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
2. 고모할머니 (1)
카페에 당도한 김세인은 전날 통화한 내용을 생각하고 있었다. 만날 것이라 생각지도 않은 사람에 관한 내용이었다.
“혹시 김아현씨를 아십니까?”
전화를 건 사람은 호적에만 존재하지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고모할머니의 이름을 묻고 있었다. 바로 대답을 못하다가 얼마 전에 봤던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하여 대답했다.
그의 집안은 황해도 금천 출신의 실향민이었다. 6·25 이전에는 북한 치하에 있었는데 인천상륙작전으로 수복이 된 이후 국군이 후퇴할 때 할아버지 내외와 아버지, 고모할머니가 같이 내려왔다.
고모할머니는 후퇴를 할 때 동행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나갔다. 이후에 할아버지와 만나지를 못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고모할머니에 대하여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아 그 때까지 그런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다.
전쟁이 끝난 후에 호적을 만들 때 할아버지가 고모할머니의 호적도 살려놓아 그나마 흔적이라도 남게 되었다. 제적등본에 그런 내용이 그대로 기재가 되어 있었다.
“고모할머니 말씀이죠. 들어는 봤습니다.”
6개월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모의 상속 문제를 처리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내용이었다. 부모의 상속신고를 하려면 조부와 외조부의 제적등본까지 제출해야 했다.
그 이유가 또 다른 1순위 상속권자인 조부모나 외조부모의 생존여부, 부모님이 혼인여부, 부모님의 또 다른 자식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 했다.
거기서 고모할머니의 실종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지만 상속서열이 김세인보다 후순위, 상속권이 없어 그냥 넘어갔다.
“6·25 전쟁 이후에 실종되신 고모할머니라 들었습니다.”
어떻게 실종이 되었는지 제대로 듣지를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에 아버지도 어렸고 할아버지나 할머니나 그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두 분 모두 그가 나기 전에 돌아가신 상황이었다.
“1930년 7월 8일생이라 하는데 맞습니까?”
“호적에 그렇게 올라 있다고 하더군요.”
할아버지 제적등본을 보면 한 번 등록이 된 후에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여자의 경우에 결혼하여 출가를 하거나 사망할 경우 삭선을 긋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실종이 되었지만 서류상으로는 생존해 있는 상황이었다.
“어렵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40년 넘게 찾았지만 이제야 찾게 된 것 같습니다. 김아현씨는 현재 미국 LA에서 넬리 킴이란 이름으로 살고 계십니다.”
이산가족이라 많이 찾았지만 실향민이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행정전산망이 갖춰지면서 최근에 이름으로 검색이 가능했다고 했다. 그것도 정식절차에 의거하여 진행이 된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정보를 확인한 것 같았다. 사실 정식으로 조회할 어떤 근거가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일단 확실하지 않지만 한 번 만났으면 합니다. 그리고 본인임을 확인하고 친족으로 확인하는 절차도 밟았으면 합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여 전날 통화한 내용을 생각하고 있었다. 부모의 사망으로 인해 상속문제를 처리하면서 그런 일이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알게 된 상황이라 친척을 찾게 되었지만 반갑기보다 골치 아픈 일이란 생각부터 들었다. 서류가 미비하면 계속 보완을 해야 했다.
“김세인 씨?”
두 사람이 다가와서 확인을 했다.
“법무법인 종평의 한유석 변호사입니다.”
“변호사 지유선이에요.”
굳이 변호사 두 명이 나설 일인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상속 문제를 처리하면서 예금이나 보험문제까지 처리했고 그러면서 변호사도 만났기에 두 사람이 나온 것이 의아했다. 고모할머니가 거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의뢰인인 김아현 씨는 한국 국적 회복을 원하고 있습니다.”
“국적회복이라면 실종신고가 된 상태를 해소한다는 말씀이죠? 그렇게 하려면 본인임을 증명하면 되는 일이겠네요?”
“그렇습니다. 문제는 실향민이라 그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문이 등록이 되어 있으면 문제가 아닌데 알아보니 전쟁 직후라 그런 절차를 밟지 않은 상황입니다. 등록할 당시가 6·25 직후라서 관련 서류도 사실상 별로 없는 실정이고요. 물론 당시의 기록으로 새롭게 국적을 회복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러면 새로운 사람으로 등록이 되어야 하고요.”
단순히 한국국적을 회복하는 문제가 아니라 김세인의 고모할머니 김아현임을 인정받아야 했다. 그렇게 하려면 상당히 절차가 복잡했다. 할아버지인 김재철이 살아있다면 간단히 진술서 한 장으로 해결이 되지만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모두 다 사망한 상태라서 쉽지 않았다.
“문제는 한국만이 아닌 미국정부도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가 있나요?”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미국에서도 친족으로 등록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절차를 진행했으면 합니다.”
결국 김세인이 협조를 해주어야 했고 가장 쉬운 방법인 유전자검사까지 요청을 받았다. 원리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방법으로 친족여부는 확인이 가능했다.
김세인은 복학을 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특별히 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할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냥 백수로 있지만 오라는 곳은 많지.”
모처럼 저번에 학교에 갔다가 연락이 닿았던 과 동기들이 모임이 있다고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 제대하고 뭐를 하는지 묻자 그렇게 대답했다. 그들은 아직 군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고 어떻게든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 병역특례를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김세인처럼 현역으로 갔다 오는 경우가 드문 케이스였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김세인이 별종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병역특례를 노린 사람들 절반은 군대에 가는 실정이었다.
전에 만났던 친구들은 일이 바쁜지 자리에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그 자리에 나온 사람은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공부는 좀 하고 있어?”
옆으로 다가온 황지원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가끔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관심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대화를 하다보면 어딘가 모르게 가시가 담겨 있었다.
노골적인 악의는 없지만 뭔가 심사가 뒤틀려 있었다. 조금만 생각하면 뭔가 비아냥대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군대 가기 전에도 항상 시비를 걸곤 했다.
‘하고 싶은 말은 놀기만 해서는 문제라는 것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선을 돌렸다. 역시나 표정 자체가 그리 좋지가 않았다. 약간 비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살고 싶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우리 같은 공돌이야 막상 닥치면 다 하는 것이지.”
컴퓨터공학과에 복학해야 하니 각종 프로그램이나 하드웨어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대꾸를 했다. 굳이 곧이 곧 대로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아 삐딱하게 대답을 했다.
“요즘은 배워야 할 것이 많아 복학생은 따라오기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창희형이랑 같이 수업을 듣는데 학점 빵꾸가 나서 한 학기 더 다니는 것 같던데.”
김창희는 2년 선배인데 군대에 갔다 온 후에 복학했다. 복학 후에 군대에 가지 않은 동기들과 같이 학교를 다녔는데 김세인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식으로 악담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요즘 취직이 어려워서 다들 대학원에 가는 판이라 경쟁률이 높아 탈락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더구나 본교 출신 선발을 50%로 낮추기로 해서 20명만 뽑는다던데. 대학원 떨어지고 취직도 물 건너가면 바로 영장이 나온다던데. 나이가 많아서.”
김세인도 역시 똑같이 돌려주었다. 대학원에 가는 사람은 졸업생 60명 중에 20명에 불과했다. 그 안에 들면 좋지만 타과생이나 재수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본교 출신자들 경쟁률이 5:1을 넘어갔다.
김세인의 말이 끝나자 황지원의 얼굴이 똥 씹은 것처럼 변했다. 김세인에게 악담을 했는데 똑같이 돌려받은 것이니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지 씩씩거렸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렇다고 170이 갓 넘은 그가 185cm에 달하는 김세인에게 완력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하다가 오히려 망신을 당할 가능성이 컸다.
황지원에게 한 방 먹여준 것이 기분이 좋았다.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상대를 깔아뭉개려고 하는 의도가 보였다. 그런 사람에게는 똑같이 상대하면 되었다.
동기 둘과 시답잖은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데 옆에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들려 옆을 보았다.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가 올 때 보이지 않던 유희원이었다.
군대 가기 직전, 2학년 2학기 때 썸을 타기도 했던 사이였지만 결국은 군대에 가면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군대 가기 직전이라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언제 온 거야?”
“조금 전에. 다들 술을 마셔서 그런지 오는 줄도 모르던데.”
“일단 앉아라.”
김세인은 옆에 앉으라고 했고 유희원이 자리를 잡았다. 원래 있던 친구는 자리를 비우고 딴 곳에 간 것 같았다.
“제대 했다고 들었어. 먼저 졸업하고 산업요원으로 빠지지.”
“거치적거리는 것이 싫어서 그냥 다녀왔어. 넌 뭐해?”
취직을 했는지 묻고 싶지만 그런 것은 실례이기에 두루뭉술하게 물었다. 바로 대답을 못하는 것을 보면 취직은 아직 결정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졸업 준비 중이지. 대학원에 갈 생각은 없고.”
“이후에는?”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데 오라는 곳이 없네. 뭐. 게임회사라도 들어가야 싶기도 하고.”
가장 만만한 곳이 벤처회사였다. 월급도 박하고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는 곳이라 갈 곳이 없는 사람이 가는 곳이었다. 안정적인 대기업의 전산 파트나 프로그램 개발파트는 생각보다 자리가 별로 없는 편이었다.
“너는?”
“복학 준비할 생각으로 어학과 1~2학년 때 배운 것들을 살펴보고 컴퓨터 관련한 것들도 살피고 있지. 개인 홈페이지 만들어서 손보기도 하고 있고.”
일종의 포트폴리오 개념으로 만들어서 유지하고 있는 홈페이지가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만든 것인데 일종의 실습과정으로 만들어 둔 것이기도 했다.
“1~2 학년 때 배운 것이 구닥다리가 되기도 하지. 각종 프로그램마다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이 많아 업데이트 버전 아는 것도 힘들지.”
“그건 그래. 프로그램 언어나 네트워크 언어도 계속 바뀌니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고. 물론 구 버전으로 작업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렇게 하면 호환의 문제도 있고.”
같은 말이지만 황지원이 말할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비아냥거리는 것보다 걱정을 해주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김세인은 그렇게 말하고 유희원의 기색을 살폈다. 썸을 타다 말았지만 여전히 감정이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가능성이 있는지 살피고 있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전처럼 무조건 끌리는 것은 아니었고 그 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너야 잘 되겠지. 그리고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 나중에 들었어. 알았다면 갔을 텐데 4학년이라 수업만 듣다보니 연락을 받지 못했어.”
“나도 정신이 없어 제대로 연락도 못했어.”
친한 친구들이 다른 학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유희원과 가깝게 지낸 것은 알지 못하는지 연락을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그럴 경황도 없어 생각을 못하기도 했다.
“정리는 했어? 우리 할머니도 2년 전에 돌아가시고 정리하느라 복잡했는데.”
“다 정리했어. 아버지나 어머니가 남긴 유산이 좀 있어 정리하느라 복잡했지만. 그래도 빚만 남긴 것보다 낫지.”
시간이 지나자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게 되었다. 전이라면 부모님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면 감정이 복받치기도 했지만 이제는 무덤덤해질 수가 있었다.
더구나 군대 가기 전이라면 유희원을 만나면 뭔가 긴장이 되었는데 담담했다. 그것에 새로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고 군대에서 고생했고 부모님의 상을 당하면서 생각이 달라진 것 때문일 것 같았다.
아울러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바뀐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고 다른 관심사가 있기에 전과 다른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