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31
131. 미국 이주 준비 (1)
2월 20일경에 김세인은 미국으로 갔다. 3월에 4학년 1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국에서의 일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1년 후면 미국에 건너갈 예정이기에 그에 대한 준비도 필요했다.
미국에 건너온 후에 시작해도 되겠지만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여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워드 레지턴스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샌버너디노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레이튼의 보고에 김세인은 이미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였다.
“무슨 이유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가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봅니다.”
“이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IT 업계와 네오콘이 압력을 가했다고 합니다. 특히 Q사의 암리치 회장이 주동이 되어 반도체 공장의 설립을 가로막고 있다고 합니다.”
레이튼도 정보를 모았고 대략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한 상태였다. 하지만 IT 업계의 수장 7인이 회합을 가진 것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1월 초에 IT 업계의 대표 주자인 A사, AM사, G사, I사, M사, Q사의 대표와 대표적인 투자자인 H사의 총수가 모였고 그 자리에서 나와 드림호프가 추진하는 반도체 공장 건립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SI 연구소와 영역이 겹치는 Q사의 암리치 회장이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에게 압력을 가했고 그게 통하지 않자 암리치 회장과 친분이 있는 군수업자들까지 동원하여 압력을 가했다고 합니다. 결국 군수업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이 버티지 못하고 태세를 바꿨다고 합니다.”
김세인은 누군가에게 들은 것처럼 이야기를 전했다.
“그렇게 되었다면 상황이 이해됩니다. 한데 세인님은 그런 사실을 어떻게 파악한 것입니까?”
레이튼은 세인의 설명에 의문을 표하지 않고 그런 정보를 어떻게 아는지 그걸 더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런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비밀인데 김세인이 아는 자체가 이상했다.
“그 사실을 파악할 정도의 실력자가 있습니다. 사전에 그 사실을 말할까 했지만, 혹시라도 도청을 당할 수 있기에 전화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김세인은 누구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정도만 언급했다. 더 말해서 수지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싶지 않았다. 암중에 돕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죠. 도청이나 감청에 취약한 건 사실이니. 보안장비를 설치하여 예방하지만, 그것마저 의미 없다는 말이 돌고 있으니 말입니다.”
보안장비는 송신과 수신, 양쪽 모두 사용해야 하는데 그걸 만든 회사에서 협조하면 무용지물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기에 믿을 수가 없었다.
“지시하신 대로 일단 서류는 다 준비해놓았습니다.”
“서류를 접수하죠.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할 말이 있습니다.”
김세인은 준비한 각종 서류에 주주로서 서명했다. 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은 주주이기에 이런 대규모 투자는 주주의 동의가 필요했다. 주주가 여럿이라면 주주총회 의결이 필요하지만 김세인이 모든 지분을 소유한 상황이니 서명만으로 끝이었다.
“이걸로 허가가 나지 않으면 장소를 바꿔서 재차 신청하면 됩니다. 카운티와 주 정부는 이걸 어떻게 할지 골치가 아플 것입니다. 우리에게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동안 다른 곳에도 허가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레이튼은 김세인의 의도를 듣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정도의 독심은 있어야 기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
“멕시코의 상황은 알고 있죠?”
“서북부를 ‘라 데코’란 조직이 장악한 걸로 압니다.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큰 조직이 되었다 들었습니다. 멕시코시티를 장악한 ‘훌라 멕시코’ 다음으로 큰 조직이라고 합니다.”
김세인에게 멕시코에 진출하라는 지시를 듣고 정보를 수집한 결과 그 정도는 바로 파악이 가능했다.
“한국의 SI 인터내셔날이라는 종합무역회사가 라예스 상사란 회사와 업무협력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조만간 두 회사에서 연락이 올 겁니다. 그 회사의 영업을 지원하고 무역금융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합니다.”
“라예스 상사는 ‘라 데코’에서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거기와 거래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두 곳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물론 ‘라 데코’에서 영업을 방해하지 않지만, 그걸로 연관이 있다고 할 수는 없죠. 그리고 멕시코의 회사 중에 온전하게 영업하는 회사는 암묵적으로 갱들의 비호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멕시코에서는 갱들이 영업을 방해하는 순간 어떤 회사도 버틸 수가 없었다. 수틀리면 총격을 가하는 자들이 갱들이었다. 그들의 표적이 되는 순간 참혹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그렇기에 갱들과 유착을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그런 면이 있죠. 하지만 그들이 마약 밀매나 인신매매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그걸로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레이튼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는지 달리 반박을 하지 않았다.
“혹시 그쪽과 협력하는 게 가능합니까?”
“협력하기보다 적당히 압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함부로 도발할 수는 없도록 조치한 상황입니다.”
김세인의 말에 레이튼은 이해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파악한 바로는 김세인에게 그런 역량이 없었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지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결국 암중의 세력일 것인데 그런 세력과 연계가 된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Q사의 암리치 회장은 김세인이 미국에 왔다는 소식을 듣자 김세인의 동태를 살피라고 지시했다. 하워드 레지턴스에게 압력을 가해 반도체 공장 설립을 못하게 만들었지만, 생각을 바꿔 다시 추진할 수도 있기에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하워드 레지턴스와는 별개로 샌버너디노 카운티 행정청과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 인허가 절차를 진행한다고?”
“그렇습니다. 어제 서류가 일괄적으로 접수가 되었습니다.”
비서가 단정적으로 보고했다. 그런 비서의 태도는 이번 일을 그리 찬성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워드 레지턴스에게 압력을 가해 협력하지 못하게 만들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암리치 회장은 뭔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 되었다. 대규모 공장을 지으려면 여러 가지 절차를 밟아야 했고 그중에 단 한 가지 절차만 문제가 되어도 허가를 내줄 수 없었다.
지금처럼 반대가 심한 상황이라면 주 정부나 카운티도 허가를 내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헛수고였다.
“하하하, 이거 내가 공적이 되는 수가 있겠는데.”
순간 암리치 회장은 심각한 표정이 되어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김세인이 뭘 노리고 서류를 제출했는지 깨달은 것 같았다.
“굳이 캘리포니아 아니라도 다른 곳에 세우면 된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캘리포니아에서 반도체 공장 설립이 불가능하게 만들려고 하는 건가? 이거 지역발전을 가로막은 주범이 되겠는데.”
암리치 회장도 김세인이나 드림호프가 원하는 게 뭔지 바로 파악했다. 다른 사람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조치였다. 다른 사람에게 허가를 내준다면 그때는 시끄러울 수 있었다.
“다른 주로 건너가서 반도체 공장을 세우게 된다면 캘리포니아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은 걸로 욕을 먹는 것 아닙니까?”
비서도 의도를 깨닫고 암리치 회장에게 물었다.
“그냥 곱게 포기하면 문제가 아닌데 끝까지 결과를 확인하겠다니? 이거 만만치 않은 작자이군. 이렇게 되면 하워드 레지턴스도 지역구 의원으로서 반대만 할 수도 없겠는데.”
암리치 회장은 김세인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자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만일 이번에 공장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이후 대규모 공장은 지을 수가 없었다. 다른 공장은 몰라도 반도체 관련 공장은 쉽게 허가를 내줄 수 없었다.
“이번에 그를 한 번 만나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회장 보좌역을 겸하고 있는 비서 레이놀즈의 말에 암리치 회장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레이놀즈가 일을 추진하면서 썩 내키지 않은 기색이었는데 이 정도에서 수습하자는 의견이었다.
“스테파놀 회장의 의도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사실 이번 일이 A사의 회장인 스테파놀 회장이 유도한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해도 Q사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이라 판단하여 행동했지만 이제 적당히 멈출 때였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타협하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사실 그로서는 억울할 것이고 모든 일의 원흉인 우리 Q사와 회장님께 원한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달리 접점도 없는 상황인데 일을 저지른 것이니 말입니다.”
비서의 말에 암리치 회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특별히 원한을 가질 이유가 없는데 질투심과 열등감에 휘말려 일을 저질렀다. 물론 동종 업계이고 잠재적인 경쟁자이기에 견제하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지만, 너무 과민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하기에는 너무 늦은 게 아닌지 모르겠군. 하워드 레지턴스에게 압력을 가한 것도 문제이고. 조용히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낫지 않겠나?”
막상 자존심이 상해 일을 저질렀지만, 마땅히 수습하기는 쉽지 않았다. 유대인 단체에서도 추파를 던져 접촉했지만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서로 공동의 행동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냈다.
“넬리 킴 회장이나 세인 킴의 영향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재력에 있어서는 회장님은 몇 배를 능가합니다. 그들이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절차를 진행한다면 회장님도 큰 타격을 받습니다.”
그 사실을 자인한 상황이니 아니라고 발뺌할 수도 없었다.
“방도가 없잖아? 이미 손을 썼고. 만나서 뭐라고 해?”
비즈니스 관계에서 경쟁자 사이에 어떤 분쟁이 벌어지면 쉽게 화해할 수는 없었다. 물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일시적으로 협력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한 번 원한 관계가 형성되면 두고두고 서로 공격하면서 견제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야기라도 들어보면서 서로 협력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자는 거죠. 지금이라도 연결고리를 만들어두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야. 이 정도에서 뒤로 빠지도록 하세. 지금부터는 하워드 레지턴스가 알아서 할 문제야.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지. 김세인이란 자도 당장 우리에게 뭘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니.”
암리치 회장은 굳이 만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이 한 일이란 사실을 확인시켜주어 적대감만 키워줄 수 있었다. 그냥 적당히 시간이 흐른 이후에 관계를 개선하는 게 나았다.
김세인은 갑자기 A사의 스테파놀 회장이 만나자고 연락을 해오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굳이 만날 이유가 없었다.
“드림호프가 A사의 대주주라서 만나기를 원한다는 말이군요. 그런데 굳이 그쪽에 가야 하나요?”
드림호프의 대표인 레이튼에게 연락이 온 상황이었다. 김세인의 개인 연락처는 공개되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레 직접 LA 사무실로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렇게 할까요?”
“만나보도록 하죠. 자기가 온다는데 피할 필요는 없죠.”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주범이 A사의 스테파놀 회장이었다. 그런 자가 만나자고 하니 꺼림칙했지만 일단 만나기로 했다. 피하면 오히려 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목적인지 알아? 뭔가 주변에 말한 게 있을 거 아냐? 설마 즉흥적으로 만나자고 한 거야?’
‘주변과 별로 상의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알려진 게 없어. 워낙 독선적이라 휴먼해킹으로 조치를 하기도 쉽지 않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비서에게 약속 잡으라고 한 거야.’
그러면서 한동안 집무실의 책상에 앉아 있는 장면이 보이더니 벌떡 일어나 인터폰으로 비서에게 일러 김세인에게 연락하라고 했고 연락처가 없다고 하자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다가 드림호프에 연락했고 연락처를 알지 못하자 결국 레이튼에게 스테파놀 회장이 직접 전화를 했다. 수지가 확보한 자료는 그게 전부였다. 그렇기에 그 의도를 알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