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08
108. 의혹 (2)
김세인은 수지로부터 각국 정보기관의 움직임에 대해 들었다. 특히 미국의 움직임이 부산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이 김세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내가 GH 리조트의 지분을 인수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는 말이지? 문제 될 것이 있나?”
“그건 없지. 3%의 프리미엄을 제공했기에 비공식적인 공개매수였으니. 단지 그런 소식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그게 문제지만.”
“그거야 한국에는 찌라시도 있고 루머를 통해서 그런 소식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잖아?”
“하지만 그들과 연관을 지을 수는 있겠지. 정보기관은 물증이 아닌 심증으로 결론을 내는 경향이 강해. 스파이나 테러조직을 물증을 찾아서 조사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해.”
“그래서 내가 미지의 세력과 뒤로 뭔가를 거래했다고 결론을 낸 거야?”
“그렇지. 아니면 자금을 대서 자전거래를 했거나. 하지만 어떤 정황증거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니 그들도 답답할 수밖에 없고 직접 조사를 하려는 것 같아.”
“나에게 찾아올 것으로 보여?”
“일단 고모할머니를 찾아가서 그 일을 아는지 물을 것 같아. 고모할머니가 암중에서 아는 사람을 동원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니.”
“고모할머니는 아는 것이 별로 없잖아? 물론 레이튼이 관리하는 자금이 약간 관여를 했지만.”
“그것까지 대충 파악했지. 그렇기에 의구심을 갖게 된 거야. 고모할머니와 연관이 있는 경우에는 도의적으로 문제지만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고 테러나 마약 같은 범죄와 연관이 없다면 그건 정보기관에서 관여할 부분이 아니니.”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과정에 대한 의구심으로 옮겨간 것인데 골치 아프게 됐어.”
김세인은 탄식했다. 그런 상황이 염려되어 조심했는데도 정보기관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해결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모르는 일이라 부정하면서 계속 숨바꼭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기관에는 정치가나 슈퍼리치에 관한 자료가 엄청나게 많아. 대부분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것이라 의혹 수준이고. 그러니 크게 걱정할 것은 없어.”
그러면서 로사리오 켄팅턴에 관련된 자료를 보여주었다. 여러 정보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를 보면 진실과 거짓이 혼재되어 있었고 그렇기에 오히려 의혹에 그치고 있었다. 무기 상인이자 밀거래 상인이며 멕시코 갱단의 후원자인데도 무사했다.
그런 의혹이 없는 경우가 드물었고 그로 인해 항상 주시를 받고 있었다. 조금만 이름이 알려졌다면 모두 다 그렇게 자료가 수집되고 있으니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무조건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라는 말이지?”
“그럴 수밖에 없잖아? 사실 모르고 있잖아?”
김세인도 정확한 내막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수지가 암중에서 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레이튼이 들고 온 일종의 초대장은 박스에 가득 찰 정도였다. 그 정도로 많은 곳에서 연말 파티에 초대가 되었다. 어떻게 김세인을 알고 초대하는지 오히려 신기했다.
“여기도 송년회를 많이 하나 봐요? 한국도 난리가 아닌데.”
“네가 나타났으니 초대장을 보내는 거야. 저번에 생일파티를 하면서 얼굴을 보였기에 정식으로 초청한 거야.”
그 말에 김세인은 캐시에게 자신의 생일에 왔던 사람이 보낸 초대장을 따로 빼달라고 했다. 그러자 100여 장 중에 30여 장이 되었다. 많은 것 같지만, 생각보다 적은 것 같았다.
“송년회를 주최하는 사람은 공직자가 아닌 기업인들이다. 저번에 왔던 자들 상당수는 공직자나 경영인들이고 파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연회를 개최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한 번 연회를 한다면 최소 10만 달러는 필요하다. 저번 네 생일에 파티 두 번 하는데 무려 25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옆에서 고모할머니가 25만 달러나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파티 한 번에 그런 거금이 든다니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했다.
“파티공간만 꾸미는데 5만 달러, 음식에 2~3만 달러, 거기에 손님 접대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비용이 들지. 여기, 여기 정도 참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몇 군데는 일정이 겹쳐서 가지 못한다고 통보하면 되고. 여기나 여기는 자선 파티이니 굳이 참석할 필요 없이 약간 기부금만 보내면 된다.”
“여기와 여기는 친분이 있는 분들이죠?”
“그렇지. 27일과 28일이니 적당한 날짜이다. 크리스마스 파티와 송년 인사를 겸한 행사이니 취지도 적당하다. 더구나 종교적인 색채도 그리 강하지 않으니 괜찮을 거다.”
미국도 크리스마스 이전에 하는 행사 대부분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 시기 자체가 그렇기에 크리스마스를 강조했다. 반면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크리스마스는 철 지난 이야기가 되기에 신년 맞이나 송년에 더 의의를 두는 경향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여기 프라이드 가문은 어떤 가문입니까? 이런 성씨도 있나요?”
“프라이드라고 적혀 있지만, 프리트라 읽어야 해. 1800년대 초에 이주해온 독일계 유대인 집안이다. 원래는 매사추세츠 북부, 매인 주의 남부에 자리 잡았는데 1900년대 초반에 샌프란시스코로 이주를 했고 2차 대전이 끝날 무렵에 LA로 이주했다. 그렇기에 프리트라는 성을 사용하는 자들은 동부와 샌프란시스코에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명한 가문인가 봅니다.”
“그렇지. 한때는 금융에 종사하기도 했고 항공기를 제작하기도 했고 지금은 LA에서 자동차 딜러로 여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바로 금융계의 큰손이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많은 금융기관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유대인이라서 그런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 가문이 특별한 것이다. 특히 많은 금융기관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점도 특이하다. 프리트 일족은 패밀리컴퍼니인 프리트컴퍼니의 지분만 소유하고 있고 프리트컴퍼니에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
“200년 넘게 미국에서 뿌리를 내렸다면 일족의 숫자도 많겠군요. 월가에는 없습니까?”
“월가에 진출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금융기관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금융업에 종사하지 않으니. 가문의 일부만 패밀리컴퍼니인 프리트컴퍼니의 일을 보는 것으로 안다. 금융업 외의 직업을 갖는 것이 일종의 룰이다. 초대장을 보낸 벤자민 프리트도 자동차 딜러를 하고 정비공장을 운영한다.”
고모할머니는 그가 꽤 괜찮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고루한 유대인이라는 세간의 평가와도 맞지 않고 유대교 율법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유대인을 만나면 정말 답답할 거야. 마치 갓 쓰고 도포 입은 시골 노인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해. 특유의 옷차림을 보면 웃음부터 나올 거다.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마치 19세기나 20세기 초를 사는 느낌을 받을 거야.”
고모할머니는 유대인에게 학을 뗐던 경험을 말하면서 그들과 부딪치지 말라고 경고했다. 폭력적이지 않지만 가장 집요하고 귀찮게 하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그들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귀찮아서 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치 하는 짓이 뱀 같아. 이건 인종차별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한 번 원한을 맺으면 끝까지 보복하려고 해.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면 선악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결정적일 때 뒤통수를 치는 거야. 그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아.”
“정말요? 그러면 기준이 뭔데요?”
“자기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법이나 도덕과는 상관없이 죽일 놈이지. 반면 자기들에게 이롭다면 은인이야. 그렇기에 그들이 원한을 가진 것도 모르고 있다가 당하는 수가 있어. 뱀이 풀 속에 도사리고 있다가 무는 것과 비슷해.”
그러면서 사업을 하다가 유대인에게 당했던 일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는데 희한한 일이 많았다. 장사를 잘하고 있는데 유대인이 근처에 점포를 차려 경쟁을 하게 되었는데 장사가 되지 않으니까 온갖 해코지를 했다는 말이었다.
워낙 은밀하고 교묘해서 골탕을 먹었다. 그로 인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도 설명했다.
“그 사람이 특이한 것 아닌가요?”
“그런 자들이 유독 많았어. 그리고 그들에 대해 적은 글을 보면서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었지. 이후 가능하다면 그들과 부딪치지 않았어. 귀찮아서 피했다고 할까? 그나마 프리트 일가가 조금 나은 편이야. 그들도 집요한 면이 있지만, 그들은 선악을 따지고 규범을 중시하는 편이지.”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많은데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겠어요. 항상 조심하고요.”
김세인은 고모할머니와 논쟁할 생각이 없기에 수긍했다. 더구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이니 참고할 필요도 있었다.
벤이라 자신을 소개한 벤자민 플리트는 60대 중반의 인물이었다. 그 자리에는 레이튼도 같이 참석했다. 넬리 킴 회장은 굳이 자신이 참석할 필요가 없다면서 김세인만 보내었다.
레이튼과 벤자민은 안면이 있는지 친근하게 인사도 했다.
“넬리 킴 회장님과 10여 년 전까지 같이 활동했는데 그 이후에는 관계가 뜸했는데, 이렇게 킴 주니어를 만나니 반갑습니다. 저번에는 경황이 없어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지 못해 정말 아쉬웠습니다.”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아 사실은 수지가 보유하고 있던 파티 영상을 본 후에야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생일파티를 할 때는 손님이 많아 특별한 몇 사람 외에는 잘 기억하지 못했다.
“제가 아직 파티에 익숙하지 않아 그날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셨던 것은 기억이 나지만 얼굴과 이름을 따로 기억하는 실정이었습니다. 이런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차차 알아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말하고 안내를 받아서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프리트 가문의 본가라고 할 수 있는 저택은 넬리 킴 회장의 LA 저택보다 다소 작지만, 화려함은 비할 수준이 아니었다.
“이렇게 대리석으로 도배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빛이 나는군요.”
“건물을 짓는데 1억 달러 가까이 들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수천만 달러는 족히 들었을 것입니다.”
“일반 저택에 이렇게 호화로운 연회장이 필요한지 의문이군요. 1년에 한두 번 쓰고 말 텐데요.”
“그거야 기준이 다르죠. 일반인에게 1억 달러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큰돈이지만 수십억 달러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리 큰돈이 아닐 수가 있습니다. 세인도 이런 집을 사고 유지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생각의 차이입니다.”
김세인은 여전히 자신이 궁기를 버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이상 소시민으로 살아온 사람이라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것도 같습니다.”
김세인은 그렇게 말하고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전에 생일파티에 왔던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수지가 적당히 도와주었기에 이름을 헷갈려서 실수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요즘 드림호프의 실적이 아주 좋다면서요?”
레이튼과 김세인이 헤드테이블 근처에 자리한 자리에 앉아 있는데 벤 프리트가 와서 인사를 했다. 테이블은 8인이 앉을 수 있는 라운드테이블이었는데 실제로 앉은 사람은 네 사람이라 자릴 옮겨 다니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편리했다.
사람들이 옮겨 다니면서 적당히 빈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적당히 소소하게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레이튼이 별일 아니라는 투로 대꾸를 했다.
“소소한 수준이 아니던데요. 그런 비결이 있으면 좀 알려주십시오. 세인 주니어께서 관장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사실까지 알려졌다니 신기하군요.”
김세인은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실을 언급하는 저의가 뭔지 몰라 다소 딱딱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런 수익을 낸 것이 단순히 운으로 될 일은 아니죠.”
“그저 정보를 접하고 잘 분석하여 나름대로 투자의 지침을 내렸는데 그게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김세인은 운으로 치부하여 말을 돌리기보다 자신이 뛰어나서 그렇다고 인정했다. 그렇게 되니 대화가 이어지지를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