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12
40. 변화
어떻게 시간이 간 것인지 모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렇게 2학기가 마무리되었다. 졸업식이 남았고 졸업사정회가 남았지만 사실상 2학기 방학하면 졸업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졸업이네.”
아들 명원이를 눕히고 난 유희원이 방학을 했다는 말에 그렇게 반응했다. 한국에 김세인을 붙잡아두던 족쇄가 사실상 풀린 걸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세인이나 유희원은 선뜻 한국을 떠나는 것이 내키지 않기도 했다.
“일단 네 영주권이 발급되었어. 내가 시민권을 발급받는 것이 급한 게 아니기에 시간을 두고 진행할 거야.”
김세인은 졸업했더라도 미국 국적을 바로 획득할 생각은 없었다. 미국 정부에서 시민권을 받으라고 사정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래야 모양새도 나쁘지 않았고 문제도 없었다.
“급할 건 없겠지. 그러면 이제 미국에 건너갈 거야?”
“연말은 한국에서 보내고 새해가 되면 갈 거야. 미국에서 처리할 일이 꽤 많으니. 반도체 공장 건립과 관련된 일도 꽤 많고. 거기서 일을 보다가 2월 중순에 돌아와야지. 그래도 졸업식은 참석하는 게 좋을 것 같고.”
김세인은 그동안 졸업이라도 할 생각에 번거로움을 참고 다녔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굳이 재벌이 대학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순수하게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기에 그 의미가 달랐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해 도 어쩔 수 없었다.
“미국 갔다 와서 일이 많았는데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그동안 김세인이 바빠서 제대로 이야기할 시간이 별로 없어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방학이라고 하니 궁금한 것을 물었다. 유희원이 묻는 것은 일반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숨겨진, 김세인만 아는 내막을 알고 싶다는 말이기도 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중국의 일은 잘되고 있어. 우한에 투자한 것도 문제없이 해결되었고 시험생산을 하고 있고. 위구르 쪽과의 거래도 그런대로 잘 되고 있지. 물론 위구르와 중국에 현지 법인을 내세워서 위구르와 거래를 하고 있고.”
“홍콩에도 뭔가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중국과 거래하는 현지 법인을 여러 개 세웠지. SI 인터내셔날이 거래하는 게 위험하니 일종의 홍콩인을 내세웠어.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큰 거래도 하고 있고.”
“왜 중국에는 현지 법인을 내세우는 거야? 외국 회사라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 그런 거야?”
“그것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가 거기의 시장 환경 때문이야. 중국의 꽌시라고 하는 게 사실 인맥이라고 하는 면도 있지만 일종의 부패 사슬이야. 그렇기에 뇌물이나 리베이트, 커미션이 필수인데 SI 인터내셔날이 그런 일을 직접 할 수는 없어. 아무리 감추어도 직접 관여하면 회계에 반영이 되니.”
돈이라는 게 빠져나가면 그걸 감추기 위해 장부를 조작해야 하는데 조사를 하면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SI 인터내셔날에게 치명적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한국의 법이나 미국의 법에서 금지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네.”
“맞아. 더구나 중국은 군벌이 난립하면서 부정부패가 더 심해지는데 몸을 사려야지. 거기에 군벌들이나 그들과 결탁한 폭력조직까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라 그에 대응하는 활동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문제야. 그렇다고 아예 거래하지 않을 수도 없고.”
김세인은 그렇게 설명했다. 홍콩은 독립을 하게 되면서 중국의 잔재를 걷어내고 있지만 중국과의 거래가 빈번하기에 그런 부분을 용인하는 시스템을 갖추었지만,그것이 합법은 아니었다.
“홍콩이나 중국의 법인을 거쳐서 거래한다는 말이네. 그러면 북한은 어떻게 되고 있어? 거기도 자기가 상당히 관여한다고 하던데? 직접 나서지는 않는 거야?”
“하고 있어. 북한에 70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투입했어. 그 일에 나도 관여한 면도 있고. 북한에 누가 그런 돈을 꿔줄까? 가난한 북한의 상황을 본다면 받을 가망성도 없는데?”
“직접 보증은 서지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일을 한 거야?”
“그렇다고 봐야지. 대신 거기서 매입하는 것은 나를 통해 거래하는 상황이고. 겨울이라 굶주릴 수 있기에 곡물과 에너지 자원을 중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그러면서 내부 정비를 하고 있는데 쉽지 않아. 사람들이 거칠어서 반항도 많이 하고.”
김정근을 제거할 때 5천여 명에 달하는 자들을 제거했지만, 그들과 연결된 자들은 그 10배에 달했다. 남은 자들도 죽은 자와 다를 게 없어 온갖 패악질을 다 부리다가 제재를 받는 상황이 되자 조직적으로 저항했다.
그런 자들은 가차 없이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진압했다. 그들을 적당히 포용할 수도 있지만 본보기가 필요해서 냉정하게 처리했다. 한동안 그들로 인해 북한 내부가 시끄러웠다. 지금도 그들을 처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그건 들었어. 한국의 갑질은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심하다고 하던데. 범죄 의식도 없어 한국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일도 서슴지 않고 한다더라고.”
“그건 맞아. 혁명 이전에 벌어졌던 일을 보면 가관이 아니야. 그러니 그 모양이었지. 그래서 바로 통일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 바로 바꿔나가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아. 더구나 혁명을 하는 과정에서 유출된 총기도 많아 사고도 많 고. 어떤 면에서는 그런 사건이 벌어지는 게 다행일 수 있어.”
그러면서 지금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색출하여 격리하는 게 나중을 위해서는 좋다는 말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한데 북한 방문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할머니는 기대가 컸던 것 같은데.”
남북여행공사라는 기구를 설립하여 남북교류를 촉진하기로 했지만 문제가 커서 결국 시행 시기를 몇 개월 미루었다.
“숙소를 만들고 도로를 내야 왕래가 가능하지. 그게 워낙 부실해서 내년에나 가능할 것 같아. 그런 것보다 더 시급한 게 북한의 항구를 정비하는 일이야. 그래야 물자라도 제때 보낼 수 있는데 그것도 간단하지 않아.”
김세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은 대부분 다 말해주었다. 유희원도 이미 김세인이 모종의 경로로 ‘사막의 암류’와 소통하는 것을 알기에 이제는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연말이라 바쁘게 지내는 가운데 한국경제인연합회 모임이 열렸다. 김세인도 모처럼의 모임이기에 참석했다. 더구나 기업의 한국내 자산 순위가 어느새 38위까지 상승한 상황이었다.
“이제 어엿한 재벌이라 할 수 있어 보인다.”
김세인은 이번에 장준익 고문을 대동하고 왔다. 물론 이장우 사장도 동행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 모두 바쁜 상황이기에 당분간 한국경제인연합회 일은 장준익이 담당할 예정이었다.
“대표자는 절반 정도밖에 오지 않을 거고 나머지 절반은 대리인들이 참여할 겁니다. 사고를 낸 몇몇 기업은 대리인도 보내지 않을 수 있고요. 한데 지금 북한 문제로 인해 시달림을 받을 수 있는데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별로 아는 게 없는데 모른다고 하면 되죠. 굳이 인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기 김정국 사장이 있군요.”
그렇게 말하고 일행을 이끌고 막 도착했는지 입구에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김정국 사장 일행에게 다가갔다.
“아, 회장님도 오셨군요.”
“이 회장님은 오시지 않았어요?”
“지금 일이 바빠서 중간에 잠시 들린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손님이 와서 거기에 가셨습니다.”
‘오늘 암리치 회장이 한국에 왔어.’
수지가 그런 사실을 언급했다. 예정에 없던 한국 방문이었는데 당면한 현안 몇 가지를 논의한다고 했다. 일성전자와 Q사는 서로 협력하는 사이지만, 한편으로 서로 경쟁도 하는 사이라 항상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그런 문제로 대립 중이었다.
“한동안 여기에 보이지 않던데 오늘은 직접 오셨군요.”
“기회가 되어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학교에 다니고 일이 바빠 참석하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간단히 안부 인사를 마친 후에 아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제법 알던 사람들이 있어 인사를 하는 것만 해도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전과 달리 김세인의 위상도 달라졌기에 먼저 인사를 하러 오는 사람도 꽤 많았다.
“오랜만이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면서요?”
일성 그룹의 방계인 CY 그룹 이건형 회장이 인사를 하자 반도체 공장 건립에 관심을 보였다. 전에 RG 그룹 창립행사에서 만나서 신경전을 벌였는데 이번에도 그러는 것 같았다.
“마침 미국에도 투자할 필요가 있고 반도체 산업의 전망이 괜찮을 것 같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김세인은 적당히 대답했다. 세간에 경쟁이 심한 반도체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것은 돈만 낭비하는 일이라고 냉소를 보내는 것을 알지만 그런 것은 모르는 척을 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의중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다.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김세인 회장이 투자한 영화는 조만간 개봉한다면서요?”
그러면서 슬쩍 충돌의 원인이 된 영화를 언급했다.
“이번 설날 무렵에 개봉한다고 들었습니다. 작품은 괜찮게 완성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CY 그룹의 입장에서 망하기를 바라고 방해했는데 그걸 김세인이 방해하여 완성했으니 달갑지 않아 보였다. 그렇기에 잘 되는지 보자는 비아냥거렸고 그걸 김세인도 잘 될 거라는 식으로 되받아친 면이 있었다.
“그것도 잘 되기를 바랍니다.”
두고 보자는 식으로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그냥 한 번 제대로 전쟁을 벌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요즘 북한에 진출하신다고 하던데 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에 북한과 거래하던 거래처는 어떤가요?”
CY 그룹도 한 때 북한산 농산물을 거래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단절이 되었다. 지금 그때 인연을 맺었던 자들과 거래하려고 했지만 관계자 대부분이 사라진 상황이라 효과가 없었다.
“이번에 혁명이 난 후에 알아보니 거래하던 자들 대부분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조선무역이라는 회사의 대표부터 많은 사람이 죽었고 남아있던 자들도 숙청당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라 난감합니다.”
이건형 회장은 그렇게 말하고 김세인을 보았다. 혹시라도 김세인이 관여한 것이 아닌지 묻는 것도 같았다. 그런 시선에 김세인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무역이라면 북한의 외화획득을 위해 설립했던 노동당 1호 사업국 산하의 회사이군요. 주로 북한의 농수산물을 남한과 중국에 판매하던 회사라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김씨 일가의 가신 노릇을 했고 그런 이유로 혁명 과정에서 표적이 되었을 겁니다.”
“김세인 회장도 북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남한에서는 그런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저도 적당히 그런 정보는 듣고 있습니다. 혁명위원회에서 조선무역의 사업을 살폈는데 당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는 진술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CY 그룹은 북한과의 사업은 어렵지 않을까 하더군요. 마침 뵈니 그런 내용이 떠 올라서요.”
김세인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뒤로 10원을 주고 100원을 벌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있는데 이건형 회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니 행동도 그러했다.
당시 조선무역의 담당자에게 적지 않은 돈이 건네졌고 그로 인해 꽤 이득을 봤다. 그나마 남북경협 중에서 그나마 이익을 남긴 사업이었다.
“남북 경협을 추진하는 상황이라 어떤 법적조치는 취하지 않겠지만 당분간 거래는 금지할 거라고 하더군요. 남한의 몇몇 기업이 그 대상이 될 거라고 합니다.”
김세인이 거래금지 대상이라고 사실상 통보하니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CY 그룹은 북한의 열악한 식량 사정을 고려하여 식품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그걸 알기에 김세인은 즉흥적으로 그런 결정을 했다.
반면 SI 인터내셔날은 대영식품과 상당히 밀착이 되어 있는 상황이고 그들과 협력하여 북한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니 CY 그룹을 제외해도 문제없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 그들과 거래해도 큰 이득은 없을 거라 봅니다. 기대가 크지만 당장은 성과가 나지 않을 겁니다.”
자존심이 상했는지 북한에서 이득을 볼 가능성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못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안 들어가는 거라고 말하면서 자존심을 세우려고 했다.
“얼마 전 북한에 70억 달러 이상의 차관이 지원된 걸로 압니다. 그리고 외채 문제도 시급한 상황은 아니고요. 대영식품의 경우 홍콩의 법인을 통해서 한 달 사이 5천만 달러 이상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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