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24
124. 서버센터 (6)
리비아에서 벌어진 내전은 시리아와 달리 조용한 가운데 전개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인이나 외부에서는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부에서 두 세력의 대립하면서 수도인 트리폴리와 항구도시인 미스라타 사이에서 대대적인 공방전이 벌어졌다. 그나마 민간인의 희생을 고려해서 시가전을 벌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카심 알후드와 카슈비크 레슈단이 두 도시를 장악하면서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고 대대적인 충돌이 발생할 상황이 벌어졌다. 민간인들은 포성이 나자 불안에 떨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전장에서 피난을 떠나는 것 외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의외의 사태가 벌어졌다. 서부 벵가지에 근거를 두고 있는 알 사우드를 장군을 지지하는 일단의 영관 장교 10여 명이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켜서 카심 알후드와 카슈비크 레슈단을 체포했고 때맞춰 서부군이 동부로 진격했다.
지휘부가 이미 포로가 된 상황에서 외부에서 전격적으로 밀고 들어오자 대항할 수가 없었고 결국은 동부 전체가 알 사우드의 지배하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전격적으로 리비아 내전은 종결되었고 순식간에 리비아는 군정이 실시되었다. 정부 자체가 1년 전에 붕괴된 상황이라 군정 외에는 방도가 없었다.
“오늘부로 리비아 전역을 리비아군이 통제할 것입니다. 당분간 국정의 안정을 위해 군정을 실시할 것이고 준비되는 대로 민정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아울러 국가의 원활한 통치를 위한 리비아 국가평의회를 구성하여 원활한 통치를 지원할 겁니다.”
1월 31일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정변으로 인해 세계는 카다피의 재림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큰 충돌 없이 진행된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이후 리비아의 혼란이 크지 않을 것이란 사실에 오히려 걱정했다.
알 사우드와 휘하 참모들은 서방에 우호적으로 접근하려고 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카다피의 재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여 알 사우드 정권과의 대화에 소극적이었다.
‘물자의 지원은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어?’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어. 사전에 비축해둔 물자도 많고.’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 폭정을 우려하여 저항할 수도 있어. 그러면 문제가 커져.’
‘당장 큰 문제는 없어. 민정 이양을 약속한 상황이니. 하지만 조만간 상황이 안정되면 달라지겠지. 하지만 현재 상황이 비상사태임을 누구나 공감하기에 잘 해결될 거라 봐. 어떻게든 그렇게 만들어야지.’
수지는 휴먼해킹까지 동원하여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때문에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설치지는 않아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
김세인은 대낮에 우주선을 방문할 수가 없어 자리를 지켰지만, 새벽이 되자 우주선으로 이동했고 좀 더 자세히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했다.
“두 수장은 어떻게 할 거야?”
“둘 다 알 사우드 장군의 군 선배들이야. 다 직속상관이었던 적도 있고. 둘 다 전역했지만, 여전히 군에 영향력이 상당하고. 그렇기에 죽일 수는 없어.”
수지도 정치적인 감각마저 가지게 된 것 같았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었다.
“그래서 국외추방이라도 할 생각이야?”
“일단 내란 및 외환 혐의로 군사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하고 이후에 형 집행을 정지시켜 가택연금을 할 생각이야. 그런 다음 적당한 시기, 1년 후쯤에 저들을 후원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출국하도록 할 계획이야. 그 정도가 무난할 것 같아.”
내부에 그들을 두면 반란을 획책할 수도 있고 민정 이양을 할 때 정치 일선에 복귀할 수도 있었다. 그것은 정치 불안을 야기하고 또 다른 숙청이나 정치보복으로 이어질 수가 있었다.
“저들을 살려두면 정치적으로 부담될 수도 있지 않을까?”
“죽였을 경우보다 훨씬 나을 거야. 미국이나 유럽과 협상을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저들을 죽이면 걸림돌이 될 거야. 인권 문제로 귀찮게 할 수도 있고.”
“석유의 생산은 어떻게 할 거야? 현재는 카다피 생전에 비해 30% 정도 감산한 상태인데.”
“미국과 유럽, OPEC와 협상을 통해서 결정할 생각이야. 미국의 입장이나 유럽의 입장이 다르고 여러 산유국의 입장이 다르기에 함부로 증산하거나 감산하기도 곤란해. 현재 테베린을 통해 조율 중이야. 대략 20% 정도 증산할 수 있어 보여.”
“리비아 국고는 문제가 없어?”
“문제가 많지. 외환보유고가 70억 달러가 전부야. 그나마 외채는 많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산유국이니 2~3년 정도 긴축하면 정상화가 될 수 있어. 인구가 고작 500만 정도에 불과하니 먹여 살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고.”
그들이 먹을 식량이나 각종 식료품 등도 충분히 비축한 상태이기에 3~4개월은 큰 문제가 없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가 좋아하겠군.”
“그렇지. 재건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벌써 대사관에서 움직이고 있어. 그 덕분에 잘하면 빠르게 승인이 이루어질 것도 같고.”
승인이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려면 강대국의 승인이 필요했다.
“유럽에서 특수를 기대하는 것도 같아. 지중해 연안을 다시 재개발할 필요도 있고. 2000년 이전에는 건설사업이 활발했는데 경제제재가 길어지면서 쇠락했어.”
리비아는 한 마디로 낙후되어 있었다. 제대로 경제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산업 자체가 몰락한 상태였다.
미국에서 걸려온 전화에 김세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이튼이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을 만나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협의를 하는데 뭔가 반응이 이상하다는 내용이었다.
‘수지, 어떻게 된 거야?’
‘어제 말하려고 했는데 리비아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세인이 늦었다고 하면서 바로 돌아가서 보고하는 것을 미뤘는데 오늘 결국 문제가 된 거야. 조금 복잡하니 전화를 끊은 후에 자세히 말하도록 할게.’
김세인은 통화를 하다가 수지를 호출했고 뭔가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레이튼에게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한 후에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부동산을 매입한 상황이니 중도에 멈추는 것은 손해이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그러자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실로 IT 업계의 대단한 거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만찬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데 바로 김세인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이라면 리비아 사태보다도 더 중요한 것 아니야?’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시급한 것은 아니야. 그들이 너를 경계하는 것이지만 테러를 하지는 않아.’
그러면서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을 움직인 주체에 대하여 언급했다. 바로 Q사의 암리치 회장이었다.
베피트 회장과 스테파놀 회장에게 면박을 당한 것이 창피한지 회합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회사의 임직원들에게 전화해서 김세인에 대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닦달을 했다.
‘그러다가 하워드 레지턴스가 세인에게 반도체 공장을 지으라고 권유한 사실을 알고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윽박지른 거야. 그것도 보여줄게.’
암리치 회장은 상당히 다혈질이었다. 40대 초반까지 어렵게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CDMA 기술의 성공으로 슈퍼리치가 된 인물이라 자의식이 누구보다도 강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성공가도를 달렸던 빌 회장이나 스테파놀 회장에 대하여 열등감도 상당했다. 거기다 재산도 가진 지분이 그리 많지 않아 40억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더구나 어려웠던 시절을 보낸 덕분에 상당히 거친 면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암리치 회장에 대한 반감도 클 것인데 왜 이런 반응을 보인 거야? 조금 이상하군.’
‘그건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이 네오콘 계열의 군수업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야. 그들과 암리치 회장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Q사의 매출 30%는 군수업체이니.’
그러면서 Q사에 대하여 설명했다.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그들에게 전화해서 압력을 가하도록 작업했다. 레이튼을 만나기 직전에 네오콘의 거물 다섯 명이 하워드 레지턴스에게 전화했고 결국 추진을 보류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레이튼과 하워드 레지턴스의 협의 장면까지 보여주었다. 레이튼이 적당히 공장규모나 고용효과를 설명한 후에 해결해야 할 난제를 열람하자 전과 달리 해결에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그 자리에 있던 일곱 중에 가장 찌질한 놈이 움직인 건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다니. 나나 고모할머니도 아직 멀었어.’
‘어떻게 할 거야? 손을 쓸까?’
수지는 역시 공격적이었다. 물론 흔적도 남지 않게 처리할 역량이 있었다. 그렇게 하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심증이 남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물증보다 더 문제였다.
‘그냥 두자고.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이 급한 건 아니잖아. 한국에서 투자하는 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미국까지 투자해서 적자를 키울 필요는 없어. 단지 이방인이기에 일종의 입장료를 낸다고 생각하고 투자할까 했는데. 대신 적극적으로 추진을 하지. 인허가가 나와야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것이니. 모션만 취하자고. 그 준비로 1~2천만 달러 쓰는 거야 큰 부담이 없으니.’
김세인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시급한 건 아니니 미국 IT 산업계의 반대를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종종 정치가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그걸 지지하는 자들을 자신의 지지자로 확보했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추진하지 않고 슬쩍 추진하려는 모션만 취했다. 그러면서 반대파를 자극하여 극렬하게 반대하도록 유도하여 무산되게 만들어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도 했다. 그런 방식으로 이번 반도체 공장 건설을 이용하기로 했다.
‘적군과 아군을 파악하는데 좋은 방법이지. 앞으로 중점적으로 암리치 회장의 동태를 살펴보도록 할까?’
‘그래. 아마 알렌 스네핏 계열과 연합을 할 수도 있겠어. 유대인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상황이니.’
더구나 암리치 회장은 기독교도이지만, 할머니가 유대계이라 그쪽과도 친분이 있어 유대인들과 연합할 가능성이 컸다.
‘그럴 가능성이 크지. 슈퍼컴퓨터 OS가 엄청난 파급효과를 낸 것 같은데. 물론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당장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10위 이내의 기술을 가진 회사가 되었잖아.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핵심은 슈퍼컴퓨터의 OS와 통신시장의 운영체계이니.’
‘너무 처음부터 튄 것이 아닌지 걱정이야.’
김세인은 사전에 예측한 것보다 더 강력한 반응이라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 견제가 심해질 수도 있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차라리 실력을 보였으니 무시하지 않겠지. 더구나 연구소에서 발언권이 강해졌잖아? 앞으로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거야.’
그러면서 수지가 연구원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팀장급 몇 명이 모여서 저녁 식사를 겸한 회식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김세인이 소프트웨어만이 아닌 하드웨어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 같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번에 뉴텍에서 주문한 반도체 회로도를 딱 한 번 보고 오류를 잡아내더라고. 그거 보고 놀랐다니까.”
“이 팀장이 그때 괴기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
“괴기고 싶은데 회장이라서 약간 주저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지. 생각 없이 따져 들었다가는 제대로 찍혔을 거야. 뭔가 말하려고 보다 보니 회장이 맞는 것 같아 참았는데 잘했지.”
“그건 맞아. 게임 프로그램 코드를 한 번 쭉 보고 오류 잡아내는 건 기본이야. 그래서 보고하거나 결재 올리기 전에 긴장부터 한다니까.”
“어느 때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는 느낌마저 들어. 로탈 일렉트로닉의 컨트롤러 칩을 설계해서 가지고 갔더니 미심쩍은 표정이더라고. 결국 오류 딱 캐치하고 수정지시 내리더라고. 이미 어디서 오류 낼지 예상한 표정이야.”
“학부생이라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신기해. 군대에서 공부만 한 것도 아닐 텐데.”
“그런다고 가능할까? 그러니 소장님도 천재라고 하는 거지. 성 팀장은 어때? 여기서 제일 많이 작업했잖아?”
“뭐, 나도 다른 사람이나 똑같아. 설명을 듣다 보면 끝나있어. 어느 때는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고민하기도 하고. 결과 놓고 역으로 맞춰서 겨우 답을 찾는 수준이지.”
“개발툴은 다 이해가 돼?”
“아직 헤매지. 코드를 살필 때마다 이렇게도 구성할 수 있구나 감탄하는 것이 고작이야. 다른 프로그램에 적용하려고 해도 쉽지 않고. 하지만 자주 보니 이제는 그런 구조는 좀 이해돼.”
김세인은 수지가 보여주는 팀장들의 대화를 보면서 자신에 대해 그리 나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에 다소 안심했다. 심하게 욕을 한다면 그것도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