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997
“세상에…….”
모든 교사들과 학생들까지 지켜보는 가운데 위저드는 시로네에게 폭격당하고 있었다.
“반응이 느려!”
고작 일곱 살의 아이는 반경을 초토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마법에 연거푸 밀렸다.
사색이 된 부모가 비명을 질렀다.
“위저드!”
포톤 캐논이 작렬하자 굉음이 터지면서 넓은 훈련장에 파편이 흩날렸다.
“후우우우!”
연무 사이로 방어 마법을 시전한 위저드가 숨을 크게 내쉬는 게 보였다.
교사들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교장 선생님!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애가 죽어요!”
“으음.”
교장의 표정도 좋지 않았으나 상아탑의 오대성이라면 함부로 끼어들 수 없었다.
무엇보다 건너편에 있는 1성급 주민, 마도 10인회의 표정에 변화가 없다는 게 걸렸다.
‘정말 이대로 놔둬도 되는 것인가? 우리가 모르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면…….’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났고, 이번에는 위저드가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
“흐으으윽!”
태풍과 같은 바람의 흐름 속에서도 정확히 중심을 잡은 그녀가 착지하자 마도 10인회의 리더 바르토크의 눈에 경이로움이 담겼다.
‘이번에도 막았다.’
보면 볼수록 놀라운 재능이었다.
‘현재 오대성의 전투 레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마도 10인회라고 해도 단독으로 맞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런데도 저 아이는…….’
그때 시로네가 소리쳤다.
“방심하지 마!”
위저드가 황급히 고개를 트는 순간, 지척까지 다가온 시로네가 포톤 캐논을 시전했다.
쾅 소리가 터지면서 섬광이 위저드의 강력한 방어벽을 뚫고 들어왔다.
“크윽!”
위저드가 어깨를 당기며 두 발을 띄웠다.
‘몸을 웅크렸어.’
방어 마법이 파훼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충격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본능적인 자세.
에이미는 마음으로 경탄했다.
‘무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미묘한 차이가 위저드의 목숨을 구한 거야.’
쾅! 쾅! 쾅!
고무공처럼 땅을 튕긴 위저드가 바닥에 쓰러지자 시로네가 재차 돌진했다.
“또?”
이번에는 마도 10인회도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의 표정에서 깨달은 교장이 황급히 앞으로 달려가 시로네에게 소리쳤다.
“이, 이제 그만하십시오!”
시로네는 멈추지 않았다.
위저드에게 접근하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현재 그녀의 상태가 자신의 공격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죽을 수도 있어.’
그렇기 때문에 해야 한다.
‘하비츠는…….’
아마도 위저드가 제거해야 하는 사탄은 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위저드! 정신 차려!”
외치는 것과 동시에 도착한 시로네가 손에 압축시킨 포톤 캐논을 휘둘렀다.
‘끝났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위저드의 눈에 불이 켜지며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콰아아아앙!
공기의 장막이 눈에 보일 정도로 출렁거리고, 위저드가 허공을 날아 땅에 처박혔다.
“위, 위저드?”
한참이나 미동조차 없던 위저드가 부러진 오른팔을 덜렁거리며 일어섰다.
“하아. 하아.”
그녀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막, 막았다.”
시로네는 다시 걸음을 뗐다.
‘한계를 깼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그 순간 교사들의 손을 뿌리치고 엄마가 달려왔다.
“이 나쁜 자식아!”
시로네가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두 손이 멱살을 움켜쥐었다.
“우리 딸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애가 팔이 부러졌잖아! 저 일곱 살 애가 왜!”
“저에게 전담하기로 약속하셨잖아요. 보기에 거북하시면 나오지 않으셔도 돼요.”
엄마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
“그래서 그런 약속을 한 거야? 저런 꼴을 보여 주면 오지 않을 줄 알고? 그렇다면 사람 잘못 본 겁니다. 돈이고 뭐고 필요 없어요. 여기서 끝내요.”
“팔은 치료할 수 있어요. 제가 마법을 걸면…….”
짝 소리가 터졌다.
“저, 저런…….”
시로네의 뺨을 때린 엄마가 씩씩대는 가운데 교사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미쳤어. 오대성을 때리다니.’
하지만 에이미는 알고 있었다.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뺨을 일부러 그녀에게 대 준 이유는…….
‘시로네도 힘든 거야.’
한 대 맞으면 체한 듯이 얹혀 있는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것 같아서.
“아.”
정신을 차린 엄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오대성을 때려서가 아니라, 한 번도 사람을 때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심정도 시로네는 이해했다.
‘우리 엄마라도 그랬을 거야.’
위저드를 돌아보자 숨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어 이 싸움에 끼어들지도 못할 정도였다.
“어머니.”
시로네는 다시 그녀를 돌아보았다.
“위저드는 뛰어난 아이입니다. 보통의 일곱 살은 팔이 부러지면 아프다고 울지, 참지 않아요. 그건 이미 고통을 머리로 이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딸의 상태부터 살핀 남편이 뒤늦게 도착하자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
“무슨 소리예요? 고통을 이해하는 게 도대체 뭔데요? 위저드는 미친 아이가 아니에요. 너무 겁에 질려서 울지도 못하는 거라고요.”
아빠도 말을 거들었다.
“이제 그만하시죠. 저도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어째서 내 딸이 저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 거죠? 우리가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농민이라 그럽니까?”
“오히려 그 반대예요.”
시로네의 언성이 약간 높아졌다.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으니까 시키는 거예요. 지금 위저드가 배우고 있는 것들은 그녀 혼자서는 절대로 이룩하지 못했을 수많은 재능들의 피와 땀이 묻어 있는 지식입니다. 그 수혜를 받아 발전했기 때문에, 인류가 위험한 상황에서 당연히 그녀도…….”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정말 그런가?’
시로네는 차마 내뱉을 수 없었다.
‘사랑스러운 딸, 아름다운 숙녀가 되어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이…….’
세상을 바꿀 혁신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
“……죄송합니다.”
부모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한 시로네는 몸을 돌려 훈련장을 나섰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누구도 시로네를 배웅하지 않는 가운데 치료를 끝낸 위저드가 다가왔다.
“엄마, 아빠. 무슨 일이야?”
“위저드!”
엄마가 부목을 하고 있는 위저드의 팔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많이 아팠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빠는 어디 갔어? 훈련 끝난 거야?”
“그래, 끝났어. 엄마가 하지 말라고 그랬어. 다시는 저런 사람에게 널 맡기지 않을 거야.”
“흐음.”
위저드는 초라하게 멀어지는 시로네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고마워, 엄마. 이번엔 정말로 죽을 뻔했거든. 그런데 정말 미안한데…….”
위저드가 주저하며 말했다.
“앞으로는 훈련할 때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부모의 표정이 멍해졌다.
“위, 위저드? 너 그게 무슨…….”
“미안. 일단 나, 오빠에게 가 볼게. 이번 훈련에서 궁금한 게 있어서.”
정말로 다급한 듯, 위저드는 무리를 빠져나가 시로네의 뒤를 따랐다.
아무도 말이 없는 가운데, 마도 10인회의 리더 바르토크의 눈빛이 깊어졌다.
‘재능이 당기는 거지.’
위저드가 인정한 유일한 어른.
시로네의 뒤를 악착같이 밟는 것만이 생존하는 길임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잠재력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성향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었는데.’
시로네가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하겠다고 했다.
‘고민의 시간은 짧았지만.’
아마도 천재의 머릿속에서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모든 일들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오대성의 심정도 이해가 돼.’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재능을 앞에 두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겠는가.
“오빠!”
훈련장 밖에서 위저드의 밝은 목소리가 넘어왔다.
단련의 한계 (3)
“오빠! 오빠!”
훈련장을 나선 위저드가 소리쳤으나 시로네는 듣지 못한 듯 걸음을 재촉했다.
도착한 곳은 학교에서 가장 외진 곳으로, 휴식처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산에서 살았던 시로네는 쉬고 싶을 때는 언제나 자연을 찾았다.
“하아.”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내쉬었으나 답답한 마음은 토해 내지 못했다.
‘무엇이 옳은 일일까?’
사탄 하비츠를 죽이기 위해서는 위저드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위저드의 삶은?’
세상에서 가장 악하고 잔인한 자를 일곱 살의 아이가 죽여야 되는 상황이었다.
시로네는 피식 웃었다.
‘그래, 어쩌면 미친 것은 나인지도.’
사실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오빠.”
위저드의 목소리에 시로네가 고개를 들었다.
아마도 마음에 걸려서 따라온 것이겠지만 부목을 한 모습에 죄책감이 더했다.
“많이 다쳤구나. 위저드, 너에게 할 말이…….”
“미안해요, 오빠.”
위저드는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싫어할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배우는 게 너무 재밌어서, 그래서 너무 들떠서…….”
‘재밌어?’
시로네는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그래.’
너무나 힘들고,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인간은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만 있으면.’
그것보다 짜릿한 것은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위저드, 마법이 왜 재밌니? 세상에서 제일 강해지고 싶어? 나를 뛰어넘고 싶니?”
“뛰어넘고 싶어요. 하지만 이제 이기는 건 상관없어요. 그냥 마법은 재밌어요.”
“세상에는 행복해지는 방법이 많이 있어. 굳이 최고가 되지 않아도 너는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런데도 마법을 배우는 이유가 뭐야?”
위저드는 눈을 깜박거렸다.
“음, 그거야 당연히…….”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곳이 제가 살아갈 세계니까요.”
시로네는 울컥했다.
“그래, 맞아.”
다른 사람이 무어라 비난하든, 우리가 살아갈 세계는 오직 이곳뿐이었다.
우리만이 우리를 이해할 수 있다.
“오늘 훈련이 좀 약했죠. 엄마, 아빠에게 말했어요. 내일부터 괜찮을 거예요.”
“하하!”
시로네가 눈물을 훔쳤다.
마법의 세계에 뛰어든 이후로 패배라는 두 글자를 가져 본 적이 없는 그였지만…….
“그래, 이 악물고 달리자.”
그 하나의 결과를 얻기 위해 억눌러야 했던 모든 울분이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시로네에게 다가온 위저드가 작은 손으로 뺨에 묻은 눈물을 훔쳐 주었다.
“오빠도 힘들겠어요.”
훈련의 강도를 높인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위저드의 통찰력은 꽤나 깊어졌다.
“많이 성장했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필 줄 아는 것은 뛰어난 재능이야.”
“헤헤. 그래서 말인데요, 오빠. 에이미 언니랑 사랑하는 사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