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36
136. 흑막의 배후 (1)
미국에서 귀국한 김세인은 집안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에 고모할머니와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고모할머니는 하워드 레지턴스의 일이나 반도체 공장 설립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었다. 감청 때문에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으니 당연했다.
“일단 공장 설립 관련한 인허가를 신청했습니다. 미국에 이주하기 전에 결착을 짓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네가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거지?”
“맞습니다. 그래야 시민권을 받을 때 입지가 탄탄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덤터기를 써야 할지 모릅니다. 시민권을 부여해준다고 통보가 왔지만, 실질은 투자이민이니 추가적인 투자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하워드 레지턴스처럼요.”
시민권을 신청할 때 무리한 투자 요구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걸 거절하지 못하고 수락하면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었다. 그럴 때 반도체 공장 설립이 거부된 사실을 말해 그런 요청을 거절할 명분을 축적할 필요가 있었다.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허가가 나면 그걸 핑계로 투자 여력이 없다고 하고 허가가 나지 않으면 그걸 준비할 것이라 말하여 거절하겠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인허가 문제는 쉽게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습니다. 변수가 많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시민권 신청도 한동안 보류할 수도 있고요. 굳이 쫓기듯이 시민권을 받아 국적 문제로 골치 아플 필요도 없고요.”
“그보다 하워드 레지턴스를 만났다면서?”
전화로 상황을 말할 수 있지만, 중간에 감청할 수 있기에 잘 만났다는 정도만 이야기했다. 다른 일도 세부적인 내용은 대부분 말하지 않았다. 수지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정보기관에서 감청하고 있었다. 그것도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다 나서고 있었다.
“알아보니 암리치 회장이나 미국의 군수업체까지 동원해서 협박했고 그 때문에 돕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압박을 받아 태세를 전환한 사실을 말하기 쪽팔리는지 함구했지만요.”
“혹시 인허가를 철회하라고 말하지 않았어? 네가 철회하지 않으면 카운티나 주 정부를 움직여서 불허하는 조치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니 먼저 움직였을 것인데.”
고모할머니도 사업을 했기에 그런 감각은 뛰어났다. 그렇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추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먼저 스테파놀 회장을 만났다고 말했고 그런 말은 꺼내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날 바보, 멍청이로 알더라고요.”
그러면서 고작 법규가 문제라고 둘러댄 사실을 말했다. 그렇게 말해 자신의 무책임함을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그걸 김세인이 우회적으로 지적하고 물러나지 않았다.
“환경문제나 노동문제, 백혈병 유발이나 방사능 오염 같은 보건 문제를 핑계 대서 불허하는 조치를 할 것인데 문제가 없어?”
공무원이 공장 설립 허가를 거부할 때 그런 핑계를 댔다. 그럴 때 대응할 논리가 필요하기도 했다. 그런 논리에 굳이 대응하지 않더라도 그런 이유로 거부하면 그 자체로 운신의 폭이 제한되어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면 다른 공장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건 진짜 억지 핑계이죠. 이제 이주 준비는 끝난 겁니다. 나야 지역발전을 위해 선의의 투자자로 적당히 역할을 하면 됩니다.”
“알았다. 그런데 레이튼의 말로는 암리치 회장이 끝까지 반대하는 입장인 것 같은데 그건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다.”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죠. 캘리포니아에서 안 되면 다른 주로 가고요. 만일 미국에서 안 되면 인접한 멕시코도 있고 그것도 불가능하면 한국에서 공장을 증설해도 되죠. 단지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상황이니 현지에 투자한다는 의미로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거죠.”
김세인의 말에 고모할머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김세인의 행위는 크게 흠을 잡을 여지가 없지만, 너무 강경한 면이 있었다. 그건 상대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타협할 여지를 없앴다.
“네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너무 강하면 부러질 수가 있다. 적당한 시점에 내가 가서 상황을 정리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불허 처리하려면 다들 곤혹스러울 수 있다.”
김세인이 끝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승인 거부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진행하는 공무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정당한 법 집행이지만 재량을 발휘하는 행위라 부담스러웠다.
“나중에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니 일단 지켜보도록 하죠. 인허가를 철회하는 거야 언제든 가능하니.”
김세인도 고민이 많지만 당장 물러나 호구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았다.
김세인이 한국에 도착한 시점 로잘린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안나 쓰로운은 장원경과 한정식을 만나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와인 동호회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의심을 받지 않고 자리를 같이 했다.
“두 사람 도움 덕분에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로잘린의 말에 장원경과 한정식은 궁금한 표정이 되었다. 그들은 SI 그룹과 김세인, 넬리 킴 등에 관해서 자신들이 취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아서 로잘린에게 넘겨주었다.
특히 GH 리조트를 김세인이 M&A 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모든 외국인 투자자 정보를 금융기관과 세무서에서 확보하여 제공했다. 그 결과 그 당시 김세인에게 협력했던 세력에 대해 파악이 가능했다.
“내 판단에 사막의 암류와 김세인을 도운 자들은 동일한 세력이에요. 그들이 사용한 수법은 다양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곳은 드물어요. 물론 총 세 개의 세력이 동원된 상황이라 다소 헷갈린 면도 있지만요.”
로잘린의 말에 장원경과 한정식은 호기심을 보이기보다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굳이 그런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없는데 언급하는 것은, 뭔가 새로운 일을 맡기려는 것으로 보였다.
“세 세력이라는사실을 확인한 것도 본사에서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했어요. 실체는 명확히 확인하지 못했고 그저 그런 자들이 있다 정도이지만요. 그중에 명확하게 파악이 가능한 것은 넬리 킴이 소유한 역외법인이에요. 그건 확인 결과 김세인에게 사실상 소유권이 넘어간 실정이에요.”
“역외법인이라면 불법인가요?”
“불법이라고 하기 그렇고 합법이라고 하기도 애매해요. 미국 세법을 적용해도 불법이라고 할 수 없어요. 역외법인을 직접 소유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기서 어떤 소득을 획득한 것도 아니기에 세무 신고대상은 아니에요. 선의의 제 3자로서 관리해 주는 정도라고 판단되죠. 하지만 실질 소유자라고 판명되었어요. 그렇지만 그걸 입증할 증거는 없어요.”
“그럼 다른 둘은요?”
“흐름은 두 줄기인데 결국은 하나인 것 같아요. 중간의 운용자가 다른 조직이지만 결국은 끝은 하나라고 판단이 되어요. 그 두 흐름은 종종 중간에 접점이 있어요. 의도적이라고 할 수가 있고요. 그런데 작년 연말부터 그 둘과 중간에 SI 인터내셔날이 끼어들었어요.”
로잘린의 설명에 두 사람은 의아한 기색이 되었다. 그런 사실까지 자세히 설명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SI 인터내셔날로 3억 달러 가까운 자금이 이전되었다는 점이에요. 환치기 수법이 동원되었어요. 한데 SI 인터내셔날의 거래를 아무리 뒤져도 외부로 빠져나간 흔적이 없어요. 그냥 3억 달러를 공짜로 주었다고 봐야죠. 이건 환치기수법이 아닌 부당내부거래에 의한 불법 증여라고 판단이 되어요. 특히 지분구조를 보면 그게 명확하죠.”
SI 인터내셔날의 지분은 김세인이 35%, SI 홀딩스 60%, SI 그룹 계열사가 5%를 가지고 있었다. 실질 소유관계를 따지면 김세인이 98%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마치 오너가 소유한 비상장회사에 재벌 그룹의 계열사가 일감을 몰아주고 부당이득까지 챙겨준 형상이라는 말인가요?”
장원경이 바로 로잘린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캐치했다.
“맞아요. 아직 정보가 부족하지만 모든 정보가 그걸 가리키고 있어요. 어쩌면 흑막의 배후가 넬리 킴이나 김세인일 수도 있다고.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모양이에요.”
“그렇다면 어린 김세인이 아니라 넬리 킴이겠군요.”
한정식이 갓 군대에서 제대하여 대학생인 김세인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기에 슈퍼리치인 고모할머니 넬리 킴 회장이라고 단정하듯이 말을 했다.
“아뇨.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넬리 킴 회장이 아닌 김세인 회장이 흑막일 가능성이 더 높아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런 결과로 귀착이 되고 있어요. 그러니 둘은 김세인 회장에게 접근해 봐요. 저번에 말한 대로 선거자금을 빌미로 해서요.”
그러면서 세 세력이 한국에 투자한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언급했다. M&A 과정에서 노출된 흔적을 추적하여 추산한 금액이 무려 50억 달러, 대략 6조 원 가량이 되었다. 각종 금융권 부채로 조달한 자금까지 더하면 8조 원에 달했다.
“SI 그룹보다도 더 많은 자금이군요.”
“그러니 이상한 거예요. 마치 마피아가 양지로 나오는 형상이거든요. 그렇다고 김세인의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그들과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들도 김세인의 할아버지나 아버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조사했다. 하지만 어떤 이상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제법 돈은 벌었지만, 그저 약간 돈 많은 상류층 정도였다. 혹시라도 교통사고에 의혹이 있는지 파헤쳤지만 단순 과실에 의한 사고였다.
“그렇다면 결국 넬리 킴 회장이 암흑가 보스라는 겁니까?”
“그래서 넬리 킴 회장을 조사했어요. 하지만 역외법인이 약간 의심스럽지만 그저 김세인 회장의 M&A에 동원되었다가 초반에 지분을 정리하고 물러났어요. 물론 김세인 회장의 지침에 의해 유가 선물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지만요.”
로잘린의 말에 두 사람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상식적으로 로잘린이 알지 못할 정도의 조직은 없었다.
“이건 마치 거대한 암흑조직의 미지의 후계자가 갑자기 나타난 형상이에요. 그러니 김세인에게 어떻게든 선거자금을 끌어내도록 해요. 그 자금을 제공한 조직과 자금출처를 추적하여 정체를 파악할 예정이에요.”
“한데 왜 그 ‘사막의 암류’에 집착을 하는 건가요?”
한정식이 이해되지 않아 반문했다. 그냥 그런 비밀 세력이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시리아와 리비아의 권력을 장악했어요. 거기에 중동의 무기밀매 시장의 5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요. 심지어 터키, 러시아, 이란, 이라크 등 주변의 군사 강국마저 모조리 축출했어요. 더구나 터키는 쿠르드 반군의 준동으로, 러시아는 흑해 동안, 카스피해 서안의 소수민족의 준동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은 상황이에요. 그 화살이 미국과 서방을 향할 수도 있죠.”
순간 한정식이나 장원경도 두려운 기색이 되었다.
“중국도 문제가 발생했다면서요?”
“중국의 대외적인 최고정보기관은 국가안보국이지만 그 위에 공산당 기밀총국이 있어요. 그 기밀총국의 수장과 타격대장이 죽고 수십 명이 사막의 암류를 추적하다 사살되었어요. 처음에는 희토류를 거래하는 리오 메탈이란 회사를 광업총국의 정보조직이 추적하다가 발생한 일이지만요.”
장원경이나 한정식은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에 놀라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추적을 중단하고 모든 사실을 은폐하고 있어요. 더 추적하다가는 고위인사들이, 심지어 주석까지도 공산당 서열 39위인 기밀총국의 수장처럼 사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도 그 일의 전모를 파악한 이후부터는 사실상 추적을 중단한 상황이고요.”
로잘린의 말에 장원경과 한정식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결국 두 사람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형식상의 부탁, 사실은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