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22
122. 서버센터 (4)
명절이나 집안의 경조사는 개인에게 있어 커다란 이벤트이고 기쁨의 원천이면서 한편으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명절 준비를 하는 거야?”
카오스톡 김정준 회장을 만나고 회사에 들러 후속 회의마저 한 김세인은 10시가 넘어서 퇴근했다.
“나야 그냥 구경만 했고 할머니와 도우미 아주머니, 혜진이가 대부분 했지.”
고모할머니는 유희원이 임신한 이후에 지나칠 정도로 보호했다. 그 이유를 알기에 김세인도 관여할 수 없었다.
“특별한 문제는 없지?”
“그렇지. 한데 왜 이렇게 늦은 거야?”
“오늘 카오스톡 김정준 회장과 저녁을 하고 끝난 후에 회사에 들러 간단히 후속 대책을 논의하느라….”
“모바일 메신저에도 진출하려고?”
“그냥 투자만 하려는 거야. 진출할 계획이라면 굳이 그 회사에 투자하지도 않았을 거야. 단지 게임과 연관이 있고 유망해 보여서 10% 정도 지분을 확보한 정도야.”
“게임 파트의 실적은 좋은 것 같아. 그런데 게임엔진은 어떻게 할 거야? 공개요청이 많이 들어왔다면서?”
유희원은 잠깐이지만 회사의 핵심으로 있었기에 회사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더구나 김세인이 미국에 가 있는 동안 비공식적으로 김세인의 업무를 일정부분 대행하기도 했기에 어지간한 내용은 알고 있었다.
“게임엔진의 개발이나 제작툴의 개발도 병행하려고 생각 중이야. 그쪽이 소프트웨어의 개발역량을 키우는 길인 것도 같고.”
“그러면 일성 SDI와 경쟁하려고 하는 거야?”
“그럴 수도 있지. 일단 한국에서라도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되는 게 목표야. 이후에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되어야지. 나 혼자의 능력이 뛰어나서는 불가능하고 다른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야 가능하니 경험을 쌓게 해야지.”
“그보다 명절 상여금을 꽤 지급했는데 부담은 없어?”
김세인은 설날이 다가오자 직원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명절 보너스를 지급했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아직 적자인 상황에서 그런 지출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 벌충했기에 단행했다.
“제조업 쪽은 사실상 적자이지만 SI 홀딩스의 금융 부문은 꽤 흑자를 내서 전체적으로 이윤이 커. 보너스를 지급하고도 당기순이익이 제법 될 거야. 그렇기에 그 정도는 큰 부담이 없어. 다른 재벌 그룹 수준으로는 해야지.”
“실적이 좋은 회사만큼 지급했기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고.”
유희원이 계열사 정보까지 대부분 파악하지만 금융 부문이나 투자 부문의 상황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전체적인 그룹의 자금 사정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계열사 사이의 자금이동은 자칫 공금횡령이 될 수도 있고 배임이 될 수도 있는데 그건 잘 처리한 거야?”
회계를 담당하고 있기에 그런 규정을 잘 알고 있기에 걱정을 했다.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홀딩스에서 대주주 가수금으로 처리하고 현재 증자 절차를 진행 중이니 문제는 없을 거야. 그런 문제는 깨끗이 해야지. 그리고 이일은 SI 홀딩스의 증자 문제만 내가 관여했고 나머지는 이장우 사장이 처리한 상황이야.”
그렇기에 절차상 문제가 되더라도 김세인의 책임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 사실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기에 말하지 않았다.
“내일 성묘를 다녀올 거야?”
“그렇게 해야지. 다른 집안은 명절날 가지만 우리는 명절 전에 찾아갔으니. 그게 편한 것 같고.”
“미국은 일이 없어? 오전에 할머니랑 레이튼 사장님이라 뭔가 심각하게 통화를 하는 것도 같던데.”
“조금 귀찮게 하는 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어. 그리 문제는 없을 거야. 반도체 공장을 세울까 해서 계획을 세우는 중이기도 하고.”
김세인은 유대인인 알렌 스네핏에 대한 거나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괜히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사업을 하다 보면, 매일 전쟁을 하는 것 같아. 한 가지 일이 해결되면 또 일이 생기고 가만히 두지 않는 것 같고. 사는 게 다 그렇겠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회사에 들어간 동기들도 다 똑같은 것 같아. 생존을 위한 투쟁은 끝이 없는 것 같아.”
김세인은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갈등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영석 사장은 김세인의 지시를 받고 멕시코에 진출하는 방안을 세우려고 했지만 단순 중개무역을 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어 고심하고 있었다.
그 지역에 진출하려면 현지에서 뭔가 사업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것이 없었다. 유통업에 진출하는 것은 불안정한 현지 치안상태를 고려했을 때 리스크가 컸다. 그렇다고 자원개발분야에 뛰어드는 것도 역시 불안했다.
“그렇다고 불법무기를 수출할 수도 없는 일이고.”
폭력조직마다 하나씩은 있다는 무기공장에서 무기를 받아서 수출할 수도 없어 보였다.
“현지에서 할만한 것은 마트나 만드는 것인데 그런 것은 지금도 곳곳에 있는 실정이고요.”
해외영업파트 중에 전략기획부문의 인원을 불러 모아서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답이 없었다.
“가전 부문의 일부를 그곳에서 생산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부품은 어디서 조달하고 현지인들이 과연 제대로 작업하고 품질을 유지할 것이라 봅니까? 한때 우리나라 가전업체가 진출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모두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일부 남아있지만 마지못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직원들 사이에도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결론은 이대로는 멕시코 자체가 답이 없다는 사실만 명확해졌다.
“일단 오늘 나온 방안들에 대해서 검토를 해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문제점에 대해서 자세히 검토하고 해결방안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현지 상황이 변하고 있다니 방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회장인 김세인의 지시이기에 결국 답이 없지만 다시 한 번 검토하라고 지시를 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멕시코 건이 문제이군요.”
김세인은 다음날 최영석 사장이 들고 온 두툼한 보고서를 살펴보다가 그렇게 질문을 겸한 반응을 했다.
“멕시코의 경우 치안도 문제이고 근로 의지나 자립 의지, 성취욕구가 부족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공장이나 대단위 사업장을 만들어서 제대로 운영이 될지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가내수공업처럼 소규모 작업장을 둘 수도 없고요.”
“만일 이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자 생산거점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요? 멕시코의 현재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총체적 난국입니다.”
“일단 현지에 가서 직접 상황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피상적으로 그럴 것이라는 말만 하지 말고요.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멕시코 서북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김세인은 멕시코 지도를 펼친 다음 쿨리아칸 이북을 가리켰다. 결국 현지 실사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레예스 상사라는 곳이 있으니 여기랑 연락하고 현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뭔가 결론이 나겠지요.”
최영석 사장은 난감한 표정이지만 결국 지시대로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서버센터를 건립하는 일은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였다. 재계 50위권 밖에 있는 SI 그룹이 무슨 배짱으로 서버센터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IT 산업이 태동할 때 호스팅업체가 난립하고 그때 서버센터를 세운 곳도 있었지만, 지금은 통신사와 대기업 몇 군데를 제외하고 운영하는 곳이 없었다.
“서버를 카오스톡에 대여해 준다고 하지만 상당한 모험인 것 같습니다.”
박정국 사장은 보고서를 슬쩍 보더니 그렇게 평가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 같아. 클라우드 사업은 일성 SDI에서도 차세대 사업으로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 아닌가?”
이건주 회장의 말에 박정국 사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보고서에도 그럴 가능성에 대하여 언급했지만, 기반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우선 계열사에서 기본적인 매출을 올려주어야 하는데 SI그룹은 서버센터를 커버할 정도의 계열사가 없었다.
“더구나 SI 인터내셔날을 인수하면서 유통에도 뛰어든 상황이야. 아직 소매점까지 진출하지 않았지만, 그룹 통합구매시스템을 구축 중이지. 그러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어.”
“지금이야 큰 문제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 경쟁자가 될 수도 있겠군요.”
“그래, 커다란 경쟁자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 특히 기술이 좋아. 김세인의 역량도 크고. 생각지 못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더구나 슈퍼컴퓨터까지 도입한다던데 언제 그런 기술을 확보했는지 걱정입니다.”
“슈퍼컴퓨터의 OS를 직접 개발한다던데 그런 인재가 우리 SDI 말고 다른 곳에도 있었나? 핵심 인재로 분류하여 이직도 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할 것인데?”
“김세인 회장이 직접 챙긴다고 합니다. 아울러 게임엔진도 마찬가지로 챙기는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경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성 SDI는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였다. 그런데 SI 연구소가 어느새 그런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었다.
“김세인 회장이 천재라는 말인가?”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그럴 가능성도 큽니다. 하드웨어 분야도 몇몇 연구원들과 면담한 결과를 보면 아는 것이 많다고 합니다. 일반 학생 수준이 아니라 오랫동안 연구에 종사한 사람이 가진 수준의 지적 능력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분야에서 경쟁할 가능성이 커. 요번에 소나에서 곤도 사장이 전화를 했더군.”
“무슨 헛소리를 합니까?”
“신년 안부 인사라고 했지만, 전화한 목적은 SI에서 진행하는 소부장 사업에 우리가 동조하지 않는지 염탐하려는 것으로 보이더군. 소나의 계열사인 가시마산업에서 들여오는 장비를 대체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도 같아. 거기에 SI에서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세울 때 자신들의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 가능할지 묻더군.”
“SI에서 소나의 장비나 일본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합니다.”
박정국 사장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잠시 뜸을 들이기도 했다.
“최첨단이 공장이 아니라면 가능할 겁니다. 거기서 모은 업체들이 한국에서는 가장 뛰어난 업체들입니다. 아직 흉내 수준이지만 한 단계 아래 정도는 개발할 능력도 있고요. 한 5년 정도이면 비슷한 수준이 될 수도 있고요.”
“김세인 회장이 문제일세. 나도 처음에는 무리한 계획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쉬운 일이란 생각마저 드네. 그 일례가 게임엔진이야. SDI에서 국내 게임업체의 의뢰를 받아 게임엔진을 제작하기도 하는데 항상 문제가 되었네.”
국내에도 3대 게임업체가 있고 그들은 게임엔진을 개발할 능력이 있지만, 대작 게임을 운영할 정도로 고난도의 게임엔진을 개발할 능력은 없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일성 SDI와 협력하여 게임엔진을 개발했는데 항상 원하는 수준의 게임엔진을 제작하지 못하고 목표의 70~80% 수준에 머물렀다.
“게임엔진 원본을 입수할 수는 없어 시중에 풀린 유저용 게임을 통해 분석한 결과 최고 수준의 게임엔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네. 거기에 슈퍼컴퓨터의 OS마저 직접 개발했다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엄청난 수준이라 판단되네.”
“그게 하드웨어로 이어지면 반도체나 주변기기, 소부장까지 최고에 오를 것이란 말씀이군요.”
“그러하네. 어느 순간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제품이 튀어나올 수도 있네. 그 많던 거대 핸드폰 업체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맥을 못 추고 있네. 우리 일성전자가 그런 상황에 처할까 두렵네.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박정국 사장은 이건주 회장의 말에 바로 응답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인정하니 달리 대응할 방도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