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6
16. 후계자 (3)
물론 외가에 친척이 있지만 왕래를 하지 않아 남이나 다름이 없었다. 부모님의 장례식에도 외삼촌만 잠시 왔다가 간 상황이었다. 제대하고 장례식에 왔던 것에 대한 감사인사만 간단히 전화로 전한 상황이었다.
대화를 하고 관광도 하면서 천천히 움직여서 저녁 무렵에 나파밸리에 있는 포도농장에 도착했다. 겨울이라 직원 상당수는 휴가를 떠난 상황이라 사람의 별로 없었다.
“여긴 별장인가요?”
“일종의 귀빈들이 머무는 곳이지. 와인을 구매하는 자들을 초대할 때 숙소로 사용이 되기도 하고.”
그곳의 사또, 와이너리에서 만든 가장 좋은 품질의 와인을 시음하기도 했다. 간단히 치즈를 안주 삼아 홀짝거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집사인 레이튼은 둘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자리를 비웠고 그래서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한국에 가면 여러 사람들이 접근할 것이다. 정보를 통제했지만 소문이 났다고 한다.”
“조금 귀찮을 수도 있겠군요.”
“그러니 조심해라. 그렇다고 해서 너무 위축되어 숨어 다니지 말고 당당하게 움직여. 귀찮게 하는 사람이 많으면 사람을 더 많이 고용해. 넷만 고용할까 하다가 교대할 인원을 생각하여 총 여덟 명으로 했으니 그렇게 알고. 필요하면 지금 사는 집이 아니라 새로 집을 구해도 되고.”
고모할머니의 재산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물론 그런 것이 아니라도 또 다른 것, 수지도 있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임대료만 해도 제법 될 것이고 그들을 고용하는 비용 정도는 커버가 될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뭐니 뭐니 해도 안전이 최고야.”
다음날 가까운 곳에 있다는 또 다른 농장을 방문했는데 가깝다는 기준이 무려 100km이라는 것을 알고 어이가 없었다. 클리어호수 북쪽에 있었는데 면적은 세 농장 중에 가장 넓었다.
밀을 파종한 상태라서 황량한 모습이었지만 산과 강을 경계로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당장 EP를 수련해야 하는데 느긋하게 관광을 다니려니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모처럼 집을 나선 마당에 여기저기 구경하자는 것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갈 때는 샌프란시스코 방면으로 갔지만 올 때는 캘리포니아주의 주도인 새크라멘토를 거쳤고 중간에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킹스 캐니언 국립공원까지 들러 관광을 했다. 그러다보니 집에 돌아왔을 때는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었다.
겨울이지만 생각보다 춥지가 않아 여행을 하는데 크게 지장은 없었다. 곳곳에 눈이 쌓인 설경이 보이기도 했지만 길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다.
“둘러보니 미국이 대단하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것 같습니다. 산도, 들도 모두 광활하고요. 크고 넓네요.”
“나도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한 곳에 박혀 있기에 세상이 그렇게 넓은 줄을 몰랐지. 하지만 살던 곳을 떠나 여기저기 다니면서 세상 넓은 것을 깨달았지. 그러니 너도 넓은 세상으로 나와라. 스탠퍼드 대학이 아니라도 다른 대학을 와도 좋고.”
여전히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아쉬운지 그런 말을 했다. 미국에 같이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혼자 남는 것이 싫은 것 같았다.
“자주 오도록 할게요. 전화도 자주하고요.”
“알았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겠지.”
김세인은 마치 군대 가기 전에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 입대를 했는데 전역을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이러다가 한국에 있는 사이에 돌아가시는 것 아니야?’
‘건강하신 편이라 그런 일을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사고가 난다면 모르지만 그런 일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대화를 하는 사이에도 수지가 끼어들었다. 처음에는 대화를 하는데 방해가 되기에 자제하라고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크게 문제는 없었다. 물론 중요한 대화를 하는 순간에는 결정적인 상황이 아니면 자제했다.
‘그리고 1년이 되기 전이라도 C0 등급으로 승급한다면 워프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지구 내에서 일정 지점으로 직접 워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주선을 통한 방식으로 워프를 한다면 순식간에 이동이 가능했다. 한국에 있더라도 바로 저택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물론 그것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지만 몰래 살필 수는 있었다.
“지금은 토요일도 쉬고, 가능하면 월요일이나 금요일 중에 하루 정도는 수업이 없도록 해서 자주 방문할게요.”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비행기 값 아낄 생각은 말고.”
고모할머니가 반색을 하면서 좋아했다. 그런 모습에 가까이 있는 레이튼이나 캐시가 서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김세인이 나타나니 그들은 찬밥신세가 된 상황이었다.
‘기회를 봐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군.’
기우일 수도 있지만 만일에 딴 맘을 먹는다면 그것만큼 치명적인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주의할 필요도 있었다.
“참, 영주권 신청은 제대로 접수가 되었고 특별 심사의 대상으로 지정이 되었다고 하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영주권은 바로 부여가 되지만 시민권은 영주권이 나온 이후 일정기간이 경과해야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영주권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유리한 면이 있죠?”
“세금이나 법적인 절차에서 내국인 대우를 해주지. 물론 중범죄를 저지르면 추방을 당할 수도 있지만.”
“설마 심사에서 거부되지는 않겠죠?”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세금납부 증명서까지 첨부하여 추천을 하고 혈연임을 증명하는 검사결과까지 제출한 상황인데 문제될 것은 없지. 거기다 네 명의 재산까지 공개했는데.”
고모할머니가 재산을 증여한 것은 투자이민의 조건까지 갖췄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증여를 서둘렀다.
“사실상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마무리가 되었네요.”
“그렇지. 1월에 한국에 간다고?”
“복학을 하려면 복학원도 제출하고 등록도 하고 수강신청도 해야 하고. 그리고 몇 가지 자격증 시험도 봐야하고요.”
“자격증 시험도 봐야해?”
“우리학교는 컴퓨터관련 자격증 시험을 몇 가지 통과해야 졸업자격이 주어져요. 거기에 외국어 시험도 통과해야 하고요. 최대한 빨리 획득하는 것이 좋죠. 그런 자격증이 있으면 대학원 어드미션을 받을 때 유리한 면도 있고요.”
마침내 대학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연애까지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황량한 스타디움, 캑터스리그가 진행되는 애리조나주의 피닉스 한 야구장의 주차장에 몇 대의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그 중의 검은 세단의 뒷좌석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몇 년 만에 보는군.”
“그러게 2005년에 봤으니 무려 5년 만이군. 요새 상황이 급해졌다면서? 넬리 킴 회장의 혈육이 나타나고. 그 와중에 스탠리 투자은행의 트라이얼 펀드가 찝쩍거린다고 하더군.”
에렌 허벌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가 자신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협상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슬슬 LA에 복귀해야지. ‘레스티온’에게 맡겨놓은 LA를 되찾아야 하지 않아? 비장의 무기도 준비를 했다고 들었는데. 텍사스의 로데코라는 PMC와 협약을 맺고 일을 한다면서?”
로데코는 주로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실전파 PMC로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의 유통업체와 광산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그 때문에 멕시코의 마약조직과 자주 충돌하고 있었다.
주로 마약조직 출신의 청년을 외곽경비원으로 고용하여 총알받이로 내세우면서 그런 과정을 통해 생존한 자들을 정식 대원으로 고용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 진짜로 실력이 좋은 자들은 정식으로 취업비자를 발급하여 미국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별 걸 다 아는군. 그런 것을 아는 것 보니 우리 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이쪽으로 진출하려고?”
칭찬인지 조롱인지 애매한 말투로 되물었다. 갱들의 일을 알 정도라면 정보력이 뛰어난 것이지만 굳이 그런 위험한 정보마저 수집한 것은 쓸데없는 행위였다.
“로데코의 지분 5%을 가지고 있고 몇몇 팀을 멕시코에서 운용중이고 얼마 전부터 정예 한 팀을 국내로 데려왔다고 들었는데 그들을 데려온 것은 LA로 돌아오기 위함이 아닌가?”
“하지만 쉽지가 않아. 그들도 티후아나 조직과 연계가 되어 있는 상황이니. 그들 핵심은 나에 대해 아는 눈치이고. 어디에 있는지 감췄지만 로데코까지 파악한 상황이야.”
“그런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움직이지 않았더군.”
에렌 허벌린이 애리조나의 피닉스까지 온 것도 소냑이 뭔가 다른 생각을 하는지 따지기 위함이었다. 넬리 킴 회장이 조카손자에게 재산을 보여주고 관광을 시키기 위해 저택을 나와 캘리포니아를 열흘 가까이 여행했는데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물론 경호를 하는 자들이 상당수 있고 그들의 수준이 높아 쉽지 않겠지만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였다. 저택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을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더구나 저택에는 패닉룸까지 있어 폭탄테러를 해도 처리가 쉽지 않았다.
“함정이었어. 근접 경호원 12명이었고 무려 20명 가까운 인원이 원격경호를 하는 상황에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는 일이야. 그것을 모르는 것 보면 상대를 너무 모르는 것 같아.”
“함정이었다고?”
“그럴 가능성이 높지. 그렇기에 LA에서 잠깐 살피고 철수를 시켰어. 굳이 함정인줄 알면서 시험할 필요는 없으니. 흔적을 노출하는 순간 추적이 들어올 것이고.”
그런 말을 하는 소냑의 어조는 다소 빈정거리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것을 깨닫자 에렌 허벌린의 표정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그리고 ‘레스티온’을 만만하게 생각하는데 예전의 그들이 아니야. 그놈들은 이제 2선으로 숨어들어서 공격하기가 쉽지 않아. 1선의 놈들을 다 처리해야 나타날 거야.”
데저트 레틀러가 잠적하고 ‘레스티온’은 LA와 주변을 사실상 일통했다. 차이타나운이나 몇몇 지역은 여전히 기존 조직이 남아 있지만 그들은 세력을 확장할 의지도 없기에 거침이 없었다.
“당시에 5백만 달러가 지원되었다고 하더군. 경찰에 쫓기는 상황인데 현금으로 그 돈이 풀렸으니 우리가 감당이 불가능했지. 그 후에도 상당한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아. 네 주변에도 적지 않은 자들이 포진하고 있을 수 있어.”
순간 에렌 허벌린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어렸다.
“다행히도 여기에 온 자들 중에는 없는 것 같아. 네가 여기에 온 것은 레이튼이란 자는 모르는 것 같고. 물론 한두 시간 후면 나와 만난 것까지 알겠지만.”
소냑의 말에도 에렌 허벌린은 안심이 되지 않는지 불안한 기색이었다. 이번 만남이 알려지면 그로 인해 보복을 당할 수도 있었다. 직접 손을 쓰지는 않았지만 적대 세력을 지원하여 데저트 레틀러를 몰락하게 만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포기했나?”
“기회를 봐야지. 그보다 후계자로 알려진 자를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을까? 나야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넬리 킴보다 그자가 더 걸림돌이 될 수 있지. 상속세를 내려면 현금이 필요하고 개인 명의의 자산을 처분할 것 같으니.”
조만간 지분을 트라이얼 펀드에 매각할 소지가 컸다. 그것도 죽기 전에 정리하여 현금으로 물려줄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후계자를 정리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한국에 사람을 보내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결국 돈을 달라는 말이었다. 에렌 허벌린은 시트 밑에서 가방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그 가방을 받은 소냑은 지퍼를 열고 그 안에 있는 것을 살폈다.
“100만, 그 이상은 불가능해. 나도 여유도 없고. 한국에 서너 명 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
경호가 철저한 넬리 킴보다 상속자인 김세인을 정리하기로 했고 그 일을 의뢰했다. 뜻은 명확히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도청을 당하거나 녹음을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