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20
김세인은 대변자의 역할도 어느 정도 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일처럼 입장을 설명했다. 수지와 이스라엘의 일에 개입하지 않기로 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다른 세력이 이스라엘을 귀찮게 만들 것이기에 따로 행동할 이유는 없었다.
“이번에 중동 평화회의를 추가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시리아와 리비아도 참여했으면 합니다. 시리아의 협조가 없이는 혼란은 계속될 거라 봅니다.”
“그 부분은 시리아에 직접 설명하는 게 나을 겁니다. 제가 관여하거나 뭐라 언급할 내용이 아니군요.”
김세인은 중동 문제는 자신이 관여할 분야가 아니라고 손을 뗐다. 이스라엘이 변하지 않는 이상 답이 없는 일이었다. 사실 이스라엘이 변하는 건 한계가 있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지 않는 이상 해결이 불가능했다. 존재 자체가 문제 였다.
“김세인 회장님이 나서서 정리해 줄 수는 없습니까?”
이미 시리아에도 협상을 제안했지만, 굳이 시리아 외의 일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면서 개입 자체를 거부한 상황이었다. 자신들만 피해를 보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져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오불관언 태도였으니 미국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냥 두면 어떨까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약점을 보인 이스라엘인데 이슬람 급진세력과 각종 테러단체에서 무차별 공격을 진행 중입니다. 결국 이스라엘은 생존을 위해 강경하게 대응 중이고 그런 행동 때문에 악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양민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고 그건 이스라엘의 파멸로 이어질 겁니다.”
김세인은 브레진스키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어느 한쪽의 정의는 반대편을 말살해야 달성이 되는데 그 한쪽만 편을 들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공존이라는 것은 정의의 포기이니 강요할 수도 없었다. 그건 해결책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의 파멸이 문제가 되나요?”
김세인은 슬쩍 그렇게 물었다. 그건 또 다른 참혹한 사태일 수가 있지만 중동의 평화만을 생각하면 죄상의 해결책일 수도 있었다. 물론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 용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스라엘의 건국이 문제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건국이 필요한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사라진다면 새로운 십자군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김세인은 그런 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현상 유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이 교차하는 곳에서 성지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임무는 어느 정도 필요했다. 하지만 김세인은 그렇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김준민 당선자는 이장권 대통령을 만나고 있었다. 당선된지 한 달이 지났고 취임식이 한 달 조금 더 남은 상황이었다. 그간 인수위원회에서 진행한 일들을 점검하고 당선자가 대통령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유태승 의원이 이끄는 취임사절단이 잘 도착했는지 걱정입니다. 가서 소기의 성과를 내야 할 텐데,”
김준민 당선자의 요구에 따라 취임식에 보낼 사절단도 차기 정부 총리 후보자인 유태승 의원을 임명했다. 미국과의 외교가 중요하기에 지금이라도 어떤 라인을 만들어 두어야 했다.
“사절단이 잠시라도 라파예트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쪽에서 시간을 할애해주지를 않으니. 더구나 2기 내각마저 구성되는 상황이라 차기 국무장관에 내정된 브레진스키 안보보좌관의 면담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김준민 당선자에게 대부분의 정부부서 지휘권마저 넘긴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김준민 당선자가 이미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실정이고 이장권 대통령은 김준민 당선자가 원하는 대로 결재를 해주고 있었다.
“모든 나라가 사절단을 보내는 상황이니 만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초강대국도 아닌 상황이니 실무자들이 교섭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국제사회도 국가 간의 서열이 엄존하는 상황이고 국격에 따라 대우가 달라집니다.”
이장권 대통령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홀대받는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주요 강대국 몇 나라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가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었다.
더구나 10위에서 20위권 안에 드는 나라의 지도자들이 더욱 그런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이었다.
“외무부와 주미대사관에서 지원해주지 않습니까?”
“그쪽은 물론이고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서까지 이야기하는데도 돌아오는 대답은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만 합니다. 심지어 북한 사절단은 거꾸로 챙겨주는데 말입니다. 거기는 유엔대사를 통해 초청장을 보냈다 합니다.”
김준민 당선자가 푸념했다. 북한 사절단은 뉴스에 나올 정도로 환대하면서 한국 사절단은 홀대하고 있었다. 취임 이후에 대통령의 방미나 미국 대통령의 방한 등의 정상외교 일정과 당면 현안의 논의가 필요한데 제대로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 결정은 핵심 특근이나 대통령 본인의 결단이 필요하기에 고위급을 만나거나 대통령을 만나서 설득해야 했다.
“취임 이후의 정상외교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문제입니다. 이미 일본이나 유럽은 일정을 잡았다는 말도 들립니다.”
차기 정부의 일이니 당선자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런 일은 이장권 대통령이 나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쉽지 않습니다. 미국과의 협상에 모두가 목을 매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더구나 중국이나 일본의 눈치마저 봐야 하니. 그나마 지금은 좀 나은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의 위상이 많이 향상된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훨씬 여유롭다고 이야기했다. 얼마 전까지 중국 때문에 상당히 골치가 아팠었다.
“그런데 혹시 김세인 회장이나 넬리 킴 회장에게 연락은 했습니까? 협조를 부탁하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당히 유리해집니다. 일성 그룹도 A사와의 특허분쟁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 정부도 협조를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세인과 넬리 킴이 한국에 도움을 준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외교는 정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영역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받는 것도 필요함을 역설했다.
“굳이 그의 도움이 필요합니까? 저번에 봤을 때 보니 아직 어린애에 불과한 느낌인데 말입니다. 워낙 조심해야 한다고 해시 참았지만,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김준민 당선자는 대놓고 김세인에게 적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뭔가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지 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김세인 회장이 맘에 들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인데 그가 한국인인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가 없다면 한국의 꼴이 어떨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물론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기에 단정하기도 그렇지만요.”
이장권 대통령은 김세인의 존재가 한국에 커다란 득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김준민은 김세인을 어떻게든 깔아뭉개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마찰이 생긴 이후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더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었다.
“하지만 그 혼자 북한과 관련된 이권을 독식하려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나중에, 남북통일이 된 후에 문제가 클 겁니다. 지금도 재벌이 모든 부를 독식해서 문제인데요.”
“하나 더 생긴다고 해서 문제인가요? 오히려 지금의 다섯에 하나 더해 여섯이 되면 분산되는 면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도 다섯이 절반을 차지한 상황인데 그들이 북한마저 차지하면 부의 편중이 더 심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장권 대통령은 김준민 당선자가 너무 편향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지적했다. 정치 선배라고 훈수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아 매사를 그냥 넘어가지만 그대로 두면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기에 결국 한소리를 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슨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데, 얼마 전 선거 때만 해도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를 없애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던 사람이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다니!”
이장권 대통령의 탄식에 김준민 당선자는 머쓱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의 행위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김세인의 태도에 대한 반감에 불과했기 때문이었고 선거를 지원해준 재벌그룹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장권 대통령이나 김준민이나 정치를 오래 한 사람들이기에 상대를 너무나 잘 알았다. 그렇기에 그 꼬인 속을 잘 알았다.
브레진스키와 회담을 마친 후에 라파예트 대통령과 브레진스키 장관의 조언자인 솔라식 박사란 인물을 만나기도 했다. 브레진스키와 답도 없는 문제를 논의한 상황이라 머리가 아팠지만 마침 궁금하던 참이기도 해서 따로 만나기 로 했 다.
“미래학자로 이름이 높은 솔라식 박사님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박사님이 쓴 ‘제국의 흥망’과 ‘미래산업의 변화’를 아주 흥미롭게 봤습니다.”
김세인은 솔라식 박사를 만나자 뭔가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한국의 무당을 만났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그건 전에 경험해 봤기에 알 수 있었다.
김세인이 대학에 입학한 후에 친구와 같이 꽤 용하다는 무속인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온 점괘가 상당히 좋지 않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죽자 그 말을 무시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요즘 국제무대에서 크게 활약하는 세인 킴 회장을 만나다니 영광이군요. 앞으로 세계의 운명을 좌우할 분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과대하게 평가한 겁니다. 그저 저야 운이 좋게 돈 많은 집안 어른을 만난 행운아에 불과합니다.”
김세인은 말을 하면서 상대의 몸에서 움직이는 에스퍼를 감지하려고 했다. 솔라식 박사의 경우 에스퍼의 움직임이 달랐고 그 흐름도 일반인보다 훨씬 강렬했다.
“그건 아닌 것 같군요. 직접 만나보니 더 확실해졌습니다. 제가 미래를 예측할 때 데이터 분석도 하지만 직감에 의한 미래 예지도 합니다. 그 직감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남쪽을 바라보고 있군요. 거길 정복하려는 건가요?”
김세인은 헛소리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무시할 수도 없었다. 분명 점쟁이나 무당이 사기꾼인 경우가 많지만 진짜로 그런 능력을 가진 자도 있기 때문이었다. 솔라식 박사는 진짜일 가능성이 컸다. 그 느낌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무당이나 점쟁이일 가능성이 커. 그런 초자연적인 현상은 하이퍼 제국에서도 존재했어.’
수지가 개입하여 가짜가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미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건 전에 황금 뱀을 언급하는 장면을 보면서 짐작했던 사안이었다. 김세인과 수지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알지만, 그자는 지켜보지 않고 예지하고 있으니 그 자체로 대단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지금 시대에 정복이라니? 물론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중남미 시장이 매력적일 수 있지만, 거기는 영업할 환경이 아니라서 진출할 수 없습니다.”
김세인과 직접 연관된 기업이 진출한 것은 아니었다.
“제가 말하는 건 김세인 회장님의 영향력을 말하는 겁니다. 암중에 발휘하는 영향력이 막강하지 않습니까? 세칭 ‘사막의 암류’라고 하는 조직이 김세인 회장의 통제하에 있지 않습니까? 지금 그들이 슈퍼볼을 앞세워서 중남미의 범 죄조직을 사실상 초토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너무 심한 억측이 아니요? 나는 그들과 거래하는 정도이지 그들의 정체도 모르는 실정이요. 그런 말을 하는 건 나에 대한 음해일 수 있습니다.”
김세인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예지나 직감으로 움직이는 자들에게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그렇기에 헛소리로 치부하면 그만이었다. 사실일지라도 ‘카산드라의 예언’으로 만들면 그만이었다.
“굳이 어디 가서 그런 사실을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미래를 엿보는 자로서 조금 걱정이 되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지만 나선 것은 한 가지를 부탁하기 위해서 입니다.”
“점점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요. 저는 박사님을 과학자로 알았는데 허무맹랑한 소리나 하는 점성술사인 것 같습니다.”
“둘 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문명을 도입하는 건 좋지만, 그로 인해 도태될 자들,특히 기득권자들을 포용했으면 합니다. 그런 자들의 행태야 문제지만 그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중심입니다. 조금 나쁜 놈일지라도 살길을 열어 주기를 부탁드립 니다. 그들도 존재할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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