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or of an Alien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42
42. 또 다른 투자 (4)
이장우는 해정증권에 한 때 잘 나가던 펀드 매니저였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관리하던 펀드의 수익이 곤두박질치면서 결국 그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확장위주의 경영을 하는 오너의 정책에 안전위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서 미운털이 박혔는데 결국 금융위기가 와서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타깃이 되고 말았다.
불명예스럽게 퇴직을 한 상황이라 다른 곳으로 취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아 1년 정도를 무직자로 지내야 했는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 장준익의 전화를 받고 약속장소에 나왔다.
“자네 이야기는 들었네. 자네 일에 대해 김명섭 사장이 무척이나 미안해하더군.”
김명섭 사장은 해정증권의 사장이었고 장준익의 대학 후배였다. 물론 이장우도 같은 대학을 나온 후배이기도 했다. 장준익은 김명섭 사장이 유치한 해정증권의 VIP 고객이었고 이장우는 한때 담당자로 있기도 했다.
“자네의 요청대로 했어야 하는데 그걸 거부하고 결국 책임까지 지도록 했으니 면목이 없겠지. 그렇다고 김명섭 사장이 책임질 수도 없는 일이고. 그나마 김 사장이 추가적인 책임은 묻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하더군.”
시장의 상황을 판단하는 것마저 사내정치와 연관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한 보고서마저 묵살이 되었고 펀드의 운용마저 제약을 받아 결국 손실로 이어졌다.
“그 선배님도 어떻게 할 상황은 아니었죠.”
서운한 것을 말하자면 많지만 사장이라도 오너를 막을 능력은 없었다. 그 일로 오너의 치부가 더 크게 드러났으니 문제였다. 그가 회사에 있으면 더 크게 부각될 것이니 사라져야 했다.
“어디 갈 곳은 있어? 마냥 집에서 쉴 수는 없잖은가?”
나이 이제 마흔 다섯, 식구들도 있으니 뭐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오너에게 반기들다 쫓겨난 중견간부를 받아줄 곳은 없었다. 전에 스카우트 제의를 하던 회사도 연락을 하니 난색을 표했다.
“여기저기 이야기를 해보지만 오라는 곳이 없습니다. 이 바닥이 의외로 좁아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상황이고요. 오너에게 찍혀 쫓겨난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니.”
“그러면 혹시 다른 쪽 일을 해볼 생각 없나?”
“다른 쪽이요? 기업에서 자금관리 같은 것 말입니까?”
“비슷할 수도 있겠지. 자네 혹시 김석규 사장이라고 들어 보았나? 나랑 친하게 지내었는데.”
“이름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 교통사고로 별세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꽤나 자산가이죠?”
“그 아들이 같이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어.”
그러면서 김세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했다. 재산을 관리하고 운용할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 자산의 출처도 대략 설명했다.
“김세인이라? 어디서 들은 이름인 것 같습니다.”
“자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들었나?”
장준익이 오히려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일본에 주가지수 선물을 하락으로 왕창 투자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이 김세인이라 했던 것 같습니다. 선배님 말씀을 듣고 보니 같은 사람인 거 같습니다.”
역으로 이장우가 들었던 소문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미국의 자산가가 친척을 찾았고 김세인이 유일한 친척이라 행운아라는 말이 돌고 있었다.
현재 일본 지진과 그에 따른 선물 거래에서 대박을 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었다. 우연히 일본 증시의 하락에 투자한 경우 복권에 당첨이 되듯이 큰 수익을 냈다.
“그랬다고? 음, 그건 잘 모르겠고 애가 오래 전에 헤어진 고모할머니를 만났다고 하더군.”
“그러면 맞는 것 같습니다. 큰 빌딩만 다섯 채나 증여받았고 세금을 내고도 수천억 원이라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재산 관리할 사람을 구합니까?”
“맞네. 재산도 관리하고 투자도 하고. 한 번 해볼 생각 있다면 추천을 해볼까 하는데. 자네라면 잘 할 것도 같고.”
그동안 지켜본 바에 의하면 이장우는 인성도 괜찮은 사람이고 능력도 좋은 편이었다. 오히려 능력이 뛰어나고 올곧아 문제였다.
“자산가의 집사 자리이군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군. 재산을 관리할 법인을 만들려는 것 같네. 아직 대학생으로 2년간 학교에 다녀야 하는 상황이고.”
최소 2년은 근무할 수 있다는 의미였고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다른 증권사에 취업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제 처지에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은 아니니 한 번 만나보겠습니다. 조건이 맞으면 같이 하는 것이고요.”
이장우는 일단 만나는 것이야 어려울 것이 없기에 만나기로 했다. 어디서 뭘 하건 월급쟁이가 하는 것은 비슷했다.
김세인은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날 아버지의 친구인 장준익의 연락을 받고 집 근처 음식점에서 장준익과 이장우를 만나기로 했다. 사무실로 부를 수도 있지만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기에 외부에서 만났다.
만난 후에 바로 용건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식사를 하면서 일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소문에 네가 일본에 투자하여 큰돈을 벌었다는데 사실이야?”
식사를 마칠 무렵에 장준익이 소문에 대해서 물었다. 설마 장준익까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을 줄 몰라 놀라 반문했다.
“엄밀히 말하면 일본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미국 스탠리투자은행 한국지점을 통해 일본주가지수선물에 투자를 했습니다. 하락에 베팅을 했는데 운대가 맞은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정리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 수익이 얼마나 될지 모릅니다.”
김세인이 사실이라고 인정하자 이장우마저 궁금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세인은 이미 세세한 내용까지 대부분 알려진 상황이라 숨기지 않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선물은 위험하기에 단타로 매매를 하는데 한 달이 넘게 보유했다니. 특이하군요. 그렇게 가지고 있으려면 불안하지 않아요?”
이장우는 김세인이 왜 그런 투자를 했는지 궁금하여 물었다. 같이 일하려면 성향이 맞아야 했다. 그렇지 않고 해정증권의 오너처럼 독선적이면 문제였다.
“특별히 좋아질 호재는 없고 있다면 악재만 있을 것 같아 느긋하게 기다렸는데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김세인은 담담하게 대답을 했다. 지진이 날 것을 알고 있기에 불안하지 않았지만 그걸 말할 수는 없었다. 이후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상대를 평가했다.
능력도 있고 인성도 좋지만 운이 나빠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을 알게 되었다. 오너의 위험한 확장에 반대하다가 결국 주장을 접고 따랐지만 손실이 발생했는데 반대했던 이력 때문에 더 큰 손실을 낸 사람들은 멀쩡한데 그는 사직한 상황이었다.
“암묵적인 권고사직이군요. 숙청일 수도 있고요.”
“그렇죠. 버틴다고 해도 오너에게 찍힌 상황이니 달라질 것이 없으니 나왔죠. 그게 소문이 나서 1년 가까이 놀고 있지만요.”
김세인은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홀딩스, 지주회사 형태로 법인을 설립하고 그걸 통해 빌딩을 관리하는 업무를 진행한다고 했다. 물론 부동산이나 다른 재산 대부분은 개인자산으로 두기로 했다. 보유세 문제가 있지만 감수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현재 투자하여 거둘 수익 일부를 출자하여 투자를 할 예정임을 밝혔다. 투자는 상장된 주식부터 창업투자나 엔젤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창업하거나 기업을 경영하지 않을 것입니까?”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당장은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김세인은 기업의 경영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있는 것만 잘 관리해도 평생 다 쓰지 못할 만큼 재산이 많았다.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임대사업 쪽도 관리해야 합니까?”
“임대사업은 그리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직원 한 명을 채용했고 경리를 보고 각종 심부름을 하기로 했고 기장은 세무사사무실에서 담당하는 것도 말했다. 물론 일부 부동산을 현물로 출자할 것임을 알렸다.
“임대사업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더욱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굳이 법인을 만들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경리를 한 명 채용하여 건물 임대를 관리한다고 하니 달리 일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김세인은 향후 들어올 현금을 이용하여 직접 투자할 것임을 언급했다.
그날은 식사를 마치고 그냥 헤어졌다.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낼 상황이 아니기에 서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김세인은 수지에게 이장우란 사람에 대해 조사할 것을 부탁했다. 간단히 일종의 감시만 해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기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대학 선배 중에 장 사장님이라고 있어. 그 선배 소개로 돈 많은 애를 소개 받았어.”
이장우가 집에 가자 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 구직활동에 대해 언급했기에 관심을 보였다. 둘은 안방에서 김세인을 만났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에요? 전주가 주식시장에서 돈을 굴려달라는 말이에요?”
“그게 아니라 자산을 관리해 달라고 하더라고. 주식투자보다 창업이나 엔젤투자를 맡아달라는 것 같고. 성향이 상당히 위험투자선호군인 것도 같아. 말하는 것은 보면 한 방에 대박을 노리는 경향이 강한 것도 같고.”
부인은 교사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편과 대화가 통하는 편이었다.
“그러면 위험한 것 아니에요? 그 사람 나이는 몇 살이에요?”
“군대 갔다 와서 이제 대학교 3학년이 되는 것 같아. 부모는 작년에 교통사고로 두 사람이 모두 돌아가셨고. 그런 상황에 미국에 갔던 고모할머니가 나타났다고 해. 그 고모할머니가 한국에 갖고 있던 수천억 재산을 증여해주었고 그걸로 얼마 전에 일본주가지수 선물, 하락에 베팅하기도 했고.”
“하락에 베팅했다면 대박이 났다는 말인데 얼마나 했는데요?”
“100억 정도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데 최소 10배 정도는 먹었다고 봐야지. 100억 가지고 1000억을 만들었으니 운도 아주 좋은 것 같고. 재신이 붙었다고도 볼 수 있고.”
“그래서 가기로 했어요?”
“일단 생각해 보자고 말하고 자리를 파했지. 나중에 장 선배님하고 이야기를 해봐야지.”
“싸가지 없는 사람은 아니에요? 나이는 스물네다섯일 것인데.”
“일단 말하는 것 보면 애는 괜찮은 것 같아. 물론 처음 만난 사람이라 본모습을 감추었을 수도 있지만. 벼락부자가 되어서 아직 때가 타지 않아 그런 면도 있어 보이고. 어제 말한 대로 집사 역할을 해야 하는 것 같아.”
“그게 속 편할 수도 있지 않아요? 나이 어리지만 한 사람만 신경 쓰면 되고요. 월급만 적당히 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내가 가고 싶다고 해도 걔가 원해야지. 갑은 걔고 나야 을이지. 한 몇 년 일할 수 있으면 괜찮을 것도 같은데.”
“당신 말이 운 좋은 사람 옆에 있어야 한다면서요. 전에 회장은 운이 좋은데 지금 회장은 실력도 없고 고집만 세고 운도 지지리 없다면서요. 그래서 빨리 그만두어야 한다고 했지 않아요?”
4년 전에 선대 회장이 죽고 난 후부터 회사, 오너에 불만이 많았던 이장우는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가는 방향으로 해볼게. 하지만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아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보이니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어렵지.”
“월급은 얼마나 달라고 할 생각이에요?”
“전에 받던 수준은 장 선배님에게 말했지. 성과급 빼고 7천만 원 정도 받았다고. 일단 그 정도 생각하겠지.”
김세인은 수지가 전달해준 이장우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보여준 대화 장면을 보면서 채용해도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과 저런 이야기를 할 정도면 믿을만한 사람으로 보였다.
‘채용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리고 한지석 변호사가 추천한 최영석씨도 채용하고.’
최영석은 한지석 변호사의 이종사촌동생인데 얼마 전까지 중소기업의 관리부 차장으로 재직했지만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권고사직 형태의 해직을 당한 상태였다. 회사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기에 더 늦기 전에 다른 일을 찾으려 사직했다.
출신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을 채용하여 서로 견제를 하도록 하면 좋을 것도 같았다. 물론 나이 차이도 꽤나 나기에 크게 대립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이가 45, 40이면 세인에게 불편하지 않아?’
‘오히려 그게 나아. 내 나이가 고작 24, 만으로 22세에 불과한데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 나지 않으면 경쟁의식을 가질 수 있고 직원의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어.’
‘그건 그럴 수도 있겠네.’
수지도 그런 사실은 인정했다.
‘나이 차이가 확실히 나면 내가 무례하게 행동하지만 않으면 오히려 문제없을 거야. 사장과 이사로 두면 될 것 같아. 그리고 나와 희원이가 사외이사를 맡고 장준익 사장에게 고문 겸 감사를 맡겨야지. 그러면 회사 골격은 갖출 것도 같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임직원으로 두어야 했다. 특히 재산을 관리하는 일이니 당연했다.