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921
하지만 오메가를 통해 파악한 베디움은 시로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사람이었다.
‘최강의 히트맨이라는 명성도 표면적으로 알려진 사실에 불과하다. 전 세계를 떠돌면서 국왕만 2명을 암살했어. 장차관급은 47명에 달한다.’
이런 숫자도 시로네가 태어나기 전에 그가 달성했던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은 이유는, 한 번도 배후가 밝혀진 적이 없기 때문에.’
가장 뛰어난 암살자는 유명하지 않은 암살자라는 말이 떠오르는 시점이었다.
“왕자는 지금 어디에 있지?”
로빈스가 베디움과 연결되어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그를 찾아야 했다.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이번에는 아돌프 13세도 눈을 감지 않았고, 시로네는 양자 전송을 시도했다.
‘실패했다.’
양자 전송은 동시 사건이라는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단점도 존재했다.
‘시간과 공간의 좌표를 알고 있다면 공간 이동은 언제나 성공시킬 수 있다.’
광자 신호는 차갑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은 달라. 다른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려면 관찰자의 마음이 작용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것.’
양자 전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로네를 인지하는 마음이 100퍼센트가 되어야 한다.
어려운 조건은 아니다.
가족이라면 30퍼센트 미만의 정보로도 손쉽게 시로네를 확신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로빈스처럼 선험적 정보를 가진 자들은 나를 구체화시킬 수 없어.’
12사도의 대부분을 미리 전략의 요충지에 보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왕족들이 눈치를 보았다.
‘무슨 생각이지?’
포니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듣고도 여전히 자리에 남아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시로네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멍청한 자식.”
아돌프 13세의 어깨가 흠칫했으나, 시로네의 시선은 천장 너머를 향했다.
“후욱! 후욱!”
죽음의 공포를 억누르며 포니는 라이컨의 어깨 너머에 피어오르는 빛을 바라보았다.
‘시로네. 시로……!’
목을 통해 전기가 흘러들자 신경이 널뛰며 사지가 마음대로 펄떡거렸다.
“어디를 봐? 오랜만에 만난 동창인데 죽기 전에 눈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어?”
말과 달리 라이컨의 눈동자는 포니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관찰하고 있었다.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포니의 목을 강하게 짓누르며 허리를 든 라이컨이 사슬낫을 꺼냈다.
“뭐, 그게 인생이지.”
차가운 쇠의 마찰음에 이어서, 사슬낫이 포니의 뇌간을 향해 내리꽂혔다.
“컥!”
손맛을 느끼기 직전, 강력한 충격이 등을 강타하면서 라이컨이 벽으로 날아갔다.
“누구야?”
짐승처럼 웅크리며 사슬낫을 끌어당긴 그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이런, 씨…….”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싫어하는 얼굴이었고, 혐오감까지 더하면 제일이었다.
“포니, 괜찮아?”
시로네는 라이컨의 시선을 외면하고 포니에게 다가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몸은 여전히 쇼크 상태지만 정신을 되찾은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나가자. 일어설 수 있겠어?”
전방에서 스파크가 터지고, 시로네의 등 뒤에서 라이컨이 팔을 휘둘렀다.
사슬낫이 목덜미를 찌르기 직전, 미라클 스트림이 그의 팔을 완전히 휘감았다.
“크으으으!”
힘을 주는 법을 잊어버린 듯 아무리 애를 써도 근육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로네가 일어섰다.
“라이컨.”
라이컨의 팔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자신의 목에 칼날을 깊숙이 걸었다.
“키이이이! 키이이이!”
라이컨이 뱀의 괴성을 내지르며 위협했으나, 시로네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오랜만이다.”
뱀의 소리가 뚝 하고 그쳤다.
“여전히 재수 없군. 아직도 착한 병에 걸려서 이곳저곳 싸돌아다니나?”
“그래. 미안하다.”
누구의 철학이 옳은지 옥신각신 다투던 시절은 이미 지났기에 본론부터 꺼냈다.
“너의 아버지, 베디움은 지금 어디에 있지?”
라이컨은 미라클 스트림을 파훼하려 애썼으나 어떤 노력도 소용이 없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벌어졌단 말인가?’
세계 최강의 히트맨인 아버지에게 훈련을 받았음에도 수준 차이가 너무 심했다.
“이건 마음의 기술이야. 어디까지나 너와 나의 상호작용이지. 네 마음이 지금보다 강하다면 미라클 스트림을 밀어내고 움직일 수 있을 거야.”
“…….”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죽여.”
시로네는 말의 진의를 고민했다.
“크크, 살려 달라고 하면 살려 줄 놈인 거 알아. 하지만 나는 그러기 싫으니까, 죽이라고.”
“왜지? 수치심 때문에?”
“아니. 너한테 목숨을 구원받으면 죽는 것보다 더 싫은 것을 내어놓아야 하거든.”
라이컨이 입가를 찢었다.
“군조 베디움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좋아, 알려 주지. 그렇게 원한다면 말이야.”
순간 시로네의 눈이 크게 뜨였다.
“멈춰!”
미라클 스트림이 깨지면서, 사슬낫이 라이컨의 목을 반쯤 베고 지나갔다.
쭉 하고 핏물이 가로로 튀고, 포니가 충격을 받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
비틀거리는 라이컨이 피를 머금은 입을 열었다.
“크크크. 봐. 내가 이겼지?”
시로네의 마음을 이겨 냈지만, 그 대가로 얻은 것은 자신의 죽음이었다.
“……멍청한 자식.”
시로네의 눈에 슬픔이 차오르자, 라이컨은 틀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암살자다.”
생명이 빠져나간 육체가 쿵 하고 쓰러졌다.
정적이 이어지고, 라이컨의 마지막 말을 음미하던 시로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디움이 올 거야.”
아들을 죽인 시로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미라클 스트림을 깨고, 자신의 목숨을 이용해 나를 죽이려는 전략까지. 그래, 너는 역시 암살자다.”
천하의 악당이지만, 결국 생의 모든 순간을 자신의 신념으로 관철시키고 떠났다.
“악은 강해.”
그렇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포니, 암살자를 고용한 사람은 왕자 로빈스야. 하지만 다른 왕족들도 공범이나 마찬가지야.”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어. 이렇게 빨리 행동에 옮길 줄은 몰랐지만.”
“내가 왔기 때문이야. 그들은 너와 나 사이를 견제하니까. 그리고 나는…….”
시로네는 결정을 내렸다.
“네가 토르미아를 이끌어 줬으면 좋겠어. 앞으로 악과 싸우기 위해서는 네 도움이 필요해.”
“내 도움?”
시로네는 양자 전송의 원리와 울티마 시스템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했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야. 뛰어난 리더가 있다면 훨씬 단축시킬 수 있지. 사람들을 응집시키고 하나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리더 말이야.”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포니가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왕의 자질이 없어. 알잖아, 시로네. 거짓말을 수치스러워하는 사람은 모두를 이끌 수 없다는 걸. 나는 오직 나를 책임질 수 있을 뿐이야.”
“알아. 그래서 너에게 온 거야.”
눈을 깜박거리며 생각에 잠긴 포니의 머릿속에 불현듯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왕이 되면, 나는 왕을 부정하게 될 거야.”
마법사가 지성의 아이라 불리는 이유는,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마저 비판하기 때문이다.
“충분해.”
시로네가 미소를 지었다.
***
바슈카의 시내에서 구호 활동을 하던 시민들이 동시에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우와! 저게 뭐야?”
풀처럼 기다란 초록색의 비늘로 뒤덮인 드래곤이 상공을 날고 있었다.
작고 귀여운 소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도시의 블록 하나를 장악하는 크기였다.
“이쯤에서 하면 되려나?”
적당한 장소를 고른 에이트라가 숨을 들이켜며 브레스를 쏠 준비를 했다.
‘생명의 치유.’
드래곤의 숨결은 천사의 사법 광륜과 비견될 정도로 막강한 능력을 자랑한다.
몸속 특수한 기관에 숨결을 충전시키는데, 충전 시간은 드래곤마다 제각각이었다.
에이트라의 브레스는 12사도 중에서 월등히 높은, 무려 100시간의 충전 사이클을 가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에이트라가 거대한 입을 벌리고 포효하자 황금빛의 강풍이 바슈카를 휩쓸었다.
“아, 아아아…….”
마족에게 부상을 당한 자들의 상처가 아물면서 하나둘씩 몸을 일으켰다.
미로 일행은 충격을 받았다.
‘엄청난 회복력이다.’
바슈카 전체에 브레스를 뿜은 에이트라가 날개를 접으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사람들이 환호했다.
“오오, 위대한 드래곤이시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토르미아에 영광을!”
하루 동안 수차례 기적을 경험하자 마치 토르미아가 신의 선택을 받은 것처럼 느껴졌다.
***
시녀가 일렀다.
“전하, 포니 양이 알현을 청하옵니다.”
왕족들의 눈이 충격에 휩싸이고, 아돌프 13세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어, 어떻게?’
시로네는 분명 이 자리에 함께 있었고, 암살 계획이 밖으로 새어 나간 적도 없다.
포니가 들어오자 온갖 가설은 사라지고 냉혹한 현실만이 뇌리에 꽂혔다.
“젠장…….”
왕의 체신을 잊고 욕지거리를 내뱉었으나, 어차피 왕관을 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포니의 시선이 무릎을 꿇은 왕족들과 기절한 근위병들을 지나 시로네에게 도착했다.
‘정말이네.’
조금 전에 헤어진 시로네를 곧바로 다시 만나자 기억이 오류를 일으킨 기분이었다.
시로네가 왕족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 이 시간부로, 토르미아의 왕위는 포니가 계승하게 될 것입니다. 상아탑의 별이자 통합우주관리부의 오대성으로서, 혈족을 암살하고 남이 세운 공을 끌어들여 국민을 우롱한 자를 왕으로 세울 수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왕족들은 바슈카의 재앙을 해결한 사람이 시로네였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감히……!”
44년의 기다림이 물거품처럼 흩어지자 아돌프 13세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포니! 네가 결국 나를……! 흐윽!”
그 순간 미라클 스트림이 심장에 충격을 주자 왕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쿵 하고 주저앉아 가슴을 부여잡은 그의 눈에는 엄청난 공포가 담겨 있었다.
“허억! 허억!”
시로네가 싸늘하게 말했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국민들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권력을 내려놓으세요. 그러면 나도 당신을 1명의 인간으로서 대할 것입니다.”
“흐으으으…….”
아돌프 13세의 얼굴이 울상으로 구겨졌다.
“죄, 죄송합니다.”
누군가가 목에 칼을 들이대고 협박했어도 이렇게 두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심장, 심장이 멈추는…….’
평생 한 번을 느끼기도 어려운 생소한 자극이 여전히 뇌리에 살아남아 있었다.
“그럼 이제부터…….”
시로네가 말을 꺼내려는 그때.
“전하! 큰일이 났습니다!”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왕성에 있는 모든 귀족 관료들이 쳐들어왔다.
“거인, 거인이……!”
시로네와 포니가 동시에 서로를 돌아보았다.
부재의 존재(1)
바슈카 전역에 브레스, 생명의 치유를 뿌린 에이트라가 미로 일행의 곁에 착지했다.
“후우.”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귀여운 소녀의 모습을 되돌아온 그녀가 땀을 닦으며 웃었다.
“헤헤, 메시아님에게 칭찬받아야지.”
미로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