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15
한정식 산업부 통상정책심의관은 모처럼 친구인 장원경을 만났다. 장원경이 국정원의 일탈에 실망하여 사직하고 고향에 내려간 이후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물론 그 사직의 이면에는 일종의 항명에 대한 책임도 있어 조심스러웠다.
“너도 청와대에서 나왔다고?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끝까지 남았다가 더 높은 자리로 가지.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이미지도 괜찮을 수 있어.”
“순장조가 되어서 좋을 게 없지. 그쪽 사람도 아니고. 더구나 정권을 누가 잡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설사 여당 후보가 당선되어도 그쪽 사람이라 낙인이 찍혀 한직에 가 있어야 할 텐데.”
한정식은 그렇게 말하고 맥주잔을 들고 시원하게 한 잔을 마셨다. 산업부에 심의관으로 부임했지만,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일종의 낙하산 취급을 하여 실무에서 대부분 배제가 되는 실정이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가 한 직이 된 실정이었다.
“넌 굳이 시골에 내려갈 필요가 있어?”
“눈에 띄지 않으려면 잠적해야지. 한 몇 달 더 있을까 한다.”
“로잘린은 연락이 없지?”
“그렇지. 거기와 어떤 연관을 짓기는 상황이 복잡하니.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야. 문제는 미국도 요즘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야. 남북대화를 하는 상황인데 문제가 많아. 말도 많고.”
“대충 그림이 그려지더군. VIP는 미국을 배제하려는 기색이던데. 그렇게 하면 미국이 반발하지 않아?”
“그렇기야 하지만 그런대로 해결되는 것도 같아. 3자 회담에 들어간 이후 잘 협조가 되고 있지. 라파예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원활하게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그러면서 현재 진행되는 사안에 대하여 언급했다. 주한미군의 반발이 컸지만 결국 수뇌부를 몇을 교체하면서 그런 반발도 수그러들었다. 물론 여전히 그런 의견이 나오지만 집단반발하는 분위기는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었다.
“김세인 회장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가?”
“그런 것도 같아. ‘사막의 암류’가 공식적으로 언급되는 분위기이고. 굳이 귀찮은 일을 초래하지 않도록 단속하는 분위기이지. 다들 몸을 사리는 상황이야.”
“이장권 대통령이 그런 면에서 대단하지. 그보다 내일 대통령 선거는 어떻게 될 것 같아?”
장원경이 본가인 서울에 올라온 이유가 바로 다음 날 투표하기 위함이었다. 식구들은 여전히 기존에 살던 집에 남아있었다.
“남북대화에 밀려 다소 관심이 멀어진 느낌이지만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큰 것 같아. 하지만 선거 결과가 예상과 달리 나오는 경우가 한두 번도 아니라서 장담은 못해.”
한정식은 선거는 장담할 수가 없다고 말을 했다. 야당이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남북대화가 진행되면서 여당의 지지도 꽤 오른 상황이었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지만,여당과 야당의 지지율도 중요한 변수였다. 하지만 야당의 지지가 더 높다고 했다.
“너는 다시 복귀할 생각이야?”
“고민이야. 정권이 바뀌면 복귀할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배신자로 찍힌 상황이라 어렵지. 다들 내가 왜 그만두었는지 귀신같이 알고 있더라고. 더구나 사건이 터지고 더 적대적으로 변한 것도 같고. 혼자만 살 길 찾아갔다고 하는 놈도 있고.”
부당한 선거 지원을 계속하기 싫어 몸을 사린 것인데 그걸 짐작하고 소문을 내고 있었다. 물론 당시 그런 위치에 있던 자들 상당수는 부당한 선거 개입한 혐의로 검찰에 입건이 되었고 직위해제를 당한 상황에서 징계를 앞두고 있었다.
그나마 총선에서 했던 일은 언급이 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증거는 남기지 않았지만, 여전히 흔적은 남아있기에 불안했다. 물론 이제 6개월이 지나 선거법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정치자금법은 시효가 창창하게 남아있었다.
“그런데 왜 그만둔 거야. 주동자가 아닌 종범은 크게 처벌받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는 게 일반적인 관례잖아? 시켜서 한 일이라 감안해 주잖아?”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잖아? 더구나 김세인 회장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려고 하는 상황이라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몇 사람은 총선을 지원한 것까지 들추려고 하는 상황이니 믿음이 가야지. 중간에 이일원 원장이 죽지 않았다면 난리가 났을 거야.”
“그럼 한동안 조용히 있겠다는 말이네.”
“그래. 먹고살 돈이야 아직 있으니 굳이 서둘 필요는 없어.”
장원경은 얼마 전에 장준익 고문에게 받은 제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그만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일자리가 없다면 자신을 도와달라는 이야기했다. 그런 제안을 했다면 김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니 정 할 일이 없으면 찾아가면 되었다.
라파예트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상당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바로 유엔과 미국에서 단행한 각국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었다.
“제재를 하는 것도 어렵지만, 해제하는 것은 더 어렵군요.”
“그렇습니다. 수십 년 전에 단행된 조치부터 최근에 내려진 제재까지 전부 해제하려니 해야 할 게 너무나 많습니다.”
리비아나 시리아, 북한에 대한 제재는 50년 전에 단행된 제재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곳곳에 흔적이 남아있고 그걸 다 찾아서 처리해야 했다. 하나를 해제하더라도 다른 규정에 있는 조항과 충돌하기에 같이 개정해야 효과를 발휘했다.
“어쨌든 이참에 정리를 하는 게 좋습니다. 다른 나라도 필요 없는 제재는 일괄적으로 정리하도록 합시다. 유엔과 의회도 설득하여 원활하게 협조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자리에 있는 국무장관 해밀튼과 브레진스키 안보보좌관에게 당부했다. 그걸 제대로 처리해야 미국이 중재한 각종 조치가 원활하게 진행될 걸로 예상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독립한 삼국에서 올린 유엔가입안은 중국에서 찬성하기로 했습니까?”
“탕첸망 총서기가 중국 내부를 설득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을 재차 방문했던 해밀튼 장관을 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명했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니 결국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내부에서는 영구 분할 음모라고 반대가 강합니다.”
웨이우얼스탄, 홍콩, 타이완으로 독립을 한 3국은 마침내 유엔에 회원국 가입을 신청했다. 이런 조치는 국제적으로 독립을 인정받는 절차였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지만, 그동안 자신들이 한 짓이 분열을 조장한 행위이니 어쩔 수가 없죠.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을 초래할 것입니다. 더구나 내부도 13개의 세력으로 갈라졌고 잠재적으로 20여 개로 분열될 상황인데.”
중국 내부의 분열은 두 달 사이에 더 진행되어 이제는 각 지역의 통행을 제한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물론 예전에도 거주 이전의 자유가 상당히 제약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신고만 하면 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되는 수준으로 강화가 되었다.
“세 나라가 확실하게 분리가 된다면 이후 중국의 위상은 지금과 확실하게 달라질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유고 수준으로 분할이 될 수도 있습니다.”
브레진스키는 중국의 분할이 유고연방의 해체에 준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것임을 전망했다.
“내전이 발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건 쉽지 않겠죠?”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전면적인 내전은 공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사막의 암류가 개입하는 것인데 그들도 그런 사태는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브레진스키 보좌관이 크게 문제가 없을 걸로 예측했다.
“그건 너무 속단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지금이야 그럴 수도 있지만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 사막의 암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중국 내부에서 적대적인 행위가 벌어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해밀튼 장관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여전히 사막의 암류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고집하고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안보라인의 공통적인 성향이었다.
“북한은 어떤가요? 핵 문제는 해결이 되었습니까?”
“핵 문제는 어느 정도 타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핵의 이용이나 핵무기의 보유 금지는 약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핵보유국가의 핵 공격을 당할 경우를 상정하여 보복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건 자위권에 해당이 되는 것이고 그런 권리마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핵이야 의지만 있다면 개발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니 그런 약속까지 강요할 수는 없겠지. 전시 핵무기 개발이야 그런 조항이 있다고 해도 의미가 없는 일이고.”
라파예트 대통령도 그런 상황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북한의 주권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약속까지 강요하면 지금까지 진행된 합의마저 무산될 걸로 판단이 되었다.
“지금 수준, 핵사찰을 받는 정도까지만 한다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도록 합시다.”
라파예트 대통령은 그런 정도의 합의를 이른 것도 커다란 성과라 생각하여 그 정도에서 마무리 짓기를 원했다.
“리비아와 시리아와의 국교 정상화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존 관계의 복원이라 문제가 없을 것인데?”
“의회의 비준이 다시 필요한 건이라 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제재 해제가 되어야 합니다.”
단교 이전에는 해당 국가를 제재했다고 해도 문제가 아니지만 단교가 된 이후 관계를 회복하려고 하면 제재가 걸림돌이 되었다. 몇 가지 제재를 중에는 수교 금지 국가에 해당이 되어 국교 수립 안건 상정 자체가 불가능했다.
“행정명령으로 불가능합니까?”
“의회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순리대로 진행하죠.”
해밀튼 장관이 만류했다. 절차가 진행 중인데 또 다른 분란을 일으켜서 득이 되지 않았다.
김세인은 고모할머니에게 여전히 안마를 해주었다. 그렇게 하는 게 에스퍼를 수련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매일 했다. 그러면서 그날 있었던 일도 이야기했다. 그렇게 하면서 자신이 했던 일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
김세인은 고모할머니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집에 있으니 걱정이 되어서 물었다. 물론 매일 미국에서 전화로 간단히 업무보고를 받고 있지만 그것도 30분 정도에 불과했다.
“명원이를 보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라. 거기다 네 안사람이랑 같이 이것저것 하는 것도 많고. 집안일도 하다 보면 재미있어. 같이 음식도 좀 하고. 건물을 관리하는 일도 돕고.”
유희원은 처음에 하던 임대사업자 업무를 여전히 하고 있고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붙잡고 있었다. 후배가 돕기에 큰 문제는 없지만,꽤 번거로운 일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여서 그런지 시내가 붐비네요. 퇴근하는데 차가 막혀 좀 늦었어요. 내일은 어디 갈까 했는데 얘가 찬 바람을 쐬면 그래서 그냥 집에서 보내기로 했어요.”
김세인은 막상 어디로 가자니 번거로워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아이가 생기고부터 더 움직이기 귀찮았다. 유희원도 딱히 활동적인 성격은 아니라서 돌아다니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잘 생각했다. 굳이 밖으로 나다녀서 좋을 게 없지. 그보다 요번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참석할 거야?”
“그렇게 해야죠. 초청장을 보낸다고 하는데 저와 할머니만 참석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게 해야지. 애 데리고 다니기는 그렇고. 같이 워싱턴에는 가는 게 좋지만, 행사장에 데리고 가기는 그렇다. 문제는 축하 만찬이지. 실제로 취임식 초청이야 어지간한 셀럽이면 받는 실정이고 거기에 가는 게 진짜야.”
“고모할머니는 전에도 거기 가 봤죠?”
“네 번인가 갔다. 어떤 때는 취임식 초청장도 받지 못할 때도 있고. 나한테 초청장을 네 것까지 보낸다고 하더라. 그리고 이번 기회에 너도 시민권을 획득하는 게 어떤지 묻더라.”
심심하면 시민권을 획득하라고 말을 했다. 물론 특별심사를 받아서 시민권을 받으라는 말이었다. 그런 자격이 된다고 했다.
“일단 지켜보려고요. 알아서 시민권을 줄 때까지 기다리려고요. 심사도 거치지 않고 받고 싶어서요.”
“당장 신청하지 않겠다는 말이지?”
“원칙은 영주권 획득 후 5년이잖아요. 그것도 신청 받아 심사하고요. 괜히 탈락하면 망신이죠.”
“그게 모양새가 좋으니 그러는 것이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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