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40
140. 흑막의 배후 (5)
한정식은 장원경의 말을 어떻게 판단할지 고민이 되었다. 뭔가 상대에게 설득을 당해 넘어간 느낌이 들었다. 뛰어난 사기꾼은 수사기관의 베테랑도 속여넘기는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은 아닐지 생각했다.
“그러면 어떤 관계인지 헷갈린다는 말이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경우가 보통이지. 그걸 알아서 큰 이득을 보기도 어렵잖아. 물론 그 나라의 복구사업에 참여한다면 모르지만 그건 당장 급한 일은 아니고.”
그렇게 장원경이 말하자 한정식은 달리 말을 하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명확하지만 실제로 조사를 하다 보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도 있었다.
더구나 배후의 인물과 김세인이 결탁한 관계가 아닌 우연한 기회에 득이 되니 관계를 맺은 사이일 수도 있었다. 장원경은 그러 정도에 불과한 사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SI 인터내셔날이 돈을 벌면 결국 한국에도 이득이지. 그런 의미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하면서 제법 성과를 냈잖아.”
“그것도 난공사라 큰 이득을 보지 못했다고 하던데. 앞으로는 성공적이라 말하지만, 뒤로는 엄청나게 손실이 났다는 말도 있고. 그런 이유로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말도 많잖아.”
“그거야 모르지. 어쨌든 깊은 관계는 아닌 느낌이야.”
장원경은 로잘린과 다른 판단을 내린 것도 같았다. 한정식은 장원경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울러 무엇이 한국 경제에 득이 될지, 김세인과 SI 인터내셔날을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김세인은 법정 후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여야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임직원 명의로 약간 편법 지원도 했지만 모든 것은 법적인 절차를 준수하여 혹시라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몇몇 출마자에게 비공식적으로 선거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그저 가볍게 면담하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다음 지원 여부를 결정했다. 여기에는 수지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
공식적인 후원금은 공약이나 인성을 평가하여 지원했지만, 비공식 선거자금의 지원은 김세인과 SI 그룹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여부를 판단하여 지원했다.
정책이나 평판이 다소 문제가 있다고 할지라도 김세인에게 호의적이고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면 지원했다.
대상을 선별하고 자금을 전달하는 작업에 수지가 동원되었다. 현금을 전달하는 것이라 배달 사고가 날 수 있기에 안드로이드를 이용했다. 자금을 전달하고 은밀하게 이동하다가 우주선으로 워프를 했기에 추적을 당할 위험은 없었다.
물론 현금을 마련하는 게 문제였지만 그것도 외국계 법인에서 환치기할 때 확보한 자금을 사용했기에 그리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지원했어도 30억 원 정도 지원한 것이 전부였다.
“정치자금 문제는 어떻게 하고 있어?”
집에 와서 고모할머니를 안마해주는데 궁금한지 물었다. 잘못 처리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게 그런 일이었다. 정치적인 스캔들에 연루되면 개인이나 회사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적당히 괜찮은 후보를 골라 법정 후원금을 지원했어요. 다른 회사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비슷하게 했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지원은 총 12명을 골라서 30억 원 정도 지원했어요.”
집안에서는 수지가 적절히 조치하고 있기에 편안하게 말을 했다. 얼마 전에 경호팀 중에 한 사람이 외부와 결탁하여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고 하다가 발각되어 정명 가드가 난리가 난 적도 있지만, 집안의 보안은 철저했다.
“문제 될 것은 없지?”
“잘못되면 돈만 떼이는 정도로 마무리가 되겠죠. 증거는 남기지 않았어요. 연결고리도 없고요. 대신에 적당한 증거는 남겨두었고요. 배신하면 응징할 방법은 많아요.”
먹고 튀는 행동은 그냥 처리할 예정이었다. 다른 명분을 차리지 않고 즉결로 처분할 예정이었다. 배신자에게는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그건 수지나 김세인이나 같은 생각이었다.
“그 정도 돈이야 그냥 없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려. 정치가에게 쓴 돈은 그냥 버리는 돈이라 생각해. 보험료야. 보험을 들고 보험금을 받지 않을 때가 제일 행복한 케이스야. 어려운 사람들은 보험금이라도 받으면 낫지만 너나 나나 보험금에 연연할 수준은 아니잖아. 나중에 도움이 되면 그냥 복권에 당첨된 걸로 쳐.”
보험론을 언급했다. 정치자금은 그저 보험이라고 말하는 사업가가 많았다. 이득을 보려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피하고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부담하는 보험이라는 관점이었다.
“그렇게 할게요. 대신에 나나 우리 회사를 물어뜯으려고 하는 케이스는 없어야죠. 자기가 키운 개에게 물리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죠. 그럴 때는 제대로 응징해야죠.”
“그것도 제 복이려니 하고 무리하게 처신하지 마. 그런 자들은 네가 아니라도 누군가에게 응징을 당할 것이니. 배신자는 한 번 배신하지 않아. 그것도 습관이야.”
“그렇게 할게요.”
“하워드 레지턴스도 마찬가지야. 배신한 것이지만 일단 두고 봐.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지켜봐. 당장은 배신한 모양새이지만 그것도 현재의 모습만 가지고 판단하기 그러니. 인간관계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행동하면 실수가 생겨.”
“내 맘 같지 않다는 말씀이죠. 도우려고 하는 일인데 결과적으로 칼질이 되고, 나한테 칼질을 했는데 그게 족쇄를 풀어주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요. 인간관계는 새옹지마란 말이 잘 어울리는 것도 같아요.”
“네 아버지 친구라는 장 감사가 기관 사람을 소개했다면서? 잘 처리했지? 그런 쪽은 가까이해서 좋을 게 없어.”
장준익을 통해서 누군가 소개받은 사실을 고모할머니가 알고 있었다. 로든에게 일러두었으니 보고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건 알죠. 하지만 접근해오는 자를 무작정 내쫓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만나서 적당히 처리했어요.”
그러면서 대략 어떤 요구가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 처리했는지 설명했다. 정보기관의 사람이니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라이튼 휘클리 지부장이 로든을 통해 연락이 왔더라. 네가 다소 위험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주의가 필요하다고.”
로든도 한국에 같이 왔지만, 김세인의 경호보다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었다. 로든과 같이 움직이면 외국인이라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는 경우가 발생해 경호 현장에서 제외된 상황이었다.
“뭐라고요? 그동안 수고한다고 약간의 후원금을 보냈는데요. 뭔가 오해를 한 것 아닌가요?”
“SI 인터내셔날인가 하는 회사가 정체가 불명확한 자들과 거래를 하는 것 같은데 범죄에 연루되거나 큰 손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이야.”
이건 일종의 낚시질로 보였다. 김세인에게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추적하려는 걸로 보였다.
“무역에서 상대를 다 파악하고 거래하면 장사 못하죠. 그저 결제만 제대로 해준다면, 돈 받을 수단만, L/C만 제대로 된 은행을 통해 열리면 납품하는 거고 물건을 차질없이 받으면 역시 결제해 주는 거죠.”
정식 라인을 통해서까지 경고를 해오는 걸 보면 SI 인터내셔날의 거래가 제대로 포착된 것 같았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무역거래이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건 그렇지. 서류 확실하고, 결제 수단 확실하면 그게 전부지. 무기나 마약 아니고 장물 아니면 문제 될 것 없어.”
넬리 킴 회장도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물론 사막의 암류에 대해서 로든에게 들은 상황이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단지 김세인이 너무 깊숙하게 관여하는 사태는 방지하고 싶었다. 그건 위험한 도박이었다.
“그보다 이번 상공회의소 모임에 참석할 거예요?”
김세인은 더 이야기해도 답이 없기에 화제를 전환했다. 한국에 있는 미국인 사업가들의 모임 중에 가장 크고 공식적인 모임이기에 매년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대사관이나 주한 미군도 참여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갈 생각이다. 너도 같이 가서 사람을 만날 필요도 있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가 초청대상이다. 그 외 한국의 정관계 인사도 참석하니 인맥을 늘릴 기회이다.”
“저도 정식 초청대상자라 들었습니다. 이 모임은 한인 출신 미국인의 지분이 절반 정도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한국에 지사를 설치한 글로벌기업의 위세가 워낙 커서 지금은 한인이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해.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상황이지. IMF 이전에야 한인이 큰 소리를 냈지만, 지금은 월가 금융기관과 A사를 위시한 다국적기업이 주도하고 있어.”
“그렇기야 하겠군요. 그런 상황이라면 고모할머니나 제가 참여하면 그리 좋아할 것도 같지 않군요. 우리도 한인이니까요.”
“그거야 모르지. 하지만 대놓고 적대하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거기 사무국장인 여자가 심상치 않은 사람이니 조심해. 알아주는 밀리터리 에이전시이니.”
“무기 상인이라는 말인가요?”
“오래전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하는 방위력 증강 프로젝트에 항상 참여하는 인물이야. 미국 군수업체와도 연관이 커. 하워드 레지턴스도 그 여자와 연관이 커. 돈도 한 20억 달러 이상 가졌기에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야.”
고모할머니도 상공회의소의 사무국장인 안나 쓰로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조심할 여자라는 말이었다. 괜히 무시하다가 골치 아픈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여자가 랭글리의 블랙요원이라는 말도 있는데 혹시 들어봤어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해외에 나와 있는 미국 사람 중에 그들의 비호를 받지 않는 사람이 드물지. 무기를 중개하는 사람인데 연관이 없지야 않지. 나도 그들과 연락을 하고 있는데.”
블랙요원이건 아니건 그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언급했다. 특히 각 나라에 설립된 미국문화원이나 상공회의소는 그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잘린은 장원경으로부터 김세인을 만난 결과를 보고받고 난감했다. 자신이 판단한 것과 장원경이 보고한 내용은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김세인이 흑막의 배후라고 생각했는데 장원경의 보고는 달랐다. 그저 단순한 무역업자라는 보고였다.
“비선에서 연락은 왔어요?”
“박스 하나 전달해 주고 가더군요.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말하고요. 몰래 추적하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박스에는 5만 원권 현금이 100다발이 들어 있었다. 그런 돈을 택배하나 전달하는 것처럼 휙 주고 갔다. 그 돈과 김세인이 연관이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자금의 출처를 추적할 길은 없나요?”
“현장에서 사라진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습니다. 안면인식 프로그램도 마스크로 얼굴 일부를 가린 상황이라 부정확하고요. 그러려면 현금의 유통경로를 추적해야 하는데 그것도 간단한 트릭을 사용하면 추적이 불가능하니 말입니다. 현금은 중간에 바꿔 치기를 해도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새 돈이 아닌 헌 돈이니 말입니다.”
“배후나 연관이 된 자를 파악하는 것은 실패했군요. 정치자금과 관련된 약점도 확보가 어렵겠군요.”
자폭하여 자신이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자수하는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증거를 제시하기 어려웠다. 그런 방식으로도 김세인을 압박할 수도 없었다.
“그렇습니다. 자금 제공을 부인하면 끝이니까요. 물론 제공한 자를 색출한다면 모르지만, 그것은 불가능하죠.”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한정식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정황상으로 김세인이 연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걸 법정에서 입증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말하다가 자칫 무고나 위증으로 처벌될 수도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큼 정직한 것은 없어요. 사막의 암류에서 3억 달러 가까운 돈이 흘러 들어갔다면 뭔가 대가가 있어야 해요. 서로 이득이 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대체 불가한 이유가 있어야 해요.”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조용히 아는 사람을 통해 물건을 조달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 거래를 확실하게 해줄 업체는 한국이나 일본업체 정도입니다.”
장원경의 말에 로잘린이 이해가 되지 않는 기색이었다. 양지에서만 활동해온 그녀가 뒤에서 이루어지는 무역의 어두운 일면을 알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