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ed the throne of the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37
15장. 부름(3)
인간 여자가 훔쳐 간 여의주를 찾아라.
저승에 돌아온 우리는 곧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원탁에 놓인 약과를 하나 집어먹으며 나는 운을 뗐다.
“그런데 그 여자를 어떻게 찾죠.”
아는 것은 도둑의 이름과 희미한 얼굴뿐.
이름은 ‘연이’라고 했던가.
왕자가 물을 통해 그녀의 얼굴을 보여줬지만, 신성이 모자라서인지 썩 좋은 화질은 아니었다.
“글쎄, 내 생각에는 말이다.”
사라가 말을 꺼냈다.
“그 여자보다는 여의주에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여의주요?”
“그래, 사실 인간한테 여의주는 그다지 쓸모가 없으니.”
……괜찮은데?
확실히 인간이 여의주를 가져 봤자, 그 여자처럼 점을 더 잘 보는 정도로밖에 쓸 일이 없으니까.
“대왕, 너도 알겠지만 용이 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네. 용왕의 자식이거나, 혹은 이무기가…… 아.”
채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사라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 여자가 이무기랑 관련됐다는 거군요.”
용왕의 자식이 아니면서 용이 되는 방법도 두 가지다.
하나는 뱀이 천 년의 시간을 들이는 것으로.
뱀이 오백 년을 버티면 여의주의 파편을 품은 이무기가 되고, 그 이무기가 다시 오백 년을 버티면 온전한 여의주를 품게 된다.
여의주를 가진 이무기가 맑은 물에서 며칠 공을 들이면 비로소 용이 되어 승천한다.
하지만 때때로 뱀은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거부하고 남의 여의주를 가로챈다.
그래, 민물의 용왕에게서 빼앗는 것이다.
“이무기라면 얼굴도 잘 모르는 ‘연이’보다는 훨씬 찾기 쉽겠네요.”
게이트가 열린 이후 이무기는 한반도에 제법 자주 나타나는 ‘몬스터’였으니까.
“네, 이무기를 한번 찾아보죠.”
곧바로 헌터용 단말기를 꺼냈다.
헌터 커뮤니티에 접속하기 위해서였다.
이 단말기는 우주강도단이 유통하는 특수 아이템인데, 기능은 일반 스마트폰과 흡사하지만 필요에 따라 화면을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띄울 수도 있다.
“……천안이라.”
생각보다 금방 나왔다.
천안 이무기가 여의주를 완성한 것 같다는 소문.
이무기가 용이 되면 모든 헌터가 노리는 ‘전설급 던전’이 되리라.
어쩌면 그 여자도 그걸 노리고 여의주를 가로챈 것일지도 모른다.
“가능하면 바로 출발하시는 게 좋겠어요, 오빠.”
그때 바리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모두가 바리를 돌아봤다.
바리라면 그냥 말한 게 아닐 테니까.
“그리고 지금 게시판이 무척 시끄러운데.”
눈이 마주친 바리가 다른 말을 꺼냈다.
“무슨 일인지, 한번 보시는 게 어때요.”
영문을 몰랐으나 이견은 없었다.
나는 얌전히 그녀의 말대로 게시판을 살폈다.
“……단군?”
그래,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리젠이 빠른 게시판에, 대다수가 비슷한 제목이지 않은가.
-[일반] 단군 제사 끝남? (6)
-[모니터링] ㅎㄹ 단군 방송함 (11)
-[모니터링] 단군이다 (4)
-[일반] 야 단군 불판 어디냐 (13)
-[불판] 오늘 단군 ㅈㄴ 별거 업쓸각 (35)
-[일반] 단군은 로또 안함? (3)
몇 초 간격으로 새롭게 올라오는 게시글을 보며 그제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춘분이군요.”
한반도 최대 길드 천부인의 수장, 단군.
2,000만 명의 신도를 거느린 한반도 최강의 각성자.
그는 1년에 네 번 대대적으로 하늘에 제를 올렸다.
태양 빛의 흐름에 따라 춘분, 하지, 추분, 동지에 맞춰서.
분기마다 올리는 그의 제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그때마다 단군이 그 분기에 있을 대소사를 예언하기 때문이다.
독감 같은 가벼운 질병의 유행부터 몬스터와 던전의 발생까지.
그가 예언하는 던전들은 해당 분기에서 가장 중요한 던전들로, 심지어는 던전의 난이도까지 맞혔다.
백발백중하는 그의 예언 때문에, 한반도의 모든 이들은 그가 제사를 통해 천기를 읽는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춘분에 하는 예언이라.”
사라가 말을 보탰다.
“저자는 분명 도사로구나. 하늘의 시간이 빛인 것을 정확히 알고 있어.”
천계의 핏줄다운 평이었다.
“……그래, 이제는 신조차 천기를 제대로 읽을 수 없거늘.”
뒤에 이어지는 말에는 어쩔 수 없이 작은 긴장이 섞였다.
헌터 시대가 열린 후로는 사라처럼 오래된 신마저 천기를 읽기 힘들어졌으니까.
내가 아는 신 중 단군만큼 천기를 읽는 신은 단둘뿐이다.
헌터 시대에도 계속해서 천기를 읽고 인간의 명부를 쓰던 생불왕 삼신할미.
그리고.
그 삼신에게 천기 읽는 법을 알려줬다는 바리공주.
“…….”
나는 흘끗 바리를 곁눈질했다.
“오빠, 저 단군 방송 보고 싶어요.”
게시판을 살펴보자던 소녀는, 이번에는 아예 방송을 켜줄 것을 요구했다.
물론 나는 이번에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매 분기 화제인 만큼 단군의 제는 당연하게도 생중계 중이었다.
중계방송을 틀자 마침 제례가 끝났는지 바닥에 엎드렸던 단군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에엥, 얘가 그 단군이야?”
지켜보던 호구별성이 인상을 썼다.
“무슨…… 옥황상제냐? 거 새끼, 컨셉 확실하네.”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곤복.
황제를 상징하는 열두 개의 줄이 달린 면류관.
한눈에 봐도 그의 복장이 범상치 않기 때문이리라.
“음.”
그런데 화면이 천천히 단군에게로 줌 인 되면서, 호구별성이 애매한 소리를 냈다.
“……뭐, 솔직히.”
물끄러미 단군을 바라보던 그녀가 중얼거렸다
“훤칠하긴 하네. 사극 같다, 야. 로맨스 찍어도 되겠는데.”
저 옷이 잘 어울린다고 느낀 게, 다소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었다.
하긴, 저딴 코스프레가 먹히는 덴 그의 능력은 물론이고 몹시 빼어난 외모도 한몫했으리라.
화면에 비친 그의 얼굴은 누군가 무척 공들여 빚은 것처럼 반듯하니 흠잡을 곳이 없었다.
“흐음, 그런데 생각보다 젊군.”
이번에는 사라가 말했다.
“기껏해야 서른 하고도 대여섯쯤 된 듯싶은데.”
한반도를 제패한 단군이 아주 젊어 보이는 게 퍽 흥미로운지.
“하긴, 저만한 도사라면 육체의 인과는 이미 의미 없을 테지.”
맞는 말이다.
단군은 보기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애초에 한반도를 제패한 것도 벌써 15년째고 말이지.
“……!”
하지만 강림 형의 반응은 두 신과 많이 달랐다.
“이런, 저……자가.”
화면 가득 단군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순간,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자가, 그 단군이었단 말인가.”
짓씹듯 내뱉은 그가 나를 돌아봤다.
“대왕님.”
수만 가지 감정이 담긴 눈으로.
“……저자가 ‘단군’이란 걸 알고 계셨습니까.”
그 순간 나머지 두 차사도 놀라서 나를 돌아봤다.
“뭐야.”
호구별성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전하, 쟤 알아?”
“…….”
“뭐야? 진짜 알아? 왜 말 안 했는데?”
“…….”
그러나 내가 잠시 망설이며 대답을 고르고 있을 때.
“오빠.”
바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단군 저 사람, 각성자 이전에 진짜 굉장한 도사예요.”
심연처럼 깊은 눈으로.
“도사는 본디 자연의 도(道), 우주의 이치 그 자체를 따르는 자들.”
말을 잇던 바리가 화면을 가리켰다.
“저 사람 행색이 우습죠? 인간 주제에 천신이라는 컨셉에 심취한 것처럼.”
마치 진짜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화려하게 차려입은 단군을.
“아니야. 저 정도 도사는 그냥 살아 숨 쉬는 모든 행동이 우주의 이치를 따라가요.”
그간의 평가를 뒤집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저 사람이 저걸 원한 게 아니라, 우주가 저걸 원한 거예요. 하늘의 화신이자 인간의 왕으로서 스스로를 과시하라고.”
그냥 우스운 남자가 아니라, 이미 하늘이 정한 남자였다고.
“……그래.”
먼저 반응한 것은 강림 형이었다.
“역시 그자가 보통 인간일 리 없겠지.”
얼굴은 무표정하되 목소리는 보다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인간이 혼자서 전쟁을 끝냈다고 했을 때부터, 그자를 염두에 두었어야 했는데.”
들릴 듯 말 듯 혼잣말을 내뱉던 형은 다시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내게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이내 그의 입은 굳게 다물렸다.
나는 형의 심정을 이해했다.
모든 저승의 신에게 단군, 아니 젊은 헌터 ‘주도혁’의 존재는 이미 큰 트라우마였으니까.
“야, 나 지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따라가겠거든?”
그때 호구별성이 인상을 썼다.
“니네만 알아먹는 소리 하지 말고 좀 제대로 말하지 그래?”
그러고는 나를 돌아봤다.
“그래, 전하, 너부터.”
“…….”
“너 쟤 알아?”
“…….”
“아는데 왜 진작 말을 안 했어?”
나는 그녀의 추궁을 듣다가.
“누나.”
지끈거리기 시작한 이마를 조금 누르며 말했다.
“전 일단 단군의 예언을 듣고 싶어요.”
그 말에 호구별성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지금은 들어야 할 것부터 들어야지.”
호구별성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무겁게 침잠해 있었다.
무언가 큰일이 터지리라 예감이라도 한 것처럼.
-오늘은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화면 속 단군이 입을 열었다.
-일주일 뒤, 세 번째 천벌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 순간, 화면 가득히 모인 군중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헐
-헐
-ㅎㅓㄹ
-ㅊㄴ버ㄹ?
-ㅠㅠㅠㅠㅠ
-헐 천벌
-아시발 또 천벌이냐
-ㅁㅊㅁㅊ
중계를 달리는 채팅창도 폭발했다.
“……천벌이라.”
듣고 있던 사라가 입을 뗐다.
“그래, 흐르는 물처럼 살았던 나도 그것만은 알지.”
천벌, 특히 23년 전에 발생한 첫 번째 천벌은 신들에게도 큰 충격이었으니까.
“뭐야, 이젠 아주 영감까지 다 알아? 대체 천벌이 뭔데 그래?”
호구별성이 인상을 썼다.
사라졌다 돌아온 그녀로서는 천벌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말 그대로 하늘이 뒤집히는 재난이다. 신을 잊은 인간들마저 ‘천벌’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던.”
사라가 설명했다.
“그래, 나도 그것만은 기억한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첫 번째 천벌이 예지되던 날, 어떤 가혹한 운명도 망설임 없이 점지하시던 삼신께서……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신 것을.”
23년 전.
첫 번째 천벌로 18,828명이 죽을 것을 예지한 삼신은 절규했다.
죽음 그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다.
그녀는 생불왕, 모든 인간의 운명을 점지하는 삼신할미였다.
삼신이 쓴 명부에는 인간이 죽는 날이 적혀 있으며.
모든 인간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삼신이 정한 날에 죽게 되어 있다.
어떤 인간도 삼신이 내린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생을 배분하는 삼신의 권능이었다.
한데 ‘천벌’은 달랐다.
원래는 천기와 혼의 카르마를 읽어 삼신이 직접 ‘인간의 생을 배분했다’면.
그때 삼신은 천벌로 정해진 18,828명의 죽음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처럼 삼신이 직접 죽는 때를 정해서 명부에 적는 게 아니라, 이미 정해진 때를 삼신은 그저 받아쓸 수밖에 없던 것이다.
때문에 2만 년 가까이 모든 인간의 생을 직접 설계했던 신은 절규했다.
-우주는 정녕 신의 시대를 끝내겠단 말인가!
하나의 숙명을 갖고 태어나, 영원히 한곳에 머무르는 신.
우주의 법칙과 다름없던 신의 권능이 무너지고 있음을 직감했기에.
“……그리고 천벌의 중심에 저자, 단군이 있었다.”
강림 형이 입을 열었다.
“저자는 살렸어.”
운명, 오직 신만이 가졌던 권능이 무너진 때.
“그날 18,828명이 죽을 거라던 삼신의 예언은 빗나갔다. 그중 12명이 살아남았기 때문에.”
과거를 되씹는 형의 눈은 어느새 새파랗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래,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예정된 죽음을 집행하던 신에게 예정된 죽음이 빗나간다는 것은, 그의 존재를 뒤엎는 것과 같았을 테니까.
“단군, 저자는…… 신마저 손대지 못한 죽음을 열두 번이나 막았어.”
신은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고.
인간은 신이 정한 운명을 그대로 따른다.
이 절대불변의 법칙을 단군은 바꿨다.
“18,828명 중 고작 12명이 아니다. 중요한 건 생불왕 삼신할미조차 손대지 못한 운명을, 저자가 바꿨다는 거지.”
형이 말을 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 대별왕께서 사라지셨다. 그렇게 그분의 권능이었던 ‘필연적인 죽음’이 마모되면서 명부는 완전히 기능을 다했어.”
20년 전, 대별왕의 실종으로 명부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저승은 완전히 활동을 멈췄다.
“그러나 모든 저승의 신들은 은연중에 생각했다.”
말을 잇던 형이 결국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죽음이 무너진 것은…… 대별왕의 실종이 아니라, 어쩌면.”
말하는 것만으로도 몹시 불쾌해진다는 듯이.
“……어쩌면, 12명을 살린 그자로부터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고.”
결국, 저승이 최초로 무너지던 시점에는 그가 있었다.
단군.
헌터 주도혁이.
훗날 한반도 전역을 휩쓸었던 전쟁마저 혼자서 끝내버렸던 남자가.
-걱정 마십시오, 여러분.
화면 속 단군이 말했다.
-저는 오늘 자정부터 다시 기도에 들어갈 것입니다.
하늘의 왕을 뜻하는 면류관을 쓴 채로.
-세 번째 천벌의 경과를 온전히 읽기 위한 기도입니다.
그가 예언을 마무리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지니, 세 번째 천벌은 이 단군과 천부인 길드가 막을 것입니다.
“하!”
이야기를 다 들은 호구별성이 코웃음 쳤다.
“저게 사실이면, 인간은 단군 쟤를 왕처럼…… 아니, 신처럼 받들 수밖에 없겠다?”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었다. 사실이었으니까.
“실제로 단군은 15년 전에도 두 번째 천벌을 읽었어요. 결과적으로 18,816명이 죽었던 첫 번째와 달리 1,173명이 죽었죠.”
15년 전, 단군이 두 번째 천벌을 예지했을 때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단군은 무명의 헌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군의 예언대로 두 번째 천벌이 발생하고.
모두가 무시했던 단군이 1,173명의 사망자만으로 천벌을 막아냈을 때는, 이제 전부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혜성처럼 나타나 두 번째 천벌을 막아낸 그는.
뒤이어 한반도의 5년 전쟁마저 끝내고, 결국 한반도의 영웅이 되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으니 단군은 더 완벽하게 세 번째 천벌을 막아낼 테고요.”
1주일 뒤 세 번째 천벌도 막아낸다면, 그는 더 이상 인간으로 칭할 수 없을 만큼 높이 올라갈 것이다.
나는 조금 복잡한 심정으로 화면 속의 단군을 응시했다.
그는 벌써 한반도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안 그래도 출발이 늦은 저승은 과연 그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오빠.”
그런데 그때였다.
“저 사람, 정말 하늘이 내린 기재예요.”
가만히 있던 바리가 입을 열었다.
“아마 이 한반도의 전 역사를 통틀어도, 저만큼 천기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없겠죠.”
그런데 묘하게 얼굴이 평소와 달랐다.
“그래서 더, 저 사람과 겨뤄보고 싶어요.”
속세의 감정이 별로 없던 그 눈은 드물게도 승부욕으로 달궈져 있었다.
“정말…… 이런 기분은 처음인데, 내가 저 사람만큼 천기를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그녀가 다시 나를 돌아봤다.
“오빠, 저도 오늘 자정부터 기도를 시작하겠어요.”
“……!”
그녀의 뜻을 알아채지 못한 이는 없었다.
“그러니까 세 번째 천벌은 우리 저승이 막아요.”
한반도에서 천기를 가장 잘 읽는 신이었다던, 바리공주의 이름을 이은 소녀가 말했다.
“이제야 알겠어요. 우주가 왜 저를 당신의 곁에 안배했는지.”
15장. 부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