게 번뜩이고 있었다.
“이런 씨…… 컥! 컥!”
목이 베인 자리에서 공기가 새어 나왔다.
‘어디 있어?’
마족들의 시체가 풍경의 절반을 채우고 있었으나 사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흙먼지를 털어 낸 유정은 야생마처럼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한 올 뽑았다.
‘치유의 선.’
허공에 날린 머리카락이 황금빛을 뿜어내면서 빠르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 빛의 스트링이 새로운 현상을 창출하면서 유정의 목이 서서히 아물어 갔다.
“흐으읍!”
목에 뚫린 구멍이 사라지자 가장 먼저 크게 숨을 들이마신 그녀는.
“이 개자식아!”
눈을 부릅뜨고 일갈을 내질렀다.
“숨어 있지 말고 나와!”
욕설의 메이라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으나 마족들의 시체는 침묵할 뿐이었다.
“쳇! 도망친 건가?”
유정이 여의봉을 휘돌리며 사탄을 뒤쫓으려는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응?”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돌린 그녀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는 긴장감이 깃들었다.
테스가 20미터 너비로 찢어진 땅의 틈새 너머에서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존자가 있네?”
스파이 가문 엘자인의 딸이기에 지진의 규모와 마족의 동향을 살피기에는 적임이지만…….
‘저 여자는 아니야.’
유정의 등골을 섬뜩하게 만든 사람은 이제 막 테스의 옆에 착지한 리안이었다.
“응? 인간이잖아?”
유정은 눈을 깜박이며 이쪽을 살피고 있는 리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화안금정.’
세상의 진리를 꿰뚫는 눈으로 보자 비로소 섬뜩함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와 똑같다.’
이데아를 깨달은 자였다.
“나는 인간이 아니야.”
유정의 말에 리안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마족인가?”
“돌원숭이다.”
테스가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떡하지? 쇼크 상태인 것 같은데.”
“아니, 사실일 거야.”
어떤 말을 해도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여자였다.
“네가 지진을 일으켰나?”
리안의 질문을 들은 테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규모 12.4의 지진.
심연의 절벽 전체가 무너지면서, 마족의 동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유정이 말했다.
“응. 내가 했는데?”
“…….”
테스의 얼굴이 멍해지고, 서로를 주시하던 리안과 유정이 동시에 물었다.
“누구야, 너?”
다시 정적.
이번에는 리안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는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조사해야 돼. 협조해 줄 수 있겠나?”
“흐음, 협조라.”
유정이 바지춤에 손을 넣고 벅벅 긁어 대자 테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진짜 원숭이야 뭐야?’
유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싫은데?”
“그렇다면 억지로 물어보는 수밖에.”
리안이 대직도를 붙잡는 순간, 그의 눈앞에 유정의 모습이 잔상으로 탄생했다.
‘빠르……!’
생각이 전개되기도 전에 여의봉이 리안의 미간을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고개를 틀어 공격을 피한 리안이 적의 허리를 노리고 대직도를 휘둘렀다.
쿠르르르르릉!
마하의 일검이 세상을 수평으로 쪼갰다.
‘피했어.’
리안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나타샤보다 빠른 느낌은 아니지만 반사 신경만큼은 그녀를 상회하는 듯했다.
유정의 눈이 반짝거렸다.
‘정보를 공격하는 거구나.’
물리력에 면역인 그녀가 하비츠의 검에 목이 베인 이유를 깨달았다.
“그렇다면…….”
머리카락을 뽑은 그녀가 후 하고 불자 스트링 현상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분신이 생겼다.
“저건 또 뭐야?”
하늘을 가득 채운 상태로 추락하는 모습에 리안이 이를 악물고 검을 쳐올렸다.
거대한 섬광이 지나가면서 시야가 열리고, 그 사이로 유정의 실체가 추락했다.
“키이이이이!”
유정이 여의봉을 수직으로 휘두르는 순간 길이가 늘어나면서 리안의 대직도를 강타했다.
“크으으으으!”
충돌의 순간 깨달은 것은 족히 수십 톤의 무게라는 것이었고, 심지어 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고작 이거야?”
두 다리가 무릎까지 땅에 파묻힌 리안이 대직도를 번쩍 들어 올리는 그때.
‘무게가 없어.’
여의봉을 빛의속도로 줄인 유정이 땅에 착지해 한 바퀴를 회전했다.
“묘법연화.”
두 다리를 크게 벌리고 쭉 하고 여의봉을 내밀자 산탄처럼 잔상이 뻗어 나갔다.
퍼퍼퍼퍼퍼퍼펑!
리안의 육체에 수십 개의 구멍이 터졌다.
“끝.”
의미심장한 미소로 테스를 돌아보는 순간, 유정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동료의 죽음 앞에서도 담담한 얼굴에 이상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후우우우!”
소름을 느끼며 시선을 돌린 곳에, 어느새 몸이 재생되고 있는 리안이 서 있었다.
우드득! 우드득!
근섬유가 비틀리면서 야차의 육체로 돌변한 리안이 대직도를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막아야…….’
유정은 봉을 거두고 머리를 방어하려고 했다.
‘어라?’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어? 어? 어?’
리안의 뒤편으로부터 세상이 열리면서 베는 의지가 밀려들고 있었다.
유정이 악을 질렀다.
“키야아아아!”
가까스로 시간에 맞춘 여의봉의 중심부를 대직도가 벼락처럼 내리찍었다.
“……!”
유정의 동공이 흔들리고, 형용할 수 없는 위력이 두 팔로 밀려들었다.
쩍.
천 분의 일초를 다시 천 개로 나눈 시간에서 여의봉이 쪼개지는 게 보였다.
‘아아.’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일격.
‘저기에 맞으면…….’
오금이 짜릿해지는 기분을 느끼는 그때, 대직도가 미간 앞에서 우뚝 멈췄다.
“왜 피하지 않지?”
“응?”
원숭이처럼 입술을 벌리고 있던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물러섰다.
“아차차.”
너무 심취한 나머지 리안의 검이 자신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찝찝해.”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구부린 유정이 허벅지를 앞뒤로 계속 비벼 댔다.
대충 수습을 끝낸 그녀가 둘로 쪼개진 여의봉의 반쪽을 버리고 리안을 겨누었다.
“너, 이름이 뭐야?”
“오젠트 리안. 너는?”
“나는 손유정.”
진천 제국의 이름 같았으나, 저런 강자라면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다.
“어디에서 왔지?”
유정이 하늘을 가리켰다.
“천계. 너는 특별히 마음에 드니까 말해 줄게. 천국의 군대가 내려와…….”
거대한 음성이 하늘에서 폭발했다.
“손유정!”
심장을 파고드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천사장 이카엘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유정이 고개를 쳐들고 송곳니를 드러냈다.
“쳇, 저 아줌마는 왜 온 거야? 이제부터 제대로 놀아 보려고 하는데.”
“손유정. 방종은 이해할 수 있지만 천도의 법을 어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용납할 수 없으면 어떡할 건데?”
이카엘의 눈이 부릅떠지자 유정의 몸이 돌처럼 굳어지기 시작했다.
“크으으으으!”
“부처가 아니라도 너의 자유를 구속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 번만 더 내 뜻을 거스르면, 그때는 생물의 자격을 박탈시켜 주마.”
유정의 시선이 리안에게 향했다.
“쪽팔리게……!”
여기서 한판 붙어 버려?
“그렇게 된 거군.”
리안이 이카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천국의 군대가 침투했다는 것은, 이미르도 이곳에 와 있다는 뜻인가?”
그 순간 유정의 구속이 풀렸다.
“키이이! 확 그냥……!”
몸을 뜨겁게 달군 그녀가 하늘로 솟구치려는데 이카엘이 입을 열었다.
“그대가 리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