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880
“협회장님, 정말 보내실 겁니까?”
“일단 지켜보지.”
주제 파악도 못하고 설치는 놈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테니까.
망망대해의 한복판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단테는 홀로 평야를 지켰다
‘중앙 연산 마법진.’
대군을 눈에 담은 그가 파스칼을 발동하자 직경 200미터가 넘는 마법진이 생겼다.
“크으으으!”
이어서 수를 셀 수 없는 마법진이 회전하며 떠오르더니 3차원 맨션으로 조립되었다.
“군사님! 저기!”
발칸은 선봉대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젠장! 저건 또 뭐야?”
레이저가 그물처럼 펼쳐지고 별빛이 자글자글 끓고 있는 모습도 놀랍지만, 문제는 크기였다.
‘뭔가 거대한 것.’
단테의 눈이 부릅떠졌다.
“인포메이션 캐슬!”
별빛이 폭발하듯 백광을 발산하더니, 믿을 수 없는 크기의 물체로 탈바꿈했다.
“응?”
지상에 드리워진 그늘을 깨달은 마족들이 동시에 고개를 높게 쳐들었다.
“성이잖아?”
현실에서나 볼 수 있는 실물 크기의 고성이 등장하자 황당함이 앞섰다.
“어차피 마법이야! 그냥 밀어 버려!”
마치 초대형 범선에 돌진하는 멸치 떼처럼, 마족들은 돌진의 속도를 높였다.
-인포메이션 캐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용자 설정 모드로 들어갑니다.
단테는 통제실의 의자에 앉아 전방에 있는 멀티스크린을 통해 마족을 살폈다.
사각이 없는 것은 물론 클로즈업이나 고시야각의 어라운드 뷰까지 제공했다.
“자동 관제 및 타격. 타격 우선순위는 가까운 거리부터. 화력 레벨 최대치.”
-설정되었습니다. 승인 암호를 입력하세요.
단테가 깍지를 끼고 손을 풀었다.
“놀이터.”
-수성전에 돌입합니다. 타격 대상 287개체 확보. 포화까지 4초, 3초, 2초…….
“제대로 놀아 볼까?”
안내 음성의 카운트가 끝나는 순간, 외성 벽에 있는 3천 개의 포문이 열렸다.
***
이카엘이 거핀을 데리고 떠난 이후로 천국은 일대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앙케 라는 이카엘이 떠난 이유에 대해 함구했지만 천사들은 짐작하고 있었다.
‘모든 게 인간 때문이야.’
인간에 대한 증오가 정신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을 무렵에는 확장 정책이 유행했다.
우주 각지로 거인들이 전송되었고, 시로네가 살던 세계에 거인이 들어온 것도 이 시점이었다.
일화의 술 6단계에 도달한 거인은 구름까지 닿는 몸을 분해하여 인간을 번성시켰다.
새로운 인류.
하지만 오래전에 이곳에 정착했던 아담과 릴리스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거대한 시간이 흐르고.
오메가 987년.
천사장의 부재를 딛고 일어난 천국은 역사상 최고의 번성을 자랑했다.
거인과 요정 외에 신민들의 도시가 생기고, 타락천사들은 따로 관리되었다.
“하아.”
그러던 어느 날, 시름에 잠겨 있는 사티엘의 등 뒤에서 무언가가 일어났다.
“뭐야?”
즉각 돌아서자 수십 개의 유리판이 반투명한 경계선을 드러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퍼즐처럼 아슈르의 육체가 맞춰지고, 유리판이 사라지면서 실물이 걸음을 옮겼다.
“사티엘 님.”
“아, 아슈르?”
감히 3각 마라가 대천사의 방에 능력으로 침투해서 놀란 것이 아니다.
‘이카엘.’
퍼뜩 정신을 차린 그녀가 아슈르에게 달려갔다.
“어떻게 된 것이냐? 천사장님은 무사하셔? 그리고 거핀은? 그 사람은 어떻게 됐지?”
“모두 무사합니다. 다행히.”
사티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아? 만약 무슨 이유가 있어서 못 돌아오시는 거라면…….”
“이카엘 님이 찾으십니다. 만약 동행할 의사가 있으시다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말을 멈춘 사티엘의 눈이 좌우로 움직였다.
“앙케 라 님께 보고 없이?”
“네. 그래서 제가 온 것입니다.”
거핀의 헥사만큼 영구적이지는 않지만, 신호를 차단하는 것은 아슈르도 가능했다.
“후우!”
볼을 부풀리며 크게 숨을 내쉰 사티엘이 갈등하며 방 안을 돌아다녔다.
‘가능하면 거절했으면 좋겠다.’
사티엘이 인간의 편에 섰다고 해도, 천국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존재를 데려가는 건 위험한 일.
하지만 이카엘은 사티엘을 만나야 할 이유가 있었고, 그도 머리로는 이해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만약 불안하시면…….”
“가겠다.”
결정을 내린 사티엘이 다가왔다.
“지금 만나야겠다. 나를 천사장님에게 데려다 다오.”
여전히 이카엘을 천사장으로 부른다는 것만이 아슈르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네. 그럼 결례를 무릅쓰고.”
아슈르가 시그널을 발동하자 어디로 봐도 평면이 되는 수백 개의 유리판이 그들을 가뒀다.
‘이동.’
청명한 소리를 내며 모든 유리판이 깨지는 순간, 이미 그들은 자리에 없었다.
“여긴 어디지?”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한 사티엘은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오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설명 없이 아슈르가 길을 재촉하자, 사티엘도 군소리 없이 뒤를 따랐다.
지금은 이카엘을 만나는 게 우선이었다.
‘거핀도 있을까?’
근거 없는 설렘을 느끼며 숲을 가로지르는데, 아슈르가 절벽에 뚫린 동굴 앞에 섰다.
“이카엘 님, 사티엘을 데려왔습니다.”
“그래. 어서 들어오라고 해.”
아슈르가 길을 비켜 주자 사티엘이 긴장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성광체가 아니더라도 내부는 밝았고, 동굴의 끝에 도착한 그녀는 꿈에 그리던 사람을 보았다.
“거핀…….”
칭얼대는 갓난아이를 달래느라 정신이 없던 그가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야, 사티엘. 오랜만이네?”
그때까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의 아이? 누구지?’
천사의 사고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사건이었기 때문이리라.
“사티엘.”
정신을 차린 그녀가 이카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천사장님! 어찌하여 이런 누추한 곳에 숨어 계십니까! 저와 함께 천국으로 돌아가시지요.”
“그래, 고맙구나. 하지만 그 전에 너에게 먼저 말해야 하는 사실이 있다.”
이카엘이 거핀에게 두 손을 내밀었다.
“저에게 옮겨 줘요.”
“잠깐만 기다려 봐. 이 녀석 오줌 싼 거 같은데? 기저귀 또 갈아야 되잖아?”
“괜찮으니까 줘요.”
거핀의 손에서 이카엘의 손으로 옮겨지는 아이의 모습을 사티엘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천사장님, 그 아이는?”
“내 아이다.”
사티엘은 모르는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이카엘은 너무나 행복한 미소로 아이를 안고 있었다.
“믿기니, 사티엘? 내 아이야. 나와 거핀이 연결되었다는 증거다.”
사티엘의 입이 벌어졌다.
“어, 어떻게 천사가 인간의……?”
거핀이 머리카락을 쓸어 내며 입꼬리를 올렸다.
“후후! 역시 나는 천재라니까. 헥사의 기술이지. 특별히 아가페라고 부르겠어.”
사티엘은 비로소 현실을 파악했다.
“천사장님이 거핀과…….”
몸을 틀어 아이의 얼굴을 보여 준 이카엘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나와 거핀이 성공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이어질 수 있어. 누구 하나 소외받지 않아도 된다.”
물론 그렇지만.
“사티엘, 우리를 도와 다오. 우리의 아이가 증거이니 앙케 라 님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갈 수 있어. 여기가 끝이 아니다.”
당연히 그렇겠지만.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너밖에 없기 때문이야. 기나긴 세월 동안 인간을 위해 싸워 준 네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해내지 못할 것이다. 부탁한다, 사티엘.”
단지 두 사람의 축복으로 끝나기에는, 그들이 이룬 결과가 너무나 경이로웠기에.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카엘이 다정한 눈빛으로 덧붙였다.
“이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 주지 않겠니?”
“이름.”
천사에게서 태어난 인간.
이데아에 링크될 수 있는 존재였으니, 이름을 가질 자격은 차고도 넘쳤다.
하지만 이카엘의 말을 듣는 순간 사티엘의 성광체에 처음으로 떠오른 말은.
‘……왜?’
그리고 이 시점에서, 시로네는 오메가의 기록을 받아들이는 것을 중단했다.
오감을 넘어 11감으로 받아들이는 기록은 인간의 기준으로 선명하지 않지만…….
‘느껴진다.’
오히려 그렇기에, 인간의 사고를 초월하는 진정한 선명함으로 시로네에게 다가왔다.
‘거핀과 이카엘이 얼마나 이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지, 모든 것으로 느껴져.’
그렇기에 차마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나는 알고 있다.’
이카엘의 아이가 결국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채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음을.
‘아주 먼 시간이 지난 뒤의 사티엘이 얼마나 표독스럽게 인간을 증오했는지도.’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충분히 짐작이 갔다.
‘하지만…….’
이제 곧 죽음을 맞이할 저 아이는 시로네가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고르가 시로네의 내면에서 가장 큰 공포를 되살렸을 때, 분명 저 아이의 죽음을 경험했다.
‘주입된 정보가 아니야. 내 기억이었어.’
아이의 시점이었다.
또한 가슴을 움켜쥐고 서럽게 오열하는 이카엘의 얼굴이 여전히 눈에 선했다.
시로네는 다시 오메가를 받아들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에게 일어난 슬픈 비극 속에서 헥사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기 위해.
꽃밭에서 (2)
***
슬픈 이야기다.
아이의 이름을 지어 달라는 이카엘의 요청에, 사티엘은 일단 승낙하고 천국으로 돌아갔다.
거핀이 물었다.
“괜찮겠어? 사티엘의 성품이야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천국은 만만치 않은 상대야.”
이카엘이 미소를 지었다.
“벌써 잊었어? 당신이 힘들 때 가장 열심히 인간의 편을 들어 줬던 천사가 누구지?”
거핀은 할 말이 없었다.
“그건 알고 있지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당신과 내가 있는데 감히 누가 이 아이를 해치겠어?”
천사들의 수장인 이카엘과 신에 준하는 능력을 가진 거핀은, 천국 최강의 부부였다.
“설마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이카엘의 농담에 비로소 웃음기를 되찾은 거핀이 턱을 지켜들었다.
“하하! 내가 무서워하는 건 당신밖에 없지. 그럼 어디…… 강적을 쓰러뜨려 볼까?”
거핀이 상체를 내밀자 이카엘이 아이를 보호하며 허리를 뒤틀었다.
“잠깐! 우리 아기!”
황급히 동작을 멈춘 거핀이 아이를 살피자 아빠를 향해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걱정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