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07
107. 의혹 (1)
시간은 빨리 흘러 어느새 겨울방학이 되었고 원래는 미국으로 가족 세 명이 같이 가려고 했지만, 유희원이 산모라서 비행을 하는 게 좋지 않다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한국에 남기로 했다.
“처제, 언니 잘 좀 부탁해.”
김세인은 방학하자 처가 식구를 집에 초대했다. 원래 신혼여행을 갔다 온 후에 집들이를 겸해 집으로 처가 식구를 초대하려고 했는데 임신하게 되어 역으로 주말에 처가에 가서 식사만 하고 돌아왔다.
처가 식구들이 식사를 마치자 김세인은 유예원을 불러 자신과 할머니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집에 와서 같이 지내라고 부탁했다. 물론 임대사업자의 경리를 보는 정혜진도 집에 머물기로 했지만, 불안해서 처제에게도 부탁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모처럼 언니랑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은데요. 대신 선물은 빵빵하게, 알죠?”
“그건 접수, 적당한 걸로 할게. 요즘은 통관이 쉽지 않아 비싼 건 좀 그래.”
직원들에게 부탁해서 통관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었다. 한도를 초과하면 통관 자체가 어려운 품목도 있었다. 물론 수지에게 부탁하면 되지만 그것도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죠. 열쇠고리를 사와도 인정할게요.”
처제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어느 정도 기대하는 눈치를 모를 수 없었다. 자신에게 호의적인 유예원이기에 김세인은 다시 한 번 부탁한다고 말했다.
“참, 사업은 잘되죠? 인터넷을 보면 종종 형부 뉴스도 나오더라고요. 언니는 회사를 그만둔다면서요? 나라면 회사에 계속 다닐 텐데. 사실 너무 좋은 자리잖아요?”
유예원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유희원이 김세인 덕분에 얻은 자리이지만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직 사외이사이니 원한다면 언제든 복귀할 수 있어.”
“아, 언니도 사외이사로 등록을 했다고 했죠. 모든 회사에 다 등록했어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지. 일반 임원이 아닌 등기이사라서 중요해. 경영권과도 연관이 깊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법인의 등기이사들이 반란을 일으키면 골치가 아팠다. 그걸 수습하려면 아무리 대주주라고 해도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해사 행위를 하면서 선의의 제삼자를 개입시키면 회복이 불가할 수도 있었다.
“그건 알죠. 아버지에게 들었어요. 최연소 재벌이라면서요?”
“그거야 말이 그렇다는 말이지. 그런데 처제는 방학 때 뭐 할 계획이야? 뭔가 해야 할 것인데.”
“그냥 영어 공부하고 전공 공부하는 거죠. 컴퓨터도 좀 배우고요. 취직하려면 스펙을 갖춰야죠.”
“열심히 해. 그렇게 해도 잘되지 않으면 우리 임대업체에서 일하는 방법도 있으니.”
“언니 덕 보는 것은 좀 그렇죠. 그건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을게요.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어요.”
유예원은 남에게 기대려는 성향은 아니었다. 물론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풀릴지는 의문이지만 그런 모습에 일단 안심했다.
김세인은 미국에 가기 전날 이건주 회장과 박정국 사장을 따로 만났다. 그 자리에는 SI 홀딩스의 이장우 사장도 배석했다.
“소송이 잘 풀리지 않고 있습니까?”
얼마 전에 1차로 양측이 제출한 기술자료에 대한 전문가 검증 결과가 나온 상황이었다. 거기서 일성전자에 불리한 의견이 제출되었다. 예상된 결과지만 그게 보도되자 주가가 하락했다.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사실 OS 구동 방식 자체가 달라 기술적인 분야에서는 크게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아이디어와 디자인 쪽이죠.”
소송을 총괄하는 박정국 사장이 대신 대답했다. 여론이 A사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상황이었는데 일성전자의 항변이라도 소개하는 정도로 돌려놓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부분을 따지고 들면 유사성이 인정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존 제품과의 유사성을 주장하여 A사의 디자인이나 아이디어가 독창적인 것은 아니라고 대항하겠지만요.”
“완전히 승소할 것이라 기대한 것은 아니니 문제는 없습니다. 부분적으로 서로 승소와 패소를 주고받을 것입니다. 거기다 우리가 제기한 반소도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 상황이고요.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는 우리가 더 많이 보유한 상황입니다.”
박정국 사장은 그 정도로 언급하면서도 소송을 제기하도록 방치한 게 일종의 마케팅 전략임을 거론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스마트폰에서 두 번째 주자로서 주목을 받으려는 속셈은 내보이지 않았다.
“좋은 결과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그보다 미국에 간다던데 잘 좀 부탁드립니다.”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일단 아는 사람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는 하겠습니다.”
김세인은 특별히 도움을 줄 상황은 아니기에 적당히 대답했다. 기회가 된다면 그저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정도였다.
“그보다 일본에서 반도체 관련하여 국가 차원에서 투자한다는데 어떻게 할 것입니까? 특히 메모리 분야가 아닌 주문형 반도체 분야에 집중한다던데.”
“파운드리나 팹리스는 워낙 분야가 넓어 국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고 해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로 경쟁하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더구나 국가가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는 없고요.”
김세인은 기술로 경쟁하는 건 자신에게 월등히 유리한 것이기에 두렵지 않았다. 수지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능력으로 설계를 하고 신기술을 개발할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황진우 박사의 도움을 받아 반도체 관련 논문이나 기술자료도 열람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했다. 그 결과 현재 반도체 설계나 생산이 가진 문제점을 찾았고, 추후 보완할 방도도 마련했다.
“사실 일본보다 대만의 TSMC가 가장 걱정입니다. 우리 일성도 파운드리와 팹리스, 두 분야에 투자할 계획인데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침묵을 지키던 이건주 회장이 자신들도 대규모로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경쟁자라고 하기에는 차이가 크지만 일성전자가 투자하는 것은 SI 반도체에 좋은 일은 아니었다.
“거기와 우리는 시장 자체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아직은 우리가 그들과 경쟁할 상황이 아닙니다. 물론 일성전자는 다르겠지만요. 우리는 저사양 소량의 제품을 납품하는 상황입니다.”
김세인은 경쟁할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굳이 대기업과 경쟁할 이유는 없었다. 그들과 경쟁을 하면 이길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미국의 IT 업체에서 센서나 각종 통제장치에 들어가는 칩을 수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기술도 축적되고 큰 주문도 받을 것이라 봅니다.”
“아직은 미흡합니다. 수율도 높은 게 아니고 테스트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위탁하는 실정입니다.”
김세인은 괜히 경계심을 불러올까 염려가 되어 다소 엄살을 부렸다. 아직은 조용히 성장할 시점이었다.
미국에 간 김세인은 드림호프를 방문하여 대표이사인 레이튼을 만나서 상황을 들었다. 회사 상황을 보고받고 투자현황이나 보유한 주식의 가치 등에 대해 보고받았다.
그동안 수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개인 자금과 드림호프의 자금으로 주식의 단타매매를 하고 있었는데 수익이 상당했다. 물론 유가선물에도 투자했는데 그것도 수익이 높았다.
그 덕분에 드림호프를 증여받고 세금을 내느라 감소했던 김세인의 계좌도 복구가 되었다.
“여기는 스타니엘 크레인입니다.”
스타니엘 크레인이라는 인물은 30대 후반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레이튼을 보좌하면서 회사 업무를 이어받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레이튼은 회사가 안정되면 투자업무에서 손을 떼고 관리업무만 관장할 것임을 밝혔다.
“전에 제 후임자로 두 사람을 소개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 한 사람입니다.”
스타니엘 크레인이 적당히 인사를 마치고 사장실에서 나가자 부연 설명을 했다.
“아, 지금 집사인 레온에 이어서 설명한 사람이군요. 당분간 투자업무를 맡길 계획입니까?”
“일단 밑에 두고 일을 시키다가 회사가 안정되면 레온을 불러올 생각입니다. 아직 회사를 맡기기에는 불안합니다. 레온이 집사로 있으면서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되면 물려주려고 합니다.”
“레온도 그런 면이 있더군요. 고모할머니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면도 있고요. 제가 미국에 올 때까지 레이튼이 한동안 수고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능력의 문제보다 경험과 신뢰의 문제이기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회장님과 세인이 한국에 가 있더라도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데요. 혹시 다른 쪽에서 문제는 없습니까?”
“특별히 문제는 없지만, 정부에서 투자자 적격 문제가 한두 건 제기된 상황입니다. 혹시라도 기술을 무단으로 이용하는지 모니터한다는데 가능하다면 빨리 국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애국법이라 칭하는 각종 법률이 문제였다. 군사 분야와 경제 분야, 과학기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외국인을 배제하고 있었다. 최대주주인 김세인이 외국인이라 적지 않은 분야에서 규제를 받고 있었다.
“외국인이라 문제라는 말인가요?”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지분이 많지 않아 문제가 없지만, 비상장회사의 경우 지분이 10% 이상이라 점검대상에 포함이 됩니다. 요즘 첨단기술의 국외 유출에 민감한 상황입니다.”
“1년 후에 해결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김세인은 당장 해결할 수도 있지만, 학교를 졸업하여 자유롭게 움직일 때까지는 한국의 국적을 유지할 생각이었다.
“현금이 꽤 되는데 그대로 둡니까?”
드림호프에서는 자금을 투자자금과 유보금으로 분리하여 관리하는데 투자운용을 하는 자금은 정해져 있지만, 수익이 나면 그 자금을 유보금 계정으로 이관하여 관리했다. 그동안 수익이 상당히 난 상태라 유보금이 2배로 늘어났다.
마찬가지로 김세인의 계좌에 있는 자금도 암묵적으로 절반의 자금만 투자하고 절반은 증거금 형태로 묶어놓은 상태였다.
“유보금은 절반은 그래도 두고 절반은 증권에 투자하도록 하죠. 그동안 블루칩에 투자했는데 그 종목 위주로 투자를 늘리도록 합시다. 그렇게 해도 1%도 증가하지 않겠지만요.”
“그렇게 하죠. 안정적인 분야에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모산나기계는 결국 파산했고 청산에 들어갔습니다. 군수분야는 별도로 떼어서 조선소의 협력업체 중에 하나인 세크리온이라는 업체에 인수되었습니다.”
모산나기계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인수를 하라고 했던 업체이기에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했다. 알고 있어야 관계자를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미국의 기계공업이 점점 쇠퇴하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발 빠르게 일부 업체는 전자산업으로 변신을 하여 적응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뒤처지고 있습니다.”
“모산나기계를 보면서 기계공업도 전자산업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세크리온에 인수된 군수 파트도 사실상 전자파트라고 하니 말입니다.”
“거길 청산했다면 실업자가 많이 발생했겠군요.”
“1,500명에 달하는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캘리포니아 고용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자동차부품업체나 항공기 부품업체들도 경영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캘리포니아 지역의 경제 현안에 대하여도 설명을 했다. 드림호프는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투자를 하지만 절반 이상은 캘리포니아 지역의 업체들이기에 지역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제조업 자체가 IT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부진한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죠. 그런 분야에 대한 정책적인 투자를 요구받는 상황이 온다면 과감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그건 정부가 할 일이지 기업이 할 일은 아닙니다.”
김세인은 부자의 책임이나 정책적인 협조로 잘못된 투자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레이튼이 잘 판단할 것이지만 마지못해 인수할 수도 있어 한계를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