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73
해밀튼 장관도 자신만의 정보라인이 있기에 그런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멕시코의 마약 문제는 미국이 당면한 위협 중에 5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심각한 일이기에 국무장관도 항상 주시해야 했다.
거기에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상황이라 그들과 충돌하면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어 주의할 필요도 있었다. 그들의 눈에 거슬리는 사태가 벌어지면 암살자를 보내기도 했다.
“러시아 사태를 본다면 그 정도의 일은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자가 그들에게 굴복하여 허수아비로 전락했다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멕시코의 마약 조직이 그들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이는 쿠바사태에 버금가는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멕시코에서 유행하는 슈퍼볼이라는 신종 마약입니다.”
해밀튼 장관의 말에 조세핀 클락슨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 마약은 마약이지만 마약중독자를 치료하는 치료제의 역할도 했다. 그렇기에 암흑가의 근간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약품이기도 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암흑가의 수입을 격감시키는 사태 가 벌어져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었다.
“설마 그걸 사막의 암류가 만들었다고 생각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약품을 수많은 제약회사에서 개발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미사일을 격추한 그들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합니다. 만약 그들이 마약 조직이 사라진 멕시코를 만든다면, 그건 실로 재앙일 수도 있습니다. 말로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미국의 멕시코에 대한 견제는 상당했다. 이웃한 두 나라는 여전히 영토분쟁의 불씨가 남아있었다. 멕시코의 마약이 미국에 재앙이라고 하지만 사라지는 것, 그 자체도 재앙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원 부국인 멕시코가 얼마나 발전할지 몰랐다. 그렇기에 멕시코 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중요한 건 그런 정보를 김세인이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밀튼 장관이 한숨을 내쉬면서 툭 한마디를 던졌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세핀 클락슨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 정보를 공유할 정도로 그들과 밀접한 관계이거나 독자적으로 그런 정보를 파악할 역량이 있다는 의미겠죠. 아니면 둘 다 해당이 되거나 말입니다.”
브레진스키의 경고를 전해 들은 해밀튼 장관은 김세인에게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부지런하게 정보를 취합했고 그런 결론에 도달한 상황이었다.
“리비아, 시리아, 멕시코까지 ‘사막의 암류’가 장악한다면 그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겁니다. 거기에 김세인이란 자가 그들과 결합하여 경제나 IT 분야에서 활약한다면 국제적인 슈퍼 파워로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해밀튼 장관의 전망이 다소 과한 면이 있지만 조세핀 클락슨은 터무니없는 상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미국도 문제지만 이스라엘도 더 걱정이었다.
“또 다른 분쟁지역이나 미국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터를 잡고 세력을 확장한다면 골치 아플 수밖에 없는데. 이다음은 중국이나 북한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현재 중국 서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탈레반의 일부 분파가 ‘사막의 암류’와 협력하는 상황이고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이 아닌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면담이 끝났으니 접촉할 필요도 있어 보이는데, 어때요?”
“그동안 랭글리에서 관리했으니 그쪽을 통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하면 혼선이 생길 수도 있고 상대로 경계심을 키울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로든에 대해 언급했다. 그를 통해서 안보라인의 의중을 전하는 것이 어떨지 물었다.
33. 반도체 공장
김세인은 사실상 미니청문회를 마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돌아가는 동안에 차 안에서 말을 하지 않았다. 운전사와 경호원에게 들려줄 내용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면담이 오후 4시에 끝났기에 LA로 돌아가도 되지만 면담을 하느라 긴장한 상황이라 고모님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비행기를 타는 것은 고모할머니의 건강을 해칠 수가 있어 하루 더 호텔에 묵기로 했고, 다음날 출발하기로 했다.
“네 말대로 ‘사막의 암류’와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부른 것이 맞는 것 같구나. 한데 그들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라는 사실을 그대로 말해도 될지 걱정이구나. 더구나 그들에게 정책을 먼저 제안할 예정이라는 말은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호텔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응접실에 만나자 김세인이 너무 사실대로 말한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의심이지만 정황증거를 가지고 심증을 굳힌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부인할수록 더 가까운 관계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태가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저들이 오판하면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저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게 느껴지기는 하더라. 한데 친서라도 한 장 전달하라고 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으니, 참.”
“제가 말한 내용이 사실인지 검증한 이후에나 뭔가 조치가 이루어질 겁니다.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어쨌든 나중에 반도체 공장의 건립을 먼저 돕는다고 하니 기다려 보죠.”
“당장 허가가 나온다고 해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죠. 대통령이 나선다고 해서 Q사와 환경운동가들이 물러나지는 않을 겁니다. 더구나 네오콘도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대통령을 만난 것, 자체가 그들의 투쟁 의지를 돋우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괜히 만났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지만, 아직 시급한 상황은 아니기에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이번 일로 네오콘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게 걱정이다. 계속 귀찮게 하면 될 일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져.”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죠. 시간을 두고 아군을 늘려가는 것이 최선이죠. 하지만 대놓고 적대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요즘 천벌 이야기가 퍼져서 조심한다고 합니다.”
처음에야 천벌이라는 말에 무시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알렌 스네핏이나 게오로그 파르타가 변을 당하면서 사람들도 혹시라도 자신이 그런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목숨이 걸린 일이라 많은 사람이 반신반의하면서도 조심했다.
“그런 이야기가 돌고 있고 심지어 네가 동양식으로 저주해서 그렇다고 하더라. 굿을 동양식 저주라고 하더라.”
“어쨌든 귀찮게 하는 사람은 나이를 먹은 사람이고 우연히 지병이 도져서 쓰러진 것인데 그게 우리 때문이라고 하니 조금 꺼림칙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뭔가 저주를 한다니!”
김세인은 수지와 자신이 한 일이지만 고모할머니에게도 그런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말해도 믿지 않겠지만 그런 내색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니 정색하고 시치미를 뗐다.
“어쨌든 그런 것도 우리에게는 조금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해로운 일을 하려는 자들은 한 번 더 고민할 것이니 말입니다. 그 정도만 해도 귀찮은 일이 줄겠죠. 그런데 오늘 만남을 언론에서 보도할까요?”
“하겠지. 끝나고 난 후에 사진도 촬영했잖아. 그럴 목적으로 부른 면도 있으니. Q사의 암리치 회장이 싫어할 일이지.”
“하긴 반도체 공장을 세우려고 하는 것이 알려질 것이고 그러면 지지하는 여론이 강해? 것이니 반갑지는 않겠네요.”
김세인은 이번 면담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뭔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미국에서 대통령까지 면담한 사실은 하나의 성과였다.
넬리 킴 회장과 김세인이 백악관을 방문한 것이 뉴스로 보도되면서 하루 정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다음날 집으로 돌아올 무렵에는 관심이 사라지고 말았다.
“다 똑같지, 뭐. 특별한 것도 없었다. 가서 음료수 한 잔 얻어먹고 미니청문회를 하다가 왔어. 몸은 괜찮지?”
김세인은 자신의 거처로 와서 유희원이 결과를 묻자 그렇게 대답했다. 중간에 전화로 시시콜콜 말하기에는 곤란하기에 그저 간단히 일정만 이야기했었다.
“아직 문제없어.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청문회라니?”
“시리아와 리비아에서 활동하는 자들과 연관이 없는지 묻는 정도이지. 전에 내가 간략하게 설명했던 걸 확인하려고 해서.”
그러면서 한국에서 미국의 정보원들로 보이는 사람과 접촉했던 사실을 언급하고 그들에게도 사전에 설명했다고 이야기했다.
“미국도 그들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겠네?”
“그러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미국의 힘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의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지. 지금의 상황을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을 거야.”
“그건 그렇겠네. 그러면 자기가 중재할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 정도의 힘은 없어. 그저 미국의 의중을 적당히 전달하고 그들의 의중을 미국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 정도를 수행하는 정도지. 중재하려면 양쪽을 강제할 힘이 있어야 가능하지.”
그러면서 중재와 메신저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런 개념을 유희원은 잘 모르고 있었다.
“중재가 그런 의미야?”
“최소한 어느 한쪽을 편들면 다른 한쪽에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역량이 있어야 중재라고 말해. 프랑스와 독일이 싸울 때 영국이 평화회담을 중재했다고 하는데 어느 한쪽을 편들면 치명적이기에 따르는 거야. 그 정도 힘이 있어야 해. 일반 메신저는 그런 힘이 없이 그저 중간에서 의사전달만 하는 정도이고.”
“자기나 고모할머니도 힘이 없는 것은 아니잖아?”
“그건 미국에 비해서는 미미한 정도이지. 마찬가지로 이번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보여주듯이 그들에게도 그렇고. 그저 본격적인 대화 이전에 의중이나 파악하여 전달하는 정도야.”
“그러면 아무런 이득도 없는 거야? 중간에 이용만 당하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그거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정보도 이용하고 인맥도 이용하면서, 어쨌든 최대한 이득을 내야지.”
“그런데 반도체 공장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그것도 이야기할 거라고 하지 않았어? 도움을 요청한 거야?”
한국에서 면담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고모할머니와 만날 때마다 일종의 대츠먹 회의를 계속 한 상황이었고 유희원도 그걸 S에서 지켜본 상황이니 맥락을 모를 수가 없었다.
“특혜는 바라지 않는다고 했어. 그래봤자 나중에 골치 아프니. 순리대로 절차에 의거 하여 처리해달라고 말했지. 그들로서는 내가 그런 태도를 보이니 오히려 난감했겠지만.”
“그건 그렇겠다. 뭔가 부탁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그래야 서로 주고받으면서 선거에 도움을 받을 테니.”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그래.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새크라멘토에서 공청회를 열었는데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
김세인이나 드림호프에서 참가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첫 공청회가 열린 사실을 언급했다. 초청을 받았지만 굳이 그런 자리에 참석하여 여론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에 가지 않았다.
“아, 그건 나도 레이튼 사장님에게 들었어. 가관이 아니었다고 하더라. 중구난방으로 의견이 갈려 서로 싸웠다고.”
그러면서 레이튼에게 들은 걸 이야기했다.
“그렇지. 샌버너디노의 환경단체가 반대하지만, 우리가 대책을 세운다면 허용하자는 입장이지. 반면 캘리포니아 환경단체는 무조건 허가하지 말라고 하고. 아울러 각 자치단체는 샌버너디노에 굳이 세울 필요 없이 자신들의 지역에 세우는 게 차라리 낫다고 하면서 반대하고. 그래서 대부분의 여론이 반대라고 하더라. 이런 상황에서 순리대로 절차에 따라서 허가를 내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허가권자인 주지사가 결단할 문제야.”
인허가권자인 주지사가 결정하고 밀어붙여야 하는 일이었다. 그걸 환경평가 심의위원회에 맡겨서는 결론이 날 수 없었다.
“결국 정치적인 영역이라는 말이네.”
“그렇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잖아? 어디에 공장 하나 세우려고 하면 반대가 엄청나지. 경쟁사는 무조건 막으려고 할 것이고 정치인도 어떻게든 존재감을 보이려고 하고. 각 지역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엇갈릴 것이고. 그걸 그냥 두면 백년하 청이야. 위에서 결정하고 밀어붙여야 가능하지.”
그러면서 처음에 샌버너디노의 하원의원인 하워드 레지턴스가 그런 역할을 해주기로 했지만, 중간에 포기했고 그래서 지금 주지사가 그런 상황에 직면했다고 했다. 물론 주지사도 그런 책임을 질 이유가 없어 미적거리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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