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926
‘제대로 걸렸다.’
그렇게 생각했다.
강철의 마법이 새겨진 검이 쾅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깨지기 전까지는.
“간지럽군.”
프리드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아.’
이미르의 주먹이 아닌, 빛의 터널에서 웃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었다.
‘아들아, 아빠는…….’
미소가 채 지어지기도 전에 이미르의 주먹이 프리드의 얼굴을 터트렸다.
“프리드!”
목이 없는 시체가 여전히 기립하는 가운데, 아만타가 세계륜을 무섭게 던졌다.
끼이이이잉!
가올드의 바쿰 프레스에 갇힌 상태에서도 이미르는 허리를 뒤틀어 세계륜을 붙잡았다.
“응?”
우두둑 소리를 내며, 바큇살에 끼인 이미르의 손가락이 모조리 부러졌다.
‘됐다!’
세계의 균형.
이미르가 우주의 평균에서 한없이 치솟은 존재라면 최소한 몸통 정도는 날릴 테지만.
“크으으으!”
3개의 손가락이 부러진 상태에서 이미르는 수레바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퍽 하고 세계륜이 부서지는 순간, 아만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미 세상은…….’
균형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기울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타하!”
이미르의 권풍에 아만타의 육체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모두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하.”
아리우스가 허탈하게 웃었다.
‘우주를 감각하지 못할 만큼 강하다면…… 본래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거늘.’
시로네의 눈이 매섭게 치떠졌다.
‘앙케 라.’
얼마나 모순적인가.
세계의 안정을 도모하는 존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100억 가이아인의 통합.’
사용자 대부분의 권한이 하나의 개체에 담겼다는 것은, 힘에 대한 우주적 독점이었다.
‘이대로는 전부 죽을 거야.’
여태까지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싸우는 자들 모두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있기 때문에.
‘모험을 하는 수밖에.’
아타락시아-육탄계.
마음이 초월적으로 증폭하면서, 핸드 오브 갓의 능력치가 거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크윽!”
이미르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하지만 역시나 시로네 혼자만의 울티마 시스템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빨리! 육탄계라도 오래 유지할 수는 없어요!”
미로가 소리쳤다.
“가올드! 눌러!”
에어 프레스가 즉각 시전되고, 또다시 거인의 육체가 깊숙한 땅에 파묻혔다.
“지금이야! 공격!”
모든 화력이 이미르에게 집중되는 순간의 위력은, 전송 마법사들의 기준인 G3급에 육박했다.
“이 자식들이!”
천수관세음의 손바닥을 유리처럼 깨고 튀어나온 이미르가 태성에게 돌진했다.
“죽여 주마!”
더 이상 그를 막아 낼 수단이 없었고, 거대한 주먹이 태성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겼다!”
쿵!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던 시로네 일행의 눈에 충격이 휘몰아쳤다.
“어, 어떻게?”
이미르의 주먹이 태성에게 도달하지 못한 채 허공에서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테스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리안!”
태성의 앞에 사람의 형체가 흐릿하게 보이더니 생물의 조직들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최후의 발악이냐?”
이미 꺾은 적에게 흥미가 없는 이미르는 차가운 태도로 힘을 증폭시켰다.
“응?”
팔이 뻗히지 않았다.
“크으으으!”
끝을 모르고 치솟는 힘이건만, 리안의 정신 또한 똑같은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신적초월.’
그렇게 하고자 하면, 그렇게 해 버리는 것.
‘상상하지 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순간, 사고의 세계는 닫히는 것.
‘나라는 형태를 완벽하게 지운 상태에서…….’
육체의 궁극적 경지.
‘도달하면 그만이다!’
신적초월身的超越-신적초월神的超越.
이데아의 대역폭이 확장되자,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신호가 쏘아졌다.
리안의 육체가 순식간에 복귀되고, 이미르의 주먹을 붙잡은 채로 뒤틀었다.
“크윽!”
팔이 뒤틀리는 시간은 찰나였지만, 이미르가 처음으로 힘에 굴복한 사건이었다.
‘지금이다.’
태성이 두 눈을 빛내며 팔을 벌렸다.
“오망성의 율법.”
빛으로 변한 5개의 펜던트가 이미르의 손과 발목, 목에 수갑처럼 채워졌다.
“전송.”
우주 먼 곳의 행성들이 이미르의 신체를 끌어당기자 사지가 활짝 열렸다.
“크아아아아!”
목에 핏줄이 선 이미르가 힘을 주자 팔다리가 조금씩 몸의 중심으로 움직였다.
“빌어먹을!”
하지만 결국 손과 발, 목에 걸린 행성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다시 육체가 펼쳐졌다.
‘안 되겠어.’
이대로 고집을 부리며 버티다가는 얼굴과 팔다리가 뜯어져 나갈 터였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낸 이미르가 몸을 부르르 떨며 태성을 내려다보았다.
“기다려라.”
말이 끝나는 순간, 5개의 별과 함께 이미르의 몸이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미네르바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죽은 건가요?”
“아뇨, 애석하게도.”
잠시 무언가를 느끼고 있던 태성이 심각한 얼굴로 눈앞에 비전을 펼쳤다.
“직접 보세요. 이미르는 이런 상태입니다.”
미로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세상에…….”
아득하게 넓은 우주 한복판에, 이미르가 오망성의 포인트에 고정된 자세로 떠 있었다.
테스가 물었다.
“저기 반짝이는 것이 별이란 말인가요?”
“별이 아니야.”
시로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은하야.”
이미르의 얼굴에서 발까지 이르는 거리에 수십 개의 은하가 걸쳐져 있었다.
“네. 별의 열쇠를 사용하면 공간을 왜곡시켜 행성으로 전송되죠. 이것으로 이미르의 사지를, 어쩌면 목을 이탈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로네가 말했다.
“공간의 왜곡을 크기로 덮어 버린 것이군요.”
“네. 그가 가진 모든 힘을 거대화에 쏟아부은 결과입니다. 당연히 완력은 0에 수렴하죠. 당분간은 괜찮을 거예요.”
미로가 동의했다.
“하긴 손가락을 하나 움직이는 신호를 보내려고 해도 우주를 건너야 하니.”
비전에 비친 이미르가 어깨를 들썩였다.
“크크크.”
우주 공간이라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고개를 돌린 그의 눈동자만 봐도 소름이 돋았다.
‘저 눈이 은하보다 크다고?’
이미르가 입술을 움직였다.
“너무 기뻐하지 마라. 힘은 약해졌지만, 오망성의 행성도 내 세포보다 작아졌으니까.”
입 모양만으로도 들을 수 있었다.
“어딘가에 있겠지. 내 힘이 그곳에 집중되는 순간, 봉인은 풀리고 너희들은 파멸이다.”
이미르의 눈이 부릅떠졌다.
“으아아아! 으아아아!”
전신에 힘을 전달하는 기합 소리가 육체를 타고 은하와 은하 사이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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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지옥(1)
바다가 굉음을 내며 상처를 수복하는 가운데 시로네는 수평선 쪽을 바라보았다.
시야 끝에서 수많은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곳에서야 별빛이지, 막상 다가가면 눈으로 측량할 수 없는 거대한 충격파일 터였다.
‘이카엘이 싸우고 있어.’
천사가 강한 이유는 원천 개념, 즉 그들의 능력에 목적이 수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파괴의 대천사는 그저 파괴하고, 탄생의 대천사는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다.
한계가 없는 개념의 확장성이야말로 천사의 강점이지만, 이제 삼라만상을 통달한 시로네의 눈에는 그들이 가진 유일한 한계가 보였다.
‘우주.’
설령 유리엘이라도 우주에 없는 것을 파괴할 수는 없고, 카리엘이 무엇을 창조하든 결국 우주 안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 되어 버리는 것.
하지만 이카엘은 다르다.
증폭에는 우주를 초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실제로 거핀에 의해 증명되었다.
수평선 쪽의 별빛이 갑자기 은하수처럼 퍼지더니 어느 순간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잠시 후, 먼바다에서부터 수면을 가르며 이카엘이 시로네를 향해 날아왔다.
성광체는 약해졌고 얼굴에는 피로가 쌓였으나, 눈에는 결정한 자의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아…….”
시로네를 발견한 이카엘이 더욱 속도를 높이자, 수십 미터 아래의 바다가 V 자로 갈라졌다.
빛의 눈물이 수평선을 그리며 멀어지고, 이카엘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시로네를 끌어안았다.
“으악!”
육탄 공격과도 같은 속도에 시로네가 짧게 비명을 질렀으나, 실상 충격은 전달되지 않았다.
‘엄마다.’
바다에 충돌하기 직전 이카엘은 자신의 육체로 모든 관성을 빨아들이며 정지했다.
시로네의 실물감이 여태까지 뚫려 있던 텅 빈 마음을 채우는 기분이었으나, 그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이 그녀를 괴롭혔다.
“미안합니다.”
이카엘의 첫마디였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나누는 대화는 여전히 어색하지만, 그들의 말에 담긴 감정은 진심이었다.
“아뇨. 저는 이미 오래전에 당신을 죽였고, 기억을 되찾은 뒤에도 모른 체했어요. 부모의 자격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느끼고 있을 죄책감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어요. 지난 일은 털어 버리는 게 좋잖아요.”
이카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털어 버릴 수 없는 마음도 있죠. 부모에게는 자식이 그래요. 개의치 마세요. 죄책감 없이 당신의 얼굴을 본다는 것이 오히려 더욱 끔찍한 일입니다.”
“좋아요.”
생각에 잠겨 있던 시로네가 말했다.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의외의 말에 이카엘은 눈을 깜박거렸으나, 그것조차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조용히 시로네의 말에 따랐다.
“이렇게 하면 되나요?”
경건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카엘을 잠시 내려다보던 시로네가 손을 들었다.
연기처럼 부드러운 빛이 몸을 타고 흘러가더니 손에 모여들어 투명하게 빛났다.
‘이게 내 첫걸음이다.’
이카엘의 성광체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 시로네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쳤다.
‘나네가 옳다.’
차가운 세계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고, 끝없이 고통을 돌려 막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나네는 모든 인간이 진실을 깨닫고 번뇌의 사슬을 끊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가진 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