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966
느낌 그대로를 믿는 것은 능력에 비해 아직 순수하다는 증거일 테지만…….
“위저드는 강해요. 이만-큼 강해.”
두 팔이 짧은 게 한이 될 정도로 크게 원을 그리는 모습에서는 야수성이 느껴졌다.
다루기 쉽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시로네가 넌지시 말을 꺼냈다.
“그래, 위저드는 정말 잘하더라. 하지만 세상에는 더 잘하는 사람도 많아.”
마치 영혼이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듯, 위저드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내가 이겨요. 내가 강해.”
“그래? 음, 그러면 만약 위저드가 지면 어떨 것 같아? 막 화가 나거나 슬플 것 같아?”
그 순간.
“내가 이긴다니까! 내가 다 이길 거야!”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모를 분노가 아이의 목을 통해 폭발하듯 터졌다.
“저리 가! 너 미워! 푸우우! 푸우우!”
할 수 있는 최대의 적의를 표한 그녀가 갑자기 흙을 움큼 집더니 시로네에게 뿌렸다.
“위저드!”
창백하게 질린 교사들과 달리 시로네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알겠어. 그럼 위저드가 다 이길 수 있다고 하니까, 오빠에게 한번 보여 줄래?”
“그래, 좋아! 게임해! 게임!”
태어날 때부터 테스트에 익숙한 위저드가 이천번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아니, 게임 말고. 진짜 마법으로.”
교사들의 눈이 크게 뜨이고, 심난하게 듣고 있던 관리까지 고개를 돌렸다.
“저기, 아무리 그래도 실전은…….”
“괜찮아요. 충분히 가능한 실력입니다. 어때, 위저드? 그래도 이길 수 있겠어?”
“좋아. 내가 다 이길 거니까. 그거 하자.”
시로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도 10인회의 리더 바르토크가 앞으로 나섰다.
“그럼 내가 상대해 주지.”
그 말을 들은 교사들은 귀를 의심했다.
“네에?”
상아탑의 별이 어떤 존재인지 상기한 그들이 우르르 달려와 소리쳤다.
“안 됩니다! 아직 어린애예요! 차라리 저희들이 하게 해 주십시오!”
전담 교사가 시로네에게 사정했다.
“시찰관님! 위저드의 무례함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발 말려 주세요.”
시로네의 생각은…….
‘바르토크 씨가 위저드를 테스트한다.’
좋은 승부가 될 것 같다, 이다.
‘교사들이 겁에 질렸다. 곁에서 가르치고도 진면목을 모른다는 뜻이야.’
시로네가 입을 열었다.
“어리다고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 그런…….”
교사들의 시선이 혐오스럽게 변했으나, 바르토크는 말의 진의를 간파했다.
‘그 정도인가.’
물론 예상은 했지만, 시로네의 입으로 듣자 오랜만에 불타오르는 기분이었다.
람파가 분위기를 중재했다.
“그럼 제가 심판을 보죠. 대결 시간은 3분. 단,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직접 나서겠습니다.”
상아탑 3성급 주민의 말을 듣고서야 교사들은 패닉 상태에서 빠져나왔다.
“3분, 3분만 버티면…….”
반면에 에이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별들의 수준에서 3분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결국 람파 씨도 시로네의 편의를 봐준 거야.’
훈련장의 중앙에 도착한 바르토크는 위저드를 차가운 시선으로 살폈다.
‘공감각적 사고라.’
인간이 신성시하는 창조적인 발상이 위저드에게는 기본 논리에 불과한 것.
‘모든 해법을 창조할 수 있다면…….’
바르토크의 눈이 부릅떠지는 것과 동시에 땅 밑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아예 정답이 없는!’
끝없이 커지는 불의 기둥이 허공에서 꼬이더니 위저드를 향해 쇄도했다.
‘위력으로 찍어 누른다!’
훈련장이 거대한 화염으로 불타오르자 교사들이 기겁하며 비명을 터트렸다.
전담 교사가 람파에게 악을 질렀다.
“약속이 다르잖아요! 아이를 상대로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당신들, 고소할 거야!”
누구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
시로네도, 에이미도, 람파도, 화염 속에서 움직이는 2개의 그림자를 좇고 있을 뿐이었다.
“있었군요, 해법이.”
람파의 말에 시로네가 답했다.
“찾아냈다고 해야겠죠. 바르토크 씨의 사고 한계선 바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회심의 일격이 무위로 끝난 시점에서 두 사람의 승부는 박빙이었다.
‘어이가 없군.’
사방에서 들어오는 마법을 막을 때면 긴장감이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지만…….
“빵야! 빵야, 빵야!”
가끔 적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면 도대체 이게 현실인지 착각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학생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지만, 상아탑의 별에게 감정은 변수가 될 수 없었다.
“어른의 방식을 보여 주지.”
로브 바깥으로 손을 내밀자 글러브의 손등에 박힌 구슬이 광채를 퍼트렸다.
“정령의 정수.”
마도 10인회는 세계에 존재하는 17개 중에서 무려 10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땅의 태동.”
쿠르르르르릉!
대지가 흔들리더니 사방에서 땅이 일어나 위저드를 향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람파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
‘위험하다!’
대지 계열의 모든 가능성이 공격적으로 통합된 형태는, 재앙을 닮아 있었다.
“어? 어?”
위저드를 가둔 채로 돔의 형태를 이룬 대지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런……!”
람파가 행동에 나서려는 그때, 돔의 표면에서 수천 개의 작은 방울들이 튀어나왔다.
“응?”
그리고 다음 순간, 엄청난 굉음을 내며 대지가 산산조각 폭발했다.
“이야아아!”
모습을 드러낸 위저드를 중심으로 대류가 눈에 보일 정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시로네가 말했다.
“기술이 전부가 아니야. 속성, 위력, 심지어 대자연의 이치까지도…….”
창조적 발상으로 만들 수 있는 것.
“내가 이길 거야!”
그녀의 열망이 공감각으로 발현되자 상식을 깨는 수십 개의 혼종 마법이 쇄도했다.
‘젠장! 저게 뭐야?’
열, 중력, 유체, 탄성, 전자기력, 경도, 마찰력 등, 수많은 요소들이 처음 보는 형태로 쓰이고 있었다.
‘경이롭다.’
죽음에 대한 걱정보다도, 사고의 한계가 파괴되는 쾌감이 1만 배는 더 강했다.
섬광이 그를 데리고 멀어지는 것과 동시에 혼종 마법들이 땅에 작렬했다.
쿠우우우웅!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람파에게 붙들린 바르토크가 일행의 옆에 착지했다.
“위저드는?”
연기를 뚫고 나온 그녀가 바르토크에게 달려가더니 엉덩이를 흔들었다.
“야호! 내가 이겼지롱! 내가 이겼지롱!”
교사들이 만류했으나 그녀도 이번에는 화가 많이 났는지 멈추지 않았다.
“바보. 바보. 푸우우우!”
“위저드, 이제 그만해. 평소보다 더 심하잖아.”
바르토크가 일어섰다.
“아니, 내가 졌다.”
이 자리의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당사자의 입에서 말이 나오자 충격은 엄청났다.
“죄송합니다, 람파 님. 위저드를 가르치는 일은 아무래도 제 역량 밖인 것 같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나도 놀랐으니까. 어쨌거나 상황이 난처하게 되었구먼.”
시선을 돌리자 나무를 향해 돌아서 있는 관리의 어깨가 떨리는 게 보였다.
‘이건 대박이다.’
아드레날린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일곱 살짜리가 별을 이겼어. 스탕 왕국이 성전에 가는 것도 꿈은 아니다. 상아탑이고 뭐고, 무조건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해. 어차피 부모는 멍청한 농부들, 차라리 돈을 주고 내가 입양을 해 버리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들여다보여, 람파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되돌렸다.
‘3년 전에 데려왔어야 했는데.’
당시 원칙주의자로 우글거리는 상아탑 내정부에서도 회의가 길어진 사안이었다.
물론 최종적으로 별이 된 시로네가 4대 초인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결정은 또다시 옳았지만…….
‘융통성이 있어야지 말이야, 사람들이. 2명 뽑으면 어디가 덧나나? 카르에 집착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할 수 없죠.”
람파의 등을 다독이며 위로한 시로네가 위저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정말 마법을 잘하는구나, 위저드는.”
“응! 오빠보다 훨씬 잘해.”
아직 앙금이 남은 위저드가 시로네의 허리께에도 미치지 못하는 턱을 치켜들었다.
“우와, 정말? 그럼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오빠랑 한번 대결해 보지 않을래?”
상아탑의 별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전담 교사가 따지고 들었다.
“적당히 좀 하세요! 아이가 흙 좀 뿌렸다고 이게 그렇게 집요하게 괴롭힐 일이에요? 조금 전의 대결로 실력은 증명됐잖아요.”
“물론 그렇죠.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서요. 이대로는 위저드에게도 좋지 않고요.”
“그게 무슨…….”
람파가 말을 끊었다.
“시로네 님이 하시겠다면 말릴 수 없죠. 하지만 제가 심판을 볼 수는 없을 것 같군요.”
“괜찮아요. 제가 조절할 수 있어요.”
교사가 인상을 구겼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상아탑의 별도 이기지 못했는데 시찰관님이 어떻게…… 응? 시로네?”
얼굴은 몰라도 마법사회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
“뭐! 시로네!”
웅성거리는 가운데 람파가 말했다.
“미리 밝히지 않아서 미안하네만, 한 번만 더 위저드를 우리에게 맡겨 주지 않겠나? 위험한 일은 없을 거야. 이미 왕성의 승인은 받은 상태네.”
전담 교사의 시선을 받은 관리가 한쪽 눈을 찡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야? 이 사람이 정말 시로네라고?’
무한의 마법사, 상아탑 오대성, 시대의 야훼, 수많은 별호가 스쳐 지나갔다.
“어? 강하다.”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위저드가 시로네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오빠, 갑자기 강해졌어.”
악의 역습(2)
***
황성 아가노스.
카샨의 황제 간도는 매일 아침 우오린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머니, 들어가겠습니다.”
문을 열자, 열 번도 구를 수 있을 것 같은 큰 침대에 우오린이 누워 있었다.
잠에 빠진 것은 아니다.
‘아직 하고 계시는 건가?’
어김없이 에서 새벽을 보낸 모양이었다.
예전에도 가상현실에 심취한 적이 있지만, 여황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정도가 심했다.
“어머니.”
“……응.”
천천히 눈꺼풀을 연 그녀는 천장의 문양을 몽롱하게 바라보다가 상체를 세웠다.
“아우, 머리야. 지금 몇 시야? 키도에게 꿀물 좀 가져오라고 전해 줄래?”
“아침입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대체 새벽마다 어디에 접속하시는 거죠?”
단순히 언더 코더를 체험하는 정도라면 깨어났을 때 두통까지 오지는 않을 터였다.
“응, 재밌어. 그냥 좀…… ‘깊은 곳’이라 그래. 키도 좀 부르라니까? 머리가 핑핑 돌아.”
간도는 더 이상 인내하지 못했다.
“몸을 살피셔야죠. 조만간 성전이 개편될 것입니다. 카샨도 예전만큼 강성하지 않아요.”
마계수 아르간티스가 치명적이었다.
“어차피 타국도 비슷한 사정이다. 내가 세운 왕국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어머니의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천국의 군대가 조용하다는 거예요. 일각에서는 그들과 손을 잡은 국가가 있다는 소문도 돕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 시끄러. 머리 아파 죽겠는데 쫑알쫑알. 황제가 되더니 아주 건방져졌어.”
간도는 울화통이 터졌다.
“황제는 어머니죠! 테라제가 곧 카샨입니다! 제가 끌고 가는 건 한계가 있어요.”
‘하여튼 주제 파악은 잘해 가지고.’
간도의 목이 아직 붙어 있는 이유였다.
“알았어.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가서 일 봐. 그런데 너는 여자도 안 만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