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10
110. 의혹 (4)
“사실 그런 곳에 이름을 올린다고 해도 반갑지 않습니다. 발표가 되면 귀찮은 일만 생기지 득이 될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재산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물론 김세인이 말하는 것은 맞는 말이 아니었다. 한국처럼 재벌 순위가 발표되지 않는 미국에서는 바로 그 리스트가 사실상의 재벌 순위이고 영향력을 의미했다.
“그건 아니지요. 그 자체로 하나의 힘이자 영향력입니다. 더구나 작년에는 100위 안에도 들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런 순위로 올라선 것은 대단한 일이지요.”
“저야 아직 실감하지 못해 잘 모르겠군요. 몇 번 각종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번거롭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 말입니다.”
김세인은 그걸 긍정하여 귀찮은 상황을 자초하고 싶지 않아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나도 정치 초년병 시절에는 대중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지더군요. 그 덕분에 지역의 영향력 있는 분들과 교류도 하게 되고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죠.”
하워드는 여전히 대화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가져가려는지 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자신이 원하는 다음 선거에서의 후원을 언급할 밑밥을 깔고 있었다.
“곧 선거이죠?”
“그렇습니다. 다시 지역구 사람들에게 잘했는지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열심히 했지만 잘한 것은 아니라서 걱정이 큽니다.”
“일반 유권자는 과정이야 어떻건 결과만 보게 되니 어쩔 수 없죠. 그건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죠. 그래도 자선사업부터 다양한 지역구 개발사업, 국익을 위한 원내 활동 등 내세울 성과가 많지 않습니까?”
“그거야 다 하는 일이니 특별한 것은 아니죠. 일부 활동은 국익이나 사회적 이익을 위해 아직 밝힐 수도 없고요.”
자신의 구린 부분이 언급되자 슬쩍 부정하기도 했다. 기업의 로비를 받아서 국가를 내세워서 각국에 압력을 행사하러 다닌 것을 국가기밀이라는 식으로 은폐하고 있었다.
“우리 샌버너디노는 LA라는 광역 대도시권에 속해 있지만, 농업 위주의 산업, 그것도 척박한 스텝, 사막기후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 한때 항공산업과 기계산업을 유치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거야 그렇지요. 고모할머니도 농장을 하시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른 곳까지 합쳐 농장이 세 개나 됩니다.”
“지역이 활성화되려면 투자가 되어야 합니다. 카운티와 주 정부에서는 IT산업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여건이 조성되어도 실제 기업이 오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결국 자신의 공약에 동참하여 이름을 올려달라는 요구였다.
“한 번 검토하도록 고모할머니께 말씀을 드려보지요. 제게 많은 부분을 증여했지만, 여전히 고모할머니의 의중에 따라서 운용하는 실정이니 말입니다.”
김세인은 바로 승낙하지 않고 고모할머니를 언급하여 답변을 유보했다. 약간의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수천만, 수억 달러를 투입하는 일은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고모할머니에게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을 만난 사실을 말하고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을 자세히 말했다.
“이 근방에 농장이 많지만, 공장도 꽤 많다. 물론 LA도 제조업이 쇠퇴하는 상황이라 상황은 좋지 않지만. 네 말대로 정치자금은 그저 몇만 달러, 몇십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이건 수천만, 수억 달러를 투자해야 하는 일이니 간단치 않다.”
“투자를 한다고 해도 잘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하더군요.”
드림호프에 샌버너디노의 상황에 대해 조사하라고 했는데 이미 그런 자료가 있었고 그걸 살피니 그리 낙관할 상황은 아니었다. 정치가나 카운티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답이 없었다.
“맞다. A사 정도가 대규모 공장을 짓는 정도가 아니면 해결이 되지 않을 거야. A사라면 굳이 이런 곳에 공장을 세울 메리트도 없으니 그런 결정하지 않겠지만. 있던 공장도 대부분 폐쇄하고 철수하는 상황인데.”
“맞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인구마저 감소하여 지역이 노후화되는 상황이고요.”
“뭔가 하려고 하는 거야?”
“몇 개 공장을 인수하거나 투자할까 생각 중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세운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물론 수지와 같이 타당성을 검토하여 결론을 냈다.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나도 지역의 요구 때문에 얼마 전에 검토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는데.”
“반도체공장을 세울까 합니다.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이나 대만, 일본에 밀리고 저가는 중국에 밀려 경쟁력 자체가 없다고 하던데.”
“그건 맞지만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심해지면 충분히 경쟁력이 생길 겁니다. 그리고 해결할 방법도 몇 가지 있고요. 설사 초기에 적자를 내더라도 감당할 수준이라 판단되고요.”
김세인의 말에 넬리 킴 회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을 판단하기 전에 깊게 생각하는 버릇이었다. 그러다가 자기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침내 어떤 결정을 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한 내용을 가다듬을 때 하는 동작이었다.
“넌 앞으로 유망한 산업이 IT 분야라고 생각하는 것 같구나. 오로지 그 분야에 올인하려는 것 같아.”
“그렇습니다. 그 분야만이 그나마 부가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다른 분야가 아예 경쟁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후발주자가 그나마 발붙일 여지가 있는 산업이라고 판단됩니다.”
“좋다. 1년에 적자가 2~3억 달러 수준이라면 감당하지 못할 건 아니니 한 10년 투자한다고 생각하자.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 그렇다면 여기서 하워드에게 뭔가 얻어낼 게 있어서 만난 것 같구나.”
“그렇습니다. 세제 혜택을 받을까 합니다. 아울러 몇 가지 제한에 대해서도 예외를 적용받을까 합니다.”
“뭘 원하는 거냐?”
“한국의 SI 연구소, SI 반도체와의 협업을 할 수 있도록 승인받을까 합니다. 기술협력에 대한 제한을 전부 없애려고 합니다.”
“그건 한국에서도 문제가 될 것 같은데.”
“그렇기에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두 나라 사이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는 걸 어필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적당히 도움을 주면 적극적으로 나설 거라 봅니다.”
한국의 대기업이 해외투자를 하거나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하려고 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바로 정부의 규제였다.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우려하여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막았다. 법으로 허용이 되는 일일지라도 외환관리법, 대외무역법 등의 법규를 이용하여 사실상 차단했다.
“미국의 정치권을 통해서 일을 성사시키겠다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한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한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대만이나 일본의 견제를 피하려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면서 노광기나 포토레지스트 같은 소부장에 투자한 상황이니 그런 물품의 수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설마 한국에서 생산한 장비를 가져올 생각이냐?”
“그렇습니다. 지금 SI 반도체에서 설비를 증설하면서 투자했는데 증설이 끝나면 판로가 없습니다. 다른 공장에 판매하지 않으면 공장을 놀릴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다. 결국 네가 투자한 소부장을 살리기 위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겠다는 말이구나.”
“그런 면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3천억 원 정도 적자를 볼 것인데 미국에서 투자하면 적자 규모는 줄어들 것입니다.”
“어렵구나. 한국에서의 적자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인데.”
“초기에는 그렇지만 연구개발이 진행되면 흑자전환을 이룰 것이라 봅니다. 제가 능력을 발휘할 생각입니다.”
김세인이 게임을 직접 개발했고 그것 때문에 연구소의 적자가 상당히 줄어든 것을 들은 상황이라 의심을 하지 않았다.
미국에 온 김세인은 매일 바쁘게 움직였다. 온화한 캘리포니아 날씨는 겨울일지라도 그리 춥지 않았다. 낮에는 출근하고 밤에는 파티에 참석하면서 연말을 보내었다.
김세인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유희원과 통화하고 그렇게 탄식을 했다. 시차 때문에 매일 저녁 무렵에 통화를 했다.
“잠시 한국에 다녀오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참.”
김세인은 그렇게 말하고 하던 일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한국의 저택에 갈 수 있지만, 사람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했다가는 수지의 존재를 감출 수 없었다.
김세인은 자신의 거처에서 드림호프의 다음 해 사업계획을 살펴보고 있었다. 퇴근했지만 막상 할 일이 없으니 회사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김세인은 일반투자회사로의 전환 문제가 언급된 부분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거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나?’
‘굳이 외부의 자금을 받을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남들 좋은 일을 시켜줄 이유가 없어.’
투자를 받으면 자금이 많아지고 그걸 운용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니 문제가 있었다.
‘그러면 이건 보류해야겠어.’
‘그게 좋을 거야. 외부에서 투자를 받으면 그와 관련된 부분은 공시가 필요하니. 그러면 패밀리컴퍼니가 아니게 되지.’
‘그건 그래. 그럴 바에는 별도의 투자회사를 만드는 것이 낫지.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고. 사내 보유금만 해도 충분하고. 드림호프에 유보한 금액도 꽤 되니.’
김세인은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 운용자금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 포기하기로 했다. 득보다 실이 더 많아 보였다.
‘그리고 게임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어떤 것 같아?’
‘괜찮을 거야. 스마트폰에서 하는 모바일게임 시장이 크게 성장 중이니 몇몇 게임회사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고 한동안 주식시장에서 고공행진을 할 거야.’
그러면서 수지가 몇몇 게임회사를 언급했다.
‘사업계획에 나와 있는 회사들 대부분은 그리 전망이 밝지 않아. 그들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은 히트하기 어려울 거야.’
수지가 내부정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개발 정보에 대해서 알렸다. 그런 다음 리스트에 없는 중소 게임업체에서 개발하고 있는 몇 개의 게임에 대해 언급했다.
‘이 회사에 투자하라는 말이지?’
‘그 게임들이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거야. 그러면 게임회사의 주가가 폭등할 거야. 시가총액이 크지 않아 크게 상승할 거야. 더구나 시장에 풀린 주식도 꽤 많은 편이고.’
김세인은 수지가 언급한 것을 참고하여 새롭게 투자할 회사 리스트를 작성했다.
‘리비아 사태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어?’
‘미국과 협상하고 있어.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야. 그렇다고 적대적인 태도도 아니고. 그냥 관망하는 수준이지. 폭격을 당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야. 그 사이 내부를 정비할 예정이야.’
‘서부의 세력들과는 문제가 없어? 얼마 전에 뉴스에 분열을 획책하는 자는 용납할 수가 없다면서 둘이 연합한 것 같던데.’
‘말로는 연합한다고 하지만 둘의 배후가 이탈리아와 프랑스라 쉽지 않을 거야. 거기다 미국에서 그들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에 지지를 받을 수도 없고.’
‘가능하면 피를 흘리지 말자.’
‘얼마 전에 스위프트도 두 개 확보했어. 그간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거래를 막았는데 성과이지. 그동안 프랑스의 테베린을 통해서만 외환거래를 했는데 해결이 되었어.’
스위프트란 외환을 송금할 수 있는 번호였다. 그런 코드가 없으면 독자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없었고 그런 코드를 가진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거쳐서 거래할 수 있었다.
‘그걸 미국이 승인했다고? 비공식적인 승인인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서부의 금융기관 세 개에도 허용했어. 리비아에 가한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했어.’
카다피가 사라진 상황이라 더 이상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속할 수 없기에 일부 해제했다. 물론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해제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테베린을 배제해도 문제가 없는 거야?’
‘아직은 어렵지. 테베린이 없다면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 더구나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아있는 상황이고. 테베린을 축출하면 프랑스마저 적으로 돌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지. 그나마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버틴 것은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거래를 끊지 않은 덕분인데.’
‘사우디와는 관계가 어때?’
사우디는 중동의 봄 사태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여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자국으로 확산될까 경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새로 들어선 혁명정부나 과도정부를 승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