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41
장원경의 말에 로잘린이 이해가 되지 않는 기색이었다. 양지에서만 활동해온 그녀가 뒤에서 이루어지는 무역의 어두운 일면을 알기 어려웠다.
“미국 기업의 경우에는 사기를 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지만, 후진국일 경우 사기를 치는 업체가 참 많습니다. 무역을 하다 보면 돈만 챙기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는 일도 많고 물건을 받고 결제하지 않고 도주하는 케이스도 많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 으려면 확실한 업체를 골라야 합니다.”
그러면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업체는 그런 믿음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물론 거기도 믿을만한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대기업만큼 신뢰를 주지 못했다.
“폭리를 취하는 것 같지만 대기업이 후진국에서 그런 거래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SI 인터내셔날도 중간에 품질보증이나 신용을 제공하니 큰 역할을 하는 겁니다.”
한정식마저 한국의 무역회사가 그런 식으로 중계무역을 한다고 설명을 하면서 SI 인터내셔날이 흑막의 배후와 밀접한 관계는 아니라고 강변했다. 둘 다 한국의 기업이 그런 식으로 의심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태도였다.
“그래요? 그런 거래가 많다고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렇습니다. 콜탄이나 아프리카의 자원 거래도 한국 기업이 종종 개입하는데 낮은 가격에 넘겨받은 경우도 많습니다. 급전이 필요한 권력자가 조용히 확실하게 거래하려고 해서요.”
그러면서 여러 케이스를 언급했다. 평소 주의를 하지 않아 바로 기억하지 못했지만, 로잘린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장원경은 로잘린에게 김세인이 그들과 깊은 관계가 아님을 설득하려고 했다.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그런 거래가 아무런 대가 없이 진행된다니. 그럼 3억 달러를 그냥 버는 것 아닙니까?”
“원산지 세탁이나 수출업자 세탁을 한 거죠. 일종의 지급보증을 한 면도 있고요. 무명의 두 회사가 거래하면 한쪽은 물건을 제대로 받아 가고 돈을 줄까? 한쪽은 기간 내에 납품하고 품질은 제대로 맞춰줄까? 이걸 SI 인터내셔날이란 이름으로 해결해 주는 대 가라고 보면 됩 니다.”
한정식과 장원경이 특별한 관계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믿음만 가면 그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어느 정도 연관이 있겠지만 그런 정도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리조트 인수할 때 일은 뭔가요?”
“그것도 우연히 아는 사람이 접근해서 이득을 취했다고 푸념하더군요. 알다시피 2회에 걸쳐 공개매수를 했는데 처음은 넬리 킴 회장의 자금이었고 중간에 혼선이 발생해 가격만 올라가서 통합했다고 하더군요.
두 번째는 충분히 오른 가격인데 3%의 프리미 엄까지 받았다고 불만을 보였습니다.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또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고 해도 사업적인 관계라고 보여집니다. 사업가들끼리 필요하면 적당히 돕지 않습니까?”
장원경의 논리에 로잘린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장원경과 한정식의 반응을 보면 자신이 엉뚱한 사람을 흑막으로 몰아 불이익을 주려는 것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적극적으로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모양으로 보였다.
“한 번 더 자료를 검토해보죠. 괜히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 사안이니 말입니다.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할게요.”
장원경이나 한정식은 상하관계 비슷한 관계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인 관계도 아니었다. 그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주면 지금까지의 협력해온 관계가 어그러질 수 있었다.
더구나 그들이 협력하면서 맺은 전제조건을 파기하는 행위는 좋지 못했다. 사실을 호도하여 한국이나 한국기업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는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컸다. 지금까지 이룩한 관계마저 해칠 수 있었다.
김세인은 고모할머니와 같이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연회에 참석했다. 김세인의 경우 일반적인 파티 복장, 턱시도 차림을 하면 되었지만, 고모할머니의 경우 어떤 복장을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한복으로 하여 한국인이라는 것을 내세울지 그냥 일반적인 드레스 를 입어 사업가의 이미지를 줄지 고민이 되었다.
“그냥 일반 드레스를 입자. 한국에서 한국인을 내세우면 미국인들에게 그리 좋은 이미지를 주지 않을 것이니.”
결국 한복이 아닌 일반 블라우스에 검은 재킷을 걸치는 것으로 치장했다. 그렇게 하여 단출하게 꾸며 평범한 모습으로 행사에 나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 나가는 것 같구나.”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일 텐데 뭐라고 할까요? 계획한 대로 모든 것을 공개해도 될까요?”
김세인은 마지막으로 고모할머니의 의중을 물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감출 것도 없지. 너도 그렇게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야. 괜히 깜냥도 되지 않는 자들이 귀찮게 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제대로 알리는 게 낫다.”
넬리 킴에 대해서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제대로 언론에 보도된 건은 많지 않았다. 그저 성공한 한인이 슈퍼리치라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김세인도 돈 많은 친척을 찾거나 일본에 투자하여 운 좋게 성공한 졸부 정도가 고작이었다.
“애도 같이 가면 재미있을 것인데 좀 아쉽구나.”
유희원은 임신한 몸으로 그런 자리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결국 집에 남기로 했다. 김세인이나 고모할머 니도 같이 가는 게 내키지 않지만 부부 동반 모임이니 유희원의 의중을 물었다.
“몸도 무겁고 그런 자리가 불편하다고 하니 집에서 그냥 쉬는 것이 낫죠.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정서도 다르고요.”
더구나 연회에 가면 사람이 많아 공기도 탁하고 주로 와인을 마실 것인데 임신한 상황이니 불편했다. 그런 곳에 유희원이 오래 있으면 김세인마저도 불안할 것 같았다.
호텔에 당도한 후에 입구에 내려서 이동했다. 물론 경호를 철저히 해서 문제가 없도록 했다. 그들은 그랜드볼룸에 마련된 연회장 입구에 당도했고 모처럼 로든이 수행원으로 나섰다.
연회장에는 경호원을 데리고 갈 수는 없었고 수행원 한두 명만 대동할 수 있었다. 그들은 데스크에서 간단히 접수하고 호스트로 나선 상공회의소 회장 및 회장단과 인사를 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허버트 그렘린 미국대사부터 유명인사들이 넬리 킴 회장을 맞이하여 인사를 해왔다. 미국 10위의 슈퍼리치의 등장이기에 그만큼 대우를 해주었다. 김세인도 고모할머니를 수행하여 앞부분에 마련된 자리로 안내되었다.
헤드테이블은 아니지만 바로 옆에 마련된 자리였다. 고모할머니나 김세인이나 상공회의소 회원 명부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았기에 헤드테이블에 앉을 수는 없었다.
“주한미군 사령관 크리올 대장입니다.”
“8사단장 크리스틴 소장입니다.”
“주한미군 민정참모 레예스 준장입니다.”
막 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군복에 별을 단 장성들이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주한미군 사령부에서도 연회에 참석하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은 그 연회의 또 다른 주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들 머나먼 이국땅에 와서 수고가 많습니다. 저도 미군의 도움을 받아서 미국에 건너간 인연이 있기에 이렇게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넬리 킴 회장도 그런 정도 인사말을 했고 이어서 김세인도 인사를 했다. 고모할머니의 후계자로 소개가 되었기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표명했고 향후 김세인이 한국과 미국 중에서 어디에서 주로 활동할 것인지 관심을 보였다.
김세인은 아직 대학 4학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대학을 마친 이후에 여러 가지 사정을 검토하여 결정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국에 건너갈 예정이지만 한국의 정서는 한국을 떠난다는 사실을 쉽게 용납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여기서 또 보게 되는군요.”
수행원으로 같이 온 로든도 그들과 인사를 했다. 로든을 본 레예스 준장의 표정은 그리 반가운 기색은 아니었다. 특별히 문제 될 것은 없는데 그런 반응이었다. 다른 두 장성은 로든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지만, 그는 껄끄러운 기색을 보였다.
김세인은 로든이 전역한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었고 수지에게 그 사건을 조사하라고 부탁했다.
‘레예스 준장은 다른 장성과 나이가 비슷해. 심지어 크리스틴 소장보다도 나이가 두 살이나 많아. 사령관인 크리■을 대장보다 고작 한 살 적고. 다른 두 사람은 작전통, 야전 지휘관 출신이지만 레예스 준장은 정보통이라 진급이 느린 거야.’
‘민정참모는 뭐야? 약간 이상한 직책인데.’
‘주둔군이 있는 한국, 일본, 독일, 이라크의 사령부에 두는 참모인데 주둔지 주변의 민간인과 우호를 증진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정보참모의 임무가 적군에 대한 정보수집이라면 민정참모는 주둔지 민심을 파악하는 임무야. 미국군이 현 지에서 사고를 치면 그걸 수습하는 역할도 해. 그렇기에 한국에 나와 있는 정보기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그러면 로든의 일도 관여한 거야? 혹시 라이튼 휘클리와도 연관이 있는 거야?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데.’
로든은 별로 꺼리는 기색이 없지만 레예스 준장은 여전히 불편한 기색이었다. 그것은 뭔가 찔리는 것이 있다는 의미였다. 곧이어서 다른 사람이 찾아와서 인사를 하는 상황이라 수지와는 그 정도만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공회의소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안나 쓰로운은 연회를 총괄하고 있기에 손님을 맞이하고 행사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되면서 손님이 도착했다.
마침내 개회 시간이 되자 정례모임 행사를 진행했다. 회장의 개회사와 VIP들의 축사를 마치자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행운의 사나이로 이름이 높은 세인 킴 회장님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군요.”
안나 쓰로운은 마침 김세인이 RG그룹 조인환 고문과 인사를 나누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붙잡고 인사를 건넸다. 그들이 당도한 것을 보면서도 일이 급해 나중으로 밀어두었는데 마침 대화를 나눌 좋은 기회였다. 사막의 암류와 어느 정도의 연관이 있는 지 파악하려면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오늘 행사를 준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군요. 사무국장님이 그동안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주한 미국인 상공회의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미국 상공회의소는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해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했다. 원산지 증명이나 품질검사를 미국의 수입업자를 대신하여 대행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국의 주요 기업도 대부분 옵저버로 가입한 상황이었다. 만일 상공회의소와 문제가 생기면 수출할 물품의 통관도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런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언제 시간이 나면 투자한 것마다 모두 성공한 비결을 듣고 싶군요. 더구나 넬리 킴 회장님의 후계자이니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 무척 궁금하기도 하고요. 한국과 미국, 두 나라를 기반으로 활동할 것인가요?”
“이미 한국에도 적지 않은 사업을 벌여놓은 상황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죠. 사무국장님의 많은 협조를 바랍니다.”
김세인은 안나 쓰로운이 장원경을 보내 자신을 염탐한 로잘린이란 인물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저 유력한 인물 정도로 상대를 했다. 그것이 겉으로 보이는 그 여자의 모습이었다. 굳이 내색하여 경계심을 키울 필요는 없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사업을 한다고 들었어요. 그런 것도 궁금하군요. 오늘은 그렇고 언제 시간을 내서 김세인 회장님과 우리 상공회의소가 서로 협력할 방안이 없는지 심도 있게 논의해보면 어떨까요?”
마치 너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김세인에게 개별적인 면담을 요청했다. 김세인은 어떻게 할지 판단이 되지 않았지만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치하면 계속 조사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귀찮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적당히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이번 기회에 세뇌를 하도록 하자.’
“저야 사업에 도움을 주신다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제가 아직 학생이라서 오전에는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 오후에 만났으면 합니다. 그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김세인은 전형적인 모범생의 모습을 보였다. 상대가 믿지 않겠지만 그렇게 해서 약간의 틈을 만들었고 매력 마법을 사용하여 호감도를 올렸다. 바로 세뇌마법을 전개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었다. 우선은 경계심을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하죠. 저도 오전에는 상공회의소 일을 하거나 회의가 많아 시간을 내기 곤란한데 잘 되었군요.”
그렇게 말하고 추후 안나 쓰로운이 여유로운 시간에 약속을 잡기로 했다. 당장 연회가 있기에 며칠은 바쁠 거라고 부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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