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912
“이루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눈이 크게 뜨였다.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 듯이 빠르게 뛰고, 환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가 들렸다.
“이루키, 나야. 들어가도 돼?”
시로네의 목소리였다.
페이스 투 페이스(1)
규정외식 트라이앵글 필드.
삼각의 정에서 탄생한 타노테는 요정 72계급 중 기하계에 속하는 중진으로, 3개의 점을 직선으로 연결한 형태를 관장한다.
삼각형이 가진 율법은 ‘최초의 갇힘’으로, 고대의 인간들도 화살(관통), 도자기(저장), 칼날(절삭) 등 수많은 개념을 이 형태에 가두었다.
조금 더 고차원적으로는 마라의 정신을 담은 삼각형의 뿔이 있고, 가장 높은 곳에는 ‘실재’를 뜻하는 삼위일체가 있었다.
“호호호! 애석하게 됐구나! 떨어뜨린 게 뭔지는 모르지만 천사장님이 필히 수거하라고 하셔서 말이야.”
물론 타노테가 다루는 것은 고차원적인 정신이 아닌, 삼각이라는 형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트라이앵글 필드가 여러 번 중첩되자 네이드는 손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제길!”
타노테는 네이드의 주위로 3개의 포인트를 찍으며 움직였고, 그럴 때마다 붉은 선이 활성화되면서 구속력이 막강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능력이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돼.’
근육에 이어 감각까지 마비되고 있었다.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시선으로 아래를 살피자, 원소 폭탄은 점처럼 작아진 상태였다.
‘이루키.’
솔직히, 알고 있었다.
원소 폭탄이 무사히 터진다고 해도,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는 놈이 아님을.
‘그래서 나도 죽을 수 있는 거야.’
생명을 초월하는 간절함이 전신을 장악하자, 네이드의 육체에 전류가 흘렀다.
“크으으으!”
통증을 수반하는 전기신호가 흐르면서, 마비되었던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어, 어떻게?”
트라이앵글 필드를 연속으로 발생시키고 있던 타노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화신?’
삼위일체에 담기지 않는, 율법의 수 4에 해당하는 현상.
네이드가 이를 악물자 주위에 펼쳐진 수백 개의 붉은 선이 툭툭 끊어지기 시작했다.
‘미안해, 리즈.’
여러모로.
‘너에게 거짓말만 하고 떠나는구나.’
마력동화-뇌신전생.
“크아아아아아!”
이성이 날아가는 것을 느낀 네이드가 괴성을 지르자, 트라이앵글 필드가 파괴되었다.
이어서 전기로 이루어진 화신이 네이드의 육체에서 용틀임을 하며 솟구쳤다.
타노테가 공포의 비명을 질렀다.
“끼야아아아!”
시야를 완전히 차지한 뇌신의 형태는 망막에 상처가 생길 정도로 흉악하고 날카로웠다.
네이드를 닮은 전기로 얽힌 거대한 얼굴이 다가오자, 타노테의 비명이 뚝 그쳤다.
“억……! 억……!”
쇼크에 딸꾹질이 나왔다.
뇌신에게는 일말의 살의도 없었지만 죽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이유는.
‘자연. 자연의 화신이다.’
최상급 요정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 순정純情의 율법을 느꼈기 때문일 터였다.
네이드의 머릿속 생각이 뇌신의 몸 전체를 통해 굉음으로 폭발했다.
-어리석은 꼬마야.
“히익!”
일말의 이성을 가지고 있는 네이드의 얼굴이 괴물처럼 일그러졌다.
-뭔지도 모르고 건드릴 만큼 하찮은 물건이 아니다.
이루키와 인류의 모든 희망이 담긴 폭탄이었다.
“흑, 흐윽.”
타노테의 작은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고, 두 다리가 오들오들 떨렸다.
그럼에도 위대한 대천사 이카엘의 명을 받았다는 자부심만은 꺾이지 않았다.
“닥쳐! 나는 천사장님의 명에 따라……! 컥!”
뇌신의 손아귀가 타노테를 움켜쥐자, 작은 육체가 퍽 소리를 내며 타 버렸다.
“흐으으으!”
전기를 담은 눈으로 네이드가 지상을 향하자 뇌신이 덩치를 키우며 포효했다.
콰르르르르릉!
파천황에 맞먹는 천둥소리를 일으키자 폭탄을 뒤쫓던 요정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
그들의 맑은 눈동자가 마지막으로 담은 것은, 날카롭고 거대한 전격의 질주.
파스스스스!
뇌신이 지나가는 순간 각다귀 떼가 타들어 가듯 요정들이 전부 재가 되어 사라졌다.
“하아! 하아!”
중력의 가속도를 전기의 속도로 따라잡은 네이드가 폭탄을 몸으로 끌어안았다.
마력동화의 후폭풍이 남은 상태에서도 두 눈은 또렷하게 타이머를 확인했다.
‘11초.’
안도의 미소가 지어졌다.
‘끝났다.’
생의 마지막 10초를 남겨 두고, 네이드의 머릿속에 좋은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
‘환청이 아니야.’
이루키의 눈동자는 겁에 질린 듯, 하지만 그보다 더욱 강한 열망을 담아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잠겨 있고 열쇠 또한 자신에게 있건만, 마치 마법처럼 자물쇠가 풀렸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열 수 있는 문이었다.
다만 이루키의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올 용기와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1명.
아니, 그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굳이 1명을 꼽아야 한다면…….
“시로네.”
활짝 열린 문 밖에, 시로네가 서 있었다.
“너, 어떻게 여기에…….”
이루키의 위치에서 지휘관은 보이지 않았고, 도로시가 애달픈 표정으로 시로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얘기는 들었어.”
시로네가 방에 첫발을 내딛자 이루키의 어깨가 겁에 질린 듯 움찔했다.
“원소 폭탄을 만들었다며. 성공했구나.”
“……돌아가.”
이루키는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위로도, 반박도, 응원도 받고 싶지 않아. 내가 선택한 일이야. 전부 내가 책임질 거라고.”
“원소 폭탄 작전은 좋은 전략이야. 이것으로 많은 마족을 소멸시킬 수 있을 테니까.”
이루키는 그제야 시로네를 바라보았다.
“내 생각에 동의하는 거야?”
시로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루키, 누구도 반대할 수 없어. 네가 아니면 누가 감당할 수 있었겠어? 그렇기에 선택할 자격이 있는 사람도 너뿐이야. 설령 내가 야훼, 무한의 마법사, 상아탑의 오대성이라고 해도 말이야.”
지휘관들이 멍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시로네가 이루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나는 네가 선택한 일에 어떤 판단도 하지 않을 거야.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그저…….”
시로네의 손이 이루키의 어깨를 짚었다.
“친구로서 약속을 지키러 온 거야.”
도로시가 중얼거렸다.
“약속?”
반면에 이루키는.
“아…….”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 턱 끝을 파르르 떨었다.
“……약속.”
시로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약속. 너의 사고가 끔찍한 비극을 초래할 때, 너의 두뇌가 너를 집어삼켰을 때…….”
이루키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막아 달라고. 네가, 네가 나를 막아 달라고…….”
그 순간 뇌의 깊숙한 곳, 정보의 고철들이 쌓여 있는 곳에서 작은 이루키가 튀어나왔다.
마치 바다에 표류한 것처럼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그가,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살려 줘.
“내가 책임질게.”
시로네는 마음의 소리에 응답했다.
“지금까지 네가 감당해야 했던 것들, 전부 내가 책임질 거야. 그러니까…….”
페인이 되어 버린 이루키의 모습을 눈에 담은 시로네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돌아와.”
이루키는 어딘가를 맞은 것처럼 아픈 울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였다.
“윽. 윽.”
경련을 일으키는 육체를 끌어안자 이루키가 처음으로 본심을 털어놓았다.
“무서워. 나, 무서워 죽겠다.”
“이제 괜찮아.”
죽은 나뭇가지처럼 앙상하게 말라 버린 친구의 등을 쓰다듬으며, 시로네는 눈에 힘을 주었다.
“내가 무섭지 않으니까.”
이루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도로시가 달려와 그에게 몸을 날렸다.
“이루키! 괜찮아?”
연인에게 친구를 맡긴 시로네가 천천히 일어서자 도로시가 돌아보았다.
“고마워, 시로네.”
시로네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고 말았지만, 솔직히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었다.
이루키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어떻게 하려고?”
인류의 무게를 내려놓은 것만으로도 눈빛에서 총명함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바슈카까지는 너무 멀어. 지금 몇 시지? 그래.”
서번트는 시계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이미 늦었어. 지금쯤이면 네이드가 원소 폭탄을 떨어뜨리고도 남을 시간이야.”
“걱정하지 마.”
시로네는 뒷짐을 지고 창밖을 돌아보았다.
“내 마음은 이미 그곳에 있으니까.”
***
폭발까지 남은 시간, 10초.
창공으로 향하는 파이몬이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미로 일행을 조롱했다.
“깔깔깔! 어디 쫓아와 보거라, 인간들아!”
원소 폭탄은 여전히 높은 하늘에 있지만, 추락 속도를 생각하면 조만간 조우할 터였다.
‘가장 화려하게!’
한편 네이드에게 당한 요정 부대 또한 천국의 군대 본진에 도착했다.
“죄송합니다. 막지 못했습니다.”
이카엘은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무서운 속도로 추락하는 폭탄을 살폈다.
‘분명 인간의 화력 무기다.’
발칸조차 위력을 상상하지 못했지만, 천사의 스케일은 인간을 초월했다.
‘지상의 상황을 보건대 한낱 불장난 수준은 아닐 테지.’
인간의 도시에는 거인들도 진입해 있기에 가급적 폭탄을 수거하고 싶었다.
‘시간은 충분하다.’
빛의 대천사라면.
“레이엘.”
이카엘이 지시를 내리려는 그때, 나네가 말했다.
“괜찮다.”
나네는 폭탄에는 관심이 없는 듯 바슈카의 아수라장에서 절규하는 인간들을 살피고 있었다.
“지켜보고 싶구나. 이곳은 안전할 것이다.”
부처의 오만함이라고 하기에는, 그가 가진 게 완벽했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는 폭탄에 매달린 네이드는 정신이 아찔했다.
‘8초! 7초!’
그때 지상에서 빠르게 솟구치는 파이몬과 미로 일행이 눈에 담겼다.
‘뭐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에이미였다.
‘네가 왜 바슈카에 있는 거야?’
이제 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네이드는 그 시점에 폭탄에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
5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