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4
14. 후계자 (1)
김세인은 착실하게 훈련을 했다. 마침내 고모할머니가 말한 월요일이 되자 저택을 떠나 LA로 갔다. 법무법인에 들러 필요한 서류에 서명을 했고 일부 서류는 LA 카운티 행정청과 이민국에 직접 방문하여 접수했다.
미국의 경우도 신분에 관련된 사안은 반드시 본인이 접수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특히 면접이나 접수자가 의사를 확인하여 기재해야 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출두가 필수였다.
“경호를 좀 더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면한 일을 처리하고 아파트에 당도하여 짐을 풀고 거실에 모이자 레이튼 집사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경호 문제를 거론했다.
“왜? 무슨 문제가 있어?”
“에렌 허벌린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돈이 있으면 시가에 인수하라고 했는데 불만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상속문제까지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나이 든 사람에게 상속을 언급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금기에 해당이 되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빨리 죽으라는 저주였다. 이미 선을 넘어갔다는 표시였다.
“이번에도 물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겠지?”
“그렇습니다. 어딘가 제 3의 조직을 구축하고 일을 꾸밀 것으로 보입니다. 갱이나 마약조직일 수도 있고 일반 경비용역업체나 PMC(민간 군사기업)까지, 범위가 워낙 넓습니다. 은밀하게 킬러를 동원할 수도 있고요.”
고모할머니와 레이튼 집사의 대화를 들으면서 김세인은 자신도 알아야 할 내용이라 듣는 데서 말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피격을 당했던 일을 말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어쩌다가 로라의 아들 중에 그런 놈이 났는지. 법으로 단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걸 죽일 수도 없고….”
“에렌 허벌린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습니다. 피해망상이 있는 것도 같고요. 그러니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 것은 그 아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일가 전체가 넬리 킴 회장이 부당하게 이익을 독식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초기에 자금을 댔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어머니 로라가 모든 것을 다 했는데 지분의 80%를 차지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지분 40%를 헐값에 넘겨주었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갱을 동원하여 저격을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몇 단계에 걸쳐 이루어진 청부라서 그의 범행을 밝히고 단죄할 수는 없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었다. 그렇기에 경찰을 압박하고 라이벌을 지원하여 갱들을 소탕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그 일이 실패한 후에는 아무런 일도 없던 것처럼 20년 동안 몸을 사리고 있었는데 다시 뭔가를 획책하는 것 같았다.
“주변을 맴도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추적했지만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더욱 움직임이 은밀해진 상황입니다.”
레이튼은 그동안 자신이 파악한 것에 대하여 설명했다. 현재 경호나 경비에 관해서는 레이튼이 총괄하고 있었다. 산하의 경비회사는 넬리 킴의 부동산 관리까지 겸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내부로 침투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됩니다. 경비원이나 경호원을 포섭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철저하게 지켜도 내부에서 공격하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20년 동안 몸을 사리고 기회를 봤던 자라면 그런 수작을 하고도 남았다.
“경호원이나 저택을 경비하는 자들 중에 그런 자들은 없을 것입니다. 다들 신분도 확실하고요. 문제는 경호원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방식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 때문에 경호가 용이한 저택으로 옮겨 갔고 갱들이 물량으로 공격해오는 것을 방어할 수 있도록 했다. 농장 직원 상당수는 예비 병력으로 유사시에 동원할 수도 있었다.
“LA나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할 때 경호가 문제이겠군요.”
“그렇습니다. 특히 항공기로 이동할 경우에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승용차로 이동해야 합니다.”
더구나 나이가 많은 고모할머니가 비행기를 타는 것은 그리 좋지가 않다고 말을 했다. 그래서 자동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어쨌든 당분간 조심해야 합니다. 회장님이나 저도 표적이 될 수도 있지만 특히 세인을 노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이동할 때 항상 주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경호를 잘 하기 위해서는 경호대상자가 협조해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위험한 일을 하지 않도록 재차 당부했다. 혼자 관광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식으로 움직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번거로울지라도 항상 경호원을 대동하라는 요구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군요. 더구나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니 말이에요.”
김세인이 보기에 고모할머니가 레이튼이 말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아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그냥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하는 것이 어떨까? 그렇지 않아도 스탠리 투자은행에서 관심을 보였다면서?”
고모할머니가 지분을 처분하자는 의견을 냈다. 물론 그냥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골치 아픈 자들에게 넘기자는 의견이었다.
“스탠리 투자은행이 아니라 거기서 출연하여 조성한 트라이얼 펀드입니다. 일반 투자자가 70%에 달합니다.”
“헤지펀드에 넘기면 골치 아플 것 아닌가? 이번에 블록딜을 시도해봐. 탐욕스러운 월가의 하이에나에게 던져줘야지.”
상장되어 시장에 풀린 주식이 50%에 달했다. 그런 상황에서 20%를 던진다면 최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었다. 물리적인 보복을 못한다면 그런 방식으로 응징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우호지분이 있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출혈이 클 수밖에 없었다. 적대적 M&A의 표적이 되는 순간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성공하건 실패하건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가격만 맞는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패션 산업이 IT 산업과 만나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그만큼 경기에 민감하기도 합니다.”
김세인은 단죄를 해도 주가가 곤두박질쳐서 이득이 없는 것을 알기에 헤지펀드에 처분하는데 동의했다. 물론 그것을 알면 더 날뛸 수도 있지만 그러다가 허점을 드러낼 수도 있었다.
김세인은 아파트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서 간단히 훈련을 했다. 경호 문제 때문에 외부에 나갈 수도 없어 격투술이나 검술의 훈련은 불가능했다.
‘경호는 나름대로 철저한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총을 사용하여 원거리 저격을 한다면 막기 어려울 것 같다.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물론 세인의 경우 내가 관여하면 안전을 보장할 수 있지만 고모할머니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방안에 들어오자 뒤를 생각하지 않는 공격에 대하여 언급했다. 같이 죽자는 식의 공격은 거의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가능성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럴 가능성까지 생각한다면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지.’
‘물론 그렇지만 그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이지?’
‘지각의 움직임이 상당히 불안하다. 몇 달 안에 여기 부근에서 지진이 날 것도 같다.’
그러면서 태평양 지도를 보이다가 일본 부근을 확대했다. 거기서 지진이 난다고 하니 걱정되기보다 기대가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못된 사람인 것 같아 자책을 하기도 했다.
‘지진이 발생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고?’
‘가능하다. 물론 미세한 수준이라면 감지가 불가능하지만 이 정도로 지각이 요동을 친다면 가능하다. 정확한 시점은 잡기 어렵지만 계속 지켜보면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물리적인 진동은 크지 않지만 그 부근에서 에스퍼가 새어나오고 있다.’
‘거기야 10년에 한 번 정도 큰 지진이 나는 곳이니 이상할 것 없다. 작은 지진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고.’
‘이 쪽도 지각의 움직임이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여기는 그나마 낫지만 샌프란시스코 쪽은 상당히 불안하다. 지질구조 자체가 지진이 나기 딱 좋은 지형이다. 그나마 당장은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지구 반대편이니 그 영향이 여기까지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가 일본에 지진이 난다고 하니 이전에 있었던 지진에 대한 것이 생각났고 어디선가 한신-이와이 대지진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일화가 생각났다.
‘주식은 공매도를 하고 주가지수 하락에 투자를 하고 직후에 엔화를 매입했던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점만 알고 그런 방향으로 투자를 한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었다.
‘며칠만 더 지켜보면 시점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알려줘. 더구나 내가 사는 한국은 일본 바로 옆이니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바다에서 지진이 나면 해일이 발생한다. 그것이 문제이다. 해일은 지표면을 따라서 이동을 하기에 수백 미터의 고지대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기압과 바다에서 밀려오는 수압 때문에 물이 육지로 올라갔다. 해일의 높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몇 배 더 높은 고지대까지 바닷물이 가기도 했다. 그런 것에 대해서 수지가 언급했다.
‘한국에 언제 갈 예정인가?’
‘아마 1월 중순, 10일에서 20일 사이에 가려고 한다. 그 때가 되면 지금 진행하는 일들이 마무리가 되겠지.’
‘한국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북한이라는 곳도 조사를 했는데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 때문에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다.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위험한 곳이긴 하지만 벌써 60년 가까이 전쟁이 없었다.’
‘물론 그런 것은 알지만 상대인 북한은 지배자 한 사람이 전쟁을 결심하면 개전이 될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감정이 상해 우발적으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지성체들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예측이 불가능한 면도 있다. 물론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관여하여 안전하게 피신시켜 주겠지만.’
‘전쟁에 개입할 수는 없나?’
‘규정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지 교전규칙 중에 민간인 살상 부분은 규제를 받기에 대단위 공격은 할 수 없지만.’
우주선은 전투함이지만 우주전을 수행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행성에 대한 공격은 전문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구 수준의 행성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낙후된 북한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자세한 것은 아직 말할 수가 없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도 말해 주어야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C0 등급도 아닌 B0 등급은 되어야 알려줄 수 있다.’
우주선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자 곧 규정상 알려줄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국 고의, 또는 우연일지라도 김세인에게 공격이 가해지면 가해자를 응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만 알려주었다.
다음날 아침 고모할머니를 따라서 ‘드림호프’라는 투자회사를 방문했다. 저택에도 일부 직원이 상주하고 있지만 투자회사의 본사는 LA 시내에 있었다.
궁금했지만 재산의 세부내역을 살피지는 않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0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그러니 고모할머니가 조카손자로 등록하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이 회사에 있는 자산은 대부분 주식과 현금이고 부동산은 일부일 뿐이다. 이 회사의 주주는 오직 나 혼자 뿐이다. 재산의 60% 정도가 이 회사 명의로 되어 있다.”
법인의 형태이지만 사실상 개인의 소유나 마찬가지였다. 단지 세금이나 다른 문제 때문에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그러면 SC T&T의 지분은 개인명의인가요?”
전날 대화를 했기에 그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투자회사의 자산목록에 있지 않았다.
“20년 전에 내가 가진 사업체의 지분을 매각하여 그 자금으로 설립한 회사이다. 그 때 정리하지 못한 지분과 부동산은 지금도 내 앞으로 되어 있다. 여기로 전부 넘길까 하다가 그렇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 넘기지 않은 것이다.”
법인에 투자할 때는 세금을 감면받지만 다시 개인이 사용하려고 인출을 하려면 배당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아울러 세금도 내야 하는 문제가 있어 그대로 두었다.
“그런 문제도 있군요.”
김세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무실을 살폈다. 주로 레이튼이 회사를 방문할 때 사용하는 임원전용 휴게실로 지금은 넬리 킴 회장과 김세인이 쉬면서 회사에서 제공한 자료를 열람했다.
“거기다 배당을 할 경우 수익이 나지 않으면 감자를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 법에 저촉되어 인출이 쉽지 않다. 주주가 나 혼자라도 조금만 절차에 어긋나면 횡령이나 배임, 탈세의 문제도 있으니 법인에 전부 넣을 수는 없었다.”
같은 재산이라도 본인 명의의 재산은 어떻게 사용하건 문제가 아니지만 법인 명의의 재산은 제약이 많으니 편의성을 위해 전부 다 출자하지 않은 것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