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3
23. 한국에서 빌드업 (3)
김세인은 복학원 제출기간이 도래했기에 학교에 갔다. 복학원을 제출하자 담당 직원이 새로운 사실을 말했다.
“2년 전에 학칙이 바뀌어서 반드시 부전공을 신청해야 합니다. 원래 1학년 마치고 신청해야 하는데 기존 재학생에 한하여 2학년을 마친 후에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3학년을 마쳤다면 해당이 되지 않지만 2학년만 마쳤기에 이수해야 합니다.”
“반드시 부전공을 신청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네. 어쩔 수가 없어요. 일단 공대의 경우에는 TO가 빈 곳만 신청이 가능한데 대부분 미달이라 신청만 하면 가능해요. 자연대학 쪽은, 타 대학 출신은 심사를 거쳐야 하고요.”
뭔가 책자를 보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건성건성 보면서 설명하는 것을 보면 그 내용은 이미 숙지한 것 같았다.
“생명과학대, 옛날 농생대는 이공계는 신청만 하면 되고. 반면 인문·사회 계열 학과의 경우에, 공대생의 경우 TO가 적어서 별도의 심사를 거쳐야 해요. 그리고 경영학의 경우에는 TO를 정하지 않아 원하기만 하면 이수가 가능하고요. 그 때문에 경영학과 학생보다 4배나 많은 520명이 부전공이고요.”
부전공 신청서류를 건네면서 빠르게 설명을 했다. 반면에 음대나 미대는 실기 평가를 먼저 접수하여 통과해야 부전공을 신청할 자격이 주어지기에 해당 상황이 없었다. 그렇기에 실질적으로는 같은 대학 내에서만 부전공이 가능했다.
“그러면 경영학으로 해요.”
그렇지 않아도 경영학과의 과목을 수강하려던 참이었는데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경영학을 선택했다. 미국에서 경영에 관련된 서적도 몇 권 읽었는데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학과장님이나 공대 사무실에서는 부전공 접수할 때 공대 학과 쪽으로 유도하라고 하는데 또 한 소리 나오겠네요.”
담당 직원이 경영대로 몰려 부전공 미달이 났다는 말을 했다. 부전공 의무화가 되기 전에는 경영대에서 심사를 하여 허용을 했는데 지금은 그 과정이 없어져서 쏠림 현상이 심했다.
사실 취업률을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경영학 부전공을 늘렸는데 대학 본부나 경영대에서는 좋아하지만 각 과에서는 싫어하여 매년 논란이 되고 있는 사실도 언급했다. 하지만 수요가 많으니 어쩔 수 없었다.
“복학원은 지금 처리가 되었고 등록기간이 되면 고지서가 발송될 거예요. 물론 등록한 연락처로 메시지도 갈 거예요. 부전공은 신청이 되었고 경영학과에서 내일까지 처리할 거예요.”
내용을 외우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줄줄 설명을 했다.
“수강신청은 부전공이 처리되어야 우선코드가 부여되니 처리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안 되었으면 반드시 저한테 연락하고요. 경영학 과목은 일반선택 수강생도 많아 우선코드 없으면 수강신청이 어려울 수도 있어요. 부전공 과목도 전부 이수 못하면 졸업 못해요.”
등록도 하기 전에 수강신청을 한다니 이상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하니 그러려니 했다. 휴학하기 전에도 그랬던 것 같았다.
“수강생이 없으면 폐강을 해야 하기에 어쩔 수가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요.”
“알았어요. 이제 따로 조치할 것은 없죠?”
“수강신청 기간에 수강신청하고 등록기간에 등록하면 되어요. 그리고 수강신청 기간에 못하면 학기 시작하고 수강신청 정정기간에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때 못하면 정원이 초과된 과목은 수강이 불가능하니 그렇게 알고요. 그리고 정원이 초과되었던 과목도 우선코드 신청기간이 지나면, 3일차부터 전공생 결원에 한해 추가로 신청이 가능하니 그 때를 노려요.”
“그건 알고 있어요.”
“복학생은 자세히 말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모르더라고요. 나중에 와서 그런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따지기도 하고요.”
신입생은 안내장이나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그런 사실을 다 공지하는데 복학생은 잘 몰라서 헤매기에 하나하나 알려줘야 했다. 사전에 복학원을 내야 하는 것도 몰라 개학이 임박하여 찾아와서 허겁지겁 추가등록 절차를 밟는다고 푸념했다.
장학금 관련하여 언급도 했지만 김세인은 어떤 것도 해당이 되지 않아 설명을 건너뛰었다. 그나마 해당이 된다면 성적장학금인데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월등한 것은 아니었다.
복학원을 제출하고 학교에 온 김에 친구들을 볼까 했지만 막상 다들 일이 바빠 시간을 내지 못했다.
이민환은 대학원 입시에 실패하여 병역특례 업체에 취업을 해서 신입사원 연수를 갔고 류현석은 대학원에 합격했는데 교수연구실에서 산학협동과제를 하느라 천안의 한 업체에 파견을 나가 있었다.
이선우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미국에 가기 전에 있었던 좋지 않은 일이 생각나서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괜히 먼저 전화를 해서 귀찮은 상황을 초래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보이지 않더니 살아있었네.”
공학관 건물에서 나오는데 머피의 법칙인지 가장 보기 싫은 녀석이 아는 척을 하면서 다가왔다. 만나기만 하면 깝죽대는 황지원이었다. 역시 말하는 것부터 거슬렸다.
“너는 무슨 일인데?”
“본부에 서류 떼러 왔다가 강은호 교수님 좀 보러 왔지. 내가 말이야 여기 대학원도 합격했지만 한국대 대학원도 합격해서 거기 등록하기로 했어. 마침 등록서류가 필요해서.”
뻐기는 얼굴로 자랑을 했다. 전에 떨어지라고 악담을 했는데 합격했다니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유심히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이 다니는 성한대도 좋은 대학이지만 한국대만 못했다. 그러니 둘 다 합격했다면 한국대에 등록하는 것이 당연했다.
“어쨌든 축하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축하하고 싶은 생각보다 앞으로 꼴 보기 싫은 녀석을 더 이상 안 봐도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말을 하면서도 떨떠름한 생각이 들었고 약간의 패배감도 느껴졌다.
“복학 신청하려고 왔나 보네.”
“그래. 다음 학기 등록할 예정이라.”
“야, 언제 졸업 하냐? 앞으로 2년은 다녀야 할 텐데. 너 대학원에 들어올 때쯤이면 나는 석·박사통합과정 3년차가 되었을 것인데. 그냥 여기 남아 전공 교수님들 조교라도 할까? 그러면 리포트 평가를 하느라 귀찮겠지.”
마치 전역을 앞둔 병장이 신병에게 말하는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조금 가소롭기도 했지만 실랑이를 하기 싫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만나서 반갑고 나중에 기회 되면 보자. 차가 와서 갈게.”
그렇게 말하고 막 도착한 국산 대형 승용차에 올랐고 조금 거리를 두고 경호하던 두 명의 경호원도 차량에 탑승했다. 한 명은 김세인이 탔던 승용차에 탔고 한 명은 앞에 있던 경호원 전용 밴에 탑승했다.
그런 모습에 황지원은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김세인은 달리 설명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황지원에게 의외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뭔가 있는 것처럼 과시하는 것 같아 조금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 평소 못마땅하던 사람이기도 했다.
아울러 그가 어떤 소문을 낼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뭔가 이상한 장면을 봤기에 친구들에게 말을 할 것인데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그만의 견해를 첨가하여 왜곡할 것이 뻔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다. 황지원을 만날 것을 예상했다면 국산차가 아닌 비싼 외제차를 타고 왔을 것이고 그러면 더 효과가 컸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황지원은 정체를 감추고 있지만 재계서열 5위에 올라있는 SG그룹의 방계였다. 그의 할머니가 SG그룹 창업주인 박광연의 차녀인 박금희였다. 박광연이 죽으면서 계열분리를 하여 GH그룹으로 갈라섰지만 범 SG그룹의 일각을 이루고 있었다.
GH그룹은 황지원의 아버지인 황성후가 그룹회장이었다. 황지원은 황성후 회장의 차남으로 형인 황지택과 암중에서 경쟁을 하고 있었다. 공부는 잘 하지만 재벌가 사람이라 그런지 오만한 성격 때문에 몇몇 학과 사람들과 관계가 좋지 못했다.
특히 자신보다 잘 난 것도 없는데 뻣뻣하게 행동하는 자들을 보면 어떻게든 기를 죽여 놓으려고 하다 보니 싸가지가 없다는 평판을 얻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학 1,2학년 때 김세인과 자주 부딪쳤다.
황지원은 김세인이 자신의 성취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이 항상 거슬렸고 그걸 맘에 담고 있어서 그런지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놓고 적대할 수는 없기에 교묘하게 꼬아서 말을 했는데 그런 것은 귀신처럼 파악하고 매번 반격을 했다.
“하여간 밥맛없는 놈이야.”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보면서 한 마디를 했다. 그러다가 방금 봤던 장면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옆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두 사람이 서 있었고 그들이 김세인을 따라서 차에 탔던 장면이 떠올랐다.
“뭐야? 감시를 받는 거야? 뭔가 이상한데? 깎두기들처럼 옷도 정장이고. 사채업자들에게 끌려 다니는 건가?”
할머니의 집안이 SG그룹으로 유명하지만 본가도 나름 전통이 있는 집안이었다. 바로 증조부 때부터 사채업으로 꽤나 많은 돈을 굴리던 집안이고 그렇기에 할아버지가 SG그룹의 차녀와 혼인을 할 수 있었다.
할머니가 SG유통을 경영하는 동안에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사채업을 했고 그 덕분에 계열분리를 할 때도 문제가 없었다. 지금도 암중에서 기업오너를 상대로 거액의 사채를 운용했다.
그러니 황지원이 바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사채였다. 고액을 빌려간 자들의 경우에 그렇게 감시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결국 잘난 척은 다 하더니 업자한테 꽁지 잡혀 사는 거야?”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라 생각하기보다, 사실 대학생이 운전수 딸린 차에 경호원을 거느릴 것이라 생각할 수는 없기에 결국은 거액의 사채를 갚지 못한 채무자라 단정했다.
“결국 얼마 전에 부모가 죽었다던데 그 빚을 물려받은 건가? 병신같이 상속포기도 못하고 꼴좋다.”
그렇게 생각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김세인을 알고 있는 사람, 학교 동기나 선후배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물론 인성을 드러낼 수는 없기에 최대한 안타까운 기색으로 절제된 행동을 보였지만 그 의도는 망신을 주고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황지원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은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모두 다 알고 있었다.
김세인은 인공지능 수지가 전하는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황지원의 적대적인 분위기를 감지한 수지가 소위 ‘알아서’ 작업을 시작했고 모든 것을 다 알아냈다.
황지원도 소위 말하는 금수저라는 사실을 알자 그동안 왜 그렇게 적대적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금수저 대접도 해주지 않고 성적우수자에 대한 경외심도 보이지 않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굳이 황지원에게 알랑거릴 이유가 없어 무시했는데 그게 문제였다.
‘GH그룹, 대략 재계 40위권의 재벌가의 차남이라는 말이지.’
수지가 전해주는 내용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었다. 더구나 친가가 사채업을 했었고 주변에 그런 문화가 남아있었다.
‘친가는 명동 사채업자 집안이고 할머니는 SG그룹 창업자 박광연 회장의 딸인 박금희 회장이라는 말이지. GH그룹은 박금희 회장이 SG그룹에서 받은 회사와 사채업을 통해 형성한 친가의 자산으로 형성을 했다는 말이네.’
‘맞아. 학과에 황지원과 친한 학생들이 꽤나 되는데. 보여주는 사람이 황지원과 자주 통화를 하는 사람들이야.’
대략 60명의 과 학생 중에 10여 명이 황지원과 어울리고 있었다. 선후배까지 더하면 그 숫자가 배로 늘어났다. 전화통화한 내역과 인터넷 카페, 단톡방을 조사하자 바로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