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65
“오늘 미국에서 비밀리에 양자 회담을 제의했어.”
수지가 김세인이 지시한 대로 회담을 진행했고 그날 결국 미국이 버티지 못하고 단독 회담에 나섰다.
“결국 골란고원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하도록 만들겠다는 말이야? 그런 제안이 아니라면 응할 필요가 없어.”
“맞아. 그렇게 하도록 하겠지만 당장은 불가능하고 총 3년의 단계적인 철수 방안을 제안했어. 지금의 정착민이 갈 곳을 마련해야 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야.”
“그거야 그렇겠지. 가자지구처럼 만드는 것은 어려울까?”
“그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하던데. 그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화근을 만드는 일이라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어.”
“그러면 3개월 안에 무조건 철수하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특별자치지구로 만들어. 그동안 가자지구는 왜 그렇게 방치했는데? 가자지구처럼 만들어야 하니 절대로 정착민의 철수는 불가하다고 통보해. 이미 그 명단은 다 확보한 상황이니 정착민이 본토로 이 주하더라도 나중에 송환시켜야 한다고 통보해. 안 그러면 그들을 직접 데리러 갈 수도 있다고 하고.”
“그러다가 회담이 깨지는 사태가 벌어질 것 같은데,”
수지가 다소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다시 전쟁이 벌어지면 이스라엘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지. 그렇기에 회담 자체를 깨지는 못할 거야. 저들은 어떻게든 철수 시한을 연장하려고 할 거야. 그러면 그 지역의 원상회복을 요구해. 정착촌이 들어서기 전의 모습으로 말이야.”
“원상회복?”
“정착촌을 건립하는데 소요된 비용을 달라거나 이주비를 달라는 헛소리할 거 아니야? 헛소리하면 다시 특별자치지구를 내세우거나 원상회복을 요구하란 말이지.”
“3개월은 너무 촉박한데 시한은 조금 연장해야겠지?”
“최대 6개월로 해. 시한을 연장해도 별로 의미가 없어. 1 년을 줘도 짧다고 할 거고, 다시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할 거야. 3년이면 국제정세가 바뀌고 어떻게 말이 바뀔지 모르는 일이야.”
김세인의 말에 수지는 수긍했고 미국과 비밀리에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장소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시리아대사관이었다. 두 나라의 이탈리아 주재 대사가 대표로 협상을 진행했다.
로마에서 진행된 시리아와 미국의 협상은 베이루트에서 진행된 회담과 달리 어느 정도 합의점을 도출한 상태였다. 당장 갈릴리 호수의 수자원 문제는 어느 정도 타결이 되었다.
“이스라엘이 먼저 전쟁을 일으켰고 그렇게 하고도 패배한 상황이니 승자의 처분에 따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인도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조치를 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게 승자의 아량이라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주재 미국대사인 그레이엄 로세트는 시리아대사인 키쿠스 샤르헴에게 승자의 아량을 언급하여 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다. 아랍권의 사람도 어느 나라 사람들 못지않게 체면을 중시하기에 적절히 상대를 존중해주면 대화가 통했다.
“그래서 골란고원을 고스란히 넘겨줄 수는 없다는 말씀입니까? 정착민이 떠나고 텅 빈 골란고원을 넘겨받으면 그곳에 이주민을 보내야 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 사는 사람까지 넘겨받은 후에 적당한 수준으로 세금을 징수하면 국가의 재정에 보탬이 될 거라 봅니다. 추후 전쟁이 날 수도 있으니 굳이 그 지역에 추가적인 투자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요.”
노골적인 시리아대사의 말에 그레이엄 로세트는 협상전략이지만 참 지저분한 수법이라는 생각했다. 어깃장을 놓으면서 알아서 원하는 것을 내놓으라고 시위하고 있었다.
키쿠스도 본국의 지침에 따라 그런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한편으로 감탄하면서도 악랄한 짓이라고 생각하여 꺼림칙했다.
“6개월 안에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이 철수하도록 조치하지요. 아울러 유엔군도 6개월 안에 철수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또한 철수가 완료되고 골란고원을 넘겨준 직후에 더 이상의 분쟁이 없도록 종전협정을 체결하도록 조치할 겁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국은 6개월 안에 철군하는 것으로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문제는 정착민들을 이주시키는 모든 비용은 이스라엘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개척하는데 사용한 비용은 하나도 보상받을 수 없었다.
‘로마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재차 협상이 이루어지기까지 이틀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설득하는데 소요된 시간이었다. 이스라엘은 ‘로마 합의’에 대하여 반발했지만 결국 다른 방도가 없다고 판단하여 받아들이기로 했다.
시리아의 군사행동을 막을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전쟁을 하게 되면 모든 군사시설이 사라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의 공격마저 방어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시리아와 미국의 합의를 이스라엘이 받아들이면서 협상이 재개되었고 마침내 시리아-이스라엘 평화협정이 타결되었다.
주요 내용은 이스라엘이 점령했던 시리아의 영토 골란고원을 반환하고 그동안 갈릴리 호수에서 이스라엘에 보내던 용수는 현재와 같이 공급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금을 지급한다.
골란고원 점령 이후에 무단으로 가져간 물의 대금은 현재의 가격과 수량을 기준으로 철수 시점까지 지급한다.
골란고원의 철군은 2012년 12월 31 일까지 완료한다. 군인을 비롯한 모든 이스라엘 국민은 골란고원을 떠나도록 한다. 만일 해당 지역을 떠나지 않는 이스라엘 국민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특별 거류민으로 편성하고 매년 심의하여 지위를 정한다.
골란고원에서 이스라엘 국민이 모두 철수한 2013년 1월 1 일을 기하여 종전협정이 발효되면 상호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스라엘로서는 굴욕적인 내용이었지만 시리아에서 전범의 인도나 전쟁배상금을 요구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까지 의제에 포함되었다면 더 협상이 길어질 것인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김세인은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시험을 치르느라 바쁜 가운데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평화협정이 타결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다행입니다. 회담이 길어졌다면 선적이 미뤄지고 화물이 묶여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졌을 것인데 잘 해결된 것 같습니다.”
최영석 사장이 달려와서 회담이 타결된 소식을 전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도 해제되었으니 다양한 물품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그동안 취급할 수 없던 기계류나 전자제품의 취급이 가능하고 한국에서 직접 선적이 가능하니 거래가 늘어나겠군요. 각종 인프라 확충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건설회사도 필요한데 그건 어떻게 합니까? 우리는 건설 분야가 없지 않습니까?”
“건설은 우리가 직접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에도 많은 건설회사가 있고 그들과 컨서시움을 구성하여 참여하면 됩니다. 우리는 재계에 시리아통으로 알려져 있으니 대부분의 건설사가 제휴를 거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 국내 최고의 재벌들인 일성 그룹이나 RG 그룹에 요청해도 협조할 것이니 굳이 건설사를 가질 이유가 없었다. 필요할 때 공사 발주를 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이게 현재 예상되는 시리아와 리비아의 프로젝트란 말이군요. 이걸 다 하려면 천억 달러가 넘는 예산이 필요하겠군요.”
“대략 3~5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진행할 것이기에 매년 2~300억 달러 정도 투자가 될 겁니다. 리비아나 시리아 모두 산유국이니 예산을 확보하는 건 가능하리라 봅니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에서 확보할 수자원 대금이 꽤 되기에 그걸 우선 활용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최영석 사장은 매일 살피는 게 그쪽 관련된 일이기에 김세인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세부 프로젝트마다 그 사업을 검토한 세부 문건을 작성해놓고 있었다.
“시리아나 리비아에도 이동통신사가 있는데 그 두 통신사를 인수할 수 있으면 인수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마음대로 투자하고 기술도 도입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해서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되고 기술도입도 단발성에 그쳐 시간이 흐르면 노후 화되고 말 겁니다.”
“우리야 통신사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좋지만 기간산업을 외국계 기업이 소유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적절한 수준의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초기에는 우리가 투자하고 적절한 시점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철수해야 합니다.”
김세인은 계속 소유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황에 따라 철수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진출할 때부터 작업을 하는 게 나았다.
“그리고 발전소나 각종 도로공사 등도 적절하게 컨서시움을 구성하여 참여하기 바랍니다.”
김세인과 수지가 공모하면 공사를 따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것이 수지도 통제하기 쉬운 면이 있었다.
안나 쓰로운은 장원경과 한정식에게 연락하여 한적한 교외의 식당에서 만났다. 굳이 만나는 걸 알릴 필요는 없었다.
“국정원을 그만두기로 했다고요?”
서로 협력하는 관계이지 일방적인 상하 관계가 아니기에 모든 행보를 제약받을 상황은 아니었다. 각자의 처지에서 최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이번 대선에서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아 몸을 빼야 할 걸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 갈 거라 봅니다. 당장 그만두면 갈 곳이 없지만 전과자가 되는 것보다 낫죠.”
“그런 상황이라면 어쩔 수가 없겠군요. 내가 한국 정치에 관여할 문제도 아니고. 한데 그런 일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머릿속이 참 궁금합니다. 눈 가리고 아웅도 아니고.”
안나 쓰로운도 듣는 귀가 있기에 장원경이 말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인데 거리낌 없이 일을 저질렀다.
“나도 탈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전출원을 제출한 상황입니다. 순장조가 되면 진짜로 순장될 상황으로 보입니다.”
한정식마저 위기감을 토로했다. 정치적인 신념이 아니라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금의 자리에 간 상황인데 정치에 휩쓸려서 장래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저번에 말한 것은 어떤가요? 조금이라도 확인되었어요?”
“전혀요. 경험상 뭔가 흑막이 있어 보이는데 증거는 없어요. 태도도 여유롭고요. 믿는 구석이 있다는 말이죠. 그저 돈만 많아서 그런 건 아니고요. 깨끗해요. 그게 오히려 괴리감이 듭니다.”
“정부에서 보유한 각종 자료를 살폈는데 마찬가지입니다. 이 정도로 깨끗할까 할 정도에요. 며칠 전에 제출한 소득신고자료를 우연한 기회에 살폈는데 너무나 확실하게 정리했어요. 대략 1 억 원 정도 세금을 더 냈다고 합니다.”
한정식이 나지막하게 속삭이듯이 기밀을 살핀 것을 이야기했다. 권력기관에서 재벌의 세무 자료를 살피는 것이야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그걸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큰 건은 감추고 작은 것은 철저하게 정리했다는 말이군요. 그게 괴리감이 느껴지고요?”
“맞습니다. 더구나 홀딩스와 개인 투자 현황을 살폈는데 거의 실패한 게 없습니다. 유가 선물이나 주식 투자 모두 90% 이상 성공했습니다. 그게 김세인이 내린 지침 때문이고요.”
“이스라엘 사태가 벌어진 이후 특이한 움직임은 없나요?”
“SI 인터내셔날이라고 무역회사가 있는데 거기가 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거기가 시리아나 리비아에 연줄이 있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많은 업체가 줄을 대려고 하고 있죠.”
“거기에 하나로 네트웍스라는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고 있죠. 물론 이전에 만나서 인수하면 좋을 거라 권한 면도 있지만요.”
한정식에 이어서 장원경이 추가했다.
“미국의 드림호프라는 회사와도 뭔가 하려고 준비 중인 것 같습니다. 그 회사가 김세인이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서요?”
“유독 멕시코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살폈는데 거기도 ‘사막의 암류’와 연결된 흔적이 보이고 있어요. 일단의 정체불명의 무리와 거래했고 무장 조직의 흔적도 보이고요.”
안나 쓰로운이 멕시코와 시리아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슬쩍 언급했다.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역이라고 언급했다.
“분쟁지역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다는 말씀이죠?”
“맞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SI 인터내셔날이 따라가고요. 어떻게 보면 ‘사막의 암류’는 SI 인터내셔날의 전위조직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아직 결정적인 이득을 취한 건 아니기에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게 김세인이 실세라고 의심하는 요인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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