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7
27. 우주선의 일부 능력 (2)
‘주방장이 저들의 정체를 아는 것 같아?’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것은 짐작하지만 정확한 정체나 목적은 모르는 것으로 보여. 주방장이 있을 때는 이번 일에 대하서는 말하지 않고 있어.’
‘그러면 언제 움직일까?’
‘아마도 오늘 저녁이나 내일 저녁이겠지. 낮보다 밤이 나을 것이니. 시간은 아마도 밤 12시에서 5시 사이일 것이고.’
‘저들이 움직이면 바로 알 수 있지?’
‘그거야 당연히 알 수 있어. 문제는 알더라도 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뭐라고 설명할 것인데?’
혼자는 준비를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 사실을 말하기가 곤란했다. 결국 뭔가 전조가 있어야 움직일 수가 있었다.
‘나 혼자 준비를 하여 대응하고 꿈자리가 사나워서 깼다고 말하는 정도가 고작이겠어.’
김세인은 수지의 도움을 받아도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공격이 꼭 물리적인 것만은 아니잖아. 우리 집 담을 넘는 것 자체가 공격, 나에 대한 위해 행위인 거 아냐?’
‘그건 그렇지. 그러면 담을 넘는 순간 쟤들을 처리하자는 말이야? 그건 가능해. 물론 저들로부터 연결이 되는 인간도 모두 다 처리가 가능하고. 그렇게 할까?’
‘그러면 저들을 은밀하게 제거하자. 흔적 자체를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처리한 후에 저들과 연결된 자들을 처리하면 되겠어.’
김세인은 이번 일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고 수지와 자신이 해결하기로 했다. 그것이 깨끗할 것 같았다.
‘흔적 자체를 없애는 것도 가능해. 그렇게 하려면 야간에 저들이 움직인 동선에 있는 CCTV까지 전부 삭제해야 할 거야. 아니면 아예 촬영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하던가.’
‘흔적이 남지 않도록 시신마저 처리할 수는 없는 거야?’
‘그것은 규정상 불가능해. 유기도 사실은 처리과정으로 간주하여 하는 행위이고. 매장을 하면 되나?’
결국 아직은 김세인이 임시사용자라서 선체 내부에서 처리할 수 없었다. 이번에 죽이는 방법은 유기하려는 장소의 허공으로 그들을 워프시켜 추락사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다른 자들은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에렌 허벌린의 경우 협심증이 있기에 자연사를 유도할 수 있지. 그런 방법은 유피르 제국에서도 사용하는 수법이야.’
그런 말에 김세인은 인공지능 수지와 우주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제약이 있어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단편적인 것만 말했지만 그것만으로 대단했다.
‘소냑이나 갱들은 총기를 사용할 수 있지. 저들에게 획득한 총기. 사격도 가능하니. 물론 소음은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으니 흔적이 없이 처리가 가능해.’
그런 이야기를 듣자 누구를 어디까지 응징할지 고민이 되었다. 소냑이라는 자도 고모할머니에 대한 원한을 가지고 있기에 에렌 허벌린이 죽더라도 보복을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
‘자신이 고모할머니에게 한 짓은 생각하지 않고 적대세력을 지원한 것만 기억하는 것을 보면.’
수지가 전한 내용을 보면 그런 내용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소냑이라는 자는 고모할머니 넬리 킴 회장만이 아니라 집사인 레이튼, 조카손자인 김세인까지 모조리 제거대상으로 올려놓고 있었다. 에렌 허벌린 회장의 사주가 아니라도 행동에 나설 동기가 충분한 인물이었다.
‘에렌 허벌린 회장의 처리가 문제이군.’
‘언제든 처리가 가능하니 일단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지. 그자는 레온 힐먼드와 달리 공격할 능력은 크지 않으니. 그리고 그런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 알 수 있고.’
‘그래 상황을 봐서 정리하자.’
김세인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 두려웠다. 살인 자체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하지만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마음을 다독였다.
한참 킬러 처리 문제로 고민을 하던 김세인은 전화를 받았다. 받고 보니 대학 친구인 유희원이었다. 먼저 전화를 할까 했지만 킬러의 표적이 된 상태라 참고 있었다.
“네가 경호원을 데리고 다닌다고 했는데 애들이 믿지를 않아. 황지원이 뭐라고 했는지, 참. 내가 직접 이야기를 듣고 봤다고 해도 창피하여 변명한다고 말하는 판이야.”
황지원이 낸 소문을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당장 급한 일이 아니기에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유희원이 자기 일처럼 화를 내고 있었다.
“되었어. 당장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 급할 것은 없어.”
“그렇기야 하지만. 어쨌든 애들이 너를 음해하는 것을 그냥 둘 수는 없잖아. 그런 소문이 나서 좋을 것도 없고.”
“황지원이 그런 것 한두 번도 아닌데, 뭐. 군대 간다고 하니 여자에게 차여서 충격 먹고 휴학계 낼 거라 소문낸 녀석인데.”
어느 순간 여자에게 차여 휴학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일찌감치 군대나 갔다 올 예정으로 다음 학기 휴학한다고 말했더니 그런 소문이 돌았다. 다행히 학기 중이라 바로 잡았지만 그 배후에 황지원이 존재했다.
“그보다 설날 무렵 미국 간다더니, 언제가?”
“3일 후에.”
“언제 올 거야? 명절 지나면 바로 올 거야?”
“바로 올까 했는데 개강 때까지 한국에 있을 필요 없어 2월 말, 개강 앞두고 오려고.”
“등록은 어떻게 하려고?”
“돈만 내면 되는데. 그거야 미국에서 보내도 되고.”
김세인은 유희원이 자신과 계속 만나려는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생각에 뇌리에서 지우려고 했지만 그것이 쉽지 않아 결국은 저번에 제대로 말하지 못한 화제를 꺼냈다.
“참, 저번에 말한 것 생각해 봤어?”
“뭐? 무슨 말을 했던가?”
“취직 어려우면 나랑 같이 일해보자는 거 말이야?”
자신이 고용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어 같이 일한다는 말로 돌려서 말을 했다. 본격적인 투자를 하면 심부름도 하고 시장상황을 파악해 보고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거 진짜로 말한 거였어? 농담 아니고? 뭐를 할 건데? 너는 2년 동안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일을 한다고?”
“몇 가지 있어. 내가 시간을 낼 수 없어 맡겨놓은 일도 있고. 중간에 상황을 파악해서 보고해줄 사람도 필요하고.”
“일종의 개인 비서나 경리 같은 일이야?”
“그렇지. 너야 컴퓨터 관련 일은 다 할 수 있잖아? 너도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이수했으니 그 정도는 할 것이고.”
“그렇다고 과 친구인 네 밑에서 일하는 것도 우습다.”
유희원은 여전히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서로 사귈 생각을 한다면 그런 관계는 조금 이상할 것도 같지만 오히려 더 가깝게 지낼 수도 있었다.
“뭐가 우스워? 동업하면서 남자는 사장, 여자는 부사장 하는 경우도 많잖아. 동업이 아니면 경리직원을 해주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네 밑에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취직 자리 찾다 진짜 갈 곳 없으면 모르지만.”
“알았어. 네가 생각 없다면 마는 거지. 나중에 정 갈 곳 없으면 말해. 너라면 믿고 맡길 것 같아 권한 거야.”
김세인은 거절을 당하자 아쉬워서 부언을 하고 말았다.
“혹시 재산관리 같은 일을 말하는 거야?”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다시 반응을 보였다.
“그래. 거기에 투자관련 일을 할 것인데 그런 일을 아무한테 맡길 수는 없잖아. 그런 일은 보안이 중요한데.”
“나중에 얼굴 보고 이야기 하자. 미국 잘 갔다 오고. 오면 연락하고.”
유희원은 당장 결정할 일은 아니기에 나중으로 미루었다. 거절한다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끌리는 기색이 보이기도 했다.
“가서도 심심하면 전화할게. 이번에는 로밍을 해놓았으니.”
“그러던지.”
김세인은 가기 전에 만날까도 했지만 당장 킬러가 주변을 맴도는 상황에 만나는 것은 보류했다. 그 전에 처리할 수 있다면 잠시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김세인은 자다가 알람이 울려 잠에서 깼다. 수지에게 혹시라도 저들이 움직이면 깨워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어떻게 할 여지는 없지만 그래도 상황을 지켜보고 싶었다.
세 사람이 여관이 아닌 주방장이 사는 빌라에서 나왔다. 멕시코음식 전문점 뒤편 주택가에 있는 빌라인데 그곳을 그들의 아지트로 삼은 것 같았다.
김세인은 시간을 알고 싶어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살폈고 새벽 4시인 것을 알았다. 다들 깊이 잠든 시간이었다. 도둑이나 암살자 같은 밤손님이 가장 움직이기 좋은 시간이었다.
그들은 집에서 나와 이동을 했다. 가장 가까운 경로가 아닌 꽤나 빙빙 돌아서 이동을 했다.
‘저들은 최대한 경찰이 설치한 감시카메라를 피하고 있어. 저렇게 해도 주차된 차량마다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기에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조치를 취했기에 촬영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야.’
‘저들이 실종되어도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다는 말이지?’
저들이 집으로 왔던 흔적이 남으면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 있기에 아예 그런 흔적을 지워 문제의 소지 자체를 없앴다.
‘그래. 대략 3분 후면 집안에 들어올 거야.’
그러면서 킬러가 어떻게 침투할지 보여주었다. 바로 옆집의 담으로 올라와서 담을 타고 이동하여 김세인의 집안으로 들어오는 경로였다. 물론 집안에서 보는 감시카메라에 일부 잡히겠지만 어두워서 식별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화면을 집중해서 보고 있어도 잘 판별이 되지 않을 위치였다.
‘옆집 담장과 연결되어 있어 그런 방법으로 이동할 수가 있어. 물론 일반인이라면 추락할 위험이 있지만 훈련된 킬러들이라면 가능할 거야. 답사할 때 저들이 저곳을 유심히 살피기도 했고.’
‘집안에 들어온 자만 처리할 수 있는 거야?’
‘전에 말했듯이 전장에 있는 자들은 모두 처리가 가능해. 같이 움직인 이상 같은 무리이니 밖에 있어도 처리가 가능하지.’
마침내 수지가 지적한 곳에 당도하여 담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담장위에 올라서더니 빠르고 신속하게 담장 위에 있는 방범 창날을 잡고 게걸음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략 5m 정도 이동하여 두 집의 경계에 다다랐고 마침내 집안으로 소리 없이 들어왔다. 그 순간 바닥에 내려선 자가 사라졌고 담으로 올라서던 자와 밖에 있던 자도 사라졌다.
‘여기로 보냈어.’
순간 장면이 전환이 되었고 지도가 표시되었다. 지도는 도봉산의 한 지점이었다. 등산로에서 꽤나 떨어진 한적한 곳으로 쉽게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점이었다.
수지가 그곳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셋이 한 지점에 떨어져 있었다. 그것도 비스듬한 절벽 바위에 떨어졌다 바닥으로 구른 상황이었다. 절벽아래 세 사람이 널브러져 있었다.
‘생명반응이 사라졌어. 15m 상공에서 떨어질 때 머리가 아래로 향했고 두개골 파열이 일어난 것 같아. 나중에 발견되어도 벼랑에 올라갔다 떨어진 것으로 보일 거야.’
김세인은 사람이 죽었다는 생각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 장면을 설명해도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패닉으로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나 충격이 컸다.
수지가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듯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 모습에 수지가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살인을 했다는 생각에 김세인은 두려움과 죄책감이 몰려왔는데 수지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그런 모습에 다소 이질감이 느껴졌다.
‘걱정하지 마. 지구의 과학수준으로는 너와의 연관성은 찾기 어려울 거야. 아무것도 알아차릴 수 없어.’
김세인은 수지의 말에 그나마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지는 김세인이 들킬까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살인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잘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동안 마음을 졸이게 했던 킬러들이 너무나 쉽게 처리되자 그동안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렇게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허탈했다.
‘에렌 허벌린과 소냑, 레온 힐먼드를 포함하여 이번 일에 연관이 있는 자들을 제거할 수 있는데 어디까지 처리할까?’
수지의 말이 끝난 후 상단의 몇 사람을 제외하고 생전 이름도 듣지 못했던 자들의 명단이 주르르 올라오기 시작했다.
김세인이 의문을 가지자 킬러를 보내는데 무슨 역할을 했는지 설명까지 보여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수지는 참 대단한 인공지능이었다.
리스트에 들어간 인물을 선정한 기준은 김세인을 공격하는데 참여한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여부였다. 일례로 근처 멕시코음식 전문점의 주방장은 7위에 랭크가 되어 있었다.
‘다 정리하는 것은 의미 없고 몇 사람만 정리하자. 일단 가장 먼저 정리할 인물은 소냑, 레온 힐먼드가 좋을 것 같아. 그를 흔적도 없이 제거하자.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항상 총을 지참하고 있는 자이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그 총으로 사살하는 것이 어떨까? 그러면 전문 킬러나 내부자의 소행으로 생각할 것인데.’
수지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그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두려움이나 죄책감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기계적으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