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14
이장권 대통령은 남북대화의 진척으로 그나마 대선 판세를 팽팽한 대치로 만들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빨리 협상의 후속 조치를 하고 싶지만, 국회가 열리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세인 회장과 만나서 향후 정치 일정을 논의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북관계에 가이드 라인을 정할 필요도 있고 정상 간에 타결을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치인 출신 장관 중에 끝까지 옆에 남아있는 한일헌 통일부 장관과 나승렬 외무부 장관에게 의중을 물었다. 이장권 대통령은 선거가 끝난 직후 남북 종전협정을 마무리 짓고 화려하게 퇴임하는 게 꿈이었다.
“대선이 끝난 직후 당선자와 같이 3자회동을 하시지요. 그런 다음 방북이나 그 외의 일정을 논의하는 게 맞습니다.”
나승렬 장관이 대선 직후에 3자회동을 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장권 대통령만 만나서는 의미가 없었다. 그런 일은 당선자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김세인 회장이 만나자는 제안에 응할 것이라 봅니까?”
“아마도 몸을 사릴 것입니다. 설사 그 자리에 나오더라도 확실한 언급은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자리를 만든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걸 방지하려면 차기를 책임질 당선자가 같이 나서야 합니다.”
나승렬 장관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했다. 김세인이 미국 대통령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또한 미국의 유력한 정재계 인사들과도 교류하고 있으며 생각 외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면도 언급했다.
“그러면 무슨 명목으로 그를 부릅니까? 자칫 잘못하면 반감을 살 수도 있는데 말이요? 그런 사람이라면 상대가 자신을 이용했다 생각하면 반감을 가질 것이고 되돌려 주려고 할 것인데.”
이장권 대통령은 욕심이 많지만, 겁도 많아 무리한 일을 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밀어붙이지만 강한 자에게는 오히려 약했다.
“제가 방문하여 자리를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대로 말하고 향후 남북대화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조언을 받는 게 옳다고 봅니다. 물론 합리적인 정책을 언급하여 가능성을 타진하는 게 최선일 겁니다.”
나승렬 장관은 김세인의 성향에 대하여 재차 설명했다. 김세인이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이나 언행은 상당히 성숙한 면이 있고 정치적인 감각도 뛰어난 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권위주의적인 면도 있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든 응징하기도 합니다. 그 나이에 GH 그룹을 상대로 M&A를 시도한 것을 보면 강단이 있어 보입니다. 물론 미국의 슈퍼 리치인 넬리 킴 회장이 배후에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 모든 일은 김세인 회장이 기획하고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야 그런 일의 자세한 내막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내밀한 내용까지 알려졌다. 결국 김세인이 모든 일을 주도한 게 사실로 밝혀졌다.
“그들의 언행이나 북한의 대응을 보면 당장 통일을 바라지 않는 걸로 보입니다. 심지어 통일을 하지 않고 남북관계를 유지하려는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 배후라고 하는 자들이 시리아나 리비아에서 여전히 정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일헌 장관이 북한의 태도에 대하여 언급했다. 전쟁을 바라지는 않지만, 통일을 그렇게 원하는 모습도 아니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렇기에 만나서 진짜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할 필요도 있음을 언급했다.
“배후세력이 시리아나 리비아를 장악하고 버티는 것처럼 북한도 영구적으로 장악하려고 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김씨 대신 새로운 독재정권이 들어선 것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한일헌 장관이 부정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나승렬 장관과 반대의 의견에 이장권 대통령은 어떤 게 맞는지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황진우 SI 연구소 소장은 김세인에게 올해의 사업을 결산하고 내년 사업계획 관련하여 업무보고를 하고 있었다.
“서버센터가 완공되어 가동되고 있고 연구소의 실험실도 전부 다 완공이 되었는데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대부분 연구 실험 장비를 자체적으로 개발한다는 말이군요?”
몇 가지 프로젝트는 그 연구비가 수백억 원이었다.
“그렇습니다. 연구 실험 장비라고 하지만 사실상 반도체 관련 생산설비입니다. 그렇기에 돈을 주어도 판매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직접 연구설비를 만들고 그런 다음에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나마 대부분 구성품을 매입하고 핵 심 부품이나 어셈블리 몇 가지만 개발하는 거라 가능합니다.”
실험실에서 사용할 장비 자체가 하나의 비밀이기에 외부에서 구매도 어려웠다. 첨단 장비는 그 장비를 분석하여 역설계할 수 있기에 외부에 판매하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장비 하나 갖추는데 수백억 원이 들어가니 어이가 없군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연구개발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관련 회사가 연구 컨서시움을 구성하여 연구개발을 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과실도 분배하는 겁니다. 지금이야 기초 연구 단계라서 수백억 원이지 나중에 최첨단 제품의 개발할 때는 수천억 원이 들어갈 겁니다.”
황진우 소장은 2013년 연구개발계획을 보고하다가 멋쩍은 기색으로 그렇게 보고했다.
“매출은 1천억 원이 고작이군요. 게임 관련 매출을 제외하면 다른 매출은 미미하군요. 한 2백억 원 정도군요.”
“그 정도도 선방한 겁니다. 팹리스라는 게 연구용역이나 마찬가지라서 초기에는 그리 큰 수익이 없습니다. 우한에 납품한 장비를 제외하면 실제 매출액은 100억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수주하여 연구 개발하는 것은 아직 미결과제라 매출로 잡을 수 없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겁니다.”
“내년에는 미국에 납품하는 건이 있으니 잘하면 게임을 제외하고 1천억 원은 넘겠군요. 서버도 가동하니 매출이 발생할 것이고. 다른 연구용역도 좀 될 것이고.”
그렇게 동조해주었다. 사실상 이런 적자를 예상하고 시작한 사업이었고 이 정도 적자는 감수할 예정이었다.
“반도체는 제품개발이 설비개발이군요.”
“그렇습니다. 장치산업의 경우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소부장이 중요한 거죠. 거기에 원천기술이 존재하고요.”
“슈퍼컴퓨터 업그레이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미국에서 그 이상의 사양은 판매하지 않으니 직접 개발해야 합니다. 연산장치 외에 주변기기는 전부 다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입니다. 하드 부분은 회장님이 보류하라고 하여 일단 계획만 세워둔 상황입니다. 사실 그 부분은 기술도 없습니다.”
업그레이드라는 게 기존 부품보다 높은 사양의 부품을 가져다 교체하면 되는 게 아니었다. 다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와 제대로 맞물려야 제 성능을 발휘했다. 그렇기에 적용하고 테스트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드웨어 쪽은 일단 구상하는 바가 있으니 그걸 검토하여 조만간 넘겨줄 겁니다. 부품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 직접 제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부품 하나 만들기 위해 수십억 원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별도의 연구팀을 구성해야 하고요. 물론 그런 과정에서 얻는 것도 있겠지만요.”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슈퍼컴의 CPU 칩 자체가 최첨단 제품인데 외부에서 구하는 게 쉽지 않죠. 그걸 어느 정도 개발할 수 있다면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겁니다.”
“그보다 화학적 분자구조 논리시스템의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지금의 식각과 적층 구조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후보군으로 유망하다는데.”
불화수소를 이용한 식각은 한계가 존재했다. 그래서 칩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자구조체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었다. 논리적으로 어느 정도 개념이 형성되었지만, 아직 어떤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연구과제에 포함은 되어 있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시작도 못하고 아직 서베이 수준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 듭니다.”
황진우의 경우 약간 보수적이라 사고의 틀이 현재의 반도체 제조에 얽매여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방식의 연구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일단 화학, 물리, 화공, 금속, 재료, 전자기 분야에서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진을 구성해 주기 바랍니다. 양자역학 개념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김세인은 수지로부터 그런 방식의 메모리 제작방식을 들은 상황이었다. 그걸 구현하는 것이야 연금술을 이용하면 되지만 연금술이 아닌 방식으로 제조하려면 쉽지 않았다. 그걸 한 번 구현하면 그 이후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상당히 많았다.
“기존의 반도체로 접근해서는 답이 없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칩은 만능칩입니다. 그 안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담느냐에 따라 반도체의 역할이 달라집니다.”
김세인의 말에 황진우 소장은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었다. 물론 그런 반도체나 칩을 구상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서 포기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분자구조체가 궁극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지향하지만, 그건 진짜 상상하는 정도였다.
“기가에서 테라의 수준으로 넘어가려면 그 정도 되어야 합니다. 나노의 벽을 뛰어넘으려면 현재의 수준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지금의 방식으로 테라로 넘어가면 수율 자체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죠.”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죠. 그런 분자구조를 몇 가지 구상도 했고요. 물론 그런 분자구조를 형성하고 순도를 높이는 것은 지금의 나도 단위의 식각보다 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불화수소를 6N 수준으로 가공하는 정도의 기술이면 되니 말입니다.”
“99.9999%, 어렵지만 빠듯하게 시도는 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분자구조에서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군요. 특히 다원소 고분자구조일 것인데 말입니다.”
황진우 소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굳이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에스퍼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라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시도하면서 필요한 기술을 획득해야 합니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그렇게 축적한 기술이 있다면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바뀐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는 낙오자가 될 겁니다.”
김세인은 그렇게 말하고 몇 사람의 명단을 건넸다. 명단에 있는 사람은 연구소의 연구원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연구소가 아닌 대학이나 다른 연구소에 다니고 있었다. 그 명단은 수지가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분석하고 연구원의 인성까지 파악하여 나온 결과였다.
“스카웃을 하라는 말씀입 니까?”
“그렇습니다. 분야별로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있습니다. 전부 다 스카웃해도 되고 한 명만 데려와도 됩니다. 어쨌든 그 정도 연구팀을 구성하여 시작하면 성과를 낼 거라 봅니다.”
“만일에 이게 가능해지면 반도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겠군요. 반도체가 아닌 논리시스템이라 부를 것이니 말입니다. 아울러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벽도 사라질 것이고요.”
“그렇습니다. 식각이나 적층을 소프트웨어가 대신하는 거죠. 기억소자에 적절한 소프트웨어를 넣어 필요한 기능을 하게 만들 겁니다. 물론 분류를 위해 라벨을 적절히 붙이겠지만요.”
김세인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구상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어떤 원리로 새로운 반도체가 작동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실패한다면 들어간 연구개발비는 전부 다 허공으로 날아가고 맙니다. 물론 그런 시도를 하여 확인하는 것에 의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무모합니다.”
황진우 소장은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아직 이론적인 것만 제기된 상황인데 그걸 연구하는 건 너무나 모험이었다.
“기존의 반도체를 아예 연구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기존의 반도체와 소부장은 그래도 연구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대략 초기 개발자금은 1 억 달러 수준이고 그 정도라면 회사에 큰 부담이 되 지는 않을 겁니다.”
김세인은 결국 양면 개발을 하는 것으로 설득을 했다. 황진우 소장에게 연구소에 관한 책임을 맡긴 상황이니 설득하는 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했다.
끝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