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39
139. 흑막의 배후 (4)
“대충 5대 전에 갈라진 집안사람이니 친척이라고 할 수도 없어. 문중 시제나 할 때 얼굴이나 한 번 보는 사람들이지. 재종만 되어도 남인데 재재종도 아니니. 그런 종형의 자식이야.”
“직급이 4급 서기관 정도 되나요?”
“그 정도 위치일 거야. 7급으로 특채되어 20년 정도 근무했으니. 잘하면 부이사관 정도겠지. 그런 것까지 확인은 못한 상황이고. 불편하면 만나지 말고. 내 선에서 거절하는 것이 좋겠지.”
“아뇨. 그냥 한 번 보죠. 적당한 조건이면 거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저씨는 그냥 소개만 시켜주고 더 이상 개입하지 마세요. 이런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아요.”
김세인은 장준익을 통해서 소개가 들어올 것이란 생각은 못했는데 그렇게 연결되니 세상이 참 좁다고 생각했다. 이미 전날 수지에게 그런 사실을 보고받고 어이가 없기도 했었다.
장준익이 그 자리에서 연락하여 약속을 잡았다. 사무실로 불러 만날 사람은 아니기에 회사 근처 식당에서 둘이 저녁을 하기로 했다. 김세인은 경호원을 이끌고 그 자리에 갔다.
“민망한 부탁을 하려니 조금 면목이 없습니다.”
돈 달라고 하면서 뻔뻔한 것보다 나아 보였다.
“살다 보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죠. 하물며 직장 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가 없죠.”
이미 어떤 자리인지 빤히 아는 상황이라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장원경은 무슨 의도로 김세인이 그 자리에 나왔는지 탐색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세인은 장원경이 두 가지 목적으로 나온 것을 알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저 표면적인 목적만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번에 제가 몇 사람의 일을 뒤에서 지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요즘은 세상일이란 게 그저 말로 되는 게 아니고 최소한 일당이라도 해결해줘야 합니다. 국정을 위한 일이지만 대놓고 처리할 일은 아니기에 회삿돈으로 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도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기에 회삿돈이 아닌 다른 돈도 함부로 쓰기 어렵고 제가 아는 사람이나 소개를 시켜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을 한 번 만나보시지요. 그러면 필요한 도움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김세인은 자신이 직접 자금을 건네주지 않고 대리인을 내세우기로 했다. 이미 그 역할을 할 사람을 안드로이드로 준비해둔 상황이었다. 굳이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신분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기에 한국 남자의 표준체형으로 위장한 상황이었다.
김세인은 그렇게 적당히 정치자금을 문제는 해결하고 식사를 하면서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원경은 진짜로 접근한 목적이 있기에 김세인의 배후에 대하여 질문을 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김세인도 상대를 회유하기 위해 매력마법과 세뇌마법을 전개하여 정신에 관여하기로 했다. 너무 강하면 오히려 반동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적절한 강도를 유지해야 했다.
“저번에 교통사고로 죽은 GH 그룹의 황지원이 대학동기란 말씀입니까? 아, 들은 것도 같습니다. 두 사람 사이가 상극이었다고 하던데. 그 친구가 사람이 덜 되었다는 말도 있었고요.”
“딴 거야 대충 그러려니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에게 부모님을 해쳤다고 모함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게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소리입니까? 심지어 그걸 아버지란 사람이 옹호하다니? 그러니 어떻게든 응징을 해야죠.”
김세인은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났고 그렇기에 실감 나게 황지원에 대한 욕을 했다. 여전히 화가 덜 풀렸다는 것을 보여줬다.
“GH 그룹은 재벌이고 심지어 SG 그룹의 방계이기도 한데 M&A로 리조트를 가져오다니 그게 가능합니까? 누군가의 조력이 있었습니까? 그 이야기를 듣고 내막이 참 궁금하더군요.”
속이 보이는 질문을 미친 척 던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걸 뭐라고 면박을 줄 수도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걸치면서 정보를 캐고 있었다.
“우연히 알던 사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법이라는 게 이현령비현령이고 그 허점을 공략하여 성공할 수 있었죠. 오너 일가가 회사 지분을 30% 정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니 성공했죠. 지분을 50% 가지고 있다면 시도조차 못할 일입니다.”
“마침 연기금이 투자권장종목이나 장기보유종목에서 제외한 것도 한몫했는데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마치 김세인이 로비를 해서 진행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물론 그런 일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다를 수 있었다.
“GH 그룹이 실수한 거죠. 당시 악재가 많아 그런 조치가 불가피했다 들었습니다. 마침 운이 좋았다고 봅니다. 그런 일이 있지 않았다면 제가 본격적으로 나서지 못했죠.”
김세인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 언급했다. 그 과정에 대해 금융감독기관이나 정부에서 감사까지 했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법이 정한 절차에 입각하여 담당자가 처리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에 해당이 되었다. 물론 수지가 휴먼해킹으로 그들을 조정했지만 그건 알지 못했다.
장원경은 김세인인 결정적인 내용에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니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따지지는 못했다. 그저 호기심 차원에서 묻는 것과 조사는 엄연히 달랐고 그런 느낌을 주는 순간 지금까지 접근하기 위해 한 일이 물거품이 되었다.
“지분 매입은 외국인 명의로 할 수밖에 없죠? 국내의 경우 아무리 위장을 해도 추적이 가능하니까요.”
“사실 돈이 문제이죠. 자금만 있으면 가능하지 않나요? 마침 돈 많은 외국 분에게 적당히 도움을 받았죠.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제 의도를 알고 같이 움직였고 결정적인 순간 연락을 했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추가로 3%의 비용을 더 사용했지만.”
프리미엄으로 3%를 지급한 것이 아깝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걸 받아 챙긴 걸 서운해하는 기색을 보여 블록 딜을 하는 과정에서 협상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무작정 밀어주는 관계는 아니라는 식으로 혼선을 주었다.
“세간에서는 미국에 계신 고모할머니가 암중에서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렇지 않나요?”
“고모할머니도 도움을 주긴 했지만 사실 초반에 지분을 넘겨주고 빠졌죠. 혼선이 발생하여 주가만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졌으니까요. 그리고 주가조작이나 실질 문제도 문제 삼을 여지가 있어 그냥 주식을 넘겨받고 공시를 했어요.”
김세인은 인정할 것은 인정했다. 상대가 확인한 사실마저 부인할 필요는 없었다. 그 정도까지는 실정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알려져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 이후에 인수한 SI 인터내셔날의 실적이 좋다고 하던데요. 시리아나 리비아 같은 곳에 진출하여 시장을 선점했다 들었습니다. 다들 궁금해 하더군요.”
“우리는 거기로 진출한 게 아니고 그쪽과 거래하는 무역업자와 거래하는 정도입니다. 싸게 사고 비싸게 팔 수 있어 조금 이윤이 컸죠. 마침 리조트나 반도체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유통업체를 인수한 상황에서 운대가 맞은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알아서 거래할 수도 없고 그쪽에서 연락도 없었을 겁니다.”
김세인은 다소 허풍을 떨면서 대단한 배후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 모습에 장원경은 맞장구를 쳐주었다. 반면 김세인은 정신마법으로 장원경의 정신을 뒤흔들었고 수지도 휴먼해킹으로 지원했다.
“그러면 그쪽에서 많이 도와주나 봅니다.”
“많이 도와준다고 하는데 자기들도 그만큼 챙기는 게 있으니 거래하는 것이죠. 장사꾼이 밑지면서 판다는데 누가 믿어요? 자기 실속 다 챙기죠. 거기도 싸게 사다가 비싸게 팔아요.”
김세인은 적당히 어떤 가격으로 거래가 되는지 언급했다. 사실이기도 했고 약간 거짓이 섞여 있지만 대체로 맞는 말이었다.
“반값에 사다가 우리한테 20% 이상 붙여서 팔아요. 우리한테 사다가 거의 50% 이상의 가격으로 팝니다. 우리만큼 품질, 납기 확실하게 챙겨주는 업체도 없으니 거래하는 거죠.”
김세인은 대단한 배후가 있지만, 그들이 무작정 돕는 것은 아니라면서 약간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런 김세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장원경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원래는 말이죠, 일본에 투자하여 돈을 꽤 벌었고 고모할머니의 재산도 받을 상황이니, 가지고 있는 건물 임대주면서 연구소 만들어서 느긋하게 연구나 하면서 편안하게 살려고 했는데 황지원이 놈 때문에 리조트 인수했지, 반도체 인수했지, 일을 저질러서 생고생하고 있습니다. 기분 나쁘다고 회사 가져오는 건 아닌데, 사나이 가오가 있으니 물리지도 못하는 거고요.”
같이 앉아서 소두 한 병 정도를 마신 상황이라 취한 것처럼 푸념했다. 그런 모습은 얼떨결에 졸부가 된 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장원경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종을 잡기 어려웠다.
장원경은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김세인과 헤어졌다.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를 했지만, 김세인이 가족과 다음날 학교 가야 한다면서 자리를 파했다. 그저 장원경의 연락처로 나중에 누군가 연락을 준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끝이었다.
“어, 지금 끝났고 이야기는 잘 되었어.”
한정식에게 전화를 했다. 평소처럼 습관적으로 주어나 목적어가 없는 통화를 했다. 그렇게 통화하면 설사 녹음을 하더라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 되었다.
“전에 봤던 데서 볼까?”
“그러자. 그렇지 않아도 어중간하게 끝내서 아쉬웠던 참이니.”
장원경은 택시를 잡아타고 평소 한정식과 만나던 스탠드바로 갔다. 두 사람의 집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이니 음주할 때 부담이 없었다.
“어땠어? 특별히 문제는 없는 거야?”
“알았다고 하면서 적당한 사람을 소개시켜 준다고 하네. 몸조심하지 않으면 문제 되는 거야 알 것이니 당연한 거지.”
“혹시라도 녹음은 하지 않았어?”
“그런 짓을 해서 내 목을 조를 이유는 없지. 그런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지. 어디서 샐지 모르는데. 거기도 그런 낌세는 없더라. 그 정도는 아는 거지.”
“그 건에 대해 알아봤어?”
“누군가 도와준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 말해서 문제 된다는 사실은 아는 거지.”
“그거야 당연히 알겠지. 입에서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말한 것만 해도 이례적이지.”
“그거야 그냥 뻥이라고 하면 그만인 소리지.”
뒤에 대단한 사람이 있다고 했더라도 어떤 물증이 없다면 그저 허세로 했다고 말하면 그만이었다.
“SI 인터내셔날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 사막의 암류와 어떤 관계인 것 같아. 예상한 대로 그들과 연관이 있어?”
“정당한 거래라고 하던데. 서로 남는 장사 한 거고. 자금 이전이라는 생각 자체가 없던데. 내 정체를 알기에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보여주려고 하는 말인지 모르지만. 차차 알아가야겠지.”
장원경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은 김세인도 알고 있었으니 장원경을 의식하여 적당히 말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사막의 암류와 연관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정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거래였다.
거기다 사막의 암류는 공식적으로 범죄집단이라고 할 수 없으니 거래했다고 해서 어떤 조치할 수는 없었다. 거래 자체로 큰 문제가 없으면 단순히 범죄자와 거래한 사실을 가지고 죄를 물을 수는 없었다. 하물며 사막의 암류는 의문의 세력이지만 거래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면 국정원 직원 앞에서 그런 사실을 순순히 말할까? 적당히 눙치려고 하겠지. 하여간 생각이 없어요. 평소와 달리 오늘은 왜 그래? 네 부탁을 들어준다고 하니 갑자기 좋아진 거야?”
“하여간 말을 해도. 그냥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톡 까놓고 말해서 무역회사에서 상대 가리면 장사하기 어렵지. 돈 받고 물건 받는 것만 확실하면 거래하는 데 하등의 문제도 없잖아.”
장원경은 어느 순간 김세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지. 그런데 상대가 사막의 암류라는 것은 알고 있어? 그 정도 감은 있을 것 아냐?”
“그저 시리아나 리비아에 납품하는 정도만 아는 것 같아. 그곳을 장악한 사실까지는 잘 모르는 느낌이야. 물론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고 있지만 정확한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지.”
장원경은 김세인을 만나고, 후원을 받기로 해서인지 김세인에 유리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뭔가 단단히 홀렸다고 한정식은 생각했다. 그렇기에 장원경의 말에 한정식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