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97
“무슨 일인데?”
“그도 미국에 가서 반도체 공장 시공식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목적이야 나랑 같이 가서 라파예트 대통령을 만나려는 것 같고요. 그 전에 나한테 뭔가 협조를 요청하려는 것도 같고요.”
“무슨 협조?”
“아마도 남북대화 관련하여 미국에 협조를 구하려는 것 같아요. 지금 여당과 국정원이 한 일로 인해 궁지에 처해 있는데 남북대화를 통해 뭔가 반등을 꾀하려는 것이죠. 하지만 남북대화를 해도 유엔과 미국의 제재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죠.”
남한에서 퍼주기 논란이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도 지원 자체가 막혀 있었다. 그걸 해결하려면 미국의 양해가 필요했다. 그런 부분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그래서 너한테 도와달라는 말이야?”
“그렇죠. 미국의 안보라인은 남북이 밀착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상황이고 그렇기에 제재 해제에 소극적이죠. 남북통일은 그들에게도 썩 달가운 일이 아니니까요.”
장사 중에 화약 장사가 제일 남는 장사라는 말처럼 한국의 불안정한 안보상황이 해결되면 그들은 커다란 무기 시장을 상실할 위험이 있었다. 그러니 남북대화에 도움을 줄 리가 없었다.
“하여간 미국도 그게 문제야. 네오콘 놈들이 어떻게든 전쟁을 일으켜서 무기를 팔아먹으려고 하니. 네가 나선다고 저들이 움직일 것도 아닌데 왜 만나자는 거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한국의 외무부 장관을 알아둬서 나쁠 것도 없으니 한 번 만나보죠.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요. 아마도 대통령과 대화할 시간을 만들었으면 하는 것 같은데, 가능할 수도 있고요.”
김세인은 한국 정부가 겁을 먹고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라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조금 아쉽기도 했다. 적당히 이용할 필요도 있는데 거리가 너무 멀었다.
“한국 정부와 협력할 분야도 있습니다. 한데 이상한 소문이 나서 접촉할 길이 없습니다. 한두 명 있었는데 그들도 그럴 위치는 아니고 저번 총선에서 후원했던 자들은 그런 일에 사용할 사람들은 아니고요.”
“이장권 대통령은 다소 우유부단한 성향인 것 같더라. 밑에 일을 맡기고 직접 나설 생각은 없어 보이니.”
“그 사람은 인사만 챙기는 사람이죠. 각 부처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리 챙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돈을 좋아해서 자잘한 이권에 개입하여 소소하게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요.”
큰 비리는 저지르지 않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대통령 재임 기간에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만들기도 했다. 그걸 관리하는 것이 고장현이었다.
“자잘한 이권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다루면 기본 단위가 수백억 원일 것인데 엄청난 비자금을 만들었을 것 같구나.”
“5년간 모은 게 3~4억 달러는 족히 된다는 말도 있어요.”
김세인은 수지가 조사한 내용을 살폈기에 그렇게 이야기했다. 겉으로는 공직자의 청렴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그렇게 뒷돈을 받아서 챙기고 있었다. 겁이 많아 크게 문제없는 인허가나 사업권의 배정에만 관여하여 뒤탈이 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홍일훈은 유철상을 대좌로 진급시켜주었다. 그러면서 혁명군 사령관 선임부관이자 혁명위원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사실 그런 조치를 한 당사자가 바로 유철상 본인이기도 했다.
“남북대화나 북미대화를 해야 현재 어려운 인민의 생활이 해결될 것인데 서둘러야 합니다.”
현재 북한은 응급으로 곡물을 풀어 지탱하고 있지만 언제 식량이 고갈될지 몰랐다. 그렇기에 홍일훈의 마음은 다급했다.
“급한 일이지만 내부 정비가 우선입니다. 혁명위원회를 먼저 구성한 이후에 정식으로 대남, 대미 협상팀을 구성하여 공개적으로 협상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식량이나 생필품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두세 달은 버틸 수 있습니다.”
유철상은 급하지만 아주 급한 것은 아님을 알렸다. 외부에서도 하루빨리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하지만 급하게 나서면 그만큼 약점을 내보이는 것이기도 했다.
“또한 남조선의 통일부에서 하루빨리 남북이 대화하자고 채근하지만 그들의 수작에 동조하다가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천천히 우리가 주도해 나가야 합니다.”
“미국은 어떻습니까? 그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에 중국과 위구르의 전쟁을 종결하라고 촉구하면서 러시아와 유럽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번에 동아시아평화회의라는 것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홍콩에서 일이 생겨 중국이 발끈했다고 하던데 그건 무슨 말인가요? 미국의 제안을 중국이 거부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홍콩이 중국의 통제에서 사실상 이탈했다. 미국이나 서방은 명시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중국 내부에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분위기였고 결국 행동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현재 홍콩은 저항군이던 홍콩 독립군의 통제하에 있게 되었고 국가의 제제를 갖추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었다.
“그건 사실이지만 홍콩을 다시 중국이 통치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홍콩 독립군이 결성되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중국을 따르는 자들에게 중국으로 가라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홍콩에는 독립을 지지하는 자만 있는 게 아니라 친중 인사도 있었고 그들이 나서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호응을 받지는 못해도 그런 자들이 꽤나 있었다. 위대한 중국에 동참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었다.
“거기도 재미있게 진행되는 것 같군요. 거기도 그들이 개입한 상황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문제도 이번 회의에서 결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홍콩은 사실상 독립군이 장악한 실정입니다.”
중국군이 몇 번이나 탈환하려고 했지만, 탈환에 실패했다. 처음 진격한 부대를 제외하고 다른 부대는 집결하거나 이동하다가 궤멸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자 결국 중국은 탈환 자체를 포기한 상태였다.
“중국이 이렇게 무너질 줄은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대단합니다. 이대로 종결이 된다면 중국은 예전의 성세를 회복하기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미국과는 충돌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군요. 미국이 그냥 물러날 리 없는데 말입니다.”
“이스라엘이 당하는 걸 보고 미국도 충돌을 피하는 거죠. 부딪쳐서 득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하는 걸로 보입니다.”
유철상의 말에 홍일훈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들의 대리인이 그렇게 말하는데 굳이 엇나갈 이유는 없었다.
김세인은 나승렬 외무부 장관을 종로에 있는 비원이라는 식당에서 만났다. 한적한 곳에 있는 식당이지만 꽤 정갈한 맛이 있어 조용히 사람을 만나기에 적당했다.
“드러내놓고 만나기는 적절하지 않아 여기로 약속을 정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깨끗하군요.”
“조용히 사람을 만날 때 자주 오는 곳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둘은 식사를 하면서 한동안 간단한 국제 동향이나 국내정세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이렇게 만나자고 한 것은 내가 미국에 갈까 해서입니다.”
“장관님이라면 미국에 가는 거야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 국무부 장관도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 만날 위치이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그것도 적당한 안건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조만간 남북대화를 하기 위해 미국과 사전에 논의할 게 있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말로는 남북 화해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남북이 대립하도록 조장하고 있습니다.”
외무부 장관이 대놓고 그런 말을 하니 좀 놀랄 지경이었다.
“VIP도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들만의 문법으로 한국을 농락한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미사어구로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하면서 뒤로 선결 조건이니 물러설 수 없는 방침이니 하는 걸로 방해를 했다.
“더구나 유엔제재와 미국의 각종 제재가 존재하여 합의에 이르더라도 이행할 수가 없습니다. 맨입으로 북한을 달랠 수는 없고 뭐라도 하나 해주어야 하는데 불가능합니다.”
“그래서요? 그렇다면 이번에 미국에 가는 건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란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김세인 회장이 주도하여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걸로 압니다. 그 시공식이 10월 15일에 거행하고 그 자리에 라파예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는 말입니까?”
“그것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유엔제재와 미국의 각종 제재를 해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간단히 악수하는 정도야 가능하지만, 그 이상 대화를 나누는 건 어려운 상황입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냥 듣고 만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뭔가 미국 대통령을 설득할 게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당장 그런 내용은 없었다.
“친서 정도나 전달을 하시지요. 현재 그 문제는 물밑에서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장관님도 알겠지만 허버트 그렘린 대사와 제가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알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 판단됩니다. 뭔가 역할을 하고 싶겠지만 때가 아닙니다.”
김세인은 건방진 행동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굳이 뭔가를 하려고 해서 혼선만 야기할 수 있기에 직설적으로 말을 했다.
“동아시아평화회의와 연관이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중국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북한 문제도 같이 다뤄질 겁니다. 미국 주도로 회담이 진행될 거지만 키는 다른 곳에서 쥐고 있습니다. 그건 장관님도 알 겁니다.”
이번 일의 배후에 ‘사막의 암류’가 존재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기에 그걸 시사했다. 그 정도는 한국 정부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김세인에게 달려온 면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친서를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친서라고 해도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걱정입니다.”
“남북대화를 시작할 것이고 그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한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을 바란다. 그 정도 내용이면 될 거라 봅니다. 구제적인 방안이야 실무적인 협상을 통해서 진행할 일입니다.”
김세인은 이장권 대통령이 소극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니 그 밑에 있는 장관마저 그런 성향인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든 책임지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였다.
모처럼 주말 피크닉을 겸해서 양평에 있는 골프장에 왔다. 가족들도 같이 왔지만, 회사 사람들도 몇 명 같이 왔다.
라운딩을 하는 사람은 장준익 고문과 이장우 홀딩스 사장, 최영석 인터내셔날 사장이었다. 그들은 캐디마저 다소 멀리 떨어지게 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북한 진출을 검토하는 것 같은데 문제가 없을까?”
장준익 고문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지금까지 북한에 투자해서 본전이라도 건진 기업은 없었다. 그러니 SI 그룹이 북한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안했다.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북한에서 혁명이 일어났고 그 혁명으로 자본주의가 도입될 겁니다. 근본적으로 기존의 북한과 다를 겁니다. 사회 시스템이 우리나라의 1970년대 중반 정도로 바뀔 것이고 매년 한국의 5년 정도 진화할 거라 봅니다.”
북한의 의식 수준은 여전히 60년대 냉전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변화시키는 게 쉽지 않겠지만 해나가야 했다. 그럴 계획으로 북한에 개입한 것이기도 했다.
“음, 그걸 어떻게 아는 건가? 소문대로 그들과 뭔가 연관이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해도 그들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야.”
장준익이 질문을 하자 옆에 있던 다른 두 사람이 오히려 더 궁금한 표정을 짓고 김세인을 보고 있었다.
“대충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중국 문제나 북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물어서 말입니다. 그 결과 북한에서 김정근을 제거하지만, 바로 민주화를 하기보다 개발독재 비슷한 제제를 당분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김세인은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도는 상황이라 어느 정도 연관성을 인정했다. SI 인터내셔날을 통해 그들과 적지 않은 거래를 하는 상황이었다. 워낙 증거가 많아 부인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기에 핵심 측근인 그들에게도 어느 정도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진정한 배후라는 사실은 감출 수 있었다.
“정경유착은 불가피할 겁니다. 리비아나 시리아의 경우에도 개발독재가 진행 중이고 국가의 경제를 재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죠.”
그런 말에 다들 무슨 말인지 이해한 표정이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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