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34
134. 미국 이주 준비 (4)
“쉽지 않아. 요즘 워낙 민감한 상황이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좀 부탁한다. 건수 좀 내놔봐. 넌 좀 아는 게 있을 거 아니야? 많이도 말고 큰 거 서너 장 정도만 어떻게 변통이 되면 좋겠는데. 뭘 하든 총알이 있어야 움직이니.”
“요즘 같은 세상에 서너 장이 가능할까? 대가 없이는 2~3백도 쉽지 않은데. 큰 거 서너 장은 웬만한 국회의원도 어려워.”
“그렇기야 하지만 좀 없을까? 신생 기업이랄지, 아니면 뭔가 구린 구석이 있다던지. 정보가 좀 있을 것 같은데.”
“알아는 보겠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마.”
“그보다 어제는 왜 연락이 되지 않은 거야?”
“무역공사에 가서 고유가 대책 회의에 참석했어. 관계부처 정책협의를 빙자한 이번 총선 대책 회의였지. 유가 급등에 따른 대책 회의인데 특별한 것은 없었어. 나야 그저 배석자로 회의자료나 받아서 수석에게 전달했어.”
“기름값이 너무 올라서 물가가 오르고 그 때문에 다들 아우성이라 뭔가 대책이 필요하긴 하지. 좀 특별한 대책이라도 있어?”
“그게 나오겠냐? 나이 먹은 사람들이라 머리가 굳어 있어. 아, 고장현이라고 VIP 친구분이 이상한 소리를 해서 분위기가 썰렁했지. SI 인터내셔날이란 곳이 시리아와 리비아에 연줄이 있으니 거기랑 협조해서 뒤로 기름을 싸게 들여오자고 말이야.”
그러면서 수출입은행 지점을 통해 획득한 정보에 대하여 언급했다. 그런 내용을 듣던 장원경은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달라고 말을 했다. 한동안 한정식이 상황을 설명했다.
“사실이야?”
“나도 궁금해서 여기저기 확인해 봤는데,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는 것 같아. 그런 일은 국내 재벌그룹 무역회사들은 다 하는 일이니 특별한 것은 없지만. 어떻게 운대가 맞아 그쪽과 거래선을 튼 것도 같고. 그쪽과 연결은 된 것이 맞아.”
“그렇지 않아도 거긴 우리도 주목하고 있는 곳인데. 미국을 뒷배로 두고 있지 않아? 미국대사관과 주한 미군까지 주시하는 상황이라 손을 쓰기 어려워. 그걸 잘 모르는 자들이 설치지만.”
“그거야 나도 알지. 고장현, 그 양반은 그걸 모르는지 거기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SI 그룹 김세인을 건드려서 좋은 꼴 보기 어려운데.”
“우리도 팀장급만 아는 이야기이니 모를 수도 있지. 그 양반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 평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니.”
장원경은 다소 냉소적으로 말을 했다.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걸려 들어갔지만, 사실은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사적인 치부였다.
어떻게 당에서 총력을 기울여서 무죄를 받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공천은 받지 못했다.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정치에 사용하지 않고 사적으로 착복한 것이 더 문제였다.
“최근에 저쪽 로잘린이랑 연락은 해봤어?”
한정식이 은밀한 어조로 귀 가까이 대고 한마디를 건넸다.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한 달 전에. 특별한 내용은 없었어. 왜?”
“며칠 전 나한테 SI 뒤에 ‘사막의 암류’가 있는 것 아닌지 묻더군. 단순 거래관계인지 아니면 흑막을 하는 건지 조사해보라고 부탁했는데 관계가 있나 봐.”
한정식이 역시 소리를 낮춰서 이야기했다.
“그건 김세인이나 넬리 킴 회장이 그 암류와 연결된 것이라 보는 거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GH 그룹과의 분쟁에서 뒤를 봐준 세력이 있었어. 지분을 매집해서 넘겨준 자들 말이야. 그건 너도 알 거야. 그들과 선이 닿는 존재는 넬리 킴 회장 밖에 없지. 그러니 의심이 되나 봐. 더구나 얼마 전에 중국에서도 사건이 발생한 것 같아.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닌데 고위급 누군가 죽었나 봐.”
한정식의 설명에 장원경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듣기는 했는데 도시괴담처럼 워낙 나도는 소문이 많아 진위 파악은 불가능해. 더구나 중국은 좋지 않은 일이 터지면 은닉부터 하는 곳이라 파악이 쉽지 않고.”
“로잘린도 위에서 내려온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 같아. 그래서 우리 쪽에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여.”
“그건 국외팀 쪽에서 관여할 문제라서 나도 잘 몰라. 카더라 통신으로 도는 내용이라 사실 진위확인은 불가능해. 단지 추적을 해도 곳곳에 흔적이 끊겨 확인이 불가능해. 실제 찾아보면 오래 전에 실종된 사람인 경우도 허다하고. 어떤 경우는 근거 서류가 없이 전산에만 등재된 경우도 많고. 추적이 쉽지 않아.”
후진국의 경우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검증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미 자금을 인출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가 많아 실체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괜히 그런 쪽에 관여하지 마. 그러다가 피를 보니.”
장원경이 정색하고 한정식에게 주의하라고 충고했다. 그런 일에 연루되어 무사히 지나갈 때는 드물었다. 비밀을 많이 알수록 위험한 것이 정보의 세계였다.
“하지만 아예 모른 척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너나 나나 그쪽과 연관이 있는 상황이고. 한국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거부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로잘린을 너무 믿지는 마. 언제 우리를 버릴지 몰라. 자신에게 불리하면 꼬리 자르기를 할 수 있어.”
그들은 10여 년 전에 로잘린이란 미국 여성을 만나서 후원을 받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빠르게 승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휴민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임신 중인 유희원은 모처럼 임대사업자 사무실로 출근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정혜진이 있었다. 작년에 유희원이 하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물론 부동산의 관리를 SI 홀딩스에 위탁한 상황이라 일이 많지 않지만, 각종 계약주체는 김세인이라 관리가 필요했다.
“이번에 빌딩 3채를 추가로 매입했죠?”
김세인이 미국에 가기 전에 빌딩 3채를 계약했고 그 뒤처리가 끝나 이제 등기가 마무리 되었다.
“그렇지. 그것도 임대사업자 관리대상 부동산에 포함하고 세무서에 신고도 해야 할 거야. 그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고 가산세가 붙을 수도 있고.”
유희원은 정혜진이 해놓은 일을 살핀 다음 서류 하나를 보았다. 유희원 명의의 빌딩 등기권리증서였다. 부부이기에 같은 임대사업자 안에서 처리할 수가 있었다.
“언니, 이거 절반은 큰 회장님이 부담했다면서요?”
“그래. 내 결혼 선물 비슷한 거야.”
원래는 빌딩 두 채만 사려고 했는데 김아현이 늦었지만, 유희원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고 해서 빌딩 하나를 더 계약하고 유희원의 명의로 해주었다. 물론 그 때문에 증여세까지 부담해야 해서 절차가 조금 복잡해졌다.
“이런 빌딩도 선물로 받고 너무 부러워요.”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가지고 있어도 막상 달라진 것은 없어. 내 명의이고 내 이름으로 세금을 내는 것만 달라.”
그렇게 말하고 등기권리증을 정혜진에게 건네 다른 것과 같이 금고에 넣도록 했다. 이미 필요한 만큼 복사해놓은 상황이라 이후에는 계약하거나 확인할 때만 꺼낼 예정이었다.
“그런데 돈을 별로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임대료에 비해 비용이 너무 적어 세금이 엄청나게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굳이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 그래도 각종 개보수 비용은 꽤 지출했는데. 다른 임대인보다 건물관리에 철저했는데.”
“그래도 그리 많지 않아요. 예방적 비용을 들여서 그런지 큰 공사비는 별로 없고요.”
정혜진은 세금이 많이 나온다고 하면서 정산서를 건넸다. 수입이 많은 만큼 세금도 많았다.
“부가가치세도 너무 많아요. 환급 금액도 많지 않으니.”
“그만큼 버니까 내는 거지. 소득이 없으면 세금도 없어. 그걸 굳이 줄이려고 할 필요는 없어. 그냥 내는게 최선이야.”
유희원은 전에 자신이 김세인에게 했던 소리를 정혜진이 하니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금을 적게 내려고 꼼수를 부리다가 걸려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각 회사에서 올라온 보고서에요.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올라오네요. 그냥 취합하면 되는 거죠?”
정혜진은 말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일종의 권력자가 된 것처럼 조금 으스댔다. 그런 모습에 유희원은 자신이 그런 위치가 된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홀딩스에는 투자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는 것 같아요. 거기 직원 말로는 다 사기꾼이라고 하는데.”
투자를 요청하는 벤처기업의 IR 자료를 살피면 사실이 아닌 희망 사항을 적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류에 기술된 시장동향이나 수요예측은 대단했지만, 말 그대로 시장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놓은 정도였다.
“그래도 거기에 괜찮은 것도 있어. 그걸 찾아내는 게 그들의 일이지. 그래도 한 달에 최소 10여 건의 투자를 하는데.”
“그렇지만 그중 절반은 1년 안에 회사가 망하잖아요. 아무리 조사해도 사기꾼은 걸러내지 못한다는데요.”
“그건 어쩔 수 없지.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경우도 많아. 그렇기에 벤처기업이고 벤처투자지. 다 성공하면 벤처가 아냐.”
유희원은 그렇게 말하고 함부로 그런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단속했다. 괜히 그런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본인만이 아니라 유희원이나 김세인까지 욕을 먹을 수 있었다.
김세인은 드림호프 사무실에서 퇴근한 이후에는 LA 저택에 가서 고모할머니 대신 필요한 일을 처리했다. 물론 전화로 고모할머니에게 보고하여 처리하지만 자잘한 일도 많았다.
그런 일을 처리하고 잘 시간이 되면 잠자리에 들었고 새벽에 일어나서 우주선으로 이동하여 에스퍼 수련을 했다.
“한국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그러면서 SI 인터내셔날과 ‘사막의 암류’와의 관계를 숨기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지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SI 인터내셔날이 시리아나 리비아에서 거래한 사실은 감추기 어려웠다.
“미국까지 알려졌다는 말이네. 단순한 거래라고 우길 수도 있지만 그런다고 믿어줄 것 같지 않을 상황이군.”
“여기서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 지금처럼 계속 거래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깨끗하게 흔적을 지울까?”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지금처럼 해. 법으로 단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저 중계무역을 하는 정도인데.”
김세인은 그런 정도라면 그냥 버텨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막의 암류’와 거래하는 업체가 SI 인터내셔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새해에 들어와서 몇 군데 거래처를 물색했고 거기에 포함된 정도였다.
“그러면 문제는 없을 거야. 가장 문제는 중국의 공격이야. 당장 보복은 하지 않겠지만 언제가 화살이 돌아올 것 같아.”
그러면서 중국에서 기밀총국 사건이나 광업총국 사건에 대한 조사를 금지했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움직이려는 기미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구는 인간의 본능이지. 뭔가 숨겨진 사실이 있으면 파헤치고 싶기도 하고. 호기심을 채우지 않으면 불안하기도 하니. 당장 오늘만 해도 스테파놀 회장이 날 보러 왔잖아. 구경하러 온 거야. 내가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그보다 어제, 그제 몇 가지 사실이 체크가 되었어.”
그러면서 김세인에게 특이상황을 보고했다.
“고장현, 이자는 경주신용금고 비리사건의 주범으로 무려 100억 원 대의 뇌물을 받아챙긴 사람이잖아. 물론 대법원에 가서 대부분의 증거가 무효가 되면서 무죄를 받았지만.”
“한때 대통령과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었던 자야. 사실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자란 말도 있고. 비선으로 뒤에서 대통령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말도 있어. 그래서 확인을 했는데 사실이야.”
그러면서 수출입은행을 통해서 대통령의 비자금 상당부분이 외국으로 빠져나간 사실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