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35
135. 미국 이주 준비 (5)
“당장은 아니지만 임기가 끝난 후에 이것도 정리할 예정이야. 지금은 가로채면 귀찮은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보류했어.”
그러면서 대통령이 빼돌린 비자금 내역을 보여주었다. 대략 1억 달러 정도 되었다. 알뜰하게 여기저기 분산을 해놓고 있었다.
“그리고 이걸 봐.”
그러면서 그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인물 한 사람을 지정했다. 경제부총리 뒤쪽에 배석해 있던 인물이었다.
“청와대 경제수석 휘하에 있는 3급 부이사관이야. 통상교섭본부에서 파견된 인물인데 국정원의 국내정보를 담당하는 자와 연결이 되어 있어.”
그러면서 스탠드바에서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로잘린이란 이름이 나오는데 무슨 말이야?”
“랭글리에서 한국에 파견된 인물이야. 현재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라는 곳의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인 50대 초반의 여자야. 공식 직책은 동아시아담당 정보담당이야. 공식적인 지부와는 별개의 인물이지.”
“그럼 지부장과는 별개로 활동하는 인물이라는 말이야?”
“지부장보다 두 단계 높은 인물이야. 국장급 인물이라고 할 수 있어. 화이트 요원이 아닌 블랙요원이야. 주로 한국과 일본의 유학생이나 공무원을 관리하면서 정보를 모으고 연관된 사람을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해.”
“그러면 두 사람은 미국 스파이라는 말이네. 아무리 좋게 말해도 휴민트 정도이고.”
“스파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협력을 한다라는 규정이 있기에 서로 상부상조한다고 보면 될 거야. 현실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국익이 배치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그런데 지금 미국의 정보기관에서 너를 ‘사막의 암류’로 지칭하고 추적 중인 거야?”
“그런 것 같아. 상당 부분 실체를 파악한 것도 같고. 실체라고 해야 대역이나 각 조직의 중요 인물들이지만.”
그러면서 랭글리에서 파악한 정보를 보여주었다. 시리아나 리비아에서 활동하는 수지의 수족들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피상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인물이야 한정적이니 어쩔 수가 없겠네. 중요한 자리에 있는 자들을 조사하면 파악이 될 것이니. 그 과정에서 SI 인터내셔날도 포착이 된 걸로 보이고.”
“그래서 그런지 넬리 킴, 세인의 고모할머니가 나랑 연관된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하는 것도 같아.”
“슈비스케로 인해 죽은 로사리오 켄팅턴이 이번 일을 설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보고도 있군.”
로사리오 켄팅턴은 죽어서도 정보기관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슈비스케의 종적을 확인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저들이 실체적인 진실을 안다고 해도 심증에 불과하니 어떤 행동에 들어가지는 않을 거야. 대부분 믿거나 말거나 하는 수준의 첩보로 간주하고 있으니. 물증은 많지가 않아.”
“당분간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네. 어떤 조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켜보는 정도겠군.”
“그럴 거야. 정보기관은 사실 확인이 먼저이고 위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행동을 할지는 책임자의 몫이니.”
“그런데 사막의 암류라는 말은 중국에서 어떻게 안 거야? 그 말은 미국에서 처음 사용한 말인데.”
“그거야 랭글리에 침투한 중국 스파이가 보고한 거야.”
그러면서 수지가 랭글리의 조직도를 보여주고 한 인물을 지정했다. 로잘린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블랙요원이었다. 중국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인물이었다.
“이중간첩인가? 랭글리의 정보를 중국에 건넨다는 말이네.”
“일종의 연락관 역할을 하고 있어. 실제는 랭글리에서 중국에 접근시킨 인물이야. 자잘한 정보는 넘겨주면서 핵심적인 정보를 파헤치는 임무야. 사막의 암류에 관련된 내용은 정보를 넘겨주어도 큰 문제가 없기에 대략적인 내용만 전달했어. 그걸 가지고 기존 정보와 대조하여 중국 정보기관도 어느 정도 파악했고.”
“다 이런 거야?”
“정보의 세계는 아주 재미가 있어. 이런 내용이 각국에서 매일 이루어지고 있어. 온갖 정보가 다 흘러 다니고 있어. 서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기도 하고.”
수지가 온갖 비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정보조작에 의해 실제로 일어난 일도 아니라고 알려진 경우도 많았다.
“당장 세인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장원경이란 자와 한정식이란 자를 회유하는 거야. 조만간 접근할 수도 있어.”
“총선에서 사용할 총알을 확보하기 위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저들의 이야기와는 뭔가 좀 다르지 않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괜히 접근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굳이 김세인에게 접근하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로잘린이란 여자가 세인에게 접근하려고 하는 상황이야. 실체적인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저들에게 접근하라고 지시를 내릴 거야. 사막의 암류와 어떤 관계인지 파악하려고 하는 상황이지.”
그러면서 랭글리에서 로잘린에게 전달이 된 일종의 지령서를 보여주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지령이 전달되고 있었다.
“고모할머니와 나를 정체를 숨기고 회유하라는 내용이군. 그래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라인을 만들고. 결국 다른 목적을 가진 것으로 위장하여 내밀한 사정을 조사한다는 말이군.”
“그럴 거야. 그러니 장원경이란 자를 내세워서 너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커. 선거자금을 달라고 접근하면 의심을 받지 않을 것이니. 장원경이 로잘린에게 선거 공작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보고도 했고.”
그러면서 장원경이 비공식적으로 부여받은 임무의 내용을 전달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런 비공식적인 명령을 잘 수행해야 장원경이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냥 접근 자체를 차단할까, 아니면 적당히 어울리면서 도움을 받을까?”
“반간지계라는 말도 있잖아. 거꾸로 저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사람을 소개받는 것도 방법이지. 로잘린이 관리하는 인맥도 상당해. 일본까지 포함하면 일성 그룹에 필적할 정도야.”
“그 정도라고? 얼마나 침투한 상황이야?”
“실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 장원경이나 한정식은 특별히 육성하는 정도이고. 그들을 통해서 여론을 움직이고 정치력으로 일을 도모하는 편이야.”
수지는 김세인에게 그들의 접근을 알리면서 적당히 상대하여 이득을 취할 것은 부탁했다. 지금까지 길게 설명한 것도 그렇게 하라고 말하기 위함이었다.
김세인은 레이튼의 권유로 한국에 오기 직전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을 만났다. 사실 만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그쪽에서 만나자는 요청이 왔을 거절했지만, 레이튼이 나중을 위해 참고 만나라고 설득하니 따르기로 했다.
“저야 의원님의 요청을 받고 공장을 지으려고 2천만 달러나 투자했는데 갑자기 공장 설립이 어렵다고 하시니 난감합니다.”
김세인은 공장 후보지 두 곳을 모두 다 매입한 상황이었다. 먼저 매입 요청을 해놓은 상황인데 토지 주인이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통보하자 그 지역마저 매입한 상황이었다.
“샌버너디노 지역이 사막의 외곽이라 개발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더라고요. 군 정부나 주 정부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인 것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뒤에서 이루어진 정치적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은 최선을 다했지만, 법규 때문에 역부족이라는 식으로 변명했다. 그만큼 김세인을 무지한 존재로 무시하고 있었다.
김세인은 하워드 레지턴스의 변명에 어떻게 반응할지 여전히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집어 먹었다. 두 조각을 먹는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상대의 기만을 지적할지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갈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참고 모르는 척 해주면 그 상황이 원만하게 정리될 것이지만 그렇게 해서는 나중에도 똑같이 호구로 여길 수도 있었다.
“저에게도 많은 사람이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모처럼 지역발전을 위해 큰 결심을 했다고 A사의 스테파놀 회장님도 방문하여 격려해주시기도 했고요.”
순간 김세인은 대놓고 지적하지 않지만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스테파놀 회장의 방문을 언급하는 것이었다. 둘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발표한 것은 아니기에 적당히 이용하기로 했다.
김세인이 스테파놀 회장을 언급하자 하워드 레지턴스의 얼굴은 마치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워드 레지턴스의 무능력함과 무책임함을 지적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적당히 김세인을 어르고 달래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고 했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그가 그 자리에 나온 것은 김세인에게 인허가 신청을 철회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김세인에게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허가를 내줄 수는 없으니 곤란했다.
“일단 문제가 뭔지 모르기에 카운티 정부와 주 정부에 허가를 신청한 상황이고 결과가 나오면 보완할 예정입니다. 그래도 문제가 된다면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할 수밖에 없겠죠.”
김세인의 말에 하워드 레지턴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먼저 공장을 세우자고 말을 꺼낸 상황에서 안 된다고 말을 바꿨는데 그걸 다시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굳이 서둘 필요가 있습니까? 천천히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관계 법령을 고치고요.”
“시간이 없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안 된다면 다른 주에서 시도하고 미국에서 불가능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다른 나라에서 진행해야죠. 제가 느긋하게 될 때까지 기다릴 성격이 못됩니다.”
김세인은 하워드 레지턴스의 잘못을 덮어줄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다. 인허가를 철회하고 다른 곳으로 간다면 캘리포니아에서 공장을 짓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라도 있었다.
하지만 허가를 받지 못해 다른 곳으로 간다면 하워드 레지턴스만 무능하다고 욕을 먹게 될 것이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시작한 일이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으니 의원님께서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김세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먼저 말하고 더 이상 타협이 없음을 선언했다.
암리치 회장은 김세인과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이 만난 사실을 듣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인허가 서류를 접수한 샌버너디노 카운티 정부와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분위기는 허가를 내주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환경단체와 노동단체를 움직여서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키죠. 그런 다음 카운티 의회와 주 의회의 의원들에게 반도체 공장이 지역사회에 끼칠 해악을 알리도록 하죠.”
Q사의 법무실장인 해리슨이 빤한 이야기했다. 원래부터 그런 방식으로 일처리를 하려고 했지만 동조하는 자들이 많지 않았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지역사회의 여론은 이대로 가다가는 점점 낙후될 수밖에 없고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괜히 우리가 나섰다가 역풍을 당할 수 있습니다.”
비서이자 보좌역인 레이놀즈가 바로 반박을 했다. 그는 암리치 회장이 이번 일에 나서는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지금이라도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이 반대하는 입장만 유지한다면 인허가는 불가능할 겁니다. 카운티와 주의회가 반대하면 절대로 허가를 내줄 수 없습니다.”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에 누가 반대표를 던집니까? 그렇게 했다가는 다음 선거에서 낙선할 겁니다. 요즘은 무기명 투표는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레이놀즈의 말에 암리치 회장이나 해리슨 법무실장도 반박하기 어려웠다. 서류를 제출하기 전이라면 몰라도 제출이 된 이상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물론 환경문제나 노동문제, 보건문제 등을 부각시킬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부결시킨다면 이후에 비슷한 유형의 사업은 절대로 허가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그 일에 관여한 자들은 한동안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레이놀즈가 반발하자 암리치 회장이나 법무실장은 재차 반박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SI가 반도체에 진출하도록 해서는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겁니다. 그에 대한 대책이 있습니까?”
그들의 논쟁을 지켜보던 CTO인 유리스 던 부사장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했다.
“파운드리 산업인데 팹리스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무슨 문제가 될까요? 오히려 생산시설이 하나 더 늘어 이득이 아닌가요?”
“그건 단편적인 생각입니다. 팹리스와 파운드리는 딱 잘라서 영역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설계부문은 파운드리에도 필요하고 그 역량이 커지면 팹리스의 역할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종합 반도체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다른 주로 넘어갈 것인데요.”
“그건 다른 반도체 회사들과 연합하여 차단해야죠. I사나 TI 등과 연합하여 미국에 반도체 공장 자체를 짓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유리스 던 부사장의 말에 레이놀즈는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파운드리에 가까운 TI의 경우에 팹리스의 영역에서도 미국 2~3위를 다투고 있었다. SI 반도체가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그 오너인 김세인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다른 반도체 회사나 노동조합에도 알리고 굳이 포화상태인 반도체 산업에 중복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은 문제라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레이놀즈는 유리스 던 부사장이 나서서 판세를 뒤집어 버리자 난감했다. 물론 맞는 것 같지만 그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었다. 미국 제조업의 몰락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투자자를 배척하는 행위는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
물론 경쟁자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은 이해되지만 그것이 그리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 이번 인허가 신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반대하는 것으로 정하지. 아울러 우리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으로 하자고.”
암리치 회장은 유리스 던 부사장이 나서자 반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