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18
‘약속 시간이 5분 정도 남았는데 왜 오지 않는 거야?’
‘이미 도착하여 다른 곳에 대기 중이야. 딱 시간에 맞춰서 오려는 것 같아. 그게 원칙이고.’
그렇게 말하고 김세인이 있는 공간과 비슷한 방에 대통령과 당선자가 앉아 있는 장면이 보였다. 그들은 먼저 도착하여 사전에 뭔가를 논의한 것 같았다.
‘이미 저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파악하고 있으니 문제는 없을 거야?’
‘설마 나를 공격하거나 감금하는 짓은 하지 않겠지?’
‘그렇지는 않겠지. 그런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고 그런 시도를 하는 자는 없어. 물론 장담할 상황은 아니기에 계속 살피고 있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었어. 그렇게 해시 저들이 득 될게 없어.’
사실 일반 경호원은 일반적인 공격은 막을 수 있지만 총기나 화기를 사용하는 공격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육탄저지를 하는 동안 도주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준비한 방식으로 답변을 하면 되겠지?’
‘그렇다고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잖아? 그저 대변자나 전령 정도가 최선이야. 잘해야 중재자나 대리인 정도이지. 그 이상으로 알려지면 귀찮은 상황에 직면할 거야:
‘그거야 그렇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저들 자유이지. 하지만 어느 정도 의견을 말할 위치는 된다고 느껴야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그것도 문제이지. 만만하게 생각하면 심부름꾼으로 생각해서 귀찮게 할 소지가 커.’
막 그렇게 대화를 하는 사이 밖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김세인을 안내했던 사람이 나타났고 이어서 이장권 대통령과 김준민 당선인이 안으로 등장했다.
김세인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미 수지와 협의한 상황이었다.
“김세인입니다.”
이미 두 사람은 언론에 자주 등장한 사람이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름만 말하고 가볍게 인사를 했다. 이미 어떤 이유로 만나는 건지 정해진 상황이니 너무 공손한 자세를 할 필요는 없었다.
“전에도 만나고 싶었는데 이제야 보게 되었군요.”
이장권 대통령이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말을 건넸다. 반면 김준민 당선자는 김세인을 노려보면서 손을 먼저 내밀었다. 악수부터 하자는 제스처였다.
“한국에 저쪽과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었다니 놀랍군요. 다행한 일인지 불행한 일인지 판단하기 어렵군요. 이게 좋은 일이기를 바랍니다.”
둘 다 나름대로 멘트를 준비했는지 꽤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김준민 당선자의 날 선 반응을 접하자 앞으로 원만하게 지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불안했다.
“기업을 경영하는 상황에서 좋은 거래가 있어 욕심을 내다가 관계가 알려지면서 본업과 상관없는 일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어 저도 얼떨떨합니다. 그 덕분에 이런 자리에 초대받게 되었으니 영광이라고 해야할까요?”
김세인의 말에 그들은 별달리 반박하지 않았고 손을 내밀어 자리에 앉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세인도 자신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다들 자리에 앉자 이장권 대통령이 들고 있던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두 사람에게 나눠주었다. 아무런 표식도 없이 ‘당면 현안’이라는 표제만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6페이지짜리 A4용지 서류였다.
“남북대화, 주로 종전을 논의했고 사실상 타결되었고 양쪽의 내부 승인 절차와 국제적인 합의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김세인 회장도 알고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런 내용을 알고 있는지 확인했다. 아마도 자격이 되는지 묻는 것도 같았다. 그렇게 설명하면서 김세인의 눈치를 살폈다. 얼마나 알고 있는지 떠보려는 기색이었다.
“대략 들었습니다. 유엔군 문제나 제재 문제 등 걸림돌이 많고 그걸 순리대로 대화를 통해 풀어가기로 했다고 하던데 괜찮은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대화에 참석하지 않은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해 나가는 게 최선이죠.”
수지와 같이 북한의 홍일훈에게, 정확히는 유철상이라는 안드로이드를 통해서 지침을 내리는 상황이니 모를 수가 없었다. 사실 남북 당사자가 합의하고 그대로 진행하면 되는 문제이지만 그렇게 하면 외교상 애로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유엔군으로 참전한 16개국은 한국에 대해 일정한 지분을 가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동의가 필요했다. 아울러 중국이나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서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 역시 개입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 했다.
더구나 장외에서 아무런 권리도 없이 자신들도 뭔가 권리가 주장하는 시끄러운 이웃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문제에서는 미국과 협의를 통해 적절하게 차단할 필요도 있었다.
“아울러 북한의 내부 상황도 몇 가지 들은 것이 있습니다. 현재 70억 달러의 차관이 들어와서 급한 불은 끈 상황이고 내부의 필요한 물자도 어느 정도 보급이 되면서 숨통이 트였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압록강을 따라 죽 이어진 북중 국경의 밀무역을 단속할 여유가 생겼고 혁명군에 가담했던 사람 중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던 자들에 대한 조치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세인은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일부 언급하기도 했다.
“그 외에 알고 있는 내용이 있습니까?”
“북한의 방위 능력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대략 1천2백여 기의 첨단 무인정찰기가 배치되어 있으며 외부에서 공격하는 적을 격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군이 공격해도 문제없는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최근 도발을 일삼고 있는 자들에 대해 단호한 응징을 검토하기도 했고요.”
김세인은 슬쩍 전해 들은 이야기라고 하면서 북한의 군사력에 대해 언급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남한을 공격한다면 남한의 군대는 그냥 무너질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일본 패싱을 우려하면서 한국과 북한에 대해 계속 망언을 일삼는 일본의 행태가 문제 되고 있다는 내용도 말했다. 한국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지만 북한은 다를 수 있었다.
“중국의 미사일 공격도 사전에 차단한 수준이니 당연하겠지요. 혹시 그런 무기의 출처가 어디인지 알고 있습니까?”
“그건 어디라고 말하기 애매하군요. 들은 바에 의하면 자체적인 무기공장이 있고 세계 곳곳에서 취합한 부품을 사용하여 무기를 만든다고 하더군요. 그 무기는 시리아와 리비아, 웨이우얼스탄과 북한에 배치가 된 걸로 압니다. 조만 간 홍콩에도 배치될 건데 중국에서 상당히 반발한다고 합니다.”
김세인은 그 사실을 언급했다. 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창고에 보관하고 있지만, 배치된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실전에 투입할 수 있으니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 군사력이 남한을 향할까 걱정이 큽니다.”
이장권 대통령이 말을 마치고 김세인을 흘낏 보았다.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한 것 같았다. 김세인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무표정하게 있었다.
“모든 일을 대화로 평화롭게 해결해 나가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나 중국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겁니다. 미국도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크게 노력을 기울인다고 합니다.”
김세인은 그런 우려에 대해서 확답은 하지 않았다. 한국의 일각에서는 지금의 평화 기조가 위장 평화공세라면서 여전히 전쟁을 말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진통일을 주장하고 있었다.
“혹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저들과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어떤 의견을 전달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김세인은 고민이 되었다. 국가보안법과도 연관이 되는 일이었다. 여전히 북한의 한국의 적성 국가였고 자칫 잘못 언급했다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아무리 합리적인 의견일지라도 그런 말을 함부로 말했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시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문제였다.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그런 자리를 만들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적당히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느낌을 줘야 하는데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 했다.
“의견을 말한 적은 있지만,벌써 한 2~3년 전에 했던 이야기라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종전체제로 전환해야 한반도 평화가 올 거란 이야기를 했던 것도 같군요. 과거에 대해 확실하게 매듭을 짓고 난 다음에야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가능할 거라고 말입니다. 거기에 만일 북한에 급변사태가 벌어져 갑자기 남북한이 통일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재앙이라고 했던 것도 같습니다.”
김세인은 그 정도만 이야기했다. 그런 정도 이야기했다고 해서 책을 잡힐 것 같지 않았다. 더 이야기를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기에 말을 아꼈다.
“지금 북한에서 제시하는 방안이 김세인 회장이 말한 내용과 유사하군요. 혹시라도 김세인 회장이 최근에도 어떤 의견을 말한 내용도 있습니까?”
“특별히 어떤 의견을 말할 위치는 아닙니다. 정보도 그들에게 겨우 몇 가지 주워듣는 정도이죠. 알고 지내지만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연락하지도 않고요.”
김세인은 자신이 그저 그런 위치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그러면서도 원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런 이중적인 태도에 정치판에서 오랫동안 굴렀던 두 사람은 그 속내를 짐작했다.
‘원하는 상황이 된 것 같아. 권리나 이득은 챙기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의도를 짐작한 것으로 보여. 일단 이 정도에서 적당히 자리를 마무리하는 게 최선일 것 같아.’
수지가 그렇게 말을 했다.
이장권 대통령이야 물러날 사람이니 문제가 아니지만, 김준민 당선자는 앞으로 5년은 부대낄 사람이니 신경이 쓰였다. 향후 원만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었고 그러려면 잘 마무리할 필요가 있었다.
“혹시라도 뭔가 원하는 게 있습니까? 타당하다면 강력하게 제 의견을 말해볼까 합니다. 저나 SI 그룹에 이득이 없더라도 나설까 합니다. 한국이 잘 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일 것이니.”
김세인은 그렇게 말하고 김준민 당선자를 보았다. 김준민 당선자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수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본심이 드러나도록 휴먼해킹을 부탁했다.
“남북 간에 협상한 내용을 살피면 특별히 문제 될 일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다소 염려스러운 게 북한의 개혁개방이 북한의 주도로 진행되어 남북한 간에 조화를 이루지 못할까 하는 점입니다. 지금 당장 북한에 이롭다고 해도 나중에 통일이 된 후에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일은 남한과 논의해서 진행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세인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파악이 되지 않아 김준민의 기색을 살폈다. 말 그대로 남북한이 적절하게 협력하자는 말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권을 나누자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둘 다 의미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 의견이 나왔다고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말을 전한다고 해도 채택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김세인은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본심을 말하게끔 유도했다. 이장권 대통령이 강한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타입이라면 김준민은 약한 자에게 강한 것은 똑같지만, 강한 자에게도 강한 타입이었다.
그렇기에 타협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김세인을 굴복시키려고 할 걸로 보였다. 어설프게 대응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었다. 설사 힘이 약해 물러나더라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 사람이었다.
“시리아나 리비아의 경우 SI 인터내셔날이 주도하여 국내 업체와 같이 각종 사업에 참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북한에서 벌어진다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 의미가 모호하게 전달될까 걱정이 되는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말했다. 아마도 두루뭉술하게 전달되어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게 아쉬운 표정이었다.
더구나 그런 말을 전하는 주체가 김세인인데 그런 짓을 하는 것 자체가 도발이었다. 김세인은 분기탱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도발에 반응하는 것은 하수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해당 정부가 정한 절차에 따라 사업자로 선정이 되었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그러면 SI 그룹은 입찰 자체를 하지 말라는 말입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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