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3
13. E0-임시사용자 (4)
TMI가 따로 없군. 다들 살살 피하는 것을 보면 운동하자고 성화를 부리고 엄청 수다스러운 사람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체력단련실을 나왔다. 혼잣말이라 생각하는지 이번에는 수지도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벌써 점심 무렵이 된 것 같군.’
그러면서 본관으로 가자 막 두 대의 차량이 들어오고 있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간 사람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역시 캐시가 차에서 내렸고 김세인의 물건을 내리고 있었다. 그걸 보고 김세인도 다가가서 물건을 받았다.
“운동복과 의복, 그리고 목검에요. 다른 것은 가벼우니 목검과 책만 받아요. 목검은 케이스까지 있어 꽤나 부피가 되죠.”
목검의 경우 파손이 되고 다른 물건과 부딪칠 위험이 있어 케이스가 있었다. 또한 목검 외에 첨단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것도 별도로 있었다.
“목검은 부러질 수도 있어 최근에는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러지지 않고요. 사람이 맞으면 진검이나 마찬가지니 주의하라고 합니다.”
캐시의 말에 김세인은 고맙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고 같이 물건을 들고 자신의 거처로 갔다. 물건을 받아서 한쪽에 쌓아두고 샤워부터 했다. 조금만 운동해도 땀이 많이 흘러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당장 캐시부터 땀 냄새가 많이 난다는 말을 했다.
다른 사람들과 점심을 같이 한 후에 정원의 공터로 나가 목검을 들고 제국기본검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검도는 처음 하는 것이기에 일단 파지법부터 기본적인 베기나 막기 같은 동작을 익혔다.
이어서 기본검술 1식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역시 움직이는 동선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호흡이나 에스퍼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구나 검술을 하려면 목검에 에스퍼를 보내야 하는데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일단 형식만 익혔다.
‘내가 익히는 속도가 어떤 것 같아? 정해진 시간 안에 가능할 것 같아? 불가능하다면 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아?’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에 수지에게 물었다.
‘이제 시작인데 잘 모르지. 그래도 아예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여. 몸도 유연하고. 사실 기존의 자료가 유피르 행성인들 기준이라 지구인에게 적용하려면 변환이 필요하다.’
‘지구인과 유피르 행성인은 많이 다른가?’
‘세세한 것은 말할 수 없다. 설사 말 할 수 있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나중에 자격이 되면 알려주도록 하지.’
임시사용자이기에 알려 줄 수 없다고 칼같이 거절을 했다. 그들의 본거지에 대한 것은 철저히 함구했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격투술처럼 1식만 전개하는데도 상당히 힘이 들었다. 또한 검술까지 익히게 되자 이런 동작을 익히는 것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에스퍼 파워를 모으면서 에스퍼를 통제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격투술과 검술이 마법과 연관이 있는 거야?’
‘그렇다. 격투술이나 검술이 능숙해지면 외부로 에스퍼 파워를 내뿜을 수 있고 외부에 있는 에스퍼를 통제할 수 있다. 외부의 에스퍼 파워를 움직이는 것이 마법이다.’
‘그러면 공간이동도 가능한 것인가?’
‘가능하다. 하지만 순수한 마법만으로 공간이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위마법사일지라도 짧은 거리라면 가능하지만 10m만 넘어가도 쉽지 않다. 전에는 가능한 사람도 꽤나 있었지만 마도공학이 발전하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편하게 마도공학으로 마법을 전개할 수 있기에 어느 시점부터 마법을 익히는 것을 다소 등한시했다. 그렇기에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에스퍼를 모으고 마법을 익히는 것을 등한시 했다.
‘하지만 우주선의 승무원으로 근무하려면 일정 수준의 EP와 SP가 필요하기에 여전히 수련하는 자들은 많다. 워프를 할 때마다 워프반동이 발생하는데 그 때문에 워프를 할 때마다 에스퍼가 없는 자들은 신체 기능이 저하된다.’
설사 에스퍼를 일정수준으로 익힌 자들일지라도 워프반동은 발생한다고 했다. 단지 내구성이 강해 여러 번을 해도 버틸 수가 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회복하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게 C0 수준이라는 말인가?’
‘일종의 커트라인이다. 우주선의 출입도 보통 워프로 하는데 그것도 자주하면 워프반동이 발생한다. 승무원이라면 하루에도 많으면 10회 이상을 하는데 그 정도라면 일반인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가 있다.’
‘나도 부작용이 생기는가?’
‘그렇다. 그렇기에 임시사용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면도 있다.’
그렇게 말하고 더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워프반동은 부차적인 이유에 불과해 보였다.
‘지금이야 에스퍼 총량이 낮고 1식만 전개하니 문제가 없지만 2식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노출된 공간에서 운동을 할 수 없다.’
‘하긴 2식의 동작만 해도 평범한 사람이 따라서 하기 어려운 동작이 많으니. 그러면 폐쇄된 공간이 필요한데.’
‘그런 공간이라면 저쪽 끝부분에 있는 건물이 적당할 것이다. 거기에 빈 공간이 있다.’
어느새 저택을 탐색했는지 김세인보다도 더 저택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저택의 평면도에 위치까지 표시해 보여주었다.
‘고모할머니에게 거기를 쓴다고 말하면 되겠지.’
그런 일이라면 기꺼이 허락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에 걱정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한국에 갔을 때인데 임대하거나 적당한 곳이 없다면 건물을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혼자 생각하는 것을 아는지 수지가 끼어들지 않았다.
‘여행을 할 때도 따라올 거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내가 가는 것이 안전할 거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내가 대처할 수도 있고.’
‘혹시라도 뭔가 위험한 것이 있는 거야?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서 뭔가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아는데.’
‘소냑이라는 자가 적의를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어.’
‘소냑이 누구지? 그런 자도 있어?’
김세인은 수지가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문을 표명하자 수지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SC T&T co, ltd에 얽힌 일을 설명하기 시작하고 그 사건을 일으킨 데저트 레틀러(사막방울뱀) 조직의 레온 힐먼드, 일명 소냑이라는 자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자가 20년 전 고모할머니를 혼수상태로 만들었다.
‘그러면 SC T&T co, ltd의 회장인 에렌 허벌린이 소냑이라는 자와 공모하여 그 일을 자행했다는 말이야?’
‘그렇다. LA 경찰국의 기밀문서에 그렇게 적시되어 있다. 단지 물증이 없고 소냑이 도주한 상황이라 처벌을 하지 못한 것이고. 물론 당시의 상황을 보면 누군가 사건을 조작한 흔적이 있지만 그 부분은 제대로 파악이 불가능했다. 문서에는 기재가 되어 있지 않은데 아마도 에렌 허벌린이나 그와 연관된 자일 것이다. 한데 통신사 통화내용을 살피다가 최근에 에렌 허벌린과 소냑이라는 자가 통화한 것으로 의심되는 통화기록을 발견했다.’
‘통화기록을 찾아냈다고? 그게 가능해?’
‘임시사용자일지라도 사용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도모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주변의 위험을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한다. 지난밤부터 조사를 하여 약간의 성과가 있었다.’
‘소냑이라는 자의 행방에 대해 알아?’
‘그 자의 통신기록을 보면 애리조나의 피닉스와 투손을 오가고 있다. 앞에 나서지 않고 숨어 있는 상황이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원래 그자의 고향이 투손이다. 에렌 허벌린과 소냑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전화의 통화기록을 전부 조사하여 그런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시 지도를 보여주었다. 지도에 몇 군데를 표시했다. 주소까지 이미 파악한 것 같았다. 그런 것을 보면 인공지능 수지가 얼마나 능력이 좋은지 알 수 있었다.
집사인 레이튼은 미국에 복귀한 이후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택에 있기보다 LA에 주로 머물고 있었다.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발생한 업무의 공백을 매우고 그 사이 일어난 각종 사안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야 했다.
“무슨 일로 만나자고 했나?”
임페리얼 호텔의 라운지에 있는 자리에 앉으면서 먼저 와서 앉아있는 에렌 허벌린 회장에게 물었다.
만나자는 요청을 받자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고 그나마 적당한 곳이 호텔 라운지라 생각하여 그곳으로 정했다.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회사의 지분 20%가 킴 회장의 조카손자에게 넘어갈 것이라는데 그러면 문제이지 않나?”
“그래서 언제든지 적당한 가격에 넘겨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고 헐값에 넘길 수는 없는 일이고.”
레이튼은 시장의 가격 정도로 넘기는 것도 그리 찬성하지 않지만 넬리 킴 회장의 의중이 그러니 따르는 정도였다.
“그렇게 못하면 결국 우리가 보유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나? 지금 당장이라도 시가나 약간의 프리미엄을 붙여서 매각한다고 하면 서로 인수하려고 나설 것이야.”
레이튼의 말에 반박도 하지 못하는 에렌 허벌린이었다. 더구나 전에 있던 일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 상황이라 우호적일 수도 없었다.
“나중에 상속을 하려면 현금이 필요할 것인데 문제는 없을까? 그것이 걱정이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은데. 회장님이 고령이지만 그런 말을 함부로 지껄이다니.”
상속을 언급하는 것은 죽음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고 빨리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기에 제 3자가 함부로 언급하는 것은 실례가 아닐 수가 없었다.
“나야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지. 더구나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처분이 어려운 부동산보다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니 만일의 상황이 되더라도 유예를 해달라는 말이지.”
상속이 진행되면 미국의 상황을 잘 모르는 상속인보다 킴 회장의 측근인 레이튼의 의중이 크게 작용할 것이고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좋은 가격을 제시하는 거래상대에게 넘길 수도 있었다. 레이튼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에렌 허벌린의 말을 들은 레이튼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어렸지만 곧 그런 표정을 지웠다. 사정을 하는 것 같지만 또 뭔가 일을 획책하기 전에 자신만의 명분을 쌓는 것으로 보였다.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지. 나야 이미 나이도 있고 회장님의 혈육과는 그리 가깝지도 않으니 뭐라 말하기도 그래.”
레이튼은 말을 하면서도 에렌의 눈치를 살폈다. 아마도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또 다시 흉측한 일을 꾸밀 것으로 보였다. 물론 그가 했다는 물증은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회장님은 우리 쪽에 관심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자네라도 좀 도와주게. 경영권이 흔들리면 회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네.”
레이튼은 그런 것을 결정할 입장도 아니고 설사 결정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에렌이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불측한 행동을 하기 위한 전조로 보였다.
“그러면 대출을 해서라도 지분을 가져가게. 사실 지분의 인수를 원하는 곳이 많아. 스탠리 투자은행도 나섰고.”
그 지분을 넘겨받으면 M&A를 시도할 여지가 생기기에 인수받기를 원하고 있고 그걸 알기에 허벌린 일가도 어떻게든 확보하려고 하면서 처분을 유예하라고 요청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