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0
20. 후계자 (7)
“SC T&T의 투자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얼마 전에 경사가 있었기에 회장님께서 많은 현금이 필요한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이렇게 제안을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해리스 크레인은 넬리 킴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저 했다. 그런 태도에 넬리 킴은 조금 기분이 나쁜 기색이었지만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기에 거대 펀드의 대표가 된 것인지도 몰랐다.
“뭐, 우리도 처분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고 인수할 수 있는 상대를 물색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매각을 하는 입장에서 이후에 어떻게 할지 여부는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고 관건은 거래 조건일 것 같습니다.”
넬리 킴 회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해리스 크레인과 아넬카는 서로 얼굴을 보았고 뭔가 신호를 주고받았다.
“3억 달러, 어떻습니까?”
“그 금액이라면 어제 종가보다도 아래이고 프리미엄은 하나도 없는 가격이군요. 굳이 그 가격으로 매각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장내에서 처리하지.”
레이튼이 바로 한 마디를 던졌다. 예상한 가격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었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최소 4억5천만 달러, 40% 정도의 프리미엄은 받아야죠.”
넬리 킴 대신에 레이튼이 나서서 가격을 불렀다. 서로 원하는 가격보다 낮거나 높게 부른 상황이었다. 서로 밀고 당기는 협상이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20% 인정해서 3억 5천만 달러로 하죠?”
“어제 종가로 시가총액 16억 달러가 넘어갑니다. 지분 20%면 3억2천만 달러이고 여기에 20% 프리미엄을 붙인다면 3억8천5백만 달러가 넘어갑니다. 기준가 산정부터가 문제이군요.”
레이튼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으로 지적을 했다. 그런 말이 나오자 장내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변하고 말았다.
“우리는 2010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15억2천만 달러입니다. 4분기 평균 주가로 하면 15억7천만 달러이고요.”
레이튼이 서류 한 장을 살피면서 그렇게 따져들었다. 호가하는 기본 가격부터가 문제였다. 얼렁뚱땅 사실을 호도하면서 가격을 후려치려고 하고 있었다.
“착오가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해리스 크레인은 머쓱한 표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지만 착오라는 말로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 태도에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고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면 얼마를 원하시는 겁니까? 40%는 너무 높은 것 같습니다. 그걸 다 받을 것은 아니지 않나요?”
실수한 CEO를 대신하여 CFO인 아넬카가 나섰다. 대표가 나섰다가 문제가 생겼으니 누군가 수습이 필요했다. 그것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인지도 몰랐다.
“30% 프리미엄을 적용하여 4억 달러. 그 이하라면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죠.”
넬리 킴이 단호한 어조로 가격을 통보했다. 4억5천만 달러를 부른 것도 조정하여 그 가격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하죠. 매매일 기준 5일 안에 공시를 해야 하니 계약과 인도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상장회사이기에 공시의무가 있었고 그런 절차에 맞추려면 빨리 모든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물론 공시 전 장내거래로 최대한 주식을 매집할 필요도 있기에 서둘러야 했다.
“실무적인 것은 여기 레이튼 이사와 캐시 부장과 협의하여 진행하면 될 것입니다. 계약서 작성이 끝나면 확인하고 서명하죠.”
넬리 킴은 더 이상 논의할 것이 없기에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빨리 결론이 났다. 어쩌면 해리스 크레인이 실수를 한 것 때문에 더 빨리 결론이 난 면도 있었다.
김세인은 고모할머니와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모할머니의 전용 거처로 이동했다. 거기에도 작은 응접실이 따로 있기에 마주앉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실수가 아닌 의도된 행위이다.”
“그런 것 같아요. 넘어가면 그것으로 좋고 아니면 빨리 파탄을 내거나 담판을 짓거나 하려는 것이겠죠. 파탄이 날 것 같으면 또 다른 수습안도 준비했을 것이고요.”
“가격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서로 믿지 못하고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맞서는 것이 보통이다. 잠정 결정을 하더라도 계약서에 서명을 할 때까지는 유동적이다. 그걸 질질 끌지 않고 처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 실수를 하고 그걸 인정하면서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상당히 고단수이다.”
“그 가격에 가져다가 M&A를 시도할 것인데 성공할까요?”
“이미 10% 이상 우호지분을 확보한 상황이니 시도하려는 것이지. 몇몇 대주주들도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약정하거나 매도하기로 약속한 상황일 것이고. 엄청난 프로젝트인데 가능성만으로 베팅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런 자가 달려들면 끝이다.”
트라이얼 펀드에서 20%를 가져가도 현재 시장에 풀린 지분 50% 중에서 30%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승리가 보장되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궁지에 몰린 에런 허벌린 회장이 잔뜩 독이 올라 일을 저지를까 걱정이 됩니다. 같이 죽자고 이성을 잃고 날뛸 수 있죠.”
“자업자득이지. 돈 받고 판 것인데 뭐가 문제야? 시가에 판다고 했는데도 돈이 없어 인수하지 못한 것을. 나는 할 만큼 했어. 그동안 준비가 필요해서 매각을 유보했는데 이제 그것도 끝나간다. 그자가 날뛰는 순간 끝장을 낼 계획이다.”
이미 그런 상황을 대비하여 준비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서울에도 사람을 보내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몇몇 해외 법인의 명의로 갖고 있는 지분은 정리할 것이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넬리 킴 회장은 ‘드림호프’ 외에도 역외 법인이나 펀드를 몇 개 운영 중에 있었다.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런 사실까지 알려주었다. 그 규모도 만만치 않았다.
“그럴 생각이다. 이제는 가지고 있어봤자 의미도 없을 것이고. 영 상황이 좋지 않으면 경영권을 회수할 생각으로 모은 것인데 10% 정도 된다. 지분 경쟁이 붙고 공개매수절차가 개시되는 상황이 오면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2차 블록딜로 한몫 뽑아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지분경쟁이 벌어지더라도 어느 쪽도 50%를 넘지 못할 것이고 그 지분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했다.
“언제 협상이 끝날까요?”
“계약서 작성이 문제인데 이미 만들어진 표준계약서가 있으니 오후 정도면 서명이 마무리되겠지. 양쪽 변호사들도 참여하고.”
“그래요?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네요.”
“실무자들이 몇 번 만나서 협상을 하는 것보다 전권을 가진 사람이 담판을 짓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래서 대표가 달려온 것이고. 물론 깨지면 끝일 수가 있지만 그럴 일이라면 아무리 협상해도 되지 않을 일이고.”
김세인은 재산을 물려받아도 제대로 지키려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재산을 물려줘도 지키지 못하면 결국 빈털터리가 되었다.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대학에 졸업하고 MBA 과정이라도 밟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세인은 한국에 돌아간 후에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냥 잘 사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더구나 자신은 우주선의 주인이었다. 물론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1년 후에는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가능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네가 사라졌어도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책장 위에 놓아두었던 우주선 모형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둘러보러 갈 때 사라졌지만 그에 대하여 누구도 말이 없었다. 물론 김세인의 거처에 들어오는 사람은 고모할머니나 캐시, 전담 청소부에 불과하지만 그런 변화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물론 가져온 것을 본 사람도 몇 명밖에 없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는 것 같아.’
‘내가 흥미를 잃고 어디다 버린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 다시 외부에 보이지 않으면 문제는 없을 것 같아.’
김세인은 우주선의 행방에 대해 물으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고 적당한 답변까지 준비했지만 그런 노력이 별 의미가 없게 되었다.
‘한국 갔다가 다시 온다고 하던데 설날 무렵에 올 예정이지? 조사해보니 여기의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것 같아. 그럴 바에는 그 때까지 있다가 개학할 때 가면 되지 않아?’
수지가 의문을 제기했다. 김세인의 생각을 읽어도 반드시 가야할 이유는 없는 실정이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반드시 가야할 이유는 없었다.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도 있고. 여기에 박혀 있으면 지금의 귀찮은 상황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리고 계속 한국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그것도 준비가 필요해서.’
‘그렇기야 하지. 전쟁은 힘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하니. 적을 유인할 필요도 있지. 또한 한국에 있는 것이 일이 벌어졌을 때 귀찮은 상황을 피할 수 있고.’
대답을 하는 인공지능 수지의 어투에서 약간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런 느낌이 들자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치 사람을 상대하는 것 같았다. 지금의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라도 비행기가 추락해도 살 수 있을까?’
‘가능해. 긴급행위로 우주선 안으로 워프를 시킬 수가 있으니.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니 문제이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비행기의 잔해가 추락한 곳에 중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되는 것인데 그것도 쉽지 않아.’
살리는 것은 간단한데 이후의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진상을 그대로 밝히고 실증까지 한다면 납득을 하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차라리 당분간 실종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나았다.
김세인의 목숨이 위태로우면 비상수단을 사용할 수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고립된 상태에서 총격을 당한다면 그런 방법으로 탈출시킬 것도 같았다. 물론 그런 상황이라면 우주선이 나서서 공격자를 전부 처리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 내가 한국에 가도 저들의 움직임을 알 수 있지?’
‘거리의 제한은 없어. 이미 네트워크시스템은 대부분 접속이 되어 있으니. 실시간으로 그들의 통신을 감시 중이고. 네가 한국에 가면 멕시코에서 일부 인원이 한국으로 갈 예정이야.’
‘이론상 그들이 통신을 사용하지 않으면 감시가 불가능한 거야? 비밀은 전화로 말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런 방법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자의 안전을 지키려고 하고 있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규정상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 말하지 않는 것이니. 유피르 제국 내라면 통신을 감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여긴 방법이 많아.’
김세인은 밝히지 않은 것이 더 있음을 눈치 챘다. 어쩌면 통신을 감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행동 자체를 감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김세인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인공지능 수지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닐 수도 있었다. 아마도 반응을 하기 애매하여 먼저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혹시 에스퍼 파워를 증가시키는 음식이나 약은 없어? 그런 것이 있다면 훈련과 병행할까 해서.’
‘물론 있지. 하지만 그런 약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부작용도 있기에 권하고 싶지 않아.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도 나름대로 도움이 되겠지만 부작용도 심하고.’
도핑을 하는 것은 결국 몸에 해롭다는 말이었다. 물론 에스퍼를 운용하면 그런 부작용도 약화가 되지만 어쨌든 문제였다.
‘모든 것이 다 그런 것은 아니잖아. 건강보조식품도 있고 생약도 있는데. 예를 들면 인삼의 사포닌 성분은 큰 부작용이 없는데. 거기에 녹용이나 하수오 같은 것도 있고.’
‘뭘 말하는지 알겠어. 그런 것들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성분을 검사해야 정확한 것을 알 수 있어. 차라리 에스퍼 파워를 모으기 좋은 장소를 찾는 것이 나을 거야. 환경이나 지형에 따라 에스퍼의 양은 엄청난 차이가 있지.’
인공지능 수지는 다소 수동적이라 어떤 주제를 꺼내야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고 의견을 말했다. EP 속성법을 언급하니 도움이 되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에스퍼의 양이 조금 부족해. 사막은 생명력이 부족한 지형이고 숲이 낫지. 전에 갔던 요세미티 파크에 에스퍼가 꽤나 풍부하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 깊은 산속으로 가야하나?’
‘꼭 그런 것은 아니야. 사람이 많은 곳도 에스퍼가 풍부할 수도 있어. 상황에 따라 달라.’
사람에게서도 에스퍼가 분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