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10
이후에 남북대화와 북한에서 보낸 일정에 대하여 설명하고 재계에서 협조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정부의 요구는 어느 정도 합리적이지만, 재계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었다. 물론 투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비용이 발생 했다.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이 진행되면 남한의 기업이 북한에 진출해야 성과가 날 거라 보는데 그에 관련한 것은 설명이 없습니다. 그에 대한 모든 것을 북한에서 관장할 겁니까?”
“남북대화에서 그 문제도 제기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의 일은 북한에서 관장하는 게 원칙일 겁니다. 우리는 적절한 조언을 할 수는 있겠지만요. 물론 우리 정부가 사업비를 대는 사업이라면 적절한 역할을 해야겠지요.”
이장권 대통령의 대답에 다들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그 정도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장권 대통령도 맘 같아서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한다면서 발주에 따른 커미션을 챙기고 싶었지만, 그럴 배짱은 없었다.
“일성 그룹은 몰라도 나머지 그룹은 이번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별로 없을 거라 봅니다. 세간에는 시리아나 리비아 공사처럼 SI 그룹이 북한의 사업을 독점할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이와 업무를 제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외국의 유수 기업들까지 한국으로 오고 있다 들었습니다.”
SG 그룹 박주형 회장이 불만이 가득한 어조로 푸념 반, 하소연 반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일성 그룹 이건주 회장을 힐끗 노려보기까지 했다. 일성 그룹의 행태가 맘에 들지 않는 기색이었다.
재계의 이단아인 SI 그룹과 김세인 회장을 싸고도는 행태가 맘에 들지 않았다. 재벌들 사이에는 암묵적으로 강제 M&A를 하지 않는 관례가 있었다. 그걸 김세인은 어긴 면도 있었다.
그렇기에 협잡을 하거나 압박하는 등의 적대행위는 하지 않더라도 유착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일성 그룹은 개의치 않고 같이 협업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존심도 없는지 하청받는 형태로 두 나라에 진출하는 실정이니 빈정거렸다.
그러자 겉으로나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경직되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장권 대통령과 이건주 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워낙 민감한 내용이었다. 그걸 SG 그룹에서 꺼내고 말았으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말이 돌고 있지만 그게 문제 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누구나 사업을 수주할 수 있고 그걸 같이 추진할 수도 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그게 문제라면 그냥 안 하면 될 일이고 말이요.”
이건주 회장은 불퉁한 어조로 툭 한마디를 던졌다. 적당히 알아서 돈 되는 걸 찾아가면 되는 일이었다.
“SI 그룹의 일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점검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황입니다. 더구나 미국인인 넬리 킴 회장이 관련된 일이라서 조심스러운 면도 있고요. 문제가 있다면 미국에서 먼저 조치할 거라 봅니다.”
이장권 대통령이 그렇게 말을 했다. 사실 이권에 개입하기 좋아하는 그가 넘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고 꼼꼼하게 살폈다. 하지만 미국의 정보기관이 주시하고 이상한 일이 터지자 몸을 사린 상황 이었다.
“물론 그렇지만 일개 기업이 남북협력사업 같은 일을 독점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되어 하는 말입니다. 시리아나 리비아의 사업에 관여하는 것과 북한의 일을 하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까? 설사 현지 법인을 통해 우회하더라도 실질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통일 이전에 북한의 산업을 독점하면 폐해가 큽니다.”
방계인 GH 그룹의 일이야 내부 사정 때문에 개입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사실을 잊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자리에서 짚고 넘어가서 뭔가 제약을 가하고 싶었다.
그런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이장권 대통령을 향했다. 한국에서 발주하는, 사업비를 대는 사업의 경우에 SI 그룹을 배제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였고 그걸 결정하는 건 이장권 대통령이었다.
“그 문제는 남북 협상이 진전된 후에 결정할 문제입니다. 나야 이제 임기 말이니 시작은 하지만 어떤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건 차기 정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봅니다.”
이장권 대통령은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회피했다. 어느 쪽을 편들어서 괜히 척질 일이 아니었다. 그런 모습에 박주형 회장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겉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이장권 대통령은 안으로 들어오는 수출입은행 고장현 행장을 보자 손을 들고 반겼다. 일종의 안가 형식으로 운용하는 자신의 자택에 와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왔네. 일단 앉아 봐.”
“뭔데, 또 오라, 가라야? 요즘 보는 사람이 많아 문제인데.”
고장현은 말을 편하게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장권 대통령의 앞에는 족발과 수육, 소주병이 놓여 있었다.
“일단 잔부터 채워.”
자리에 앉으면서 이장권이 소주병을 들고 고장현의 잔을 채웠다. 그들은 잔을 부딪치고 술을 마셨고 안주까지 챙겼다.
“또 족발,수육이야? 난 육군보다 공군인데.”
“여기는 내가 만든 자리이니 그냥 먹어. 치킨은 집에서 애들이랑 먹고. 상황이 급하니까 오라고 했지.”
“뭐가 급한데. 남북 협상 때문에? 그 때문에 소나기도 피해서 좋잖아? 쫄딱 망하게 생긴 대선도 그런대로 팽팽해진 것 같고.”
고장현은 정치적인 야망을 버린 상황이라 지금은 여당과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탈당한 정도는 아니지만 사실상 출당을 한 거나 다름이 없이 정치인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홍경환 부총리나 이용상 산업부 장관은 뭐라고 하지 않아?”
“달리 말은 없지. 너 또 사고 쳤냐?”
“나야, 쥐 죽은 듯이 있는데, 뭐. 그놈아들이 귀찮게 해시 문제이지. 보직이 깡패라고 앞에서 자르니, 마니 염병을 떨어요.”
고장현은 자신의 임면권을 좌우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리 두려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물론 뒷배가 이장권이니 당연했다. 그리고 이장권은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자신을 버릴 사람이 아니었다. 둘은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이기도 했다.
“남북대화 문제인데 어떻게 해야 하냐? 골치가 아파. 까딱 잘못하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이고. 그런다고 그쪽 하자는 대로 하다가는 외교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뭘?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피하라고 했다. 임기 말인데 괜히 쓸데없이 일 만들지 말고 순리대로, 흘러가는 대로 그냥 둬. 뭐라도 좀 얻어먹으려고 손대다가 큰일 난다.”
고장현은 이장권이 이권을 밝히는 걸 알기에 말렸다.
“욕심낼 일이 아니란 건 안다. 그렇게 하려고 하고. 문제는 일이 너무 꼬여있다는 거야. 벌써부터 뭐라도 챙길 게 없나 기웃거리는 놈들이 많고. 큰 줄기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잿밥부터 챙기려고 아귀다툼을 벌여.”
그러면서 낮에 오찬을 겸해서 가진 5대 그룹 총수와의 만남에 대하여 언급했다. 거기에 SI 그룹에 대한 것도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오픈했다.
“나도 듣긴 들었는데 배후가 상당히 복잡해. 그러니 그냥 건들지 마. 그게 속 편할 것 같아. 거기 건들면 너도 제 명에 못 죽어. 갈 날이 그리 멀지 않은데 재촉할 건 없잖아.”
“하여간 말뽄새는. 알았다. 적당히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마. 그냥 놔두라는 말인데 그러면 문제없을까?”
“조사해 보니까 북한에 들어가는 물건이 꽤 많아. 저들이 어떻게든 북한을 먹여 살리는 걸 보면 아예 망치지는 않을 거야. 중국 쪽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만주 쪽에서 장사가 잘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금융시장에서 북한 채권을 누군가 싹 다 걷어갔다고 하더라. 중국과 러시아 것까지 다 사라졌대.”
수출입은행이라 외국의 동향도 대략 알고 있었다. 그동안 북한 채권은 휴지에 불과한 상황이었는데 그게 싹 사라졌다. 나라가 엉망이면 휴지나 다름없지만, 정상화가 되면 제값을 받았다.
“누군가 알고 그랬다는 말인데 그쪽이라는 말이군.”
“그렇지. 그리고 SI 그룹을 손대려고 하지 마. 이번에 죽은 놈들이 그러다가 골로 갔으니. 하여간 이정훈이란 놈도 그러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더니 자업자득이지. 그쪽에 붙어도 소용이 없다고 했는데. 너도 그냥 내팽개치지, 엮여서.”
고장훈과 이정훈은 이장권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으로 일종의 경쟁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정훈의 죽음을 조사했고 잠정적으로 김세인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게 말처럼 간단하냐? 아는 놈이 더 무서운 거야. 이걸 빌미로 조여오면 모두 피곤하니 어쩔 수 없이 협조했어.”
“이참에 알아서 털고 가. 이번 건이 아닌 별건으로 털어버려.”
“골치가 아프다. 퇴임하고 감옥이나 가지 않으면 좋겠는데 걱정이다.”
“그거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북한과 잘 풀리면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으니 잘 되기를 바라야지.”
둘은 잔에 술을 채워주면서 한동안 이야기를 했지만, 그들도 막상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저 잘 되기만 바랄 수밖에 없었다.
김세인은 다소 늦은 시간에 저택으로 퇴근한 후에 고모할머니를 만났다. 식사를 제대로 못했기에 간단히 식사를 같이하면서 다음날 진행될 시공식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오늘 브레진스키 보좌관을 만났다면서?”
그러다가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자 화제를 전환했다.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요. 만나서 그리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북한이나 다른 나라의 일에 미국도 한 다리 끼워달라고 하는 거죠. 미국이 안 움직이니까 빠지라고 했으니.”
“양자 회담이 미국을 배제한 조치라고 하더니 그러면 3자 회담으로 가는 거야?”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해도 쉽지 않죠. 당사자가 좋다고 해야죠. 그래서 협조를 구하려고 온 거예요.”
“미국이 그런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 그래서 너한테 잘 말해달라는 말이야?”
“그렇죠. 그래서 그렇게 전달은 하겠다고 했어요. 받아들이고 말고는 내가 어떻게 할 부분은 아니라고 했고요.”
“그래서 전달은 한 거야? 그쪽은 뭐라는데?”
“특별한 건 없죠. 알았다고, 잘 검토해 보고 크게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김세인은 그에 대하여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너무 그런 일에 깊게 관여하지 마. 그런 쪽과 가깝게 지내서 좋을 게 없다. 잘 되면 잘 되어서 질시를 받고 못되면 괜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고. 지금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럴게요. 적당히 거리를 둬야죠. 하지만 찾아오는 상황이니 피하기도 그런 면이 있어요. 귀찮게 하는 자들은 사라져서 좋은 면도 있어요. 요즘 저도 핫이슈의 중심이 들어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신이 ‘사막의 암류’와 연관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는 사실을 언급했다. 물론 대놓고 다가오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동태를 파악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북한 방문은 언제부터 가능한 거야?”
“우리도 다녀올까요? 올 연말부터 가능할 것도 같은데.”
남북 협상이 진행되면서 남한 주민의 북한 방문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특히 남한 사람의 북한 여행을 지원하기 위한 남북합작 여행공사의 설립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한국 정부가 여행비용의 50% 정도를 보조해 주는 방안 말이지? 북한에서 그냥 다니면 위험하니 가이드를 붙여주고 말이야?”
북한 여행을 허용하면 치안이 문제 될 수 있고 북한에서 보여줄 수 없는 곳까지 공개될 수 있었다.
“북한 사람이 가이드를 하지만 북한이 아닌 남북한 합작여행사인 북한여행공사의 직원이죠. 대략 30여 개 도시에 숙박시설을 만들고 거기를 거점으로 북한의 각 지역을 여행하거나 방문하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아직 구상단계이니 조금 더 기다려야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사업은 돈이 되지 않지만,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대내외에 알리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했다. 북한 사람들에게는 남한 사람을 보여줘서 뭔가 달라진 걸 체감하게 하고 한국이나 세계에는 북한의 개방을 보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사실 이번에 북한에 70억 달러 가까운 차관이 도입되었어요. 물론 대외채무지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고요. 그걸로 생필품을 수입하고 시급한 사업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김세인의 말에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 정도의 자금을 북한이 융통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확인까지 했다.
끝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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