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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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을 빠져나온 마차 한 대가 바슈카를 향해 빠르게 달렸다.
이루키가 상석에 앉은 가운데 좌측에는 도로시, 우측에는 아로미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의 침대에…….
“양자 전송?”
시로네가 있었다.
“응. 헥사의 능력이야.”
시로네가 검지를 세우자 육각형의 헥사가 빠르게 돌아갔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능력이기도 하고.”
사실 거핀도 할 수 있었겠지만, 필요가 없었다고 하는 게 맞았다.
“가이아인의 시대에는 모두가 강했어. 단지 무력이 아닌, 뭐라고 해야 할까? 모두가 거핀 같았다고 할까?”
바슈카까지는 시간이 걸리기에 이루키는 차분하게 들을 수 있었다.
“카라토르사에게 오메가를 받고 난 뒤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거였어.”
“현재 인류는 그렇게 강하지 않지.”
“……애석하게도. 그래서 생각했지. 울티마 시스템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하고.”
“그게 조금 전에 네가 설명한 능력이라는 거야?”
이루키는 믿을 수 없었다.
“응. 양자 전송은……. 아, 지금 막 12사도가 도착했다. 아무튼 양자 전송은…….”
도로시가 손을 내밀었다.
“잠깐만. 이해가 안 가서 그러는데, 그러니까 바슈카에도 네가 있고, 이곳에도 네가 있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거야?”
시로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둘로 분리된 것이 아니야. 이 세계에 나는 오직 하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너는 지금…….”
“그래, 바슈카에도 내가 있지. 음, 이걸 쉽게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손가락을 튀긴 시로네가 말했다.
“사실 바슈카라는 도시는 없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흐음.”
이루키가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시로네가 창문을 가리켰다.
“도로시, 지금 밖에 무엇이 있을 것 같아?”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
“글쎄, 산이나 숲? 동물이나 뭐…….”
말을 멈춘 도로시가 눈을 깜박거렸다.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그래. 적어도 관찰자인 우리에게는.”
시로네가 커튼을 젖히자 넓은 초원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관찰을 하는 순간, 세계가 탄생하게 되는 거지.”
문외한인 아로미가 순진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엄청나게 빠르게 커튼을 젖히면 어떡하나요? 그러니까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요. 그럼 아무것도 없는 게 확인될까요?”
“하하.”
시로네가 웃었으나, 나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좋은 질문이라는 느낌이 묻어 있기 때문일 터였다.
“상식적인 상상은 그렇죠. 하지만 사고의 영역까지 확장하면,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절대로 배경 신호를 추월할 수 없어요. 단단한 벽에 갇혀 있거든요.”
“그 벽이 뭔데요?”
“시간.”
“아…….”
“광속 장벽이라고 합니다. 이 세계를 이루는 기본 신호는 광자예요. 빛이 빨라서가 아니라, 기본이기 때문에 추월할 수 없는 거죠. 따라서 광속은 불변하고, 아무리 커튼을 빠르게 젖혀도 배경을 볼 수 없는 겁니다.”
아로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그러네요. 화살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시간이 멈추면 전진 자체가 안 되니까요. 아, 이런 예시가 맞나요?”
“정확해요.”
아로미의 만면에 미소가 지어졌다.
“후후, 이제 이해했어요. 결국 광자계에 갇힌 모두는 광속을 초월할 수 없는 거군요.”
“네.”
고개를 끄덕인 시로네가 덧붙였다.
“하지만 저는 초월할 수 있습니다.”
“…….”
아로미의 입이 멍하니 벌어진 가운데, 이루키가 피식 웃었다.
“그게 양자 전송인가?”
“응. 마음은 광속을 초월할 수 있어. 실제로 우주의 끝을 상상하는 것은 빛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니까.”
도로시가 물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상상을 하는 거잖아?”
“그렇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지. 실제로 지금도 바슈카는 존재하지 않잖아?”
“그거야 우리 입장인 거고.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네가 유일하고, 바슈카에 네가 있는지 없는지는 관찰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이건 알겠어. 문제는 너야. 서로 다른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느낌이 논리적이지 않은 것 같아.”
“그건 인간이 하나의 정신에 하나의 육체를 가지기 때문이야. 실제로 다른 행성의 생물체는 하나의 뇌가 수백만 마리의 생물을 움직이기도 해. 그들의 논리는 인간과 다르겠지.”
시로네는 손바닥을 펼치고 반대편 손의 검지와 중지를 수직으로 세웠다.
“이 두 손가락은 각기 다른 공간에 있지만, 둘 중에 어느 손가락이 움직이든 나는 즉각적으로 알 수 있지. 물론 정확한 예시는 아니야. 이건 신경을 타고 전해지는 거지만, 나는 양자 신호로 연결되어 있는 거니까.”
“마음이라.”
이루키가 말했다.
“통합적 정신 체계로군.”
“응. 울티마 시스템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야. 물론 나는 1명이기에 시스템이 강화되지는 않아. 다만 적들을 각개격파 할 수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시로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 방법만이 가장 빠르게 인류의 정신을 통합시킬 수 있다는 거야.”
이루키는 깨달았다.
‘이 녀석 정말로…….’
울티마 시스템을 부활시킬 생각인 것이다.
“범위는 상관없는 거야?”
“응. 공간의 구애는 없어. 그게 마음이니까. 단.”
시로네가 다시 손바닥에 검지와 중지를 올렸다.
“결국 마음이야. 두 공간에 있는 내가 서로의 존재를 관찰하게 되면, 하나는 없어질 수밖에 없어.”
손가락이 맞닿는 순간 시로네는 중지를 빠르게 손바닥 바깥으로 이탈시켰다.
“그렇군.”
이루키의 머리가 돌아갔다.
“그럼에도 전략적으로는 충분해. 정리하면, 서로를 관찰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할 경우 네가 설명한 그 현상이 가능하다는 거지?”
“응.”
두 공간에 있는 시로네가 똑같이 말했다.
“동시 사건.”
단테와 에이미, 네이드는 물론이고 미로까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황당한 소리야?”
리안은 이미 이해하기를 포기한 가운데, 독룡 포이네가 폭소를 터뜨렸다.
“껄껄! 젊은 처자가 속고만 사셨나? 우리 메시아님의 능력은 하늘을 감동시킨다오.”
“쯧.”
미로가 고깝게 쳐다보았으나 말이야 바른말이었다.
‘흐음, 그래서 강제로 해산시켰군. 발상의 기반은 울티마 시스템. 확실히 괜찮은 방법이야.’
생각을 마친 미로가 물었다.
“전송의 기준은 뭐야?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좌표를 찍을 수 없을 텐데.”
“맞아요. 관찰자의 양자 신호가 필요하죠. 즉, 사람이 없는 곳은 갈 수 없어요.”
“그거야 뭐.”
시로네의 기동성이라면 얼마든지 넘을 수 있는 벽이었다.
“그럼 이제부터…….”
동시 사건에 대한 설명을 마친 시로네가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와 함께 싸울 팀을 짜도록 할게요.”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
모든 팀에 시로네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 사건(1)
루피스트가 말했다.
“우선 생각해 보자.”
대치는 잠시였지만, 루피스트의 뇌리에는 천국의 군대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신민은 천국에서 독립했고, 영생자는 라 에너미의 사역에 동원되었다가 십로회의 와해로 뿔뿔이 흩어졌지.”
태반은 죽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 앞에 온 것이 전력의 전부. 천사와 마라, 요정과 거인.”
그럼에도 인류의 전력으로는 상대하기 벅찬 게 사실이었다.
세인이 말했다.
“천국만 중요한 게 아니야. 마족의 정예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조만간 마계를 전면 개방할 거야.”
분위기가 심각해진 가운데 시로네가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 현재 상아탑에서 진행하는 인류 구호 활동에 동참할 것. 둘째, 마족을 제압하고 마계에 대비할 것. 셋째, 천국의 군대를 제압하고 본질적으로 나네를 막을 것.”
네이드가 물었다.
“나네? 이미 막은 것 아니었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 어쩌면 우주의 전부에 대해서.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시로네가 에이미를 돌아보았다.
“나네는 에이미를 사랑한다는 거야.”
오직 그 사실만이, 모든 경지의 대립에서 그가 물러섰던 이유일 터였다.
“응?”
에이미를 아는 모두가 돌아보는 가운데 테스가 얼이 빠진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나네가 왜?”
당사자인 에이미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그게…….”
딱히 찔리는 일을 한 적은 없지만, 자초지종을 설명할 기회를 놓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처음 화계를 개방했을 때…….”
시로네의 시선을 의식한 에이미는 살얼음을 걷는 기분으로 전말을 털어놓았다.
“호오.”
설명을 듣자 나네가 시로네와 대치할 때 스스로 물러섰던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그래도 대단하네.”
테스가 말했다.
“세계의 전부가 걸린 싸움이었잖아? 그런데도 에이미를 선택하다니.”
에이미가 반박했다.
“그런 게 아니라니까! 어디까지나 철학적인 문제였고, 그래서 나도…….”
“괜찮아.”
시로네가 웃으며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어. 그리고 마음이 있는 한 어떤 것도 절대적이지 않아. 에이미의 마음 또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거니까.”
“그건 그렇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니까!”
“응, 믿고 있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모든 마음의 작용이야. 만약 나네가 에이미 대신 세계를 선택했다면…….”
대치 상태를 떠올린 시로네가 솔직히 고백했다.
“파편으로 깨진 건 나였을지도 몰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미로가 심각한 얼굴로 하늘을 살폈다.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겠지. 자신의 마음이 세계의 전부와 맞바꿀 정도로 소중한지 판단하기 위해.”
“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제가 부딪힌 나네는, 거의 도달했어요. 어쩌면 지금 당장이라도, 부처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겠죠.”
단 하나의 마음만 정리한다면.
“그래서 동시 사건이 필요한 거예요. 최대한 빨리 인류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지 않으면 그때는 정말로 나네를 꺾을 수 없을 겁니다.”
가르시아가 말했다.
“정말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인간은 모두 다르고, 하나를 정의하는 기준 또한 제각각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조차 그 통합적 정신 체계라는 것에 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물론 인류에 대한 사명감은 투철하지만, 모든 인간을 받아들일 정도로 아량이 넓지는 않았다.
“힘든 일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불가능했다면 나네도 이렇게 번민하지는 않았겠죠.”
단테가 물었다.
“그럼 방법이 있는 거야?”
“아니,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어.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선악공애의 모든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지. 심지어 악조차도 하나의 축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마가 창궐하지 않았다면 세계연합군이라는 게 인류의 역사에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흐음.”
가르시아는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거군요.”
“네. 선악공애의 수레바퀴는 세상의 끝을 향해 질주하고 있어요. 율법은 예측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의 작용까지 분석할 수는 없어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거죠.”
아르민이 물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죠?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면.”
하비츠를 놓친 후에 깨달은 한 가지가 있다.
인생이란 너무나 복잡한 요인들의 총체라서, 생각대로 되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제가 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시로네가 길을 제시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그걸 하시면 됩니다.”
***
끝없는 암흑으로 둘러싸인 대기권 위에서 나네는 가부좌를 틀고 행성을 내려다보았다.
‘시로네를 꺾지 못했다.’
박애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