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13
김세인의 말에 그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던 이건형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김세인에게 시비를 걸다가 오히려 당한 상황이니 화가 잔뜩 난 기색이었다.
단가 때문에 중국에서 가공한 식품이 가장 많이 공급되었지만, 중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다. 전통 한국식품이나 고급식품은 한국에서 공급할 필요가 있었다.
“대영식품과 친하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게 아니라 SI 인터내셔날이 어려울 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회사라서 믿음이 갑니다. 어떤 회사는 수출할 물건을 산다고 해도 문전박대를 했는데 말입니다. 물론 자신의 실적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회사의 이익이 먼 저이지 않습니까?”
“그런 말은 처음 듣는군요.”
“그래요? 그건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 내용이 보고되지 않았다니 말이에요? 우리 회사는 설사 보고하지 않더라도 시스템 자체가 알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김세인은 자신이 쪼잔하게 어깃장을 놓는 것 같아 행동을 하면서도 찝찝했지만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대영식품이 CY를 압도하고 있었고 거기에 SI 인터내셔날이 많이 기여하고 있기도 했다.
결국 말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자 이건형 회장이 자리를 떠났다. 김세인은 그런 모습에 속이 후련해졌다.
랭글리 블랙요원으로 로잘린이란 코드명을 가진 안나 쓰로운은 김세인 회장의 비서로 있는 로든에게 연락을 받고 약속 장소로 갔다. 뭔가 용건이 있기에 만날 거라 판단했다.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하셨나요?”
특별한 접점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용건이 없다면 따로 만날 일은 없었다. 그러니 만나자 바로 용건부터 물었다.
“김세인 회장의 전언을 전달하려는 겁니다. 라이튼 휘클리 지부장을 통해 전달하는 것보다 사무국장이 더 확실할 것 같아 만나자고 한 겁니다. 브레진스키 보좌관과 연락이 되시죠?”
“그렇기야 하죠. 대통령 재선 이후 취임식 때문에 조금 바쁘다고 들었어요. 무슨 말을 전달하려고요?”
“요즘 주한미군이 언론에 종종 등장하는데 그게 북한의 심기를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란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합니다.”
한참 3자 회담이 진행되는데 장외에서 반대 의견이 속출하고 있었다. 미국의 안보 라인 사이에 일종의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었다. 특히 종전 이후 주한미군의 역할을 축소하는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이후에도 그 역할에 어떠한 변화도 없어야 한다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었다.
“설사 연착륙을 원해 단계적인 역할의 축소를 원해도 지금처럼 행동하면 전면적인 철수를 주장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로든의 말에 안나 쓰로운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런 움직임은 NSA 계열의 레예스 준장이 주도하고 있었다. 네오콘과 연결이 된 자들이었고 랭글리와는 결이 다른 자들이었다.
“그런 우려를 전달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주한미군도 감축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입니다. 그걸 알기에 더욱 강력하게 주장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유엔군과도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그들도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죠.”
“그들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미뤄야 한다는 말은 아니겠지요? 그런 논리라면 용납이 되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런 생각은 아니지만, 한편으로 그들도 역할을 하고 싶은 겁니다. 그걸 그저 이기적인 행위라고 한다면 그들도 반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3자 회담은 그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가 되고 있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죠. 더구나 이미 종전 협상이 사실상 타결이 되었고 조인과 비준절차만 남은 게 아닙니까? 저들의 주장은 그걸 되돌리려는 행위이니 문제이죠.”
그런 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도 감축이 불가피하고 유엔군은 더 먼저 철수해야 했다. 유엔사령부의 존립 근거가 사라질 수 있었다. 물론 유엔의 의결이 진행되어야 하지만, 그건 미국과 한국, 북한이 나서면 일종의 요식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저런 움직임은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맥아더 사령관의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더군요.”
로든은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을 했다. 주한미군의 지휘부, 특히 주도자인 레예스 준장이라도 교체하라는 압박이었다. 김세인이 직접 그런 이야기를 전달할까 하다가 로든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연락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런 의견을 전달하도록 하지요. 한국의 여론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니 뭔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안나 쓰로운도 필요한 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든에게 이번 심부름을 시킨 것은 일종의 개인적인 한을 풀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런 요청이 들어가면 교체는 불가피했고 문책성 교체이기에 분명 전역할 수밖에 없었다.
레예스 준장의 결정으로 사실상 전역을 할 수밖에 없었던 로든이기에 그런 의견을 통보하는 역할을 하게 되자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Q사의 암리치 회장은 한국에 와서 일성 그룹 이건주 회장과 당면한 현안을 협의했다. 아울러 RG 그룹도 방문하여 현안을 논의했다. 매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두 회사이기에 논의할 내용이 많았고 그걸 조정하느라 골치 가 아팠다.
그런 상황이지만 투숙한 호텔에 들어가서 비서인 레이놀즈를 호출했다. 마음 한구석에 존재하는, 찝찝한 그 무엇을 해결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는 다른 일도 처리할 수가 없었다.
“한국에 왔으니 김세인 회장이나 만날까 하는데 어떨까?”
알고 지내던 스테파놀 회장이 지병인 췌장암이 재발하여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소식을 들은 이후 언제 자신도 지병인 당뇨와 신부전증이 악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무슨 용건으로 만나실 겁니까?”
레이놀즈가 무조건 만나는 것은 이상하기에 용건을 물었다. 뭔가 만날꺼리가 있어야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특별한 용건이 있어야 하나? 그냥 캘리포니아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서로 협력할 여지가 없는지 논의하자는 것일세. 더구나 내가 공장 건립에 반대했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으니 이번에 만나서 풀자는 말이지. 그런 게 하나둘 쌓 이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미연에 방지하자는 말이지.”
비즈니스에서 적은 사업에 방해 요소였다. 그걸 제거하는 것은 경영자라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면 제가 연락하고 일정이 비는 시간으로 약속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만남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고작 한국에 있는 이틀 사이에 약속을 잡아야 하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그렇기에 시간이 없다고 하면 만남이 불발될 수도 있었다. Q사와는 잠재적인 경쟁자이니 굳이 만난다고 해서 큰 득이 없고 기존에 했던 일이 있으니 거절할 가능성이 컸다.
“적당히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면 밤늦은 시간이라도 문제가 없다고 하고. 필요하다면 한국이나 미국에서 반도체 관련 기술 협력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적당한 안건을 만들어서라도 만나는 자리를 성사하라는 지시했다. 자신이 김세인에게 한 짓이 있기에 시간이 갈수록 불안했다. 그걸 떨치려면 김세인을 만나 해결해야 했다.
다음날 레이놀즈는 SI 홀딩스로 전화했고 어렵게 김세인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김세인은 전화가 오자 피하지 않고 통화를 했고 결국 암리치 회장이 회사로 방문하기로 했다.
김세인은 외부에 나가서 만날 시간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어떻게든 만날 약속을 잡아야 하는 레이놀즈는 자신들이 회사로 방문하기로 했고 30분 정도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내줄 수 있다고 하여 만나게 되었다. 이미 암리치 회장이 한국에 왔을 때부터 동태를 살피던 상황이기에 그의 목적을 모를 수가 없었다.
“Q사라면 대단한 기업인데 그곳의 CEO께서 저를 만날 이유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한국에서 반도체 회사를 운영하고 현재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있지만 Q사에 비하면 아주 작은 회사인데 말입니다. 설마 경쟁자라고 생각하여 미리 정탐하시는 겁니까?”
김세인은 암리치 회장이 어떤 사람인 줄을 알지만 모르는 것처럼 말을 했다. 하지만 그가 한 짓이 있기에 조금만 생각하면 적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조금은 유치한 도발을 했다.
더구나 하워드 레지턴스 의원을 압박하여 김세인을 돕지 못하도록 한 것이나 환경단체를 부추겨서 인허가를 방해한 사실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내보였다.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아 직접 만나 해명이라도 하려고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제가 오해할 일이 뭔가 있습니까? 직접 거래하는 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 스마트폰을 구입한 것도 거래라면 거래일 거지만 그런 정도로 움직일 이유는 없고요. 드림호프에서 보유한 지분이야 장기투자지분이지만 그거야 일반 대 주주 수준이고요.”
김세인은 모르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모르는 게 아니라 알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어조였다. 물론 진짜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니 암리치 회장은 입안이 바짝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김세인의 태도는 이미 어떤 결심을 했고 결과만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게 세간에서 말하는 ‘천벌’이라고 짐작하니 오싹했다. 스테파놀 회장처럼 조만간 시한부 판정을 받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예, 반도체 공장 건립을 반대한 것은 사실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고, 미국에서 여러 반도체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에서 출혈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더구나 중저가의 반도체는 독일의 반도체 회사나 TI 같은 회사도 있는데 하나 더 생길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공장 세워 적자가 나면 서로 다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 같아서,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반대를 했습니다.”
“그런 일이야 보고받았지만, 굳이 마음에 두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반도체 분야에 있는데 경쟁자가 하나라도 생기면 좋을 게 없겠지요. 물론 팹리스와 파운드리 회사지만 그것도 딱 경계가 명확한 것도 아니고요. 우리야 기술력에서 워낙 뒤처지는 처지라 경쟁자라고 할 것도 아니지만요.”
김세인은 대범한 것처럼 말을 하지만 어조는 그렇지 않았다. 다소 딱딱한 어조로 격식에 맞는 어휘를 사용하여 말을 하고 있었다. 외국인이라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 그럴 수도 있지만 마치 어떤 통지문을 낭독하는 것처럼 냉정한 어투였다.
암리치 회장은 김세인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겉으로는 Q사의 CEO인 암리치 회장이 월씬 우월한 위치로 보이지만 실상은 슈퍼리치인 넬리 킴 회장의 후계자이자 역시 슈퍼리치인 김세인이 훨씬 더 가진 게 많았 다.
거기다 문제는 김세인의 배후에 미국 정부도 쩔쩔매는 ‘사막의 암류’라고 하는 정체불명의 세력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도 되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몰라도 이권을 노리고 악행을 저지르는 자는 모조리 병을 얻어 죽고 있었다. 그러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고 냉랭한 태도를 보이니 더욱 초조한 모습이었다.
“그건 아니지요. 서로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더구나 공장도 미국에 있으니 다른 업체보다 손쉽게 발주를 할 수도 있고 인적 자원의 교류도 편리할 겁니다.”
암리치 회장은 김세인이 어떤 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협력을 제안했다. 그렇게 해야 당장 손을 쓰지 않을 걸로 보였다.
“아직 공장을 건립하고 가동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논의해 나가도록 합시다. 연말이라 분위기도 어수선한 상황인데 지금 논의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김세인은 완곡하게 거절했다. 아직 Q사와 암리치 회장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상황을 보면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조만간 제가 미국에 갈 예정입니다. 그때 시간을 내서 논의하도록 합시다. 회장님도 일성전자와 RG전자의 일로 바쁜 걸로 압니다.”
김세인은 다급한 기색으로 버티고 있는 암리치 회장의 모습을 보자 다소 마음이 약해져서 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당장 어떻게 할 것이 아니기에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오히려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게 이득일 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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