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36
36. 투자 성공 (7)
“김세인입니다. 과 친구인데 군대를 먼저 갔다 와서 이제 3학년으로 복학할 예정입니다.”
인사를 하고 과 친구인데 졸업을 못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자격지심의 발로였지만 부끄러운 것은 아니기에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다.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왔다니 잘 되었군.”
과묵한 표정의 유희원의 아버지가 그렇게 반응했다.
“언니, 사진부터 찍자. 아직 시간이 있지?”
결국 김세인은 같이 어울려서 사진을 찍었고 가족사진을 찍을 때는 사진사 역할도 해주었다. 물론 경호원들을 다소 멀리 떨어져서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유희원이 졸업생들의 자리로 가서 앉고 가족들과 김세인만 남자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되었다. 다른 자리로 가야할지 계속 있어야 할지 애매했다.
“이번에는 언니랑 잘 해봐요.”
유예원이 먼저 말을 붙였다. 2년 전에는 여고생이던 애가 어느새 언니처럼 성숙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길거리서 보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변해 있었다.
“이제 알아가는 단계인데. 잘 해야지.”
“저번에는 군대로 도망갔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마요.”
유예원이 다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당시에는 헤어지고 말 것도 없는 관계였는데 그런 말을 하니 난감하기도 했다.
“무슨? 도망간 거 아니야. 이미 여름방학 때 입영원 냈고 언니랑은 가을부터 알고 지내기 시작했는데. 어쩔 수 없었어.”
김세인은 변명을 하면서도 자신이 왜 그래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유희원이 동생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썸을 타면서 약간 간을 보다가 군대에 간 상태인데 정식으로 사귀다가 군대에 간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미국으로 도망가는 건 아니죠?”
유희원이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하고, 동생인 유예원이 어떤 상상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얘는 갑자기 무슨 말이니?”
그 때 옆에서 귀를 기울이던 유희원의 어머니가 한 소리를 했다. 김세인과 유예원이 전부터 아는 사이인 것 같으니 궁금한 표정이었다.
“고모할머니가 미국에 계시는데 그 때문에 얼마 전 미국의 영주권을 획득한 상황입니다.”
김세인이 그렇게 설명을 하자 더 궁금한 기색이 되었고 결국은 본격적인 호구조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초면이고 어떤 관계인지 잘 몰라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그런 상황이 되자 모든 것을 묻기 시작했다.
김세인은 적당히 알릴 것은 알리고 피할 것은 피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남자 둘은 졸업식을 보면서 김세인과 두 여자가 나누는 대화를 티 나지 않게 듣고 있었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졸업식이 이어졌다. 그 시간 동안 호기심 많은 아주머니와 아가씨의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그렇게 하느라 졸업식을 볼 정신이 없었다. 특별한 것은 별로 없었다. 중간에 유희원이 성적우수자로 표창을 받기도 했지만 황지원이 더 좋은 상을 받은 탓에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식당은 어디로 갈까?”
다시 사진을 몇 장 찍고 난 후에 유희원의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의 의중을 물었다.
“그냥 우리 집 앞으로 가요. 오늘 같은 날, 학교 근처는 난리가 날 텐데, 모처럼 태극관 어때요? 우리랑 같이 갈 거죠?”
유예원이 학교 앞이 아닌 집 앞으로 가자고 했다. 김세인은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되었지만 같이 가기로 했다. 그 자리를 피할 것이라면 굳이 이렇게 올 이유가 없었다.
황지원은 졸업식 직전에 봤던 불쾌한 장면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과 수석졸업과 한국대 대학원 합격을 기념하여 모든 가족이 총출동한 상황이라 내색을 하지 못하고 점심 식사를 마칠 때까지 참아야 했다.
참석한 사람들이 전부 GH그룹 산하의 그레이스 호텔로 갔다. 하지만 식사가 끝나고 호텔 지하에 세워놓은 차에 탑승하자 표정이 달라졌다. 자리에 앉자 바로 수행 비서를 닦달했다.
“김 과장님, 김세인에 관해 조사한 결과 좀 보여줘요?”
김한정 과장은 곤혹스러운 기색으로 서류를 하나 건넸다. 김세인에 관한 조사를 했는데 미흡하다고 하여 몇 번이나 다시 조사를 했지만 정작 황지원이 알고자 하는 것은 알 수 없었다.
“오늘도 깍두기들이랑 같이 왔어요?”
“그렇습니다. 차 두 대로 왔고 오늘은 외국인까지 같이 와서 총 다섯 명이나 되었습니다.”
깍두기는 보통 조직이나 사채업에 종사하는 주먹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김세인의 경호원들을 그렇게 지칭하고 있었다. 김한정은 그런 사실을 지적하지 않고 그냥 대답을 했다.
“끝나고 어디로 갔는지 확인을 했어요?”
“같이 어울려서 태극관이란 곳으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태극관은 유희원씨 집 근처에 있는 음식점입니다.”
김한정 과장은 김세인이 꽃을 전달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상황을 예측했고 그들의 동태를 예의 주시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행동을 하다가 김세인의 경호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라고 했는데 불가능해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왜 못합니까? 비서실에 국세청이나 등기관련 부서에 아는 사람 많잖아요.”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보안이 강화되어 그런 작업을 하다가 걸리면 말로 끝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잘못 걸리면 별건으로 조져버린다고 합니다.”
별건으로 조진다는 말은 해당 사건 외에 다른 사건까지 조사해서 처벌한다는 말이었다. 더구나 그런 청탁을 받아 처리하는 자들은 비리도 많아 한 번 걸리면 빠져나갈 구멍도 없었다.
“드러난 것만 해도 꽤나 되는군요. 그 고모할머니란 인물이 부자라면 이미 알려졌을 것 같은데 누구인가요?”
“한국 이름은 김아현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 것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계 부자를 검색했는데 성이 김이나 킴인 경우는 몇 사람 보입니다. 그 중에 1930년생인 경우 넬리 킴이란 슈퍼리치가 있습니다. 자산이 수십억 달러라고 하지만 자세한 것은 알기 어렵습니다.”
“넬리 킴이라?”
그러면서 보고서에 첨부된 미국 사이트의 페이지를 보았다. 그걸 읽더니 그리 기분이 좋지 않은 기색이었다.
“우리 할머니보다도 일곱 살이나 나이가 많군요. 이런 부자는 아닐 것 같군요. 고작 많아야 몇 억 달러 정도일 겁니다.”
황지원은 그런 슈퍼리치는 아니어야 한다고 강변하듯이 단정했다. 꼴 보기 싫은 녀석이자 연적인 김세인이 그런 부자의 유일한 조카손자라면 자신이 초라해질 것 같았다.
황지원은 아랫사람인 수행비서 김한정 과장에게 적나라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기에 참고 있지만 짜증이 잔뜩 난 표정이었다. 폭발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일이 터지는 것을 알기에 김한정 과장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달리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황지원은 겉으로 보기에는 모범생 같지만 뒤로는 자신의 성격을 이기지 못해 온갖 못된 짓을 다하고 있었고 그런 일에 사채업자인 할아버지가 거느리고 있던 몇몇 주먹들마저 동원했다.
조만간 주먹들을 동원하여 해코지를 할 것 같았다. 김세인이 경호원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상황이니 실패할 수도 있고 그러면 사건을 처리하느라 바빠질 것 같았다. 주먹들이야 어떻게 되건 상관이 없지만 황지원이 연루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다.
김세인은 점심 식사를 하고 유희원네 식구와 헤어졌다. 유희원도 가족들과 같이 집에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신과 같이 있으려고 하자 조금 놀랍기도 했다. 둘은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세인은 유희원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을 느꼈다.
“동생이나 가족에게 뭘 어떻게 말한 거야? 예원이가 이상한 말도 하던데. 군대로 내가 도망갔다고 말하고.”
그런 말에 유희원은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동생에게 했던 말 중에 일부는 허세였는데 그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김세인을 남자친구로 인식하고 있었다.
김세인은 유희원의 가족들과 대화를 하다가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는지 몰라 대답하기가 애매한 경우도 많았다.
“예원이는 만날 때마다 대충 말한 편이고, 엄마와 아빠는 설날 무렵에 대략 말했고 어제 좀 더 자세히 말했지. 너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면 조만간 선을 봐야 했을지도 몰라.”
선을 말하는 것을 보면 그를 남자친구라고 말해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도 같았다. 취직 대신 취집하라는 말이 나왔을 수도 있었다.
“아버님이 RG그룹 계열사 임원이지?”
“그래. 지금은 청주공장 관리본부장을 맡고 있어. 아버지 말로는 승진할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는데 운이 좋았지. 관리파트는 임원승진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나마 작년에 이사가 됐어.”
“관리파트면 재무, 인사, 그 쪽이지?”
“그럴 거야. 회계와 재무 쪽만 지금까지 쭉 해왔으니. 부장으로 무려 8년 정도나 근무했어.”
만년 부장으로 정년퇴임할 계획이었는데 운 좋게 공장 관리본부장 자리가 비면서 승진을 했다. 지금은 공장 경영개선 작업을 하면서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는 말을 했다.
“RG그룹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워?”
“요즘에는 그런 것도 말이 많아 아예 원서도 내지 않았어. 나 때문에 아버지마저 옷 벗을 수가 있어서.”
RG그룹에 취직하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을 했다. 아버지가 어떤 청탁도 않겠지만 그런 말이 나오면 문제였다. 한 번 그런 의혹을 받으면 벗어날 길이 없었다. 유일한 해결책은 아예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근처에 가지 않는 방법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랑 계속 같이 청주에 있는 거야?”
“사실 우리 아버지 건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서 누가 옆에 있어줘야 해. 5년 전에 뇌혈관 질환으로 혈관조영술 시술을 했거든. 건강해 보이지만 문제가 생길 수가 있으니 같이 내려갔어. 우리는 다 컸고. 오빠는 프리랜서라 집에 있기도 하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떨어져 있는 것이 싫어 같이 간 것도 있겠지만 건강문제라니 바로 납득이 되었다. 남자 혼자 내려갔다 주말에 올라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엄마나 예원이가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인데, 진짜로 나 없을 때 무슨 이야기 했어?”
유희우너도 어떤 대화를 했는지 궁금한지 물었다.
“호구조사, 너랑 어떤 관계인지, 그런 것 묻던데. 네가 뭐라고 했는지 몰라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았지. 그런데 오늘 황지원은 뭐라고 해? 졸업식 내내 나와 너를 노려보던데.”
황지원은 틈만 나면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워낙 은밀하게 시선을 두기에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당사자는 알 수 있었다.
“아니, 말도 하지 않았어. 너 오기 전에는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니 말도 붙이지 못했고 이제 볼 일 없으니 속이 후련해.”
유희원이야 볼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황지원이 그럴지 여부는 불투명했다. 둘이 사귄다고 깨끗하게 돌아설 녀석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분풀이를 할 녀석이었다. 그렇다고 좋은 날 그런 이야기를 계속할 필요는 없었다.
“취직은 어떻게 할 거야? 그냥 나랑 같이 일 하자. 괜히 딴 곳 가서 남에게 돈을 벌어주는 것은 아쉽잖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그런 식으로 말해주니 기분 좋은 표정으로 물었다.
“응, 이왕에 남의 일을 할 거면 나한테 돈 벌어줘야지. 이렇게 말하면 내가 도둑놈 심보인가?”
“누군가 사람을 써야 한다면 내가 가서 일하는 것도 좋겠지. 진짜 무슨 일인데? 네가 제대로 설명을 해줘야 우리 부모님에게도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으니.”
부모님에게 이야기하겠다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넘어온 것도 같았다.
“일단 임대해준 부동산이 몇 개 있어. 빌딩과 상가라 임대를 주고 있고 법무법인에서 관리를 하고 있지. 청하개발이라는 회사에서 건물관리를 맡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그 건물이 고모할머니, 외국인 소유일 때는 문제가 아닌데 내 명의로 바뀌면서 조금 문제가 되고 있어. 결국 모든 일에 내 도장이 필요해진 거야.”
“부동산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하잖아?”
“어, 아네. 그래서 해야 할 일이 많아. 지금처럼 다 맡기면 된다고 하지만 그게 간단한 일도 아니고. 내 책임 하에 일을 해야 하니. 당장 기장하고 이번 종합소득세 신고도 해야 하고. 어쨌든 계약할 때는 도장을 찍으러 가야 하지. 그러려면 사전에 계약서도 검토해야 하고.”
“그러면 임대사업자 사무실을 만든다는 말이네.”
“지금처럼 법무법인의 변호사에게 임대계약 관련 일을 맡기더라도 중간에 누군가 관리가 필요하지. 특히 보증금과 임대료, 관리비가 들어오는 계좌의 관리도 해야 하고. 거기다 투자도 진행할 것인데 그런 것들을 관리하면서 사무도 봐야하고.”
법무법인이나 세무사 등에게 일을 맡기더라도 중간에 관리는 필요했다. 최소한 관리대장이라도 있어야 했다.
“거기에 투자도 할 생각이거든.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생각인데 그것도 일이 많고. 주로 IT분야에 투자할 예정인데 그쪽을 아는 사람이 도와주면 좋겠고.”
그러면서 얼마 전에 서초한양빌딩에 사무실 하나가 비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거기에 사무실을 만들 예정이었다. 법무법인 종평과 가깝기에 업무협조도 용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