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2
22. 한국에서 빌드업 (2)
“왓스업, 지미 오랜만.”
“짐이나 제임스라고 불러줘. 지미라면 욕 같아서 그래. 한국에서는 지미가 좋은 말이 아니야.”
서울 북부에 있는 헤이어드 캠프라는 부대의 부대장을 맡고 있는 지미는 만나자 바로 자신의 이름을 정정했다.
“아, F 계열이라고 하는 것도 같더군.”
“미군들마저 불만 있으면 그렇게 중얼거린다고 하니….”
사소한 것 같지만 그런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었다. 지휘관이 그런 식으로 놀림감이 되면 그것도 문제였다.
“5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그동안 어떻게 지낸 거야?”
“그렇지. 위에서 내려온 작전을 수행했는데 어떤 식으로든 착오가 생겼고 결정적으로 민간인 주택가에 로켓이 날아갔지. 징계에 회부가 되었고 최종적으로 내 책임이 아니라는 결론은 났지만 군에 있을 수는 없었고 그 일에 관련된 자들은 다들 패닉 상태가 되었지. 전역 후 한 1년 고생하다 4년 전에 경비 일을 시작했고 이번에 한 사람의 경호를 맡아 한국에 왔어.”
“경비, 경호? 설마 로든이 그런 일을 할 줄이야? 펜타곤에 있어야 할 사람이 그런 일을 하다니. 사람일이란 게, 참. 급여도 그리 넉넉하지 않을 것 아냐?”
“급여는 너보다도 많을 거야. PMC보다도 더 후한 편이니.”
“슈퍼리치 밑에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말이 되는데.”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사실 앤더슨 선배 소개를 받았어.”
“앤더슨 선배라면 우리보다 2년 선배지. 그 선배는 의무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했다던데. 지금 뭐하고 있어?”
“지금은 LA에서 경비회사 팀장으로 있어. 경찰로 특채가 되었는데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나왔어. 그러다가 사설 경비회사에 들어갔고. 고향집에 있는데 같이 일하자고 연락이 왔더라고.”
그러면서 자신의 일이나 넬리 킴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 결국 김세인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슈퍼리치가 혈육을 찾았다면 위험할 수도 있겠군. 다들 막대한 재산의 일부라도 받을까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그렇지. 그래서 한국에서 경호원만 8명이나 고용했지. 나도 근접경호원 겸 수행원으로 따라왔고. 물론 나한테 기대하는 역할도 있고….”
구체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말끝을 흐렸다. 무슨 의미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생각하여 얼버무렸다.
“네가 원하는 것은 사령부의 레예스 준장님이나 크리스틴 소장님을 연결해 달라는 말이지? 일종의 바람막이가 필요하니?”
“그분들에게도 그리 손해는 아닐 거야. 넬리 킴 회장님이 활동적이지는 않지만 인맥도 좋은 편이야. 캘리포니아 출신 중요한 정치인은 대부분 다 알고 있는 편이고.”
“알았다. 말은 전해보는데 장담은 못하겠다. 대사관 쪽은?”
“거기도 차차 연락을 해봐야지. 후배 하나가 무관으로 근무 중이라던데 약속 잡고 만나야지.”
“샘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알았다. 그러면 언제까지 한국에 있을 예정이야?”
“한 2년 생각하고 있지. 2년 후에 미국으로 건너간다고 하니. 아직 대학생이야. 병역은 마쳤다고 하고.”
“애는 어때? 제법 괜찮은 성격이라 같이 온 것도 같은데.”
“착하다고 해야 하나. 한국인 특유의 가족애도 강한 편이고. 운동도 꽤나 하는 편이야. 같이 대련을 해도 만만치 않고.”
“하여간 너도 운동 중독은 여전하구나. 그럴 힘으로 여자나 만나 결혼이나 하지. 괜히 이상한 오해나 받고.”
군에 있으면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여자에 관심이 없으면 동성애자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 사실 그런 이슈에 민감한 것이 군대이기도 했다.
“한국에 있으니 자주 보자. 나도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연락할 수도 있고. 이제 훌훌 털고 활동도 해.”
“그래야지. 너도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하고.”
로든은 자신의 돈은 아니지만 넉넉한 활동자금이 있으니 그런 말도 할 수가 있었다.
허버트 그렘린 주한 미국대사는 사흘 전에 한국을 방문한 하워드 레지턴스 하원의원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고 있었다.
당면한 한미 양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군수업체와 농산물 수출업체의 로비를 받아 외유를 겸해 방문한 것을 알지만 하원 동아시아담당 소위원회의 이름으로 방문한 것이니 만날 수밖에 없었다.
“동아시아 안보상황을 점검하고 우리 미국이 한국의 안보와 식량의 수급에 기여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간 정부나 의회지도자, 민간 업자들을 두루 만나면서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업체의 이익이 미국의 국익을 도모하는 것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천생 정치인이 아닐 수가 없었다.
“미국과 한국의 우호를 증진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의회도 동조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것입니다.”
허버트 그렘린 대사도 새롭게 민주당의 신성으로 부각하는 레지턴스 의원과 척을 질 이유는 없기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으로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우리의 군수물자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입니다. 이번에 돌아보면서 지속적인 수요자 관리를 통해 시장의 저변을 확대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대사관이나 주한 미군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체적인 개발노력, 다른 국가의 덤핑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허버트 그렘린 대사도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말을 했다. 여기서 더 한국을 압박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었다.
“그거야 잘 알지요. 어쨌든 잘 될 것이라 봅니다.”
그렇게 말하고 잠시 식사하는데 열중했다. 서로 형식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으려니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참, 대사님은 넬리 킴 회장을 아십니까?”
“그분이야 알죠. 더구나 한국계라 부임할 때 그분에 대해 브리핑을 받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그분이 친척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간 것으로 압니다. 워낙 은밀히 움직인 덕분에 돌아간 다음에야 그 사실을 알았지만요.”
“오는 길에 그 조카손자를 봤습니다. 얼마 전에 특례조치를 통해 영주권을 획득했다고 하더군요. 이후 시민권도 획득할 예정이라 합니다. 대사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으면 합니다.”
“그래요? 영사과와 영사관에 일러 잘 캐어하도록 하지요.”
“넬리 킴 회장님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우리 민주당을 후원하는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같이 동행한 로든에 대하여도 언급을 했다. 웨스트포인트 출신이고 참전용사인 것과 전역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그가 담당자로 왔다는 사실까지 전했다.
“그를 보낸 것은 대사관과 주한 미군이 그를 보호하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라 봅니다.”
하워드 레지턴스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나중에 생색을 내기 위해서임을 알지만 굳이 문제가 될 일도 아니었다. 외교관 본연의 임무와 연관이 있기도 했다.
“한국이 민주화가 되었지만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의 이니셔티브가 강한 것은 사실이죠. 그들이 귀찮게 하면 골치 아프기도 하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죠.”
“그리고 이번에 스탠리투자은행에서 넬리 킴 회장이 보유했던 SC T&T란 회사의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대표 패션기업이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그 말에 하워드 그렘린 대사는 얼굴을 찡그렸다.
“M&A입니까? 그러면 잡음이 생길 수도 있겠군요. 그 여파가 한국까지 미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보좌관의 말로는 넬리 킴 회장이 20여 년 전에 총격을 받아 혼수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SC T&T의 에렌 허벌린 회장이 조금 과격한 면이 있습니다.”
알면서도 뚜렷한 물증이 없기에 그냥 모르는 척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방식으로 일을 벌일 수도 있었다. 살인교사를 해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정보보고를 하여 문제의 소지를 없애도록 하지요.”
허버트 그렘린 대사도 그런 사고가 터지면 문제이기에 정보기관을 동원하여 테러를 기도하는 자를 살피기로 했다.
김세인은 책상에 앉아서 연습장에 적어놓은 향후 일정을 살피고 있었다. 마침 로든도 약속이 있다고 외출을 한 상황이라 집안에는 경호원들만 있었다.
‘뭐가 문제야?’
노트에 뭔가를 끼적거리면서 한동안 앉아있자 인공지능 수지가 말을 붙여 왔다.
‘당면한 문제야 에스퍼를 어떻게 빨리 모을까 하는 것이지. 그 외에 에렌 허벌린과 소냑이라는 자의 준동이고.’
‘그리 문제도 아니지 않아?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에스퍼만 적당히 모아도 될 것 같은데. 그건 LA 공항과 인천 공항에서 확인한 사실이잖아. 그리고 저들이 준동하는 순간 바로 정리할 수도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어.’
에스퍼는 생명체가 많은 지역에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생명체 내부의 기운이 아니라 생명체가 내뿜는 기운에 에스퍼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혹시라도 생명체에서 강제로 흡수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각 생명체가 보유한 에스퍼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고 에스퍼도 천차만별의 특성을 가진 상황이라 독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생명체가 내뿜어놓은 에스퍼만 활용이 가능했다.
‘별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네. 하긴 너라면 그런 것이야 바로 정리가 가능하겠지. 그들의 동태를 전부 확인 가능하지?’
‘그렇다. 이미 그들의 에스퍼 특색을 파악하여 색인을 해놓았다. 네 주변 인물도 색인을 하여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 감시 중이니 걱정할 것 없다. 거기다 휴먼해킹을 통해 어떤 행동을 할지 파악하여 대응을 하고 있으니.’
‘그리고 일본 지진 문제는 어떻지?’
‘어느 정도 윤곽은 나왔지. 아직도 변동 상황이 많고’
‘결과는 나왔어?’
그러자 몇 장의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지각의 움직임을 예측해 놓은 것들이었다. 뇌리에 선명하게 떠올랐고 마지막에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지도를 보여주었다. 그 지도에는 예상되는 지진의 각종 정보를 담고 있었다.
‘좀 더 자세한 것이 나왔어. 날짜는 3월 11일로 정오로 예상이 되고 위치는 바로 지도에 표시된 지점이야. 발생이 예상되는 해일은 최대 12~16m로 진앙에서 멀어지면 점점 약해지겠지. 그리고 해일이 발생할 경우에 지표면을 타고 올라갈 위치가 보일거야. 대략 해안에서 최대 15km 정도, 표고 25~35m 정도까지 지표면을 타고 올라갈 거야. 파란색은 최소 침수구역, 녹색은 최대 침수구역이야.’
‘뭔가 문제되는 것이 있어?’
‘있지. 여기에 원자력발전소가 있어. 만일에 물에 잠기면 고장이 날 수가 있지. 원자로는 어지간해서는 멈추지 않아. 그러면 어떻게 될까? 각종 통제장치가 제 기능을 못하면 원자폭탄이 되어 폭발할 수 있고 그러면 엄청난 방사능이 유출될 거야.’
말을 하면서 파란색 구간으로 표시된 한곳을 표시했다.
‘방파제가 있는데 높이가 10m 정도에 불과해서 해일이 발생하면 범람해. 결국 원자력발전소 전부가 침수될 거야. 거기다 방파제 형상에도 문제가 되어. 해일은 지표면을 타고 흐르는데, 그걸 예방하려면 상단에 방지 턱이 필요한데 그런 것도 없고.’
그러면서 방파제의 일반적인 형상을 보여주면서 윗부분이 경사진 형상을 보여주었다. 해일을 막기 용이한 방파제의 형상, 상단에 턱이 있는 모양도 보여주었다.
‘윗부분이 튀어나오면 방파제 내구성에 문제가 있기에 이런 모양을 만드는데 강한 해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제 기능을 못한다. 이런 모습이라면 해일이 방지 턱을 넘지 못해 차단되지.’
‘이번 지진, 해일로 얼마나 피해가 발생할 것 같아?’
‘2~3만 명은 해일로 죽는다고 봐야지.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 노출인데 여기 빨갛게 칠한 곳이 사람이 살지 못할 지역이 될 것 같아.’
후쿠시마 현의 절반과 인접한 이바라키 현의 북부 산간지방이 빨갛게 칠해졌다. 그보다 훨씬 넓은 지역은 노랗게 채색을 했다. 그런 것에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노란색 지역도 방사능오염으로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을 말해도 믿어줄 사람이 없겠지.’
‘당연히 헛소리라고 일축하겠지. 지구의 문명수준으로 파악이 불가능하고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으니.’
‘그러면 할 수 있는 것이 없겠네. 남의 불행을 틈타 이득을 도모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지만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돈 벌 방법을 알면서도 그냥 있는 것은 바보지.’
그러면서 수지가 조사한 여러 가지 방도에 대해 설명했다. 김세인이 모르던 것까지 이야기를 했다. 싱가포르나 홍콩에 투자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런 것까지 설명했다.
‘한국은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거야?’
‘당장 그 지진으로 발생할 피해는 없어. 일본열도가 방파제역할을 해주니. 하지만 방사능 노출이 발생한다면 지속적으로 그 영향을 받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도 바람의 영향으로 당분간 큰 문제는 없어. 해양의 오염도 그렇게 영향이 크지 않은 편이고.’
‘혹시 네가 방사능을 제거할 수는 없어?’
‘오염된 지역의 방사능을 제거할 수는 있지. 에스퍼를 이용하여 마도 공학적 처치를 하면 되니까. 물론 방사능이 분출되는 폐원자로도 제거할 수도 있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내 존재가 드러날 수 있지. 설사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도 존재 자체를 의심받을 수도 있어. 그리고 그런 일은 당장 할 수는 없어.’
‘그것도 내 자격이 문제야?’
‘그래. 최소한 네가 정식 승무원은 되어야 해. 아니 B급 관리자 등급은 되어야 정리가 가능하지.’
‘빨리 에스퍼를 모으고 SP까지 올려야지. 그러면 가능해?’
‘그렇기야 하지만 세인은 우주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잖아. 그러니 승격을 해도 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지. 실제 우주선을 이용하여 이 행성을 지배할 생각도 없으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지구의 지배자가 되어도 골치만 아프지. 당장 우주에 진출할 능력도 없고. 굳이 지구를 C2 단계의 문명으로 발전시킬 이유도 없는 일이고.’
김세인은 고모할머니의 재산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인데 굳이 지구를 지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재산을 잘 지키면서 적당히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