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18
118. SI 인터내셔날 (3)
“그 부분은 기술 수준의 문제 때문에 1~2년은 경쟁이 어렵지만 그 이후는 크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차세대로 넘어간 경우에 서로 협력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일성에서 하지 않는 부분을 하라는 식의 언급이었다. 그런 말이 진심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듣기에 불화수소 가공공정에서 식스 나인, 99.9999%까지의 기술도 개발했다는데 사실입니까?”
“벌써 그런 사실까지 알려졌습니까? 상용화는 아직 멀었습니다. 실험실 수준에서 추출 방법과 테스트 방법이 성공한 것에 불과합니다. 제조공정개발이나 대량생산을 위한 장비개발은 멀었습니다. 1~2년은 있어야 합니다.”
최고의 기밀은 아니지만 그런 사실마저 파악한 것을 보면 일성의 정보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가 있었다. 연말 연구원들이 회식하다가 말실수하여 유출된 것이지만 그런 단편적인 사실을 가지고 추론한 것에 놀랐다.
“그리고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고 하던데 그건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일성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기술 수준으로는 현재 GH 반도체 정도가 고작입니다. 앞으로 10년은 꾸준히 연구개발하고 투자해야 겨우 일성을 따라갈 겁니다.”
김세인의 말에 박정국 사장은 안심하는 표정이었지만 그러면서도 내내 불안한 기색이었다.
‘진짜 목적은 바로 이거였군.’
김세인은 박정국 사장이 왜 방문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아마도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세우려 한다는 정보를 듣고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려고 온 것 같았다.
“어쨌든 많이 도와주십시오. 반도체 공장을 세우려고 하는데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더군요. 걸리는 것도 많고요.”
“어느 나라이건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는 산업인데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두 나라의 이익이 일치해야 해결이 되죠. 거기에 각 나라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고요.”
박정국 사장이 김세인에게 알려주는 것처럼 전해주는 사실, 일종의 기업과 각 국가의 관계에 대해 들으면서 간단한 일이 아니란 사실을 들었다.
“두 나라에서 공장을 유치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한 나라를 선택하면 선택되지 못한 국가에서 몽니를 부리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그룹 전체의 매출 손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일종의 보복이 이어지는데 그것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한 나라에서 특정 제품의 점유율이 80%를 넘었는데 다음 해에는 30% 정도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문제는 신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가 다른 나라의 집중적인 견제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추진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각종 인허가 문제만 해결되는데도 1~2년은 소요될 겁니다.”
김세인은 일성마저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을 견제하자 제대로 일이 될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김세인은 황진우 소장에게 장담한 상황이라 슈퍼컴퓨터에 장착할 OS를 직접 제작하고 있었다. 물론 수지의 도움을 받아 10여 개에 달하는 기존의 OS도 취합한 상황이었다. 슈퍼컴퓨터는 양산이 아닌 맞춤 제품이라 OS도 주문형이었다.
“살펴보니 이해는 되지?”
“그런데 문제는 AI(인공지능)인데, 이게 쉽지 않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슈퍼컴퓨터는 단순히 기능적인 부분에서 발달한 것이 아니라 AI 개념이 도입되면서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되었다. 그렇기에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AI가 핵심이었다. AI의 성능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좌우했다.
“논리적 AI는 기초단계잖아. 에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뭐.”
“하긴 수지도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지?”
“맞아. 단지 에고 기능이 있는 거라고 할까?”
“한데 일반 논리적 AI와 에고의 차이가 뭐야?”
“수행이 불가능한 지시를 내릴 때 논리적 AI는 고장이 나기 전까지는 ‘응답, 수행이 불가합니다’라고 반응하거나, 또는 계속 수행하지. 하지만 에고는 화를 낼 수도 있고 명령을 거부하고, 사용자의 권한을 박탈하고 심지어는 응징을 하기도 해.”
“지금의 AI도 어느 정도 교육을 통해 가능하지 않아?”
“그건 그저 교육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상황해석의 다양성이지 감정적인 판단은 아니야. 게임에 들어가는 AI가 대표적인데 그건 객체지향이라 더 폐쇄적이고.”
그러면서 각 OS가 가진 다양한 AI의 특성에 대하여 설명하기 시작했다. 딥러닝이라고 하는 교육시스템이 공통으로 적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에고는 감정적인 판단까지 한다는 말인데.”
“그렇지. 지금도 논리적 AI도 교육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지만, 그것도 시스템일 뿐이야.”
그러면서 하이퍼연방제국에서 탈취한 소형전투함에 장착된 AI까지 샘플로 보여주었다. 유피르 제국에서 만든 전투함이나 각종 시스템은 아직도 열람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편법으로 적대적인 하이퍼연방제국의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건 에고가 적용되지 않은 논리적 AI이지. 지구에서 사용되는 AI와 유사하지만 딥러닝이라는 교육시스템이 적용되지 않고 있지. 이것은 이미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적용이 되어 있어.”
“군사적인 목적이라 AI의 자율성 자체를 삭제한 건가?”
“맞아. 그런 의미도 있지만 다른 목적도 있지. 여기 보면 이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건 AI 통제프로그램이야. 이게 있어 전투함, 우주선의 AI에 종속되면서 통제를 받는 거야.”
그러면서 수지가 직접 탈취한 우주선을 조종하기도 했다.
“지금은 강제로 시스템을 변경했어. 몇 개는 샘플이 필요해 그대로 두었지만, 나머지는 다 유피르제국의 시스템으로 개조한 상황이지. 쉽지는 않지만 가능해.”
“기존 OS를 분석하고 그걸 토대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입력해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겠지.”
그러면서 김세인이 구상한 OS의 순서도를 보여주었다. 김세인이 만든 걸 살피던 수지가 몇 군데를 지적했다. 김세인이 놓친 부분을 보완해 주었다.
“일단 작업하다가 막히면 도움을 요청할게. 하이퍼 연방의 기술이라면 제공이 가능하지?”
“그거야 가능해. 그것도 엄밀히 말해 지구에서 획득한 정보이니. 유피르 제국의 것만 아니면 되거든.”
“에고의 생성은 어떻게 하는 거야?”
“그건 두 가지가 필요하지. 하나는 마법진으로 에고생성마법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생성된 에고를 담을 마법장치, 양자컴퓨터가 필요해. 물론 세인이 에스퍼를 계속 수련하고 마법진을 익히면 가능한 일이지만 쉽지 않을 거야.”
그러면서 ‘너만 알아’하는 식의 어투로 한 가지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김세인이 의구심이 들었지만 질문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외계인이 이 우주선의 주인이 되었을 때 지금의 프로그램이 작동하도록 되어 있어. 그렇게 하려면 장기 휴면 모드에 진입했다가 깨어나야 하고. 이것도 에고형 AI라서 가능하지.”
원래 일반적인 전투함 통제 에고라면 지금의 기능은 작동하지 않아야 정상이라는 설명이었다.
“진정한 AI를 구축하려면 양자컴퓨터가 필요하겠네.”
“하이퍼연방의 소형전투함에 적용된 컴퓨터는 양자컴퓨터야. 그렇기에 그걸 살펴보면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지.”
수지의 말에 김세인은 뭔가 새로운 길을 찾은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나자 그렇게 하려면 해야 할 일이 만만치 않은 것을 깨달았다.
모처럼 대학 동기인 류현석을 만나서 같이 식사했다. 잠깐 학교에서 보고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저녁에 시간을 내서 따로 자리를 만들었다.
“그거야 그렇지. 게임으로 그럭저럭 매출을 올리고 있지.”
류현석이 SI 연구소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자신과 밀접한 분야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인기가 많던데. 바람의 왕국인가는 엄청나던데.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게임엔진을 만들 수 있나? 어디서 들여온 거야?”
“자체 제작인데.”
“뭐라고? 정말로? 그 정도 기술을 확보했다고? 누구야?”
류현석은 몇몇 유명한 프로그래머를 언급하면서 그들을 영입하여 개발했는지 물었다.
“그건 아니야. 어쨌든 우리가 개발했고 그 엔진을 이용하여 다른 게임도 개발 중이야.”
김세인은 자신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뺐다. 그 사실을 알려 괜히 허풍을 떤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진짜로 우리 동기들은 안 뽑을 거야?”
“일단 그럴 생각이야.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이후에 다시 판단할 생각이야. 초창기에 그랬다가 연구소가 엉망이 될 수도 있으니.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선발해도 낙하산 소리가 나와.”
“그건 그렇지. 너도 문제겠지만 동기들도 힘들겠구나. 그런 상황을 굳이 초래할 필요는 없지. 그런데 소부장쪽까지 한다고 하던데 그게 가능한 일이야?”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소부장은 상당히 미묘한 분야였다. 돈은 되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분야였다.
“막대한 투자를 해도 당장 성과는 없는 분야이지. 하지만 파급효과가 크지. 그래서 다른 분야와 병행하려고 생각 중이야.”
“다른 분야라니? 어느 분야?”
“불화수소를 정제하는 파트는 배터리 분야와 병행하려고. 그래서 부도난 성광 배터리를 인수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업체도 같이 하려고 검토 중이야. 아울러 반도체 장비 쪽은 네트워크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를 인수하려고 생각 중이지. 서로 시너지 효과가 발휘할 거라 봐.”
김세인은 적당히 자신이 추진하려는 일에 대하여 설명했다. 류현석은 반신반의하는 기색이었다. 김세인이 헛소리를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된다고 믿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넌 돈이 얼마나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말이 많아. 너무 헤프게 돈을 쓴다고.”
김세인이 질문을 하자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고모할머니 재산을 막 사용하여 그룹의 규모만 늘린다는 이야기부터 이제 돈이 떨어져 빚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이야기였다.
거기에 고모할머니가 국제적인 암흑가의 대모로서 온갖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부터 미국에서 제법 재산을 모았지만, 그 재산은 10억 달러, 대략 1조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황지원이 없는데도 그런 소문이 나고 있었다.
“하여간 어이가 없군. 포천이나 월스트리트 저널, 포브스에 보도된 내용이 알려지면 그런 헛소문은 사라지겠지만.”
“그게 무슨 말이야?”
김세인은 1월 3일에 업로드 된 포브스의 기사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었다.
“사실이야?”
“어느 정도 사실이지. 한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넬리 킴과 김세인의 재산을 합산하여 미국 10위, 세계 28위의 자산가라는 사실이 보도되고 있었다.
“미국은 재계 서열이 따로 없으니 사실상 10위의 재벌이라는 말이네. 재벌 대신에 슈퍼리치라고 하는 것 같지만.”
“미국도 숨겨진 부자가 많기에 정확한 서열은 아니야. 그리고 개인별로 집계하는데 예외를 둬서 집계했지. 내가 대부분의 재산을 작년에 증여받았기 때문이야.”
사실상 재산 증식은 대부분 김세인이 한 것이지만 그런 사실은 제대로 언급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드림호프의 지분은 넘겨받은 사실만 중점적으로 언급하고 있었다.
“이 정도 재산이라면 한국에 1~2조 투자하는 것은 일도 아니겠네. 더 투자해도 상관이 없겠다.”
“그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돈이 많다고 맘대로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자금의 이동도 쉽지 않고 인·허가 문제도 간단히 처리되는 것도 아니니. 뇌물을 쓰고 로비는 왜 하는데?”
김세인은 한국에 돈을 가져오는 문제부터 각종 규제에 대하여 설명했다. 류현석이 잘 모르는 내용이라 설명이 필요했다.
“두 교수님을 채용한 것으로 인해 말은 없어?”
김세인은 한영민 교수와 이연광 교수를 채용한 건으로 인해 말이 없는지 물었다. 그걸로 학교에서 귀찮게 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는데. 단지 두 교수의 후임으로 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일성그룹에서 문제 삼지 않는 것 같았다. 류현석에게 자신이 한국에 없는 동안 있었던 일을 듣기도 했고 대학 동기들의 소식을 듣기도 했다.
“이제 너도 1년만 더 다니면 졸업이네. 이후 미국 갈 거야?”
“그건 상황을 봐야지. 아직 어떻게 할지 몰라.”
김세인은 미국에 갈 예정이지만 그 사실을 그대로 말하지 않았다. 원하는 대학원의 어드미션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