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64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그 정도로 정보를 조작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정보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수집한 내용은 그저 정상적인 무역업체라는 증거에 불과합니다.”
안나 쓰로운은 김세인이 ‘사막의 암류’라는 조직의 주인이거나 핵심 인물이라는 의혹은 거짓이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위화감이 들기에 계속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장면이 중앙의 대형 모니터에 재생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김세인과 홀로그램 형상의 수지가 바라보고 있었다.
“저거 휴먼해킹으로 해결할 수 없어? 저번에 세뇌했는데도 효과가 없어 보여. 내 능력이 별로인가?”
김세인은 로잘린의 동향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보면서 물었다.
“이게 휴먼해킹의 단점이야. 한 가지 사실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려. 그렇기에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주변의 의견에 휩쓸리고 말아. 그나마 세인이 말했던 것들이 영향을 미치기에 저런 판단을 하는 거야.”
“미국과의 대화는 잘 되고 있어? 이스라엘은 어때?”
“잘 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말은 통해. 문제는 골란고원과 갈리리 호수의 수자원 문제이지. 서로 의견이 엇갈려 협상에 진전이 없어.”
“다 골치 아픈 문제이군. 특히 정착촌에 있는 자들의 처리가 문제겠네. 그들을 그냥 다 넘겨받는 것도 방법일 수가 있지 않을까? 특별지구로 만들어서 식민지처럼 운영하는 것은 어때?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는 가자지구처럼 말이야? 이스라엘 사람도 좀 어려운 일을 겪도록 하면 어떨까 싶어.”
김세인은 평화가 아닌 혼란을 불러올 방법도 어떨까 하는 발상을 했다. 당사자에게는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일 수도 있었다. 완충지대로 만들어 놓고 세금만 걷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것도 방법이겠다. 일종의 인질로 두자는 말이지?”
“그렇지. 국민이 아닌 5년 정도의 한시적인 특별거주민으로 하여 독립이나 분리를 요구할 권리 자체를 박탈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은 심사해서 거주민 자격을 박탈하고. 이런 방안을 한 번 회담장에 제시해봐.”
“그러면 정착촌에 거주하는 자들의 본국 이주 자체를 금지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그러면 수자원은 어떻게 할까?”
“그것도 지금까지 사용한 물값을 받아내야지. 물론 그 물값을 낸 만큼 앞으로 공급해. 10만 톤 가격 내면 10만 톤을 주고, 1 억 톤의 가격을 내면 1 억 톤을 주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동시키면 될 거야. 그게 가장 합리적일 거야.”
어깃장을 놓는 방식으로 벼랑 끝 전술을 시도하라고 했다. 수지는 그런 정도까지 생각하지 못했는지 감탄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멕시코의 일이 지지부진한데 실력행사를 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그러면서 살리나스 데 곤잘로의 태도를 이야기했다. 급한 상황이 해결되자 다시 오리발을 내밀었다. 다시 그들과 전쟁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자는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위협을 느껴야 움직일 거야. 천하의 중국과 러시아의 그 망나니들도 조용해졌잖아?”
“그러면 그런 식으로 경고할까? 누구를 죽여야 하지?”
“굳이 누굴 죽일 필요 없이 잠재워 데려와서 정답게 이야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것이 확실할 것 같은데. 물론 어물쩍 넘어간 보상도 확실하게 챙기고. 물론 자신도 피해자라고 하면서 발뺌하는 엔리코란 자도 같이 데려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수지는 창의적인 면은 다소 떨어져서 기존의 하던 방식만 고수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다소 응용력이 떨어졌다. 김세인은 이번에도 그런 면이 있어 지적했다.
“그것도 괜찮겠네. 그러면 데려다가 제대로 교육하는 방법도 괜찮겠군.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깔끔하게 처리해야겠지?”
“갱들 사이에서는 그 정도 되면 뒤탈은 없어.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다시 나댈 수는 없지. 경찰에 납치했다고 신고할 수는 없지. 설마 흔적을 남길 것은 아니겠지? 그 세계에서는 법보다 주먹이 무서운 법이지.”
김세인은 수지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자 자신이 보완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판세를 읽는 부분이나 전략적인 부분에서 다소 부족했다. 그런 부분은 김세인이 결정해야 했다.
급히 베이루트로 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샤무엘 기네쉬는 골란고원과 수자원 문제를 놓고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협상의 당사자이자 중재자로 임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꼬였다.
“골란고원을 반환하라고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습니까? 무작정 반환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보상을 받고 현실을 인정하여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슬쩍 보상을 받고 포기하라는 식으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었다. 안보라인의 기조가 친이스라엘의 성향이었다.
“굳이 정착민들이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앞으로 특별 거류민으로 인정하여 살게 할 것입니다. 영토에 딸린 인원을 굳이 내쫓을 이유는 없죠. 법적으로 그곳에 사는 자들이 무단으로 탈출한다면 되돌려 받을 계획입니다.”
시리아 협상단 단장인 카르만 시오나의 선언에 이스라엘 협상단과 미국협상단은 너무 놀라 멍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연히 그 지역에 거주하는 자들은 우리 시리아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특별자치구역으로 지정하여 살도록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처럼 말입니다.”
순간 이스라엘 대표인 캡록 궤이스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착촌에 사는 사람이 이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한 해결방안이자 이스라엘이 지금 행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순순히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하여 앙갚음하는 행위이고 앞으로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군대와 그 지역을 잠시 방문한 자들만 떠나가면 됩니다. 그 이후에 시리아의 법에 따라 살아가면 되는 겁니다. 물론 특별자치구역은 그 지역의 특성에 걸맞은 특별법이 적용될 겁니다. 특별 거류민이기에 참정권은 일부 제한이 될 겁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받는 대우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논리에 그 자리에 온 협상단은 대응할 논리가 없었다. 거기서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예를 들면 대응이 불가했다.
“잠시 휴회를 요구하는 바요.”
미국협상단의 대표인 사무엘 기네쉬는 난데없는 시리아의 요구에 휴회를 요청했다. 그동안 정착민의 처리를 문제 삼아 보상하고 영유권을 인정받는 방식의 중재안을 내세우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이상한 말이 나오고 말았다.
시리아에서 정착촌에 사는 정착민 전부를 인질로 잡겠다는 발상에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한다면 굳이 정착민이 이주할 필요가 없었다.
협상장에서 밝힌 시리아의 통보를 접한 이스라엘과 미국은 난리가 나고 말았다. 그런 발상 자체가 의외였고 막상 반론을 하려고 하니 적당한 대응 논리가 없었다. 그 결과 협상은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한편 라파예트 미국 대통령은 국무부 장관인 해밀튼에게 협상 상황을 보고받다가 시리아의 해괴한 발상에 어이가 없어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시리아에서 그런 제안을 할 줄 몰랐기에 그에 대한 대책은 생각지도 못했다.
장난스러운 발상이라고 하기에는 시리아의 무력이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그 모델이 이스라엘이 하는 짓이기에 인권을 침해하는 만행이라고 비난할 수도 없었다.
“정착민 이주를 내세우니 그런 발상을 하는 것 같은데 이건 해결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분쟁의 씨앗을 하나 더 만들자는 말 아니요? 더구나 그 처우를 가자지구와 똑같이 한다는 것은 두고, 두고 정착민을 괴롭히고 학살하겠다는 말이 아니요? 그렇다고그걸 반대할 논리도 없고. 지금 이스라엘이 하는 일이니.”
다른 나라라면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하겠지만 이스라엘은 그걸 반대할 논리가 없었다. 심심하면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고 테러단체의 근거지라고 폭격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행위였다.
“그리고 갈릴리 호수의 수자원도 문제입니다. 과거에 사용한 물값을 현재 가격으로 전부 지급하라는 요구입니다. 거기다 앞으로 공급할 물의 수량은 과거에 사용한 양으로 정하자고 합니다.”
논리적으로 합당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로 연결되는 합리적인 방안이었다. 그러면 과거에 사용한 물의 양을 함부로 줄일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꼼짝없이 물값을 제대로 부담할 수밖에 없겠군요. 그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지금 시리아는 하나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인데….”
시리아의 요구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논리적으로 반박의 여지가 그리 없었다. 물론 미국인이 보기에는 평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스라엘에 그동안 당한 분풀이를 하려는 보이지만,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거부하기 어려운 요구였다.
“현재 시리아의 육군 2만 명이 골란고원 입구에서 진군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일에 협상에 실패하면 바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 공언하고 있습니다.”
“골란고원에 주둔하는 유엔군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사령관이 개입을 포기했습니다. 유엔포고문의 내용 중에 이스라엘이나 시리아나 정전협정을 위반하면 상대국의 대응 행위는 막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워낙 명백해서 시리아가 보복해도 개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유엔은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면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의 점령 행위는 인정하지만, 종전을 선언하거나 그 지역이 이스라엘의 영토라고 선언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골란고원은 여전히 분쟁지역으로 남아있었다.
“유엔을 움직여서 시리아의 행위에 제동을 걸 수는 없겠죠?”
“당연합니다. 지금 안보리를 소집하여 이 문제를 논의한다면 이스라엘의 제재를 오히려 결정할 상황입니다.”
“이스라엘은 뾰족한 대응 방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죠?”
“그렇습니다. 절대 돌려줄 수 없다는 주장부터 워낙 다양한 주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하더라도 정착촌의 주민을 시리아에 넘길 수는 없다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시리아는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에서 철수하도록 만들 계획으로 보였다. 그걸 관철하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 주장을 하여 곤란하게 만들고 양보하는 것처럼 실리를 챙기려는 전략으로 보였다.
“먼저 시리아를 만나서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베이루트와는 별개로 양자 회담을 해서 담판을 짓도록 합시다. 이스라엘을 앞세워서는 결판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협상을 진행하면 어떻겠습니까? 이탈리아 대사인 그레이엄은 나토 참모장 출신이지만 하원의원으로 2선을 하기도 했던 사람이니 정치 감각도 있습니다.”
해밀튼의 추천에 라파예트 대통령은 말없이 배석하여 앉아있는 브레진스키 보좌관을 봤다. 적당한지 묻고 있었다.
“그렇게 합시다. 이 문제는 브레진스키 보좌관과 내가 컨트롤 하도록 하죠.”
해밀튼 장관에게 맡겼다가 또 사고를 칠 수가 있기에 안보보좌관에게 맡기기로 했다. 해밀튼 장관은 전에 지은 죄가 있기에 반발하지 못하고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
세계 각 언론은 베이루트에서 진행되는 시리아와 이스라엘, 미국의 삼자 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결국 골란고원과 갈릴리 호수의 수자원 공급이 핵심 의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져 타결이 되지 않고 있었는데 시리아가 회담장에서 난데없이 정착민의 철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말았다.
협상 소식을 보도하는 각 언론은 다양한 헤드라인으로 시리아의 폭탄선언을 전했다. 그 선언으로 회담은 무기한 휴회가 되고 말았고 협상단은 본국의 지침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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